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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네?”

       

       질문을 던진 자가 되물음과 동시에 웅성이는 소리가 더 커졌다.

       

       왜들 저러는 건지. 이보다 더 효율적인 선별시험이 어디 있는가.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다 보면 자연스레 강자는 살아남고 약자는 도태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대들은 죽어도 죽지 않는 이들. 이런 식으로 시험을 한다 하여도 반감은 크지 않을 터인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딴게 정파?]

       

       “무언가 착각을 하고 있구나. 이 곳은 정파가 아니다.”

       

       – ??

       – 화산은 정파잖아.

       – 나 무협 잘 모르는데 화산이 정파인 건 암.

       

       “그건 과거의 화산이다. 지금의 화산은 정도 사도 아닌 나의 문파고.”

       

       내가 왜 정파의 가랑이 아래로 들어가야 하지?

       

       그 멍청이들이 뭐가 잘났다고 내가 고개를 숙여야한단 말인가.

       

       바닥을 기는 것은 약자의 역할이다. 본인이 할 일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선언을 하듯이 이야기를 하자 웅성이는 소리가 더 커졌다.

       

       “지금 나의 발언이 마음에 안 드느냐?”

       

       그럴 수 있지. 정파에 속했다는 것이 일종의 상징성을 지닌다는 것을 본인도 이해한다.

       

       허나 그대들이 불만을 품는다 하여서 내가 생각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그게 불만이면 돌아가도 된다. 말리지 않으마.”

       

       말리지 않겠다.

       

       아니 제발 좀 돌아 가다오.

       

       지금 오백이라는 숫자도 과히 많다.

       

       사람이 좀 줄면 시험을 관리하기도 편할 테니 떠난다면 내 박수로 그 결정을 칭찬해 주겠다.

       

       그리 말을 했지만 등을 돌리는 이는 없었다. 다들 멀뚱히 나를 쳐다볼 뿐.

       

       그래. 이럴 줄 알았다.

       

       명예니 뭐니 하는 것보다 내 가르침을 더 기대하고 있다 했으니 정이니 사니 하는 것에 관심도 없겠지.

       

       “그럼 이제 다 알아들은 것으로 알겠다. 시작하자꾸나.”

       

       *

       

       설아는 화산의 시험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화산의 아래에 도착했다.

       

       혹시 늦는 것보다 빠르게 도착해서 기다리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기에.

       

       무엇보다 먼저 도착해 있으면 화령님을 한 순간이라도 빨리 볼 수 있을 거 아냐.

       

       부푼 기대를 안고 화산에 발을 들인 그녀였지만 안타깝게도 설아를 맞이해 준 건 화령이 아닌 하린이었다.

       

       화산의 입구에서 참가자들을 확인하던 하린은 설아를 보자마자 그대로 굳어 버렸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 여긴 화산의 시험을 보는 자리인데요.”

       “저도 시험참가자거든요?”

       “메일 보여주시겠어요?”

       

       당신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현에 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메일을 열었다.

       

       거기에 적힌 건 분명 화령이 설아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그를 확인한 하린은 찝찝한 듯 메일과 설아의 얼굴을 번갈아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 일으키지 마세요.”

       “화령님이 있는데 제가 이상한 일을 하겠어요?”

       “그래서 더 불안한 건데요.”

       

       하린을 지나쳐 대기 장소로 온 설아는 자신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단 것에 놀랐다.

       

       무림 최강을 위시로 한 옛 화산파의 중심이 되던 사람들.

       

       단순히 화산의 무공을 다루는 실력만 따진다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이들이니 이 시험의 자리에 있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묵묵히 검을 휘두르고 있는 남자는 랭커 중 한 명인 번개잘랐다고. 였다.

       

       화룡무인 유저 중에서 검을 잘 다루기론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그다. 아마 매화검법을 배울 수 있다는 소리에 달려온 게 아닐까.

       

       “나설님도 오셨네요.”

       

       마지막으로 화룡무인 1위 문파 유저 무림맹의 간부 중 하나인 시유검도 있었다.

       

       “시유검님도 화산파였어요?”

       “명목상으로만요. 그래서 뽑힐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왔네요. 나설님도 그렇지 않아요?”

       “네. 그렇긴 한데.”

       

       그래도 자신은 본의는 아니더라도 화산에 공헌한 게 있긴 하지만 시유검은 아예 화산과 연관이 없는 사람이지 않나.

       

       설아는 이상하다는 생각하면서도 그를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화령님이 하시는 일이니까. 다 생각하시는 게 있겠지.

       

       그 후로 여러 유저들이 대기 장소로 왔다.

       

       대부분은 화산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었다.

       

       대부분은 화산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었지만 가끔씩 설아나 시유검 같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화산 유저들의 십분의 일 정도가 아닐까.

         

       최초로 지존과 만난 유저인 민나노모노나 정파의 영웅이라 불리는 팬티 보여줄게 같은 네임드들만 보이는 걸로 봐선 지원자 중에서 랭커만 불러 모은 게 분명했다.

       

       나도 그래서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걸까. 내가 항상 50위권 이내에 드는 유저라서?

       

       설아는 자신이 게임을 열심히 한 게 헛된 일이 아님을 깨닫고 기쁨에 몸서리쳤다.

       

       슬슬 지원자들이 다 모였는지 사람이 오는 속도가 느려질 무렵 화산파 한 가운데 자리한 단상 위로 화령이 등장했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웅성이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일순 잦아들었다.

       

       그만큼이나 화령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화령이 아름다운 건 사실이었지만 그건 그리 중요치 않았다.

       

       VR세상에서 예쁘다는 건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다. 바란다면 누구나 예쁘고 멋진 아바타를 쓸 수 있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럼에도 화령에게 시선이 끌린 건 그녀가 지닌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무심하면서도 고고한 그 시선에는 주변의 공기를 집어삼키는 알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처음으로 화령의 실물을 보게 된 설아는 화령에게서 한 순간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신이 너무도 동경하던, 가히 신처럼 여기던 사람이 눈앞에 등장한 것이다. 다른 그 어떤 것도 그녀의 시선을 빼앗진 못했다.

       

       화령은 단상 위에 올라와서 가볍게 지원자 무리를 훑어보았다.

       

       “시유검님! 보셨어요! 화령님이 절 보셨어요!”

       “그냥 가볍게 훑어본 거겠죠.”

       “아뇨. 분명 저와 눈이 마주쳤어요! 저에게 깨달음을 주실 거에요!”

       “아… 네.”

       

       감동을 하다못해 거의 전율을 느끼는 설아를 보고 시유검은 짜게 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화령은 자기 할 일을 했다.

       

       방송을 켜서 시청자들과 투닥거리다가 자신이 단상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곤 헛기침을 내뱉었다.

       

       아무리 보아도 위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지만 설아에겐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화령이 잠시라도 자신을 봐주기만을 원하며 열렬히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러다 화령이 단상 앞으로 나섰다.

       

       “반갑다.”

       

       그녀가 입을 열자 이 공간 전체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음공의 일종이겠지. 유저 중에도 저런 기술을 사용하는 이가 있었기에 설아도 저런 방식 자체엔 익숙했다.

       

       허나 기술의 경지가 달랐다.

       

       보통 유저들이 사용하는 확성은 조잡했다. 음질이 다 찢어지는 마이크와도 같아서 말을 전달하는 용도로는 사용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화령의 확성은 놀랍도록 선명했다. 저 소리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일 게 분명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화산에 모인 유저들이 거기에 감탄을 하는 동안에도 화령은 무덤덤하게 시험에 관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쉽게 설명해주지. 지금부터 서로 죽여라. 투쟁에서 살아남아 하기정에 도착해라.”

       

       화령이 이야기한 시험은 쉽고 단순했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좋으니 선착순 50명 안에만 들라는 것이다.

       

       정파의 일원을 뽑는 시험이라 보기엔 어려웠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 있는 이들 중에서 정파니 사파니 하는 것을 크게 신경 쓰는 자는 없었다.

       

       그런 명예를 신경 쓰는 자들은 이미 화산에 혈교와 결탁한 문파라는 이름이 붙었을 때 다 떨어져 나갔다.

       

       이 곳에 있는 이들은 화산이라는 이름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과 화령에게 배움을 얻고자 하는 이들 뿐이었다.

       

       화산이 정도 사도 아닌 자신의 문파라고 화령이 소리쳤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옛 화산에 속한 이들 중에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뿐.

       

       화령이 떠날 테면 떠나라고 등을 떠밀었음에도 자리를 뜨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움직이는 자가 없는 것을 확인한 화령은 한 번 어깨를 으쓱이고는 시험의 시작을 선언했다.

       

       그와 동시에 유저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지만 섣부르게 움직이는 자는 없었다.

       

       먼저 움직였다가는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기에.

       

       이럴 때 튀는 사람은 어지간히 실력이 좋지 않는 한 먼저 탈락하기 마련이었다.

       

       설아도 그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가만 서서 주변 유저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나설님.”

       

       설아가 경계를 높이던 때에 시유검이 말을 걸어왔다.

       

       “왜요.”

       “저희 좆 된 거 같은데요.”

       “네?”

       “지금 주변에 화산파 사람들밖에 없잖아요.”

       

       지원자로 모인 오백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화산에 헌신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화산에서 보냈기에 서로 친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설아를 비롯한 네임드 유저들은 다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효율을 위해 화산에 이름만 올려둔 이들에 불과하다.

       

       그러니 소속감 또한 옅고 화산의 유저들과 친하지도 않다.

       

       이런 경우에 가장 먼저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게 누구일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뻔했다.

       

       “저희끼리라도 협력해야 할 것 같은데요.”

       

       설아는 소유검의 제안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화령님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50명 안에 들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어. 그러니 협력을 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아.

       

       설아와 소유검이 서로 등을 맞대자 화산의 유저들도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일종의 포위망이 형성되며 팽팽한 대치가 이어진다.

       

       “설아님. 화산의 무공 다룰 줄 알죠?”

       “당연히 알죠.”

       

       화산이 분명 검을 주력으로 하는 문파지만 이 곳에도 권술이 있고 장법도 있다. 그리고 설아는 그 둘 모두를 사용할 줄 알았다.

       

       “그러는 소유검님은요?”

       “저 예전엔 화산의 검법을 주력으로 썼어요.”

       “그럼 문제없겠네요.”

       

       어디로 돌파하면 될까 설아가 간을 보던 와중에 다른 곳에서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팬티보여줄게가 화산의 유저들에게 협공을 당하고 있었다.

       

       “너희들이 그러고도 정파냐!”

       “방금 화령님이 한 말 못 들었냐?!”

       “우리 이제 정파 아니거든?!”

       “닥쳐라! 변태새끼야!”

       “변태라니! O스하고 싶다! 니가 할 말은 아니잖아!”

       

       저 소란이 신호탄이 된 듯 설아를 포위하던 화산의 유저들이 몸을 움직였다.

       

       시험이 진정으로 시작된 순간이었다.

       

       *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이딴 게… 정파?]

       

       “정파가 아니라고 했다만?”

       

       – 그치만 이건 좀.

       – 강한 사람 먼저 떨구는 게 전략이긴 한데.

       – 랭커도 다구리 앞엔 장사 없구나.

       – 다른 화산 유저들도 랭커까진 아니어도 상위 유저임. 수로 밀어붙이면 힘들지.

       

       화산의 이들은 힘을 합쳐 자신보다 강한 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화산내의 결속은 괜찮군.

       

       이런 식으로 협력해서 싸워 본 게 한 두 번이 아닌지 움직임이 유기적이었다.

       

       여전히 이치를 쫓는 건 버거운 지 예전에 하던 대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화산의 무공에 익숙하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 HOXY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중간에 랭커들 끼워 넣은 거 화산 사람들 실력 테스트하려고 그런 거임?]

       

       “그렇다.”

       

       자신보다 강한 이를 상대로 싸울 때 사람은 자신이 지닌 본 실력을 드러낼 수 있으니까.

       

       – ㄷㄷ.

       – 랭커들 불쌍해.

       – 저 사람들이 지원한 거잖아.

       – 그래도 그렇지.

       

       “저들에게도 나름의 기회를 준 셈이다. 화산의 결속을 뚫고 50명 안에 도착하면 되는 것 아닌가.”

       

       본래라면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터이다만 실력을 보인다면 인정을 해주겠단 것이다.

       

       이 얼마나 관대한가.

       

       뭐어. 대충 보아도 저 랭커라는 작자들 중에서 첫 시험을 통과할 이는 채 다섯도 안 될 것 같긴 하다만.

       

       – 너어는 진짜 나빴다.

       – 이게 희망고문인가?

       – 저 사람들 입장이면 욕 나올 듯.

       – 이 분 천마 컨셉에 진짜로 잡아 먹혔는데?

       – ㄹㅇ. 인성이 진짜.

       

       채팅창에서 본인의 악행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저 정도는 귀여운 투정이었다. 진심으로 하는 비난은 종류가 다르지.

       

       가만 단상에서 유저들이 싸우는 걸 살피던 중 한 사람이 자신의 내기를 흩뿌리면서 소리를 쳤다.

       

       “덤벼. 이 새끼들아!”

       

       그 자가 검을 휘두르자 검로를 따라 뇌기가 퍼져나갔다.

       

       저건 아무리 봐도 화산의 무공이 아니구나. 남궁쪽인가?

       

       안 그래도 본보기를 하나 보여줬어야 했는데 잘 되었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O스하고 싶다는 검열 된 게 아니라 진짜 닉네임이 저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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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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