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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의학에서 부작용이라는 건 나쁜 효과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했던가.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인 효과를 총칭하는 용어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애초에 그 부수적인 효과를 노리고 복용한다면……그건 더 이상 부작용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 아닐까.

        

       비아그라가 원래는 협심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이라고 해서, 먹어본 적 없는 사람조차 알고 있는 효능을 ‘부작용’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잖아.

        

       그러니까- 술의 다양한 효능 중 대부분은, 최소한 내게 있어서는 부작용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채 잠들어버리는 건, 바라 마지 않는 효과고-

       시간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게 흘러버리게 만드는 것도, 간절히 원하는 효과니까.

        

       그러나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리 알코올에 절여진 채 방구석에서 사는 삶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종종 놓친다고 해야 하나.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일, 이주가 훅 지나있는 건 예삿일이었다.

       

       그러다보면……해야 할 일을 잠시만 미루려 했을 뿐인데, 한 달 가까이 지난 후에야 다시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지튜브 관리자 선발처럼.

        

       다들 지튜브의 부재에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몇 개 있다는 팬튜브에 제법 만족을 하고 있는 건지. 원인이야 모르겠으나……최근엔 위게더나 채팅 등에서 지튜브 채널 개설에 관한 민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쩌면 관리자를 곧 뽑으리라고 신뢰하고, 기다리고 있는 걸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주기적이었던 리마인더도 사라진 마당에 조금씩 더 미루다가……메일 어플리케이션 위에 뜬 알람이 300을 넘어간지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최소한 무슨 이메일이 그리도 왔는지 확인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케케묵은 계정에 다시금 접속하게 된 것이다.

        

       공개된 이메일 주소의 메일함은, 그리 오래 방치하지 않았음에도 다양한 이들이 쑤셔 박은 온갖 이메일로 가득했다. 지튜브 관리자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소수인 것 같은데.

        

       그리하여 제목만 얼핏 보기에도 무의미해보이는 이메일들을 성실하게 삭제해나가던 중,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기계적으로 움직이던 마우스 커서가 절로 멈췄다.

        

       이런 이메일을 받을 일이 있었던가.

        

       사과를 함 직한 일을 일삼는 사람들이야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들이 굳이 이메일로 사과할 리가 있나. 고소를 당한 것도 아니고, 밴을 당한 것도 아닌데.

        

       역시, 낚시아닐까. 먹음직스러운 제목으로 내 이목을 끈 후- 정작 본문에는 온갖 괴악한 내용을 가득 채워 두는.

        

       아마……결코 보고 싶지 않은 알몸 사진이나, 방송을 똑바로 하라는 훈계, 아니면 머리에 대회전킥을 날리고 싶다는-

        

       아.

        

       그거.

        

       [안녕하세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

        

       자꾸 이메일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ㅠㅠㅠㅠ 보내드린 이메일 확인을 안 하시는 것 같아서 혹시 묻히거나 삭제하셨을까봐 정말 마지막으로 보내요……

        

       제가 진짜 절대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을 때리고 싶다는 뜻으로 그런 채팅을 치거나 이메일을 보낸 게 아니에요…ㅠㅠㅠㅠ처음에 대회전킥 채팅 쳤을 때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께서 보시고 웃으시는 것 같아서 오해해서 계속 장난친 거예요…… 정말 죄송해요

        

       정말 깊게 반성하고 있어요. 그 때 메일 주신 후로 다시는 그런 장난 안 하고 있고요ㅠㅠ

        

       저 진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 팬이에요ㅠㅠㅠㅠ 방송하실 때마다 생방송이나 다시보기로 다 챙겨보고 있고요, 저번에 챌린저 등반 방송에서 틀어주셨던 아따먹 팬튜브도 제가 편집해서 올리는 팬채널이에요……제가 진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 방송 얼마나 좋아하는데 기분 상하시는 말이라는 거 알았으면 절대 안 그랬을 거예요…

        

       이제는 대회전킥 거린 게 고소당해도 싼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는 드리고 싶어서 이메일 드렸어요.

        

       정말 죄송합니다ㅠㅠ

        

       팬채널은 혹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님 방송에 도움이 될까봐 계속 하고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싫으시면 바로 없앨게요……]

        

       횡설수설하는 듯한 이메일 본문은 한참을 더 이어졌다. 3줄에 한 번씩은 들어있는 정말 죄송하다는 문구가……말뿐인 사과라지만, 이 정도면 정말 진심 아닌가.

        

       문득 드는 호기심에 보낸 사람의 이메일 주소로 검색해보았다.

       

       과연. 당연하게도, 이번 이메일이 처음은 아니더라.

        

       당장 방송을 켜지 않으면 대회전킥을 날리겠다는 이메일들이 줄줄이 나타났다. 내가 시연 영상을 보고 싶다는 이메일을 보낸 후로는, 사과만 하고 있었지만.

        

       눈길을 끄는 제목으로 ‘(법무법인 로그) 스트리머 협박 건 관련하여 메일 드립니다.’는 과했던 모양이다.

        

       장난이었다……고 하기엔, 조금 그런데. 내 입장에서도 그렇지만……변해가는 이메일의 문체를 보면, 제법 마음고생을 한 게 느껴져서 더더욱 그랬다.

        

       그렇다고 그 정도 사과면 충분하다고 하기엔……혹시 내가 용서한 사실이 유출되었을 때, 그 어떤 사과도 충분하지 않을 짓을 저지르고 싶은 친구들이 오해를 할까봐 걱정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역시……방송 선배들한테 지혜를 구해볼까.

        

       활성화된 단톡방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다.

        

       톡으로 질문을 던지고 당연하다는 듯이 답변을 요구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역시 이런 건 직접 만나서 밥이라도 사며 물어보는 게 맞겠지. 고리타분한 레반씨가 기프티콘에 대해 불만을 표한 게 얼마나 됐다고.

        

       아.

        

       겸사겸사……. 그렇네.

       

       그럴까.

        

       * * * *

        

       그날의 뒤풀이로부터 사흘.

       

       아크는 자신의 방송에 찾아와 사진을 내놓으라고 부르짖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 허우적대는 망자들을 대응하는데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크야 혹시 너는 아따먹 이 텐련 폴라로이드 사진 있냐】

        

       “어, 만 원 감사합니다! 감사링! 아니, 상식적으로 제가 만 원 받고 아따먹님 사진을 맘대로 공개할 리가 없잖아요링. 미안하다링! 차단이다링!”

        

       『알겠으니까 제발 링링거리지만 말아다오』

       『해석) 나를 매수하려면 더 많은 돈을 가져와라』

       『어디서 또 이런 ㅈ같은 걸 배워 온 거야』

       『내 아따먹이랑 어울릴 때부터 알아봤다』

       『아 또 10분은 말투 지랄나겠네 씨1팔』

       ㄴ 임시차단되어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사진은 그나마 별포크가 실수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예나의 얼굴을 언급하는 시청자는 칼같이 차단하고, 어그로가 번질 여지조차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맞불을 놓는다.

        

       아크가 본래도 시청자와의 매운맛 티키타카 방송을 지향해왔기에 가능한 대응책이었지만- 이예나의 영향이 없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그런 해결책.

        

       그 중에서도 최근 그녀가 가장 효과가 좋다고 느끼는 건, 이런저런 어미를 활용하는 방안이었다.

        

       이를 반복한다고 해서 이예나의 얼굴을 공개하라는 채팅이나 도네이션이 없어지는 건 결코 아니었으나- 최소한, 채팅창이 호응하는 광경만큼은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었으니.

        

       .

       .

       .

        

       “자, 너무나 아쉽지만 오늘은 미리 고지했듯이 짧방이어서, 이제 방종할 시간이네요. 저는 내일 7시에 또 찾아 뵙겠습니다! 아바~ 트바~”

        

       밤 11시. 아크는 아쉬움을 표하는 채팅창을 뒤로 한 채,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방송을 종료했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었다.

        

       나오나에서 대회 우승 휘장을 뽐내는 건 이미 충분히 즐겼고, 시청자들도 지루해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진행 중인 첫 월드시리즈가 워낙 화제가 되고 있는 탓에……지금처럼 경기와 겹치는 시간대에는, 어차피 시청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곤 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진희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니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혹시 술 한 잔 하실래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고민 상담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아크: 술이요?ㅎㅎㅎㅎ 넹 좋아요!]

       [아크: ??고민이요??]

       [아크: 괜찮으신가요?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뭔가 뉘앙스가 이상한 것 같긴 한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진짜로 별 일은 아니고, 그냥 방송 선배 의견을 여쭙고 싶어서요]

        

       [아크: 아!]

       [아크: 넵넵]

       [아크: 저야 좋죠!ㅎㅎㅎㅎ 언니 모멘트 만끽하겠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면 오늘 방종하시고 볼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가 근처로 갈게요]

        

       [아크: 앗]

       [아크: 오늘요??]

       [아크: 저는 좋긴 한데 방종하면 너무 늦을까봐요……괜찮으시겠어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네 좋아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그러면 이따 뵐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지도 링크)]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여기서 맥주 한잔하면서 보고 있을 테니 방송 잘 하시고 천천히 오세요]

        

       [아크: 네네!!]

       [아크: 아]

       [아크: 다른 분들도 부를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한 번 볼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

        

       도움을 구한, 후배 아닌 후배 때문이었다.

        

       그 이예나가 대체 방송적으로 뭘 고민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호기심이 5할,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5할, 그리고 늦게 가면 이미 만취한 상태일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다시 5할.

        

       도합 150%의 의욕으로, 아크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팬……을 기다리게 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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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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