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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유라크네는 원더스타인의 옆자리로 재빨리 옮겨 앉았다.

         

       두 노인은 떠나기 전에 그녀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것은 명백한 응원이었다.

       그녀는 두 팔로 입을 막고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우후후, 전혀 기대 안 했는데……. 고마워요, 고마워요.’

         

       기쁨에 그녀의 등과 허리에 달린 팔들이 들썩이려 했다.

       그녀는 그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

         

       “그런데 스벤이 90살이 넘었었다는 건 알고 계셨나요? 나이가 많다는 건 들었는데……. 제가 그동안 많이 때렸는데……. 노인 학대를 한 걸까요?”

         

       원더스타인은 어린애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글쎄요. 광대의 말을 너무 믿지 마세요. 장난일 수도 있으니까.”

         

         

       이름: 스벤

       나이: 59

       호감도: 20 (다음 보상: 호감도 30)

       칭호: 해골 광대

       직업: 광대

       특성

       : [인스피라-광대의 허언]

         

       특성: 인스피라-광대의 허언

       적용 대상: 스벤의 거짓말

       효과: 대상은 단원 외 사람에게 약한 최면 효과를 발휘합니다. 웃으면서 사용하면 효과가 없습니다.

       요구 조건: 스벤의 호감도 15

         

         

       3주 전, 단원들에게 몸을 고쳐주겠다는 약속을 한 덕분에 그들의 호감도가 전부 15를 넘었다.

       스벤은 그때 인스피라를 받았다.

         

       광대는 곡예사와 달랐다.

       곡예사는 무언가를 ‘성공’해서 인정받는다면, 광대는 무언가를 ‘실패’를 해야 갈채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받는 축복은 어딘가 꼬여 있기로 유명했다.

         

       스벤의 인스피라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거짓말로 관객들을 속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그게 말이 되냐!”라는 식의 반응을 즐기기 위해 누가 봐도 거짓말 같은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일까.

       거짓말을 하면 사람들이 믿어 버리는 축복을 받고 말았다.

         

       엘라와도 말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던 가스통이 그의 거짓말에 속절없이 말려든 것도 그래서였다, 그가 웃음기 없이 말할 때마다 가스통은 넋 놓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벼운 장난에 대해서는 아주 효과가 좋은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오랜만이네요. 단장님과 둘만 앉아 있는 건.”

         

       유라크네는 자연스럽게 그의 팔을 끌어당겨 팔짱을 껴왔다.

         

       엘라가 이랬다면 원더스타인은 불편함과 어색함을 느꼈을 것이다.

       아나이스라고 다르지 않았다.

       마야라면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 밀어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라크네는 이러한 접근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해냈다.

         

       먼저 다가왔으면서도 어딘가 머뭇거리는 그녀의 미소와 시선은 상대가 그녀를 더 끌어안았으면 안았지, 밀어낼 수는 없게 만들었다.

         

       이것이 가스통이 그녀를 가장 높게 평가한 이유였다.

         

       남자를 손에 넣고 한 번은 결혼까지 끌고 가봤던 여자의 관록.

       그것은 다른 세 사람에게는 없는 것이었다.

         

       “그동안 저도 바빴으니까요. 가스통 영감님이 잠시라도 쉴 틈을 줬어야 말이죠. 루즈에서는 유라 씨와 하루에 한 번은 꼭 차를 마셨는데…….”

         

       원더스타인이 아쉬워하듯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유라크네는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챙겨왔던 물건을 꺼냈다.

         

       “짠! 그럴 줄 알고 차를 타왔답니다! 놀랐죠?”

         

       그녀가 내민 것은 붉은색 보온병이었다.

         

       아나이스가 선물한 것은 사신의 낫에 잘려 두 동강이 났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차를 마시지 못했다.

       별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어쩌다 그녀와 시간이 맞았을 때나 겨우 한 잔 얻어 마셨다.

         

       ‘그렇게나 차를 좋아하는 단장님이었는데…….’

         

       유라크네는 그가 아나이스에게 새 보온병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었다.

         

       엘라가 아프다고 치료사를 요청한 마당에 차를 즐기겠다고 보온병까지 요구하는 건 조금 염치없어 보이는 일이었다.

         

       그동안 자작님이 선물해준 보온병을 그가 매일 같이 품고 다니던 모습을 보고 내내 속상했던 그녀였다.

         

       그 안에 든 건 내 차란 말이에요!

       그렇게 외쳐 볼까, 충동심이 일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왔다.

         

       원더스타인은 그녀가 건네는 보온병을 반가운 미소로 받아들였다.

       퀘스트를 위해 꾸역꾸역 마셔서였을 때는 그렇게나 싫었던 차가 요즘은 없어서 아쉬웠다.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가 끓여준 차 덕분에 일전의 위기를 넘길 수 있어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저를 배려해주셔서 그동안 자제하신 거 알아요. 하지만 단장님께 차 한 잔 타드릴 여유는 있어요. 언제든 부탁만 하세요.”

         

       그들이 머무르는 별장은 아나이스와 연이 있는 귀족의 소유였다.

       별장에는 관리인과 경비원, 하인들이 있었지만 모두 휴가를 주고 내보내 버렸다.

         

       그들은 귀족의 고용인들이었다.

       일류 호텔의 직원들과 달랐다.

       괴물 단원들을 향한 경멸과 혐오를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유라크네가 직접 단원들의 세 끼를 차리고 저택을 청소했다.

       랫맨들이 도와주었으나 시험을 대비한 체력단련과 병행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저는 괜찮아요. 단장님도 힘드시잖아요. 엘라의 일도 그렇고……. 저희에게 그런 약속까지 하시고.”

         

       약속.

       그 말에 잔을 입으로 가져가던 원더스타인의 손이 멈췄다.

         

       “과연 저희가 이 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노력해봐야죠.”

         

       원더스타인은 버릇처럼 또 퀘스트 알림창을 확인했다.

       여전히 단원 퀘스트는 뜨지 않았다.

       키르쿠스는 여전히 단원들의 바람을 ‘불가능’으로 판정하는 것이다.

         

       “아, 절대 단장님의 능력을 못 믿는다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그냥……이대로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요.”

         

       원더스타인은 그녀만 유일하게 그가 그들의 몸을 고쳐준다고 했을 때, 소극적인 호응만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을 그녀의 침착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원하지 않아서였던 건가?

         

       “유라 씨는 지금 몸이 좋으신가요?

       “아, 아니에요. 저도 되도록 평범한 몸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치료에 부작용이 있다면…….”

       “부작용이요?”

         

       그녀의 마지막 말에서 느껴지는 말투는 앞선 것들과 달랐다.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꾹 다물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가 하고 있다는 치료 연구에 도움이 되는 정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그건 그녀에게 너무 아픈,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싶은 기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타이밍 좋게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 것은.

         

       “나가요, 나가!”

       “아니 진짜 저희 10대라니까요!”

       “맞습니다! 정말! 저희는 17살입니다!”

         

       강당 입구에서 남자 둘이 경비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유라크네는 둘을 바라보고 어하는 소리를 냈다.

         

       “저기 두 사람…….”

       “오랜만이군요.”

         

       경비와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은 루즈에서 만났던 희극인 듀오, 알렌과 조였다.

       둘은 가짜 신분증을 들고 와서 자기들이 17살이니 입학시험에 치르게 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럼 최소 콧수염을 떼는 성의를 보이든가!”

       “끄아아! 그거 떼지 마십쇼!”

       “진짜입니다!”

         

       힘자랑 교수인 야코블레프가 둘의 뒷덜미를 번쩍 잡아채더니 들고 나갔다.

       둘의 뒤에는 일행인 뱀 조련사 수아브가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러게 안 된다니까, 병신들…….”

         

       잠시의 소란이 있는 동안 시험 준비가 모두 완료되었다.

         

       검은 정장에 검은 망토를 쓴 창백한 인상의 남자가 무대 위에 올랐다.

         

       “자, 그럼 신입생 선발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시험의 총감독을 맡은 ‘쏴’를 가르치는 교수, 르고라고 합니다.”

         

       원더스타인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망토 안감과 나비넥타이가 붉은색이라는 것과 옷깃을 한껏 세우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그의 등장과 함께 학생들도 들어섰다.

       그들은 25종류의 100개 기구 앞에 2명씩 자리 잡았다.

       그들이 바로 오늘 시험의 보조 감독관이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운동복과 운동화로 갈아입은 수험생들이 출발선에 섰다.

       순수하게 수험을 치르러 온 아이들은 청록색 운동복을, 서커스단에서 방출된 단원들은 분홍색 운동복을 입었다.

         

       어느 종류의 수험생들이건 레이나 마기어의 주변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의 바로 옆에 분홍색 운동복을 입은 검은 머리칼의 소녀가 섰다.

         

       레이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 기 싸움을 걸어오는 애가 있으리라는 건 진즉에 예상했다.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냥 내 실력을 그대로 드러내면 그뿐.

         

       레이나는 조금의 흔들림도 드러내지 않고 그녀를 척 깔아봤다.

         

       “좀 꺼져 줄래?”

         

       고압적인 그녀의 태도에 어지간한 애라면 기죽을 만도 하건만 그녀는 지지 않고 받아쳤다.

         

       “왜? 비교될까 봐 무섭니?”

         

       레이나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뗐다.

       말싸움은 ‘황금 천칭’의 품위를 떨어트릴 뿐이었다.

       실력으로 밟아주면 그만이었다.

         

       탕.

       출발 신호와 함께 학생들이 강당 안으로 쏟아졌다.

         

       바로 앞에 있는 기구에 달려드는 아이.

       전략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기구를 찾아가는 아이.

       그리고 중간에 서서 상황만 살피고 머뭇거리는 아이.

       각양각색이었다.

         

       레이나는 제일 안쪽에 있는 기구들로 향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사람들이 당장 적게 있는 쪽이 끌렸기 때문이다.

         

       ‘스피드는 제법이네.’

         

       레이나는 자신에게 지지 않고 따라붙는 엘라를 흘끗 쳐다봤다.

         

       키도 그녀보다 20cm는 작아 보이는데 다리 근육의 탄성이 보통이 아니었다. 달리는 자세도, 몸을 튕기는 동작도 완벽했다.

         

       속으로 감탄은 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세계 최고의 서커스단을 겨루는 대회였다.

       이 정도 재능이 있는 건 당연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이길 순 없겠지만.

       설마 찰리 같은 규격 외의 신인이 또 나타날 리 없었다.

         

       레이나는 안쪽에 있는 기구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것은 땅재주의 표식이 달려 있었다.

         

       땅재주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은 인내와 끈기, 내구력과 지구력.

       저런 재빠른 타입은 줄타기에서는 힘을 발휘하지만 유독 땅재주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달라붙어 시비를 거는 계집애에게 초장에 실력의 차이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측정 기구 19번. ‘자책골 키퍼’입니다! 규칙을 설명하겠습니다.”

         

       규칙은 간단했다.

       거대한 새총에서 쏘아낸 공을 받아내는 것이었다.

         

       공을 받아내지 못하고 놓치면 0점.

       발바닥 외에 몸이 땅에 닿아도 0점.

       공을 바닥에 그어진 선 앞에서 막아내지 못해도 0점이었다.

         

       기록은 선 앞 몇 센티미터에서 공을 막아냈느냐에 따라 결정됐다.

         

       “비켜! 이건 너희 같은 여자애들이 치를 종목이 아니야!”

         

       분홍색 체육복을 입은 험악한 인상의 덩치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설명이 거의 끝나갈 즘에 헉헉대며 도착해 레이나와 엘라의 앞에 끼어들었다.

         

       불안한 시선에 성급한 행동거지를 봐서는 실력 때문에 방출된 단원이 분명했다.

         

       바보가 시범을 보여준다는 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엘라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레이나처럼 그가 먼저 하도록 비켜 주었다.

         

       “흥. 이런 시험이라서 다행이다. 내가 섬세함이 조금 부족해서 그렇지. 힘은 어디 가서 안 달리지.”

         

       남자는 장갑을 끼고 X 표시 위에 섰다.

         

       끼이익.

       용수철과 고무로 된 새총은 끊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늘어났다.

       크랭크를 돌리던 학생들이 남자에게 눈빛을 보냈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랭크의 걸쇠가 탕하고 풀렸다.

       동시에 공이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방출이 됐다지만 그래도 서커스 그랑프리에 출전할 실력은 되는 남자였다.

       그는 넘어지지도 않고 공을 놓치지도 않고 두 손으로 공을 받아냈다.

         

       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크핫 웃음을 터트리며 공을 바닥에 던졌다.

       손바닥이 조금 까졌고 허벅지가 뻐근했지만 견딜 만했다.

         

       “별거 아니군, 레카체프! 우리 집이 돈만 많았어도 나도 어릴 적에 여기 합격했지.”

         

       그러나 그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는 금방 무너졌다.

         

       “삑! 자책골! 0점! 금을 넘었습니다!”

       “뭐?”

         

       어리둥절 해하던 남자는 바닥을 바라봤다.

       그가 섰던 X 표시 지점에서 쭉 밀려 나온 고무 밑창 탄 흔적이 절대 넘지 말라고 했던 선을 넘어 그의 발까지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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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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