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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일사천리였다. 

       

       이드밀라를 등에 업은 우리…. 아니, 실제론 우리가 이드밀라의 등에 타고 이동하긴 했는데.

       

       아무튼, 우리는 남은 두 개의 지부 중 가까운 곳에 있는 지부까지 성공적으로 초토화시키고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구출했다. 

       

       “후우. 빡세긴 빡세네요.”

       

       그냥 지부 자체를 전부 쓸어 버리려 했다면 오히려 간단했을 것이다. 

       이드밀라의 브레스 한 방이면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테니까. 

       

       하지만 거기에는 죄 없는 민간인들이 있었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그들까지 쓸어 버리는 건 잔인한 처사였다. 

       

       “차칸 사람들은 쥬그면 안 대. 불쌍하니까 구해야 대!”

       

       아르가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자, 이드밀라도 죄 없는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확실한 곳만 파괴했고.

       

       우리도 최대한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하다 보니 난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흑흑.”

       “이대로 붙잡혀서 일만 하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그중엔 연고도 없이 붙잡혀 와서 탈출에 대한 희망을 거의 버린 사람도, 가족이 있는데도 붙잡혀 와서 그들을 그리워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하던 사람도 있었다. 

       

       ‘막상 이렇게 구해 주고 나니까 뿌듯하긴 하네.’

       

       아르 역시 자신이 이 많은 사람들을 구했다는 생각에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었다. 

       

       “쀼우!”

       

       사람들 앞이라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사람들을 구해써! 히히’ 라는 뜻으로 기쁜 쀼 소리를 연신 냈다.

       

       게다가 아르가 사람들 앞에 가서 ‘이제 걱정할 필요 업써! 전부 마을로 돌려 보내 줄 꼬야!’라며 활짝 웃자, 사람들은 알아듣진 못했지만 굉장히 치유 받은 표정으로 아르의 쀼 소리를 경청했다. 

       

       “아아…. 너무 귀엽네요….”

       “이제 다시 평생 귀여운 건 못 보고 살 줄 알았는데….”

       “가슴 한 곳이 녹아내리는 것 같네요.”

       “어쩜 저렇게 귀여울까….”

       

       후후. 우리 아르가 귀엽긴 하지.

       

       ‘여튼 구해 주면서 싸우는 게 어렵긴 해도 보람이 있어.’

       

       게다가 생각해 보면 구해 주면서 싸우는 편이 우리에게 객관적으로도 더 이득이었다. 

       

       ‘일단 경험치를 얻잖아.’

       

       만약 이드밀라가 브레스로 한 번에 성채를 쓸어 버릴 경우, 간편하기는 하겠지만 나와 아르가 경험치를 얻을 수 없다. 

       

       사람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강한 교단원들과 싸우게 되고, 그러면서 레벨업을 할 수 있으니 우리에게도 이득인 것.

       

       ‘그리고…. 이건 좀 너무 앞을 내다보는 거긴 하지만, 추후 레키온과의 만남을 생각하면 이런 것 하나 하나가 레키온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레키온은 정의감이 투철한 용사다.

       

       현재 대륙 동부에서 하무트교를 박살 내고 다닌다고 하는데, 아마 하무트교 지부에 납치 당한 사람들을 보고 굉장히 분노하고 그들을 구하는 데에 집중하며 싸웠을 것이다. 

       

       ‘만에 하나, 나중에 레키온과 만났는데 레키온이 ‘헤카르테교 세력들과 지부를 박살 내셨다고요? 좋습니다! 저희와 함께하시죠! 그런데 혹시 그곳에 사람들이 붙잡혀 있지 않았습니까?’라고 묻는다면….’

       

       거기서 거짓말을 할 수는 또 없을 테니 그렇다고 대답해야 할 텐데….

       

       그때 우리가 ‘아아! 사람들이요? 붙잡혀 있었죠! 근데 귀찮아서 그냥 한 번에 브레스로 성채를 날려 버려 가지고 아마 다 죽었을 거예요!’라고 하면 그대로 용사vs드래곤으로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다. 

       

       ‘지금 사람들을 구해 놓는다면 레키온을 만났을 때 당당하게 대답하고 호감작까지 할 수 있다는 거지.’

       

       안 그래도 지금 레키온이 드래곤을 적대적으로 생각할지 아닐지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면 무조건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 

       

       ‘물론 대충 우리 편한 대로 싸우고 나서 레키온이 물어보면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갈 수도 있긴 하지만….’

       

       레벨업도 하고, 아르의 뿌듯함도 챙기고, 훗날 레키온에게도 당당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아무리 어려워도 하는 게 맞다.

       

       “이드밀라 님, 그럼 부탁드릴게요.”

       “알겠다.”

       

       현장이 정리되고 사람들을 다시 마을로 돌려보낼 때가 되었다. 

       

       “슬립(Sleep).”

       

       모여 있는 사람들 앞에서 이드밀라가 손가락을 튕기자, 사람들은 일시에 잠들었다. 

       

       이드밀라가 개조한 수면 마법은, 잠들기 전에 있었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자신들을 구해 줬다는 사실 정도만 기억날 거고 그전에 이드밀라가 성채를 부숴 버리거나 아르가 입에서 플레임 캐논을 뿜거나 하는 디테일한 부분들은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딱 그 정도가 좋긴 하지.’

       

       아무리 변방 마을의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처럼 소문은 빠르게 퍼지기 마련.

       

       대륙 남부에서 헤카르테교 세력들을 쓸어 버리고 의문의 맛집 인증 파티가 된 것처럼, 우리가 ‘나쁜 놈들을 처리했다’는 수준까지만 소문이 퍼지는 게 적절하다.

       이드밀라가 하늘을 날았느니, 와이번이 입에서 불을 뿜었느니 하는 소문은 혹시 모르니 안 나는 게 좋고.

       

       “쀼우. 푹 자고 이쓰면 마을에 내려 주께여. 히히.”

       

       아르는 잠든 사람들을 향해 중얼거리며 쀼 소리를 냈다. 

       

       “에구, 우리 아르는 마음씨가 너무 착해서 큰일이라니까.”

       

       사람들 앞에서 위엄 있는 모습만을 보여 주던 이드밀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풀어진 표정으로 아르를 껴안았다. 

       

       “쀼욱…!”

       “후우우, 진짜 어쩜 이렇게 귀엽고 착하고 예쁜 아이가….”

       

       이드밀라는 아르를 번쩍 들어 안고 뚠뚠한 뱃살을 마구 쓰다듬었다. 

       

       “그래, 카르사유도 그랬었지. 어렸을 때부터 항상 해맑고, 귀엽고, 착하고….”

       

       이드밀라는 문득 과거를 떠올린 듯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도 착해빠졌었어. 대륙의 생명들을 최대한 많이 구하겠다며,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이곳저곳을 누비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까지 마신을 봉인했지.”

       

       이드밀라의 목소리는 거의 읊조리듯 작아져 있었다. 

       

       “미련한 것…. 그렇게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지만 않았더라면…. 어쩌면….”

       

       이드밀라는 아르를 꼬옥 안았다.

       

       “…….”

       

       잠시 동안 침묵만이 흘렀다.

       아르는 그 침묵 속에서 조심스럽게 팔을 쭈욱 뻗었다.

       

       그리고.

       

       “쀼우. 이모, 울지 마여.”

       

       자신의 말랑한 젤리로, 이드밀라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이드밀라 님은…. 정말 카르사유 님을 많이 좋아했구나.’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카르사유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느껴졌다. 

       

       “아르야….”

       

       이드밀라는 자신의 뺨을 열심히 뽁뽁 닦아 주는 아르를 보며, 이내 미소를 지었다. 

       

       “고맙구나. 아르야. 이모는 이제 괜찮단다.”

       

       그리고, 곧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쀼, 쀼우? 이모! 아르 손에서 보석이 나타나써!”

       

       이드밀라가 흘린 한 줄기의 눈물.

       

       그걸 열심히 닦아 준 아르의 손에서 은은한 붉은 빛을 담은 투명한 보석이 나타난 것이었다. 

       

       ‘저건…. 설마.’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용의 눈물…?’

       

       몇천 년 동안 마력을 축적한 드래곤이 흘린 눈물은 보석이 된다는 말을, 「레키온 사가」를 하면서 어딘가에서 어렴풋이 본 기억이 있었다.

       

       그 보석은 엄청난 마력과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고 매우 아름답기까지 해서 만약 얻을 수만 있다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고 들었다. 

       

       ‘레키온 사가를 오랫동안 플레이하면서도 단 한 번도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말 그대로 전설 속의 아이템이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드래곤이라는 고고한 존재가, 그것도 몇천 년을 산 고룡이 눈물을 흘릴 일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고룡 눈에 눈물을 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자의 눈은 피눈물을 흘리기도 전에 소멸했을 텐데 말이다.

       

       그런데, 그 전설 속의 아이템을 내가 이렇게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간 폼일 때 흘린 눈물이긴 하지만, 저렇게 실제로 보석이 된 걸 보면 진짜 ‘용의 눈물’이 맞긴 한 것 같은데.’

       

       꿀꺽.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보석에 담긴 엄청난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아이템이 생겨나게 되는 건지 조금 궁금하긴 했었는데….’

       

       이렇게 전설적인 고룡의 눈에서 깊은 감정이 담긴 눈물이 흐를 때에야 비로소 완성되는 아이템이라고 한다면 그 희소성, 희귀성이 이해가 된다.

       

       “용의 눈물….”

       

       실비아 씨도 그 모습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실비아 씨도 용의 눈물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가 보네.’

       

       하긴, 아무리 용의 조력자라 불리는 엘프라고 하더라도 용의 눈물 같은 엄청난 아이템을 직접 볼 일은 없을….

       

       “저희 할아버지 집에도 엄청 쌓여 있던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에요.”

       

       …?

       

       “용의 눈물이…. 쌓여 있다고요?”

       

       실비아는 내 말에 작게 대답했다. 

       

       “아아, 네. 제가 알기로 카르사유 님은 옛날 이야기 같은 걸 듣기를 좋아하셨는데, 저희 조상님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 드릴 때마다 눈물을 펑펑 흘리셨다고….”

       “…….”

       “앗, 이거 말하면 안 되는 거였으려나. 뭐, 레온 씨는 은룡의 계약자시니까 상관없겠죠.”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 헛기침을 했다. 

       

       “…….”

       

       아무래도 아르가 눈물이 많은 이유를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기기 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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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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