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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 ***

         

       황국(皇國) 대전(大殿).

         

       “호오…”

         

       수십의 신하들이 도열해 있는 대전은 평소의 정숙함은 온데간데없이 소란스러웠다.

         

       그 대전의 중앙에 자리한 재물 때문이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자태를 뽐내는 귀물이 작게 하나의 산을 이룰 정도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천태수 사마염이 보내 온 재물. 당장 이 곳에 쌓여 있는 재물만 해도 시간을 들여 제대로 팔아치운다면 금자 수백 냥은 거뜬할 보물이 고작해야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옥좌에 앉아 있던 현 황제. 유경은 사천태수 사마염이 보낸 상소문을 읽으며 물었다.

         

       “사천태수 사마염이 보낸 재물이 총 얼마인가?”

         

       “족히 금자 5천냥 분량이옵니다!”

         

       “5천..!”

         

       “어허, 인도를 저버리고 국법을 능멸한 가문이 그런 막대한 부를 쌓다니..!”

         

       “사마염 태수께서 나라의 지엄한 법도를 바로 세우셨군…!”

         

       신하들이 막대한 액수에 놀라 저마다 황금가의 부패함을 비난하고 사마염의 공적을 칭찬했으나…

         

       “흐음…”

         

       유경이 별 반응 없이 옥좌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자 신하들은 그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유경은 그 광경을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구밀복검. 면종복배. 그런 성어들이 절로 떠오르는 광경이었다.

         

       이럴 때는 천고의 충신이 따로 없어 보였지만 유경은 저들의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 권력을 한 조각이라도 더 움켜쥐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자들.

         

       ‘혁기린…’

         

       유경은 혁기린을 생각할 때마다 안타까웠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황실 권력 다툼의 불씨가 된다며 무림으로 떠난 동생.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점창파의 사제를 위해서 상인들을 만나 고개를 숙이고 그 외 세력구도에서도 수모를 당했다고? 다 황실에 남아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었다.

         

       이 빌어먹을 신하들의 권력다툼이 아니었더라면 그 아이는 황실에 남아 남장 따위는 하지 않은 채 근심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겠지.

         

       새삼 분기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신하들의 행태를 곱씹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이건 사마염의 방식이 아닌데.’

         

       이어지는 상소를 읽으며 유경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마염이 사천태수가 된 것은 유경의 의지 반 그리고 본인의 의지 반이었다. 사마염은 유독 혁기린을 귀여워했고 유경 역시 점창파가 자리잡은 사천에 확실한 혁기린의 조력자를 꽂아 넣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혁기린이 부당한 일을 당했다면 사마염이 어련히 알아서 잘 보복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은 애초에 상소에 적지도 않았겠지. 문제는 상소가 올라온 방식과 적힌 내용 자체였다.

         

       황금가라는 거대 상인 가문을 뿌리째 뽑아내는 일이었으니 상소가 이제야 올라오는 것은 그리 문제는 아니었지만…이건 사마염의 업무처리방식과 동떨어져 있었다.

         

       ‘평소에는 잘만 상소를 보내면서 어째서 이번 일은 모든 일이 마무리 되고 나서야 상소를 올렸을까.’

         

       문제의 해결 방식 역시 의문이 남았다. 사마염이 취할 해결 방법이 아니었다. 당가에 협조를 요청한 것은 그렇다 치자. 그런데 사천성 문파들의 자발적 협조? 비석 제작? 감사패?

         

       혁기린의 행적이 묘하게 자세하게 적혀 있는 점이나 필적을 보니 작성자는 사마염이 확실한데…이번 사건에 한해서는 일 처리 방식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혁기린, 당도경, 당도연, 여일예….사천낭인?’

         

       “흐으음…”

         

       [현지 협력자이자 혁기린의 호위 의뢰를 수행하고 있던 사천낭인의 협력과 조력을 받아…]

         

       [사천낭인이 객잔에서 혁기린의 협명을 전파…]

         

       [사천낭인이 소지한 은원패를 사용해 점창파 제자 여일예를 만류…]

         

       [당도경, 사천낭인과 함께 사천성 문파의 호응을 이끌어낼 계책을 수립..]

         

       [낭인들이 잠봉문을 습격하여…]

         

       [여일예는 악인들의 체포를 위해 떠났으며 혁기린과 당도경은 각기 본문과 본가로 귀환 현재 사천낭인은 혁기린과 함께 점창파로 이동…]

         

       사마염이 적은 상소에는 호천안에 대한 내용만 들어 있었고 흑묘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흑묘의 활약은 음지에서 이루어져서 상소에 담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했으며, 흑묘의 존재가 황실에 드러나는 것만으로도 문제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니 사천낭인이라 지칭되어 있었지만 상소에 적힌 활약은 다 호천안의 것이었다.

         

       사천낭인이라. 유경은 턱을 문지르며 고민에 잠겼다. 묘할 정도로 상소문에 자주 등장하는 이 사천낭인. 혁기린과 관계가 있는 것은 맞는 것 같은데…사마염은 무슨 생각으로 이들에 대한 내용을 집어 넣었을까.

         

       ‘흐음. 이거 잘만 하면…’

         

       이거 잘만 하면 혁기린을 별 문제 없이 황도로 한번 부를 수 있는 게 아닐까? 비록 황실의 인원으로서는 아니지만…부정한 자들을 처리하고 황국의 국고로 막대한 금자를 환수하게 하는 공헌을 세웠으니 친히 치하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을 터였다.

         

       “상소를 읽어보니 중양진의 위를 보유한 당가와 사천태수 사마염의 노고가 느껴진다. 의용군을 이끌었던 당도경은 교위직에 봉할 것이며 사마염에게는 황금가에서 몰수한 토지의 일부를 포상으로 내리겠다.”

         

       유경은 혁기린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이립이 되던 해. 어렵사리 한 번 만난 뒤에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동생. 그 뒤로 벌써 6년이나 흘렀는가. 그 사실을 자각하니 유경의 마음에는 혁기린을 향한 그리움이 가득 차올랐다.

         

       그래. 조금 무리하면 어떤가. 같은 황실의 인원으로서 마주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백성과 황제로서 멀찍이 지켜보면 어떤가. 그저 혁기린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떻게 살았는지 이 눈으로 보고 싶다는 충동이 유경의 머리를 채웠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허나 이들 말고도 상소에는 여러 협객들이 이 황국의 법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한 자들이 있었으니 관직 하나 없음에도 이 황국을 위해 힘을 쓴 자들을 치하하고자 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 신하들이 술렁이는 사이 유경은 계속 말을 이었다.

         

       “여일예라는 자는 아직 천하의 기치를 바로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니 점창파에 대신 뜻을 전하겠다. 그러나 사천낭인이라는 자와 혁기린은 내가 직접 그 공을 치하할 것이다. 이는 황명이다!”

         

       혁기린과 호천안을 황실로 소환하라는 황명이 떨어졌다.

         

       *** ***

         

       점창파의 생활도 이제 거의 두 달이 다 되었다.

         

       간간이 날아드는 여일예의 복수 소식을 들으며 선사님들에게 손기술을 가르치고 동시에 무공을 배우는 날들.

         

       아이들에게 충분히 접근한 선사님들은 요새 고민이 많아지셨다. 가까이서 본 아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강구하는 중이랄까.

         

       기도회에서 필요한 부분만 빼내어 만들어낸 상벌회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좋았던 모양이다. 뭐 결국 착한 아이는 칭찬받고 잘못한 아이는 반성을 하게 만들며 행동을 교정하고 그 과정에 즐거움을 주면…

         

       음. 겁나 어렵군.

         

       아이들에 대한 교육은 이제 오롯이 선사님들의 몫이니 나는 간간이 손기술만 가르쳐 드리고 있었다.

         

       그 외에도 변화는 몇 가지 더 있었다. 첫째로는 일속성 영약이 완성되어 섭취했다는 것. 기의 운용이 약간 더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나선식을 통하지 않고는 정상적인 운용은 불가능했다.

         

       “으이이익…!”

         

       또 흑묘는 정말 초절정의 벽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흑묘의 손에 어린 장영이 콜라에서 빠져나오는 탄산처럼 톡톡 터져나갔다. 볼때마다 콜라 마려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지만 벽을 넘기 위해 용을 쓰고 있는 흑묘 앞에서 쩝쩝대며 콜라 먹고 싶다는 헛소리나 할 수는 없었다.

         

       콜라 마렵다는 쓸데없는 감상을 빼면 참 감질나는 광경이라 할 수 있었다. 강기의 응어리가 생기기 직전에 계속 터지는 상황이니까. 정말 아주 조금, 조금만 더 하면 초절정인데 말이야.

         

       “으아악!”

         

       흑묘가 드물게 성질을 내며 바닥에 장력을 쏘아냈다. 아무래도 정신력이 한계에 도달한 모양. 땀을 쥐며 응원하던 혁기린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벌써 저렇게 아슬아슬하게 초절정의 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일주일이나 반복되고 있으니…흑묘도 열이 받을 만 했고 혁기린 역시 진이 빠질 만 했다.

         

       특히 오늘은 기대가 컸다.

         

       “미안해요, 선배…영약까지 줬는데.”

         

       “아냐. 어차피 난 먹지도 못하는데. 거기에 어차피 사마염에게 받은 물건이고 그것도 기연이라면 기연이니 네 몫도 있어야지.”

         

       사마염에게 받은 세 번째 환단을 흑묘가 섭취했기 때문이었다. 내공이 부족하거나 영약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초절정의 벽은 그리 만만치 않은 모양이었다.

         

       “사소한 조각 하나만 있으면 초절정의 경지를 밟을 수 있을 터인데…아쉽군요.”

         

       “하아아…”

         

       그렇게 아쉬움을 달래며 선사님의 처소로 이동하려던 때였다.

         

       “낭인분과 혁기린 대사형께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사천태수 사마염의 서신이 도착했다.

         

       *** ***

         

       “허허…허허..”

         

       서신을 읽어본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니까 황도로 출두해서 황제폐하를 알현하라고?

         

       사마염이라면 황금가의 잔뿌리까지 털어서 국고로 환수하기는 했겠지. 그리고 그 금액이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음…”

         

       나쁜 일은 아니다. 뭐 황제가 직접 치하해준다는 것은 엄청난 보상이 약속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토속성 영약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고. 그 외에도 이것저것 얻을 수 있기도 하고.

         

       문제라면.

         

       “이 정도로 황제를 알현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지방의 고위 관직자들 중에서도 황제의 얼굴을 보지 못한 자가 수두룩한 판국인데 사천성에서 공 좀 세웠다고 황제가 만나준다? 너무 수상하잖아.

         

       혁기린 역시 사마염에게 같은 서신을 받았을까. 나는 곧장 혁기린의 찾아나섰다.

         

       “혹시 황제 폐하의 호출을 받으셨습니까.”

         

       “낭인님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혁기린의 미간에는 주름이 잡혔다.

         

       “후우…이게 무슨 상황인지.”

         

       혁기린 역시 혼란스러운 듯이 보였다. 뭐야…황실과 뭔가 말을 주고 받은 것이 아니었나? 혁기린이 뭐라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 서둘러 달려왔는데 혁기린 역시 나와 같이 아무 것도 모르고 소환 당한 모양이었다.

         

       “일단은…움직여야겠죠.”

         

       “그래야 하겠지요.”

         

       우선은 사천성에 들려, 사마염을 만나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해야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예상치 못한 시기에 사천성 귀환이 결정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래간만에 이 멘트를 써볼까요.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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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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