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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오랜만이야 처남.(1)

       

       

       

       모용희아에 대해 조금 더 떠올리자면.

       

       그녀는 검수라는 느낌보다는 책사 쪽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냉철한 말투와 표정과 비례하듯, 항상 이성적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정답만을 골라내는 사람.

       

       마경에서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위설아를 포함한 당대 뛰어난 후기지수들이 뭉쳐있던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모용희아 일 것이다.

       

       언제나 옳은 길로,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 망설임 없이 말을 하는 여자.

       그녀는 분명 같은 편이었을 때는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허나.

       

       반대로 적이 되었을 때는, 한없이 두려움을 주는 여인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안녕하세요.”

       

       그녀는 내게 어느 쪽일까. 

       

       “저는 모용희아라고 합니다.”

       

       내가 볼 때, 일단 아군은 아니었다.

       

       

       

       

       

       ******************

       

       

       

       

       탁-!

       

       방문을 닫고 상황을 돌려보았다. 방금 뭐지…?

       

       ‘꿈인가.’

       

       일어나자 보는 상황이 저랬으니, 오죽하면 꿈이라 했을까.

       마주한 하늘색 눈동자가 아직도 아른거린다.

       

       ‘면사를 벗었어.’

       

       어제까지만 해도 제 얼굴을 다 가리고 있었는데, 방금 마주한 모용희아는 맨얼굴이었다.

       

       찢어진 눈매에 요염해 보이는 고양이상.

       자신이 아름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동작.

       

       설봉 모용희아. 그녀가 분명했다.

       

       “…뭐지?”

       

       그래서 더 의문이다.

       왜 날 찾아왔을까.

       

       어제 일 때문이라면, 내가 아니라 구절엽을 찾아가는 게 맞을 텐데.

       

       똑똑-.

       

       내 선택을 재촉이라도 하듯 문 너머로 계속 소리가 들려온다.

       

       뻔뻔하게 문 닫고 다시 잠이나 자고 싶었지만, 상대가 상대다 보니 그게 쉽지는 않을 노릇이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문을 살짝 열었다.

       

       “무슨 일이 십니까…?”

       “어제 일로 감사 인사라도 드릴까 해서요.”

       “그거라면, 제가 아니라….”

       “공자께 드려야지요. 아닌가요?”

       

       이것 봐라.

       

       모용희아의 눈은 이미 확신에 차 있다. 

       

       그러니 더 이상한 것이다.

       대체 어떤 생각을 했길래 결론이 이쪽으로 도달을 할 수 있는 걸까.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네요.”

       

       실제로 내가 어제 한 일은 딱히 없었고. 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내 반응을 가만히 보던 모용희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안 놀라시네요.”

       “예?”

       

       곧이어 부채로 입을 가린다. 보기에 익숙한 부채였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전생에도 모용희아가 쭉 가지고 다니던 것이었으니까.

       

       “제 이름을 듣고도, 맨 얼굴을 보고도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반응하는 분은 오랜만이라서요.”

       “…”

       

       모용희아의 말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반응을 잘못한 것 같았다.

       

       “이런 경우는 보통 세상에 아무런 관심 없는 문외한인 경우인데. 구 공자께서 그런 사람으로 보이진 않네요.”

       “제가 누군지 알고 계시나 봅니다.”

       “예, 어제 조금 알아봤거든요.”

       

       모용희아는 당당하게 네 뒷조사를 해봤다고 말하고 있었다.

       이는 문제가 생겨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고, 되지도 않는 거짓은 받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모용희아는 여전히 같은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반대로 공자께서도 제가 누군지 알고 계시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날 보는 하늘색 눈이 살짝 빛난다.

       역시 아무리 봐도 엮이기 싫은 여자였다.

       

       ‘쓸데없이 감이 좋아.’

       

       똑똑한 머리도 있겠지만. 애당초 모용희아는 바라보는 시선이 남들과는 다르다.

       뛰어난 직감을 받쳐줄 머리가 있는 여인.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짜증 나는데 말이지.

       

       “그게 혹 문제라도 되는 것인지요.”

       “아니요. 전혀 문제가 되질 않지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그저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왔으니까요.”

       “이 아침부터 말입니까.”

       “아침…보다는 정오기는 합니다. 구 공자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왜 아무도 안 깨운 거지.

       

       [몇 명 다녀가긴 했다.]

       ‘노야.’

       [근데 네 놈이 코까지 골며 자는 걸 보더니 다들 그냥 나가더구나.] 

       ‘…’

       

       근래에 좀 피곤하긴 했다.

       몸속에 기운을 조절해야 했고, 훨씬 늘린 수련시간을 감당하며 야영을 했으니.

       

       방까지 들어와 놓고 아무도 안 깨웠다는 것도 그렇지만.

       

       ‘…나 코 고나?’

       

       다소 충격적인 말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게 충격이라니, 애송아, 너도 역시 미친놈이 맞았구나.]

       

       이거 나름 중요한 건데 그러시네. 

       

       “그래서.”

       

       머리를 굴리고 있는 와중에, 모용희아의 말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오늘은 그저 얼굴을 한 번 비춰보고자 왔습니다.”

       

       말과 함께 느껴지는 서늘한 분위기는, 마냥 추운 날씨 탓만은 아닐 것이다.

       

       “뵙고 보니, 역시 공자께서는 뭔가 남다른 느낌이 있네요.”

       “착각입니다. 추우셔서 머리가 조금 둔해지신 게 아닐….”

       

       이 짧은 만남에 뭘 느낀다고 하는 말일까.

       

       와중에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사납게 말한 것 같아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모용희아는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기보단, 별로 중요하게 보지는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굳이…. 아닙니다.”

       

       또 또.

       

       자꾸 쟤만 보면 전생에 해왔던 말들이 튀어나온다.

       다 고쳐놨다고 생각했는데, 추워서 혀가 고장이라도 났나.

       

       모용희아는 웃으며 말했다.

       

       “네, 굳이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걸 들었네. 썩을.

       

       미련은 없다는 모용희아가 몸을 돌렸다.

       곧이어 위층인 금(金)층으로 올라가는 모용희아의 눈에 내가 담긴다.

       이는 내가 그녀의 시선 안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이렇게 전생과 다른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모용희아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향기가 코로 느껴진다.

       살짝 남은 차가운 바람은 그녀가 남기고 간 것이다.

       

       역시나, 저놈의 불편한 체질은 그대로인 모양이다.

       

       “…쯧.”

       

       모용희아가 일부러 내비치는 표정과 동작이 자연스럽기 짝이 없었다.

       

       위설아의 귀여움이나 남궁비아의 청초함 속에 담긴 요염함과는 다르다.

       

       색기. 

       평범한 남성이었다면 정신 못 차리고 늪에 빠졌을 정도의 짙은 색기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짓과 고혹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모용희아의 아름다운 얼굴과 더불어 여러 매력을 뽐내고 있으나.

       

       나는 저것이 전부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입에서 검기를 뿌린다고 할 만큼 싸가지가 없는 얜데, 연기 봐라.’

       

       그러니 가슴이 뛰기보단 섬뜩한 느낌이 들 뿐이다.

       

       [그니까….]

       “…음?”

       

       신 노야가 생각하는 중간에 끼어든다.

       어쩐지 조금 화가 난 것 같은 어투였다.

       

       [말하자면, 네가 저 여인과 이런 거 저런 걸 했다는 말이더냐?]

       “그게 왜 갑자기 그쪽으로 빠집니까?”

       [이는 중요한 문제다.]

       “어딜 봐서요…?”

       [내가 너를 죽일지 살릴지 갈림길 앞에 서게 만드는 일인데, 어찌 중요치 않겠느냐?]

       “…”

       

       갑자기 몰려오는 것 같은 두통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노야는 치매라도 온 걸까. 

       신 노야가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라 혹, 유령도 치매가 오는 걸까 진심으로 걱정이 됐다.

       

       

       

       

       

       ******************

       

       

       

       

       정오가 되었으니, 급하게 세안을 끝내고 식사를 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내가 깨어난 걸 알았는지, 위설아가 찾아와 부른 덕이었다.

       

       “도련님.”

       “응.”

       “또 만두 먹어요…?”

       “왜?”

       

       열심히 집어먹고 있으니 위설아가 맹한 얼굴로 물었다.

       

       “안 질려요?”

       “너도 약과 안 질리고 종일 집어 먹잖아.”

       “하, 하루종일 아니에요!”

       “어 그래? 홍와한테 물어본다?”

       “…”

       

       필살기를 쓰니 위설아가 입을 꾹 다문다.

        입술이 살짝 튀어나온 걸 보니 삐진 모양이었다.

       

       그걸 보며 살짝 웃다가, 미안하다는 표시로 위설아의 그릇 위로 음식 하나를 올려주니 누군가 내 뒤통수를 매만진다.

       

       “뭔데?”

       

       누군지 확인도 안 해봤다.

       어차피 옆에 앉아 이런 걸 할 사람은 한 명뿐이니까.

       

       “…뒷머리….”

       “이상해?”

       “까슬까슬해졌어….”

       

       남궁비아가 쓱쓱 매만지는데, 손에 살짝 물기가 묻어있다.

       아무래도 다소 엉망인 머리카락을 정리라도 해주려는 모양이다.

       

       손길이 나쁘지 않길래 머리를 맡기고 있으니, 남궁비아가 재밌는지 점점 집중한다.

       

       “…야 잠깐만.”

       

       그러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며 움직이니 남궁비아가 아쉽다는 듯 떨어지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다음이었다.

       미묘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당소열이 날 보고 빵 터진다.

       

       “아하하! 구 공자님…! 너무 잘 어울려요.”

       “그런 기분 나쁜 농담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그치만…. 진짜 잘 어울리는걸요. 너무 귀여워요.”

       

       마치 정수리에 꽁지가 달린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리를 흔들 때마다 느껴지는 덜렁거림에 재빨리 머리칼을 풀려 하지만.

       

       남궁비아와 위설아가 장난스럽게 막아선다.

       

       “이거 안 놔?”

       “잠깐만 그러고…있으면 안 돼?”

       “되겠냐?”

       “잘 어울려요. 도련님!”

       

       뒤에 서서 호위를 하고 있는 무연도 웃음을 참는데, 어울린다고?

       구절엽도 앞에서 입을 꾹 닫은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야, 웃어?”

       “아…닙니다.”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웃고 있는 거 같은데.”

       

       어제의 일로 기분이 상했는지 말 한마디 안 하던 구절엽 조차 웃음이 나올 만한 모습인가보다.

       

       ‘이것들이…!’

       

       결국, 힘을 써서라도 풀어내려는데.순간 느껴진 인기척에 시선을 옮겼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은 면사로 다시금 얼굴을 가린 모용희아였다.

       곧바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차분한 걸음으로 다가온 모용희아는 살짝 둘러보다 날 보더니 움찔했다.

       

       면사로 가리고 있었음에도 분명히 시선이 내 정수리에 닿는 것을 느꼈다.

       

       그 모습에 재빨리 내가 머리를 풀었다.

       

       “…”

       

       뭐라 할 말이라도 있는지 다가온 것 치고는 침묵이 길다.

       

       [어깨가 떨리는구나.]

       

       신 노야의 말에 내 시선도 모용희아의 어깨로 향했다. 

       

       보인다. 분명 어깨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설마 웃는 건가?’

       

       그 모용희아가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참는 것도 웃기지만.

       방금 직전까지 내 모습이 그정도 수준이었다는 게 더 처참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큽…아니요….”

       “웃으시는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잘못 보신 겁니다.”

       

       내 지적에 목소리가 금방 원래대로 돌아온다.

       모용희아는 잠깐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내가 아니라 당소열에게 말을 걸었다.

       

       “오랜만에 뵈어요. 당 소저.”

       

       갑작스러운 인사에 당소열이 눈살을 찌푸릴 무렵, 금방 눈동자가 커진다.

       누군지 알아차린 모양이다.

       

       “…모용 소저.”

       “알아보시네요.”

       

       부르는 호칭을 보니 썩 친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전생도 그랬던가.

       

       확실히 두 사람이 붙어있는 걸 본 적이 없기는 했다.

       

       “…어제 오신 건가요?”

       “네, 우연히 어제 당 소저께 도움을 받았네요. 감사드립니다.”

       

       당소열이 황보철위를 압살하며 물러나게 하던 것을 말 하는 모양이다. 당소열은 뭔가 불편한 거라도 있는 듯 시선을 모용희아에게 두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모용희아는 당소열에게 꾸준히 말을 걸었다.

       

       “괜찮으시다면, 이렇게 된 것도 인연인데, 합석할 수 있을까요. 저도 아직 밥을 안 먹어서요.”

       “점심, 안 먹지 않으십니까?”

       “…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에 모용희아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이런…. 실수 했다.’

       

       미련한 혓바닥이 또 제멋대로 움직였다.

       쓸데없는 기억이 자꾸 떠오른 탓이다.

       

       -그거 안 먹냐.

       -지금 시간에 먹으면, 속이 안 좋아서 항상 점심은 걸러요.

       -그럼 내가 먹고.

       -건들지 마세요. 짜증나게, 이따 저녁에 먹을 거예요.

       -그럼 먼저 그렇게 말을 하던가!

       -당신이 안 물어봤잖아요.

       -아, 머리 아파. 위설아 어디 갔어, 이 미친년 관리 안 하고.

       

       절대 좋은 추억이라 할 수 없는 얘기였다.

       

       “그걸… 공자께서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냥 그렇게 생기셨어요. 찍어 봤는데 맞았네요.”

       “네?”

       

       지금 시기에도 그런지 모용희아가 놀란 표정을 짓길래, 다급히 답했다.

       

       [어째 정신을 못 차리는구나.]

       

       노야도 뭔가 이상한지 걱정스럽게 말한다. 나도 스스로 이상하다 생각했다.

       뜬금없이 왜 이러는 걸까.

       

       그 틈에 모용희아가 순간 묘한 분위기를 내지만, 별 다른 얘기 없이 당소열을 다시 바라봤다.

       

       “…그.”

       

       모용희아가 합석을 바라니, 당소열이 뭐 마려운 개 마냥 안절부절못한다.

       이쪽을 눈짓하는 것은, 도와달라는 느낌보다는 내 눈치를 본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잠깐 망설이던 당소열이 내쪽으로 묻는다.

       

       “구 공자님…. 모용 소저와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어제 보여주었던 사나운 모습과는 다르게 말이다.

       

       너무 조심스러운 반응이라 되려 생각이 들었다.

        혹 당소열이 모용희아에게 뭐라도 약점 잡힌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오.”

       

       작게 들려온 감탄사는 모용희아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당소열이 내게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 놀라운 모양이다.

       

       나는 가만히 상황을 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내 대답에 당소열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안도의 한숨인가.

       

       그렇다고 보기엔 안도감과 불안감이 둘 다 들어 있었다.

       

       나 또한 본래였다면 거절했을 일이다.

       구태여 불편할 필요는 없으니까.

       

       다만, 생각을 돌린 이유는 간단했다.

       

       모용희아가 먼저 접근했다는 것.

       오로지 그뿐이다.

       

       모용희아가 먼저 나서서 누군가에게 다가갈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소열의 반응을 봤을 때도, 내가 이걸 거절했을 때 뭔가 문제가 있으니 저런 반응이겠지.

       

       [당문의 아이 때문이라는 말이냐.]

       ‘굳이 따지자면 그렇지요.’

       [그럼 배려하려고 그랬다는 말을 뭐 그리 빙빙 둘러싸서 뱉느냐.]

       

       그러게 말이다.

       나는 헛웃음을 한 번 짓고서 양쪽에 밥을 먹고 있는 위설아와 남궁비아를 살짝 살폈다.

       

       내 마음대로 모용희아의 합석을 받아들인 탓에 반응이 어떤지 보려 했으나.

       

       둘 다 다행히 별로 신경 쓰는 모습은 아니었다.

       물론 둘의 시선이 모용희아쪽을 보고 있는 것은 보였지만.

       

       어젯밤의 당사자인 구절엽은 옆에 슬쩍 앉는 모용희아 탓인지, 돌이라도 된 듯 굳어버렸다.

       잘난 얼굴에 비해 여성에 대한 면역력은 상당히 부족해 보였다.

       

       “남궁…소저시죠?”

       

       자리에 앉은 모용희아는 옆에 구절엽은 뒤로한 채 남궁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모용희아의 부름에 남궁비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알아봤느냐 하기에는, 남궁비아는 누가 봐도 남궁세가 사람이었다.

       

       특징이 잘 드러나는 머리칼과 눈동자는 그렇다 치고.

       옷이 죄다 같은 건지, 항상 남궁세가의 청색 무복만 입고 다니니 말이다.

       

       “반가워요.”

       “…네.”

       “갑작스럽게 합석해서 죄송해요. 불편하진 않으셨나요?”

       “조금요….”

       “…네?”

       

       순간 모용희아가 잘못 들었는지 되묻지만, 남궁비아의 대답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조금 불편했는데, 괜찮아요….”

       

       남궁비아의 말에 옆에 있던 내가 속으로 놀람을 감춰야 했다.

       

       대충 보여주는 식으로 말한 것에 남궁비아는 냅다 그렇다고 답해버린 것이다.

       

       ‘저럴 성격이 아닌데.’

       

       평소의 남궁비아를 생각하자면, 신경도 안 쓰고 그러려니 넘겼을 터인데 말이다.

       

       그걸 들은 모용희아도 살짝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런, 죄송합니다. 이해해주시니 감사해요.”

       

       빠르게 사과를 건네며 살짝 웃음소리를 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리를 박차지 않는 걸 보니, 뭔가 확실히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뭘까.’

       

       모용희아가 구태여 이쪽으로 다가올 만한 이유가.

       당소열 쪽은 아닌 모양인데.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등 쪽에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걸 느낀 건 나뿐만은 아닌지, 객잔 일 층 식탁에 앉아있던 무인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모여든다.

       

       기감을 통해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뇌기(雷氣)다.

       내게는 이제 와선 더없이 익숙해진 기운이었다.

       

       주변에 뇌기 하면 능통한 무인이 한 명 붙어있기도 했으니까.

       

       남궁진의 뇌기보다는 한없이 수준이 낮고, 남궁비아보단 더없이 흐트러져있다.

       

       그런데도 주변 무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한 모양이었다.

       

       “오, 이 기운은.”

       “이번에 참가한다고 하더니, 정말 왔나 보군.”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생각보다 잘 들렸다.

       

       “독봉도 와있지 않은가. 이상할 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검룡과의 일도 있으니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끼이익.

       

       사람들이 말하길 무섭게 객잔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나는 동시에 남궁비아쪽을 살폈다.

        예상대로  남궁비아도 뭔가 불편해 보이는 표정이다.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들어온 이는 부담스러울 만큼 잘생긴 청년이었다.

       

       미중년인 남궁진을 빼닮은 외형에, 남궁비아의 머리칼과 같은 색을 지닌.

       

       오룡삼봉의 일인이자, 남궁의 소가주 자리가 확실시 되어있는 남자.

       

       뇌룡 남궁천준.

       그가 존재감을 표출하며 객잔에 나타난 것이다.

       

       몸에 기세를 보아하니, 전에 만났을 때 보다 수준이 올라가긴 한 모양이다.

       

       “사타구니도 다 나은 모양이네.”

       

       마지막 만남 때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측은하게 바라봤다.

       

       ‘그때 내가 좀 과하긴 했지.’

       

       당병전회에서 하도 개기길래 팔을 분지르고 급소를 발로 후려 깠던 전적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팔은 그럴 수 있어도 급소는 좀 심하긴 했다. 

       

       그걸 떠올리고 있으니, 이제야 모용희아의 목적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저놈 때문이었나.’

       

       모용희아의 시선 또한 남궁천준을 향해 있었다.

       전생에 모용희아와 남궁천준의 관계를 떠올리자면 이상할 일은 아니기도 했다.

       

       ‘그럼 합석을 요구한 목적은….’

       

       당소열도 나도 아니라, 남궁비아였을까. 

       아니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뇌기를 여기저기 뿌리며 나타난 남궁천준이 자신감 넘치게 걸어오다 문득 멈춰 섰다.

       

       아무래도 이쪽을 발견한 모양이다.

       정확히는 내 옆에 있는 남궁비아를.

       

       “…누님.”

       

       남궁천준이 다소 아련하게 부르니, 그걸 보던 당소열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헛구역질을 한다.

       

       “우욱.”

       “당 소저?”

       “…죄송해요. 제가 느끼한 걸 보면 속이 좀 더부룩해서.”

       

       한참을 끅끅거리더니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다 한숨을 푹 내쉬고선 금방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예…?”

       

       마치 숙취에 절어 있다가 뜨끈한 국물이라도 마신 것 같은 반응이다.

       

       아무리 봐도 내가 봤을 때, 얘가 제일 비정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_ _ )

    내일은 휴재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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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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