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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1.

       

       행복.

       

       과연 행복이란 게 뭔가에 대해서 철학적인 고찰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행복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행복이 무엇인지까지 고민하기 시작하면 그건 너무 본격적이잖아.

       

       그것과는 별개로 엄마의 물음은 그런 의미였다.

       

       남들 눈에는 미친짓으로 보일 게 뻔한 이 결혼이, 과연 나에게 있어서 행복할 것인지.

       

       처음에는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찾아왔지만, 이내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이건 길게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충격은 컸지만 고민은 짧았고, 대답은 간결했다.

       

       “행복하겠죠.”

       “음?”

       

       당연히 뭐 어떤 대단한 확신을 가지고 내놓은 대답은 아니었다.

       

       내가 무슨 오라클 능력자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그 요상한 알림창도 그 날 이후로는 코빼기도 비친 적 없는데.

       

       소설이나 게임을 보면 남들은 나처럼 이세계에 전생하면 엄청난 치트나 특전 같은 걸 들고 시작하던데, 나에게 있는 거라고는 재능을 대가로 수명을 가져가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는 체질이 전부.

       

       어디 무슨 19금 야겜도 아니고 그렇고 그런 짓을 주기적으로 하지 않으면 죽는 체질이 말이 되는지.

       

       아무튼 생각이 잠깐 삼천포로 새긴 했지만, 내 대답의 요지는 이거였다.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행복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결혼이잖아요. 저야 뭐 그렇다고 쳐도 쟤네는 이 결혼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없겠지.”

       “아무리 사랑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결혼은 현실이에요. 그런데 보세요, 이런 말도 안 되는 결혼도 다 좋다고 하려고 한다니까요?”

       

       물론 당연히 역경도 있을 테고 서로 싸우게 되는 날도 있겠지.

       

       나 같은 경우에는 와이프가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이다 보니 의견이 충돌해서 부부싸움을 할 확률 자체도 더 높을 테고.

       

       하지만 이런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내 말 같지도 않은 제안에 전부 동의했잖아.

       

       우리는 이미 결혼하는 지금의 이 과정 자체가 다른 부부는 겪을 일 없는 난관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 그건 될 것도 아니지.

       

       최소한 걔네는 가문에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반대했어도 일대일이었잖아.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게냐?”

       “이렇게 결혼했는데 당연히 행복하겠죠. 남들이 들으면 도시락 싸들고 절대 이 결혼은 하면 안 된다고 말렸을 텐데, 그런 결혼을 했으니 오히려 당연히 행복해야죠.”

       “남들에게 되려 보란 듯이 더 잘 살겠다…… 뭐 그런 의미더냐?”

       “꼭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결혼하는 과정 자체가 역경과 고난인데 그거만 다 뚫었으니 된 거예요.”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엄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이 들으면 제정신이 아닌 게 틀림 없다고 손가락질 할 결혼. 하지만 한 번 뿐인 인생인데 남들의 시선을 전부 일일이 의식하며 살기에는 너무 피곤할 테지.

       

       물론 평소에는 남들의 시선도 조금 의식해가면서 살아야겠지만, 뒤에서 수군거리고 떠들어 대기만 하는 사람들이 나 대신 결혼해주는 것도 아니니까.

       

       “……네 아빠에게는 내가 한 번 잘 말해보마.”

       

       자기도 이젠 모르겠다는 듯, 엄마가 무거운 목소리로 백기를 들었다.

       

       

       

       

       2.

       

       알린 바이스 백작은 결국 백기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속도 모르고 아들은 희희덕거리는 눈치였지만, 바이스 백작은 나름대로 심사가 복잡했다.

       

       “행복하겠다라…….”

       

       그녀의 심금을 울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니지만, 가감 없이 진심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연륜과 경험은 젊은이가 아니라 어른의 특권.

       

       허락도 받았겠다 단체로 인사를 하고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바이스 백작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암, 행복해야지.”

       

       수도에 상경해서 생활하고 있었으니, 요즘 젊은 귀족 영식이나 영애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연애 결혼을 한다고 해도 바이스 백작은 흔쾌히 승낙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바이스 백작에게는 승작이나 영지의 세를 불리겠다는 욕심은 없었다. 그냥 조상들에게 대대로 물려받은 영지를 잘 다스리다가 때가 되면 장녀에게 물려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정략 결혼 따위를 고려한 적도 없었다.

       

       애초에 정략 결혼이라고 해봤자 말이 좋아 정략 결혼이지, 바이스 백작령 같이 조그만 영지에서 대관절 무슨 놈의 정략을 맺을 게 있어 정략 결혼을 한단 말인가.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

       

       부모 된 입장에서는 여전히 이 결혼이 탐탁지는 않았지만, 루드릭이 행복하다면 상관 없었다.

       

       남편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왔지만, 어쨌거나 최종적인 결정권은 가주인 바이스 백작의 몫. 루드릭을 위하는 마음은 남편도 그녀 못지 않았으니 루드릭의 말을 옮긴다면 어쩔 수 없이 승낙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바이스 백작이 마법이 발동하며 내뿜는 새하얀 빛무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남편의 바가지는 눈 돌릴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루드릭이 행복하겠다는데.

       

       그거면 충분했다.

       

       “……부모 가슴에 대못박지 않고,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충분한 거겠지.”

       

       부모로서 자식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은 대부분 똑같을 테니까.

       

       

       

       

       3.

       

       마침내 공식적인 허락까지 떨어진 이상 폭주하기 시작하는 엘레나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음 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내가 라실과 교제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 나가는 소동은 있었지만, 고작 그런 걸로는 결혼식을 코앞에 둔 엘레나를 막기란 요원했다.

       

       “그러니까 대체 웨딩 드레스를 하루종일 고르고 있는 게 말이 되냐고…….”

       “경이 아직 잘 모르는군. 웨딩 드레스는 신부의 자존심 비슷한 거다.”

       “아니, 보통은 신랑 쪽이 연미복을 뭘 입을지 고민하는 게 정상 아니야?”

       

       고작 웨딩 드레스를 고르지 못해서 열을 올리고 있는 엘레나를 보면 내 상식에까지 혼동이 올 지경이었다.

       

       아니, 이쪽 세상은 남녀역전이잖아. 그럼 신부가 드레스 고민하는 게 아니라 신랑이 연미복을 고민하는 게 정상 아닌가?

       

       혹시 이 세상에서도 신부가 웨딩 드레스를 심사숙고 끝에 고르는 게 일반적인가 싶어 다른 애들을 살펴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에일린은 평소 이미지처럼 무심하게 슥 둘러보더니 하나를 골랐고, 라실도 대충 휙휙 살피다가 아무거나 골라서 집어들었다. 실피아는 잠시 레어에 다녀온다고 하더니 어디선가 잔뜩 화려한 드레스를 하나 가져왔고.

       

       그냥 엘레나가 유별난 거라고 생각하기에는, 예상 외의 복병이 한 명 더 있긴 했다.

       

       “드레스…….”

       

       카탈로그를 펼쳐 놓고 여러 종류의 드레스 그림을 살펴보며 아르웬이 눈가를 좁혔다.

       

       어쨌거나 결국 사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니,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라 실제와는 다를 수 있을 텐데도.

       

       “드레스는 그냥 적당히 예뻐 보이는 거 하나 집어서 입으면 되는 거잖아. 다른 애들도 다 그렇게 하는데.”

       “뭘 모르는 소리 하지 말거라. 일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이 아니더냐. 하물며 내 경우에는 보통의 인간보다 훨씬 긴 생애에서 단 한 번 있을 결혼식이니라.”

       “……진작에 로맨스 소설을 죄다 버렸어야 하는데.”

       

       눈에 불을 켜고 드레스부터 시작해서 사소한 거 하나까지 고민하고 있는 두 별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는 이해하기를 포기했다고 할까.

       

       오히려 엘레나가 나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는 경이야말로 왜 그렇게 간단하게 고르는 거지?”

       “연미복이 다 디자인이 거기서 거긴데 굳이 고민할 필요가 있나……?”

       “……예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가끔은 과연 경이 남자가 맞는 건지 의아할 때가 있단 말이지.”

       “뭐요?”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성차별적인 발언을 내뱉는 엘레나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이쪽 세상의 남자라고 꼭 옷 고르는 일에 진심일 필요는 없잖아. 내가 예외적인 케이스인 건 맞지만.

       

       아무튼 이렇게 투닥거리고 있자니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결혼식에 누구보다 진심인 엘레나는 굳이 말할 것도 없고, 각자 성격이나 스타일대로 대충 고르고 만 에일린이나 라실도 그렇고.

       

       저마다 스타일에 따라 태도는 달랐을지언정 우리가 모두 지니고 있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대감.’

       

       당연하지만 이중에 이미 결혼했다가 이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없다. 나도 전생에 결혼을 했던 것도 아니고, 나머지 다섯 명도 회귀 전에 누구 하나가 나와 맺어졌던 건 아니니까.

       

       이번 결혼식은 모두에게 평등한 조건인 셈이다. 모두 첫 결혼식이니까.

       

       부모님을 찾아 뵙고 인사까지 드리고 온 마당에 갑자기 누구 한 명이 마음이 바뀌었다고 이 결혼을 파혼할 수도 없는 거고,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자 엎질러진 물.

       

       저마다 입으로는 투닥거리고 귀찮다는 듯이 틱틱거릴지언정 입가에 맺힌 웃음기나 표정에 어린 기대감은 미처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무슨 웨딩 드레스를 이렇게 한참이나 고르고 있냐며 타박해도 이 시간이 딱히 지루하다거나 귀찮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어쨌거나 내 결혼식이니까.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엄마에게 행복할 거라고 말했던 말을 이런 식으로 벌써부터 지킬 줄은 나도 몰랐는데.

       

       뭐, 아무렴 어때.

       

       과정이 조금 그렇긴 해도, 결과만 좋으면 장땡이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되었습니다.

    본편 완결 직후에 바로 스토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마음 편하게 외전 연재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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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 the Protagonist of a Romance Novel

I Don’t Want To Be the Protagonist of a Romance Novel

로판 주인공 하기 싫습니다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reincarnated as the eldest son of a noble family with nothing to do.

Even if I put aside the fact that the world I was reincarnated into is a little strange.

– Northern Grand Duchess Eileen is confused after realizing she has regressed.

– Admiral Lassiel realizes she has regressed and immediately turns the fleet around.

– Princess Elena prepares to inspect the Weiss County, chewing over the past.

What is t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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