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36

       

        

        

       “아깝네, 잡을 수 있었는데.”

        

        

        

        화물선 브릿지 위, 한 명의 선수가 사라진 다이스를 찾고 있었다.

        

        이제는 듬성듬성하다고 해도 될 정도의 컨테이너 숫자. 본래 컨테이너선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위용 – 물품으로 가득 찬 수만 개의 박스를 싣고 위풍당당하게 바다를 항해하는 일반적인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는 항구도시 탄호이저의 특성 탓으로, 요컨대 이 배는 이곳에서 대부분의 화물을 이미 하역하였음을 의미했다. 인터넷에 흔히 돌아다니는 분석 결과에 의하면 만재량의 거의 33%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수준.

        

        게다가 배 자체도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대략적으로는 1000TEU, 쉽게 풀어서 쓰자면 컨테이너를 천 개 실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한 컨테이너당 10톤 정도를 실을 수 있으니 이 배의 수송량은 1만 톤 정도란 소리였다.

        

        물론, 전부 트리위키 피셜이었다.

        

        

        TK1의 1군 프로게이머 서밋Summit.

        

        탄창을 교환하며 그는 주변을 돌아다니는 이들의 위치를 하나하나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이 화물선이 1만 톤밖에 안 되는 소형이라고는 하지만 사람 한 명의 시선으로 모든 걸 전부 감당할 수는 없었다.

        

        설령 아깝게 놓쳤다고 한들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계속해서 교전을 시도했다가는 총소리와 머즐 플래시 등등을 통해 위치가 들킬 수밖에 없었으니까.

        

        에이펙스 프레데터에서는 그런 상황이 자주 나오는 법이었다. 그리고 욕심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더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콰앙!

        

       “…뭐지?”

        

        

        

        브릿지 외부에서 주변을 조심스럽게, 그리고 능숙하게 정찰하던 중 들려오는 소음.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였다. 배 언저리에서 들려왔기에 조심스럽게 그 방면을 조준했지만 무언가 이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이스의 기색도 사라진 상황.

        

        혹여나 하여 스캔탄을 발사해 주변을 훑었지만 단 한 명도 찾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가 그녀에게 완전히 신경을 끄기까지 30초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서밋은 주변을 재차 정찰하기 시작했다.

        

        

        

       ‘킬존 위치가 바뀐다면 낙하산 타고 내려가서…저기 있는 차에 타서 전개해놓았던 다리 타고 가면 되겠다.’

        

        

        

        퇴로 확보는 언제나 중요했다.

        

        여전히 사방에서는 콩 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지어는 수류탄 터지는 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게임이 중후반에 접어듬에 따라 킬존이 이동하는 건 당연했지만, 오늘은 기이하게도 그 킬존이 맵의 정중앙으로 완벽하게 수렴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KSM 참가자들이 벌써부터 이 근방으로 모이는 건 당연. 더군다나 이 화물선은 중앙에서도 거의 중간 즈음에 위치해있었다. 재수가 좋다면 이곳에서 계속 뻐길 수도 있겠지.

        

        조금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이미 게이트도 전개해놓았다. 다른 유저가 왕래할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전개해놓은 다리는 탁 트인 구조 탓에 그 누가 지나가든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건 확실한 킬과 승리. 적어도 10등 안에는 들어야 점수라는 유의미한 요소를 획득할 수 있었으니까.

        

        

        

       ───쿠우웅!

        

        

        

        그러나 한 차례 배가 크게 흔들린 순간,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컨테이너 몇 개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다.

        

        

        

       “아니, 이러면 안 되는데….”

        

        

        

        골치아픈 상황.

        

        항구도시 탄호이저의 유일한 레볼루션은 다름아닌 이 배의 존재 자체였다. 누군가 불을 붙이기라도 하면 컨테이너 내부의 폭발물들이 큰 폭발을 일으켜 배를 출렁이게 만들고, 얼마 남지 않은 컨테이너들은 전부 수로에 쏟아져버리는 것이다.

        

        오늘은 어째서인지 폭발의 규모가 좀 작긴 하지만, 그래도 방금 전까지 계획해두었던 플랜이 어그러진 상황. 설마 다이스가 이걸 노린 건가? 확실히 나쁘지 않은 선택이긴 했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단 게 문제지.

        

        아무튼,

        

        

        

       “내려가야겠네.”

        

        

        

        힐끗 주변을 살핀 그가 머릿속으로 두뇌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배에 자세하게 뭐가 실려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폭발물은 이미 폭발한 상태. 아마 폭발음을 듣고 주변 모든 인원들의 시선이 전부 이쪽으로 쏠렸을테지. 그러면 낙하산을 사용하는 건 위험할 가능성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선택된 방법은 도보로 빠르게 브릿지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계단을 내려가면서도 바깥의 동향을 계속해서 체크한다. 기존에 상정해둔 플랜이 무너진 이상 섣불리 소란을 피우면 불리해지는 건 그 자신이었기에 한층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대략 2분 가량의 시간이 지난 후, 그는 발각되지 않고 브릿지의 맨 아래에 도달했다.

        

        그렇게 갑판 언저리로 내려오고 나서야 화재의 참상이 보였다. 불이 계속해서 번지면서 주변 컨테이너들을 달구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도망가야만 했다.

        

        강철 케이블을 두꺼운 쇠사슬에 매달고 펜스 바깥으로 던진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시간도 걸리고 눈에 띄일 가능성이 높았기에, 적어도 시간이 덜 걸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지이이익!

        

        

        

        등강기를 타고 내려온 뒤, 케이블은 내버려두고 빠르게 달린다. 사전에 봐두었던 차량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상태. 다행스럽게도 이때까지는 그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 듯했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차체의 뒤에 숨은 채 미니맵을 켜고 어디로 갈지를 생각했다. 오늘은 운수가 그다지 좋지 못한 듯했다. 최대한 살아남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 그는 그리 생각하며 차량에 급하게 시동을 걸었다.

        

        부르르릉 하는 어그로 넘치는 소리가 우렁차게 퍼졌지만, 그걸 눈치채고 다른 누군가가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차량의 바퀴가 힘차게 회전하며 서밋을 도로 위의 무법자로 만들고 있었다.

        

        부와아앙.

        

        그렇게 그가 차량에 탑승한 지 30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어?’

        

        

        

        세상에 소리가 사라진다.

        

        느닷없이 눈 앞에서 빛과 어둠이 동시에 번쩍이더니, 갑자기 완전히 눈 앞이 검어진다. 어 하고 입으로 소리를 내뱉기도 전, 시간이 극한까지 느려지면서 몸이 둥실 떠올랐다.

        

        앗 하는 순간 급격히 검게 변하는 화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생각하기도 전, 그의 눈 앞에 익숙한 주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곳은 로비였다.

        

        몇 마디의 문구가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알림 : KIA]

        

       -[사인 : 폭사]

        

        

        

       “…아니, 도대체 뭔데?”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서밋은 그것이 실제 사실임을 절실히 체감함과 동시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콰아아앙!

        

        

        

        그로부터 3km 떨어진 곳.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와장창 깨져버린 유리를 슬그머니 피한 유진이, 그녀치고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해당 방향을 바라보았다.

        

        맵의 정중앙에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기어코 터뜨렸네.”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범인.

        

        입가에서 당혹을 지운 유진이 그 다음으로 선택한 감정은 미소였다.

        

        아무도 없는 공장 안에서, 큭큭거리는 작은 웃음만이 울려퍼졌다.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다이스라는 이름으로 떠오르는 킬 로그가 끝도 없이 올라가더니, 열한 명을 찍고서는 그대로 멈춘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탄호이저의 중앙 항구에서부터 피어오른 작은 불은 단순한 화재가 아닌, 상상 이상의 대폭발과 밀접하게 붙어 있었던 도화선이었다.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격한 광경은 경이 그 자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 화물선 위로 피어오른 수백 미터 이상의 불기둥과, 그것을 감싸는 반구형의 구름. 어마어마한 폭발력으로 인해 대기가 압축되며 수증기가 응결된 것이었다.

        

        한순간 모두가 귀를 막아야만 할 정도의 굉음에 이어, 막대한 충격파가 항구의 크레인과 그 근처 건물들을 마치 수수깡과 스티로폼처럼 날려버렸다. 당연하게도 유리창은 몽땅 깨져나갔고.

        

        반경 100미터 이내는 초토화되었으며, 폭발 반경으로부터 500미터 이상 벗어나지 못한 유저들은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마치 사람이 던진 초콜릿 조각마냥 날아간 수 톤 단위의 컨테이너들이 건물에 처박힌 것이었다.

        

        그리고 폭발 반경으로부터 정확히 700m 지점에서 차를 타고 도망치던 다이스는, 비록 소닉붐에 휘말려 차량과 함께 날아갔지만 건물의 벽면에 부딪혀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유수의 사회자들조차 정지하게 만들어버린 사태. 본래라면 적당한 크기의 폭발로서, 배가 두 동강나며 적재된 화물이 수로에 쏟아질 정도로 마무리되었어야 할 폭발은 여지껏 그 누구도 보지 못한 거대한 폭발이 되어 200만 명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프로판 가스 탱크의 밸브를 전부 열어제끼고, 가루설탕을 터뜨려 컨테이너 안에 흩뿌렸으며, 배터리와 프로판 탱크를 질산암모늄 컨테이너에 적당히 배분한 후, 배터리를 손상시켜 달아오르게 만든다.

        

        그러한 행동에 필요한 시간은 고작 3분.

        

        다이스는 그 정도의 사전 준비만으로 근처 200미터 가량에서 뻐기고 있던 유저들 대부분을 순식간에 몰살시킨 것이었다.

        

        

        간신히 정신줄을 잡은 사회자가 외쳤다.

        

        

        

       “…그,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플레이입니다! 여지껏 탄호이저에서 발생한 폭발은 많았지만, 그것을 대회 규모의 경기에서 성사시킬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SSM의 다이스가 기상천외한 방법을 통해,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앞서나갑니다!”

        

        

        

        정적이 경악으로.

        

        경악이 환호로.

        

        환호가 박수와 함성으로 뒤바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나, 그 거대한 폭발은 수백만 명의 머릿속에서 유진이라는 존재를 – 적어도 이 판만큼은 – 말끔히 지워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불과 십수 분 전 그들이 유진을 응원했던 것처럼, 두 번째 환호의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닌 다이스였다 – 그리고 그 사이,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가장 어이를 상실해버린 이들은 다름아닌 폭발에 휘말려 죽은 선수들이었다.

        

        단순한 날벼락도 아니고, 세상을 살면서 만난 불운 중 단연 원탑이라고 해도 모자랄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날벼락. 이들의 입장에서는 눈만 감았다 떴더니 위치가 로비로 옮겨진 거나 다를 바 없었다.

        

        

        물론, 사망자들은 화면 가득히 치솟는 높이 500m 가량의 버섯구름과 말 그대로 죽사발이 되어버린 탄호이저 중앙 항구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허. 참나, 아니….”

        

       “흐하, 이게 무슨….”

        

        

        

        이 세상에 있는 ‘어이가 상실되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 몽땅 동원되었음에도 현재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이러면 나중에 돌아가서 디브리핑 할때도 아무런 할 말이 없을 거고.

        

        

        

       ‘이때 왜 죽은 것 같니?’

        

       ‘200미터 떨어진 곳에서 깔짝거리던 다이스를 못 막아서 폭사했습니다.’

        

       ‘그래. 열심히 하자.’

        

        

        

        같은 상황…이 나올 리가 없지.

        

        코치도 동료도 아날라이저들도 죄다 이게 뭐냐 싶을 거다. 어쨌든 술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는 썰은 하나 생겼으니 다행인가. 어차피 이미 아웃된 김에 그렇게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홧병이 날 것 같았으니.

        

        야! 니들 근거리에서 핵폭발 맞아봤어? 으이! 내가 마 질산암모늄이랑 같이 사우나도 가고 프로판 깨-쓰통이랑 찐하게 포옹도 하고 마! 아주 그냥 지랄이 따로 없었다.

        

        아마 오늘 안에 트리위키 다이스 항목에 장례식에 틀어야 할 개쩌는 영상으로 올라갈거고, 그 폭발에 희생당한 11명 명단 쫘아악 나오겠지.

        

        

        

       “…재수가 없으려니, 진짜.”

        

        

        

        생각해보면 이것도 다 유진 탓 아닌가?

        

        유진이 없었으면 다이스도 저렇게 미쳐 돌아가지 않았을 거 아냐.

        

        그렇게 머릿속으로 온갖 괴상망측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꽤나 평범하게 생긴 치즈냥이-여캐 아바타 한 명이 바닥에 드러누워 ‘으어어어-‘ 하고 괴상한 소음을 표출하고 있었다.

        

        AP 솔로잉 프로계는 상당히 좁았기에, 누군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TK1의 서밋. TK1의 얼굴마담이자 그만큼의 실력도 존재하는 녀석이었다. 본래라면 아시아 예선전, 잘 하면 본선에도 나가서 비빌 수 있을 정도의.

        

        하지만, 뭐어.

        

        

        

       -풀썩.

        

       “야, 어떻게 사람이 자연재해를 이기겠냐. 그냥 그러려니 해.”

        

       “…아휴, 시부랄. 진짜 AP 못해먹겠다. 올해는 어디서 이렇게 미친 사람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냐….”

        

        

        

        그러게나 말이다.

        

        암묵적인 동의와 함께, 11명은 그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퍼질러 누워있었다.

        

        KSM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래라면 저렇게까지 크게 안 터졌을 겁니다

    프로판 가스가 먼저 폭발해서 배가 두동강나서, 촉진제 역할을 하기 전에 질산암모늄이랑 남은 설탕 등이 전부 바다로 빠질 예정이었습니다

    물론 다이스의 3분 밑작업은…

    다음화 보기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