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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 * *

       

       

       전 볼셰비키 훈장수여 제도 이거 나쁘지 않다.

       

       이제 죽일 만큼 죽였고, 남은 놈들은 별방해도 안 되니 온건하게 대해 줄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어디까지나 수정자본주의의 적은, 아나스타샤주의의 적은 저 독일 공산주의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두면?

       

       

       “오,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빨갱이 놈들에게 너무 자비롭게 대해주시는 건 아닌지요?”

       “우리가 정보망을 아무리 넓게 펼치고 있어도, 러시아는 넓어. 아직 남아있는 공산주의자들도 꽤 남아있을 것이고.”

       

       

       솔직한 말로다가 외국 말대로 노동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거지.

       

       당연히 노동자들과 가까운 존재는 공산주의자들이고, 그런 공산주의자들에게도 훈장을 내리는 것으로 아직 남아있을 공산주의자들을 아나스타샤주의 아래에 단결시키는 것이다.

       

       

       “으음, 두마에서 받아들일까요?

       “마흐노 일로 소집할 때, 그 건도 해결해 봐야지.”

       

       

       그나저나 좀 걱정이네.

       

       이번에는 내가 소집하는 거니, 국가두마도 좀 놀라지 않을까?

       

       

       * * *

       

       

       예상대로 국가두마는 난리가 났다.

       

       왜냐고? 내가 소집했다는 이유 하나였다.

       

       혹시라도, 불만을 뱉을지 모르니 내가 선수 치기로 했다.

       

       

       “음, 총리를 비롯해 두마 여러분에게는 참으로 바쁜 와중에 불러 죄송하지만 급한 일이라서 말입니다.”

       “폐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정도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음, 다들 바쁠 텐데, 한가롭게 불렀다고 할 수는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이야기를 너무 묵직하게 할 수는 없다.

       

       

       “뭐 별거 아니고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나 파 묻으려고 했던 체카 요원이 간만에 인사를 와서.”

       

       

       간단하게 가벼운 느낌으로 뒷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그 순간, 두마에서는 정적과 함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예? 그 마녀사냥을 해도 모자람이 없는 자식이 어디 있습니까?”

       “선대 차르를 시해한 놈들과 한패 아닙니까?”

       “아니, 그때 저한테 전향하여 열강에 제 가족들이 볼셰비키에 의해 재판 없이 처형당한 것과 볼셰비키의 혁명계획을 알린 자들이니, 그걸로 퉁치기로 했습니다.”

       “감히 로마의 황제를 묻으려고 하다뇨! 이놈을 그냥!”

       

       

       아니, 글쎄 장본인은 죽었다니까.

       

       무슨 말할 틈도 없이 로마국민당의 백군 장성들이 난리가 났다.

       

       특히 운게른이 더 그랬지.

       

       나는 겨우 손을 들어 운게른이 씩씩거리는 것을 말렸다.

       

       

       “됐습니다. 운게른 대장. 그 정도면 되었죠. 마지막에 차르일가의 처형을 담당한 볼셰비키 담당자를 죽인 것이 그들이니 괜찮습니다. 제가 그때 용서했으니, 이점은 그냥 넘어가시고, 그 체카요원이 가져온 정보가 중요합니다.”

       “그 찢어 죽여도 모자랄 놈이 무슨 정보를 가져온 것입니까?”

       “우크라이나 자유지구 최고 통치기관으로 설치된 최고노동위원회의 위원장 마흐노가 독일 서기장의 편지를 받고 우리에게 숨기기로 했답니다.”

       “그 체카요원의 말을 믿어도 되는 것입니까?”

       “거짓말할 리는 없습니다. 증거도 있으니까요.”

       

       

       나는 두마 의원들에게 리프크네히트가 보낸 마흐노에게 보낸 러브레터를 돌려보게 하였다.

       

       

       “감히 뒤에서 이런 행동을 벌이고 있다니. 그야말로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 아닙니까? 누구 덕에 자유지구를 설치했는데. 리프크네히트. 그놈과 붙어먹다니!”

       

       

       마흐노가 후일 공산독일과 붙어 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네.

       

       

       “지금, 우크라이나 상황은 어떻습니까? 괜히 명분없이 밀고 들어갔다가 귀찮은 일을 겪는 건 좀 그렇습니다.”

       

       

       적어도 명분은 쌓고 들어가야 한다.

       

       21세기의 우러 전쟁을 보라.

       

       우크라이나의 네오나치를 소탕하겠다고 벌인 특별군사작전에서 우크라이나는 맞서 싸웠다.

       

       그건 푸틴이란 작자의 침략전쟁이니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고 해도.

       

       마흐노의 자유지구는 정말 없애도 괜찮은 곳이거든.

       

       그래도 그런 놈들이라고 해도 명분은 갖추고 들어가지 않으면 저항이 좀 있을 거다.

       

       그건 사양이다.

       

       그러니 최소한 명분은 갖추고 우크라이나인들도 러시아와 싸우느니 차라리 일부가 되겠다. 이렇게 될 정도의 명분은 잡아야 한다.

       

       

       “마흐노의 집단농장으로 말아먹고 있습니다.”

       “집단농장이요?”

       

       

       설마 아직도 개선이 안 되고 있는 건가.

       

       그쪽은 계속 말아 먹어도 좋을 거 같기는 해.

       

       우크라이나가 말아 먹을 수록, 우크라이나인들은 이웃국가와 자기들을 비교하겠지.

       

       주변국이라고 하면 친영 서우크라이나와 러시아합중국인데, 아마 영국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약간 빨간 냄새가 나는 노동자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러시아와 비교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유지구의 지지율도 떨어질 것이고.

       

       안 그래도 ‘무정부’라는 특수성 때문에 내부도 제대로 통솔이 안 되는 모양인데. 이렇게 되면 우리에겐 좋지.

       

       

       “예. 우리 쪽에 곡물은 계속 수출하고 있습니다만. 자기들은 멀쩡하다! 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인 듯합니다.”

       

       

       그랬었지. 실제 역사의 소련도 비슷하다.

       

       소련도 집단농장이 어지간히도 성과가 나오지 않고 반대로 말아먹었는데, 다른 국가의 원조는 받지 않고 자기들이 멀쩡하다는 것을, 강국인 것을 내보이려고 우크라이나에서 수탈한 것을 그대로 수출하기도 했다.

       

       대기근으로 우크라이나인이 수백만이 죽든 상관없던 것이다.

       

       이거 우크라이나 대기근도 터지는 거 아닌가?

       

       이게 말이 집단농장이지. 참 거지 같은 거거든.

       

       결국 지주가 사라지지만, 그 대신 당이 농장을 독점하는 것이라 봐야 한다.

       

       자유지구의 그 최고노동위원회인가 뭔가가 독점한다고 봐야 하고. 바뀐 체제에 농민들이 그대로 따를 리도 없다.

       

       당장 스탈린만 하더라도 독일과의 전쟁보다 농민과의 전쟁이 무서웠다고 했지.

       

       그 반발력도 있을 테고, 이제 막 집단농장이라는 걸 시도해보는 위원회의 명만 따라야 하니 당연히 생산량도 초라했겠지.

       

       그조차도 죄다 수탈해가면 어떻게 될까.

       

       정말 농민들이 마흐노 빠돌이라서 순순히 따르고, 마흐노도 강압적으로 집단농장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면, 말아먹는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을 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자체에서 소련의 우크라이나 대기근 전철을 벌이면 어떻게 되는 건가.

       

       마흐노는 우크라이나를 지옥으로 만들 생각인가.

       

       소련이야 우크라이나는 일부에 불과했지만, 우크라이나 자체에서 마흐노가 따르지 않는 농민들을 죄 죽이겠다고 철저히 수탈 정책을 펼치면.

       

       흠.

       

       그거 그냥 자살하는 꼴이 될 텐데.

       

       러시아 합중국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곡물을 팔아먹는다.

       

       일종의 허세라고 볼 수 있거든.

       

       어떻게든 지금 자유지구의 운영은 잘 진행되고 있다.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만, 진실은 다르겠지.

       

       농민들은 집단농장에 저항하고, 마흐노는 그 농민들을 더 수탈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럼, 생산량이고 뭐고 지옥이 되고, 그 와중에도 없는 거 다 수탈해서 다시 무역으로 팔아먹는다.

       

       결국 우크라이나 자유지구는 가진 것이 없는 그냥 거렁뱅이들만 남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 합중국은 곡물을 다른 나라와 무역으로 얻고 있거든.

       

       소련과 달리 우리는 부족한 것 말하고 무역하고 있다.

       

       서우크라이나도 이쪽에 곡물 팔아넘기고 있지.

       

       2차 세계대전 할 즈음엔 우크라이나 먹고서는 우크라이나를 바탕으로 백군 식량을 담당하게 할 생각인데.

       

       일단 지금 유럽이든 농산물은 우크라이나 산을 주력으로 삼아야 한다.

       

       겉으로는 러시아가 지금 계속 발전하고는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솔직한 말로 독일이 설치한 철도도 내전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예카테린부르크를 중심으로 설치한 것만 완성된 것이지.

       

        러시아 전체로 보면 철도 아직도 깔고 있다.

       

       뭐 일단 다 되면 그때부터 러시아는 지금 보다 더 좋게 되겠지만.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대로 말아 먹으면. 결국 머지않은 미래에 곡물 수입이 좀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 쥐어 짜내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 만 해도 겨우 버티는 거 같은데, 결국 언젠가는 이게 다 떨어지게 되어 있거든?

       

       그때 가면 러시아도 귀찮아진다는 말이다.

       

       그전에 미리 마흐노를 꿀꺽해버려야겠는데.

       

       

       “예, 그럴 것입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저 최고노동위원회에서 농민들을 탄압해서 강제로 집단농장을 밀어붙이면 끝입니다.”

       

       

       이게 참 모자른 것이지.

       

       결국 다 똑같은 인간이다.

       

       노동자들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혁명한 볼셰비키 놈들이 집단농장에서 말아 먹은 것이 괜히 이유가 있겠나?

       

       무능한 관료진이 지주를 대신해 그 자리를 맡은 것이고, 뒤에서 그만큼 해처먹는 것이 있다는 소리다.

       

       모로 가도 그대로고 오히려 더 말아먹는다면 차라리 농민들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것이 낫지.

       

       결국 공산주의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려면, 지금 상태에서 끊임없이 발전하여, 개쩌는 인공지능이 튀어나와 직접 인간을 관리해야 이상적인 지상낙원이 펼쳐진다.

       

       혁명이든, 공산주의 정책이든 뭐든 결국 사람이 하는 이상 썩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당장 중공과 북한이 그랬잖아.

       

       심지어 북한의 김일성도 근본도 없는 도적놈을 북한에 소련이 박아버린 것이고.

       

       그 결과 중공도 북한도 다 썩어 문드러졌다.

       

       따지고 보면 마오쩌둥도 삽질 어지간히 많이 했지.

       

       아무튼 간에, 결국 마흐노도 말이 아나키즘이지. 그 뒤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슬슬 판을 깔아봅시다.”

       “명분을 만들겠습니다.”

       “명분은 그렇죠. 우크라이나 농민들을 선동합시다. 가능하겠습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밑 작업을 해 두었습니다.”

       

       

       맞다. 그러면 이쪽이야 다행이지.

       

       마흐노가 뒤에서 개수작을 벌여도 소용없다.

       

       잠깐,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

       

       그놈들 무정부라며, 말 그대로 정부가 없는 놈들 아닌가? 그럼, 명분이라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건가?

       

       무정부 땅의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러시아의 통치를 바라면 그것으로 되는 거잖아.

       

       국가라고 할 수 없는 단체가 우크라이나 자유지구다.

       

       이렇게 하면, 우리에게 정당성은 있다.

       

       그뿐인가. 우크라이나 농민들도 불만이 많으니 마흐노의 측근을 제외하면 게릴라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고.

       

       

       “아니지. 애초에 무정부인데, 명분이 필요합니까? 어차피 무정부라는 건 정부가 없다는 의미죠. 국가가 아닌 무주공산이라는 뜻이며 그땅의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의 통치를 바란다면 명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명분은 완벽하다.

       

       영국도 애초에 우크라이나 자유지구 성립을 인정하지는 않아도 가만히 있잖아.

       

       마치 공산독일을 묵인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지구를 대놓고 먹어도 아무 말 못 할 거다.

       

       서우크라이나를 직접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야 뭐.

       

       아, 그건 좀 아쉽네.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도록 유도하세요. 최소한 이번에 동우크라이나는 온전히 우리가 합병해야 합니다.”

       “예. 폐하.”

       “자, 그러면 되었고 흠.”

       

       

       이게 참 아깝다. 동우크라이나만 가져가야 하는 것이. 판도가 너무 더럽잖아.

       

       베사라비아와 동우크라이나 사이에 서우크라이나가 껴 있으니 참.

       

       흠, 빨리 2차대전으로 우크라이나를 ‘안슐루스’해 버리면 참 좋을 거 같은데. 지금 좀 무리하면 서우크라이나도 가져올 수 있지 않나?

       

       어차피 영국 괴뢰국이면 우리에게 넘어올 수도 있는 거잖아.

       

       

       “왜 그러시는지요?”

       “서우크라이나를 이 기회에 노리기에는 어떻습니까? 지금 영국이 저 꼴이라면 한번 미끼 정도는 던져볼 만한데.”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기회에 서우크라이나까지 어떻게 해먹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영국을 보라. 지금 당장 우리 시대의 평화를 지금 하는 격 아니냐.

       

       무리하더라도 지금 저지르는 게 좋을 거 같기도 한데.

       

       지금 딱 얕보일 때, 우크라이나 정도는 우리가 접수해도 되잖아? 이런 식으로.

       

       어차피 친영 괴뢰국이면 우리 관할로 가져와도 되잖아.

       

       적당히 우리 영향력 인정해주고 천천히 합병을 하면 될 텐데.

       

       

       “그건 좀 힘들 것입니다. 영국이 반발할 테니까요. 독일에 그만큼 양보했는데, 러시아에까지 양보하면 영국의 체면이 말이 아닐 겁니다.”

       “어쩔 수 없군.”

       

       

       아쉽군. 아쉬워.

       

       원래 역사라면 모를까. 적어도 이곳에서는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는 필요하니까.

       

       내가 아나스타샤인 이상 러시아는 강해져야만 한다.

       

       우크라이나를 얻으면 조금 더 러시아는 발전할 거다.

       

       어쨌든 소련도 우크라이나는 있었으니까.

       

       북만주와 폰토스그리스 쪽은 뭐. 아직 우크라이나만큼 산업력을 써 먹을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우크라이나의 반쪽을 마흐노가 망치고 있으니. 이참에 동우크라이나는 확실히 땅서 마흐노를 몰아내야지. 

       

       그러니 동우크라이나는 이번에 먹고, 서우크라이나는 나중에 지분을 얻어야지.

       

       

       “영국이 저 모양이니 나중에 공산독일과 싸울 때, 영국에 우크라이나를 내놓으라 요구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 영국 상황을 보면 독일과 전쟁했을 때, 브리튼 구석에 처박혀 있을 거 같은데, 그때 되면 우크라이나를 우리가 취해도 별말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두마에서도 후일 뜯자고 한다. 그럼 된 거지.

       

       

       “그렇게 하죠.”

       

       

       나도 예상은 했는데, 그래도 혹시나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퇴고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ㅠㅠ

    집단농장은 협동 농장이라고도 하며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농업에 적용한 것이지만, 그다지 성과는 좋지 못했고, 당이 대신 지주가 되는 것이라 기존의 농노제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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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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