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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리,안님?”
    “분명 은인께서 믿는다던 신…?”
    ​
    ​
    어느새 피아는 마녀가 아닌 은인이 되어있었다. 두 아이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
    “텐테의 배에서 피가 이렇게 막막… 안 멈추고 나오고.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데…”
    “응, 맞아. 너무 아팠었어. 그런데 갑자기 안 아프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
    ​
    부모의 가슴을 박박 찢어놓는 말에, 두 아이의 부모는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이 겪었던 장면이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그려졌다. 전부 개그 필터 덕분이었다.
    ​
    ​
    “이제 안 아파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리안님이 갑자기 다가오셔서 나를 붙잡아서 지상으로 끌어당기셨어!”
    “아아! 그때 그 모습이 널 데려오신 거구나! 그다음에 칼을 막 뽑으셨는데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어! 봐봐!”
    ​
    ​
    아니엘이 텐테의 윗옷을 걷어 올리자 핏자국만 조금 남은 매끈한 배가 드러났다. 이곳에 칼이 꽂혔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지만…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 장면 때문에 아이들의 말이 진실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
    ​
    “그런 기적이…”
   “설마 정말로 신께서 -…”
    ​
    ​
    웅성웅성.
    ​
    ​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그 순간.
    ​
    ​
    끼이익.
    ​
    ​
    노인의 방으로 이어지는 단상 뒤쪽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아이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빠져있던 마을 주민들이 곧바로 정신을 번쩍 차렸다.
    ​
    ​
    ‘설마 아이들을 납치했던 망할 놈이 돌아온 건가?’
    ‘하지만 분명 죽었다고…’
    ‘한패가 돌아온 걸지도 몰라!’
    ​
    ​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아이들은 물론 피아와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까지 전부 보호하듯 마을 주민들이 앞으로 성큼 나와 농기구 따위를 무기처럼 들어 올렸다.
    ​
    ​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
    ​
    또각또각.
    ​
    ​
    익숙한 구둣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을 모시는 신관이 주로 신는 구두에서 나는 소리였다. 마을 주민의 경계심이 훅 치밀어 오르는 순간, 신전 창문을 통해 새하얀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막 문을 넘어온 이를 비춰주었다.
    ​
    ​
    “허억…”
    “흡…!”
    ​
    ​
    환하게 빛나는 달빛 아래 그보다 하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졌다. 마치 짐승의 눈처럼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금안은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
    ​
    그 아래 차려입은 새하얀 천에 금실이 수놓아져 있는 화려한 신관복은 그림같이 어울렸다.
    ​
    ​
    신화 속에 나오는 신의 사자가 저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
    ​
    마을 주민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넋을 놓고 리안을 바라보았다.
    ​
    ​
    “피아.”
   “아…”
    ​
    ​
    리안이 나직한 목소리로 피아를 부른 순간, 누군가는 앓는 듯한 소리를 흘렸다. 조금 전까지 그저 감사하기만 했던 은인에게 저열한 질투와 부러움이 치밀었다. 위대한 존재에게 선택받은 인간을 향한 질투였다.
    ​
    ​
    그런 분위기와 달리 리안은 속으로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있었다.
    ​
    ​
    ‘괜, 찮은거 같지?’
    ​
    ​
    리안은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칼에 찔린 아이, 쓰러진 미소녀, 흉흉한 마검을 들고 도망친 남자.
    ​
    ​
    늘어놓은 정보만 딱 봐도 알겠지만 -… 이대로 도망쳐 버리면 자신이 아이를 칼로 찌른 범죄자로 몰릴 수 있었다. 
    ​
    ​
    개그 세계에선 범죄가 일어났을 때 그 자리에 마지막까지 남은 호구나, 가장 먼저 도망친 이가 범인으로 몰린다. 목격자가 없는 경우엔 호구가 범죄자가 되고 목격자가 있는 경우엔 도망자가 범죄자가 된다.
    ​
    ​
    지금 리안이 처한 상황은 명백한 후자였다.
    ​
    ​
    ‘이럴 때 범인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선… 도망가지 않아야 하지.’
    ​
    ​
    리안이 도망치지 않고 신전 안쪽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 갈아입을 옷을 찾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빠르게 옷을 찾아 입은 후 ‘도망간 게 아니라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것뿐이었다! ’ 라고 변명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은 피할 수 있을 터였다.
    ​
    ​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옷부터 찾아야… 오오! 옷장 찾았다!’
    ​
    ​
    그는 노인의 방 한쪽을 차지한 옷장을 활짝 열었다. 안에는 새하얀 옷에 금실이 수놓아져 있는 신관복이 보관되어 있었다. 딱 봐도 화려해 보였기에 다른 옷을 찾으려 했지만.
    ​
    ​
    [ 음, 평범한 신관복이군. ]
    ‘이게 평범한 거야?’
    [ 그래, 보통 신관들은 저 옷을 자주 입는다. ]
    ‘하지만 전에 봤던 신관은 좀 더 어두운 톤의 옷을 입었는데? ]
    [ 글쎄, 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군. 내가 봤던 신관들은 대부분 저렇게 생긴 옷을 입었었다. ]
    ‘그..런가?’
    ​
    ​
    마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본 신관복은 기억하는 이가 드래곤 밖에 없을 정도로 과거의 옷이며, 금실이 수놓아져 있는 신관복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입는 전통복일 뿐이었다.
    ​
    ​
    ‘아무리 그래도 너무 화려한데.’
    ​
    ​
    리안은 다른 옷을 찾고자 옷장을 뒤적였다. 노인은 아이들을 도살한 후 옷을 갈아입고 올 생각이었기에, 평소에 입던 신관복을 넉넉히 챙겨간 상태였다. 그 탓에 다른 신관복을 찾을 수 없었다.
    ​
    ​
    ‘으으… 에라 모르겠다!’
    ​
    ​
    이대로 더 시간을 끌면 변명할 기회도 없을 것 같아 마검을 역소환하고 새하얀 신관복을 입었다. 
    ​
    ​
    ‘이거… 생각보다 더 화려한데?’
    ​
    ​
    특별한 날에만 입는다는 특수성이 더해져 과거의 신관복보다 훨씬 화려했다. 그렇다고 당장 옷을 벗을 순 없기에 그 상태로 기도실로 향했다.
    ​
    ​
    ‘으아아… 역시 오해하고 있나 봐!’
    ​
    ​
    리안은 경계심이 가득한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 순간 튈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피아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곤 용기를 가졌다.
    ​
    ​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무섭다는 이유로 도망칠 순 없지!’
    ​
    ​
    없던 용기도 끌어내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뜻을 담아 마을 주민들 사이로 보이는 피아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
    ​
    그러자 분위기가 놀라울 정도로 누그러졌다.
    ​
    ​
    ‘괜, 찮은거 같지?’
    ​
    ​
    괜한 걱정이었다는 듯 마을 사람들은 리안을 매우 환영했다. 감사하다는 인사가 파도처럼 쏟아졌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
    ​
    리안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아 그저 눈치를 보며 대응했다.
    ​
    ​
    “아…♥”
    ​
    ​
    리안의 뒤에서 두 손을 깍지 낀 채 서있던 피아가 전율을 느끼며 작게 신음을 흘렸다. 
    ​
    ​
    ‘그래… 이거야. 이게 바른길이야.’
    ​
    ​
    그녀는 리안이 진정 신으로 모셔지는 것 같은 모습에 희열을 느끼며 제 존재 이유를 재차 자각했다.
    ​
    ​
    ‘나는 리안님의 위대함을 더,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해. 그리하여 보다 많은 이들을 빛의 길로 인도해야 해!’
    ​
    ​
    이날을 기점으로 피아는 적극적으로 리안교를 알리기 시작했다. ‘개그 필터’라는 무시무시한 기적은 수천이 넘는 신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지만 -… 그건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
    ​
    ***
    ​
    ​
    시간을 조금 과거로 돌려 리안이 피아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을 쯤. 
    ​
    ​
    “오빠…?”
    ​
    ​
    아이리스는 길을 잃은 상태였다. 피아를 찾아 나선 리안을 쫓다가 중간에 놓친 탓이었다.
    ​
    ​
    “여긴 어디지?”
    ​
    ​
    그녀는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칙칙한 회색빛의 돌벽으로 이루어진 복도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아이리스는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
    ​
    ‘오빠가 분명… 길을 잃었을 땐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했었는데…’
    ​
    ​
    딱 봐도 가만히 서있는다고 해결될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한시라도 빨리 오빠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
    ​
    그런 아이리스는 조용히 내려다보는 이가 있었으니.
    ​
    ​
    “후후후… 걸려들었구나.”
    ​
    ​
    진한 화장을 한 중년의 여성. 리안에게 치근덕거리다가 아이리스에게 경고받았던 신관이었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하얀 가운을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있었다.
    ​
    ​
    그녀가 걸터앉은 침대에는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가 세상모르고 잠들어있었다. 시선을 굴려 질척거리는 시선으로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
    ​
    ‘저년의 피를 한 방울까지 전부 마신 후에 작업을 끝내면 딱 맞겠다.’
    ​
    ​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얼마 전 마을에 있는 어여쁜 처녀와 결혼한 나무꾼 집 아들이었다. 그녀는 신혼부부 가정을 망가뜨리는 걸 즐기는 악질이었다.
    ​
    ​
    특히 아내가 아름다운 신혼부부일수록 욕구가 활활 타올랐다. 저주를 이용해 남자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끝내 자신에게 매달리게 만들면, 젋고 아름다운 남자의 아내보다 자신이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처럼 느껴져 그 짓을 반복했다.
    ​
    ​
    오늘은 특별히 무너진 자존심을 채우고자, 소꿉친구 시절부터 쌍방 짝사랑하다가 끝내 결혼까지 성공한 순애 부부를 끝장낼 생각이었다.
    ​
    ​
    ‘오늘 밤은 최고의 밤이 될 거야.’
    ​
    ​
    불쾌한 여자의 피로 목을 축이고 자신을 ‘아주머니’라고 부르던 남자를 함락시킬 최고의 밤이 될 거라는 생각에 여자는 달뜬 숨을 뱉었다.
    ​
    ​
    그렇게 최악의 밤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옆집 노인은 심장이 와장창 되었다는데 여긴 어떨지…
순애를 방해하는 할머니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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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님?”

“분명 은인께서 믿는다던 신…?”

어느새 피아는 마녀가 아닌 은인이 되어있었다. 두 아이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텐테의 배에서 피가 이렇게 막막… 안 멈추고 나오고.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데…”

“응, 맞아. 너무 아팠었어. 그런데 갑자기 안 아프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

부모의 가슴을 박박 찢어놓는 말에, 두 아이의 부모는 물론 마을 주민들까지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아이들이 겪었던 장면이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그려졌다. 전부 개그 필터 덕분이었다.

“이제 안 아파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리안님이 갑자기 다가오셔서 나를 붙잡아서 지상으로 끌어당기셨어!”

“아아! 그때 그 모습이 널 데려오신 거구나! 그다음에 칼을 막 뽑으셨는데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어! 봐봐!”

아니엘이 텐테의 윗옷을 걷어 올리자 핏자국만 조금 남은 매끈한 배가 드러났다. 이곳에 칼이 꽂혔다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졌지만…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 장면 때문에 아이들의 말이 진실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기적이…”

“설마 정말로 신께서 -…”

웅성웅성.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그 순간.

끼이익.

노인의 방으로 이어지는 단상 뒤쪽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아이들의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빠져있던 마을 주민들이 곧바로 정신을 번쩍 차렸다.

‘설마 아이들을 납치했던 망할 놈이 돌아온 건가?’

‘하지만 분명 죽었다고…’

‘한패가 돌아온 걸지도 몰라!’

경계심이 가득한 얼굴로 아이들은 물론 피아와 네스트 조직의 아이들까지 전부 보호하듯 마을 주민들이 앞으로 성큼 나와 농기구 따위를 무기처럼 들어 올렸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또각또각.

익숙한 구둣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을 모시는 신관이 주로 신는 구두에서 나는 소리였다. 마을 주민의 경계심이 훅 치밀어 오르는 순간, 신전 창문을 통해 새하얀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막 문을 넘어온 이를 비춰주었다.

“허억…”

“흡…!”

환하게 빛나는 달빛 아래 그보다 하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흐트러졌다. 마치 짐승의 눈처럼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금안은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 아래 차려입은 새하얀 천에 금실이 수놓아져 있는 화려한 신관복은 그림같이 어울렸다.

신화 속에 나오는 신의 사자가 저런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마을 주민들은 누구 하나 빠짐없이 넋을 놓고 리안을 바라보았다.

“피아.”

“아…”

리안이 나직한 목소리로 피아를 부른 순간, 누군가는 앓는 듯한 소리를 흘렸다. 조금 전까지 그저 감사하기만 했던 은인에게 저열한 질투와 부러움이 치밀었다. 위대한 존재에게 선택받은 인간을 향한 질투였다.

그런 분위기와 달리 리안은 속으로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있었다.

‘괜, 찮은거 같지?’

리안은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칼에 찔린 아이, 쓰러진 미소녀, 흉흉한 마검을 들고 도망친 남자.

늘어놓은 정보만 딱 봐도 알겠지만 -… 이대로 도망쳐 버리면 자신이 아이를 칼로 찌른 범죄자로 몰릴 수 있었다.

개그 세계에선 범죄가 일어났을 때 그 자리에 마지막까지 남은 호구나, 가장 먼저 도망친 이가 범인으로 몰린다. 목격자가 없는 경우엔 호구가 범죄자가 되고 목격자가 있는 경우엔 도망자가 범죄자가 된다.

지금 리안이 처한 상황은 명백한 후자였다.

‘이럴 때 범인으로 몰리지 않기 위해선… 도망가지 않아야 하지.’

리안이 도망치지 않고 신전 안쪽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 갈아입을 옷을 찾기 시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빠르게 옷을 찾아 입은 후 ‘도망간 게 아니라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것뿐이었다! ’ 라고 변명하면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은 피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옷부터 찾아야… 오오! 옷장 찾았다!’

그는 노인의 방 한쪽을 차지한 옷장을 활짝 열었다. 안에는 새하얀 옷에 금실이 수놓아져 있는 신관복이 보관되어 있었다. 딱 봐도 화려해 보였기에 다른 옷을 찾으려 했지만.

[ 음, 평범한 신관복이군. ]

‘이게 평범한 거야?’

[ 그래, 보통 신관들은 저 옷을 자주 입는다. ]

‘하지만 전에 봤던 신관은 좀 더 어두운 톤의 옷을 입었는데? ]

[ 글쎄, 난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군. 내가 봤던 신관들은 대부분 저렇게 생긴 옷을 입었었다. ]

‘그..런가?’

마검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본 신관복은 기억하는 이가 드래곤 밖에 없을 정도로 과거의 옷이며, 금실이 수놓아져 있는 신관복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만 입는 전통복일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화려한데.’

리안은 다른 옷을 찾고자 옷장을 뒤적였다. 노인은 아이들을 도살한 후 옷을 갈아입고 올 생각이었기에, 평소에 입던 신관복을 넉넉히 챙겨간 상태였다. 그 탓에 다른 신관복을 찾을 수 없었다.

‘으으… 에라 모르겠다!’

이대로 더 시간을 끌면 변명할 기회도 없을 것 같아 마검을 역소환하고 새하얀 신관복을 입었다.

‘이거… 생각보다 더 화려한데?’

특별한 날에만 입는다는 특수성이 더해져 과거의 신관복보다 훨씬 화려했다. 그렇다고 당장 옷을 벗을 순 없기에 그 상태로 기도실로 향했다.

‘으아아… 역시 오해하고 있나 봐!’

리안은 경계심이 가득한 마을 주민들의 모습에 순간 튈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피아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곤 용기를 가졌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무섭다는 이유로 도망칠 순 없지!’

없던 용기도 끌어내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뜻을 담아 마을 주민들 사이로 보이는 피아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러자 분위기가 놀라울 정도로 누그러졌다.

‘괜, 찮은거 같지?’

괜한 걱정이었다는 듯 마을 사람들은 리안을 매우 환영했다. 감사하다는 인사가 파도처럼 쏟아졌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리안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부정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아 그저 눈치를 보며 대응했다.

“아…♥”

리안의 뒤에서 두 손을 깍지 낀 채 서있던 피아가 전율을 느끼며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래… 이거야. 이게 바른길이야.’

그녀는 리안이 진정 신으로 모셔지는 것 같은 모습에 희열을 느끼며 제 존재 이유를 재차 자각했다.

‘나는 리안님의 위대함을 더,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야 해. 그리하여 보다 많은 이들을 빛의 길로 인도해야 해!’

이날을 기점으로 피아는 적극적으로 리안교를 알리기 시작했다. ‘개그 필터’라는 무시무시한 기적은 수천이 넘는 신도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지만 -… 그건 조금 나중의 일이었다.

***

시간을 조금 과거로 돌려 리안이 피아를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을 쯤.

“오빠…?”

아이리스는 길을 잃은 상태였다. 피아를 찾아 나선 리안을 쫓다가 중간에 놓친 탓이었다.

“여긴 어디지?”

그녀는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칙칙한 회색빛의 돌벽으로 이루어진 복도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아이리스는 가만히 서서 생각했다.

‘오빠가 분명… 길을 잃었을 땐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했었는데…’

딱 봐도 가만히 서있는다고 해결될 상황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이리스는 한시라도 빨리 오빠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리스는 조용히 내려다보는 이가 있었으니.

“후후후… 걸려들었구나.”

진한 화장을 한 중년의 여성. 리안에게 치근덕거리다가 아이리스에게 경고받았던 신관이었다. 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하얀 가운을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있었다.

그녀가 걸터앉은 침대에는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가 세상모르고 잠들어있었다. 시선을 굴려 질척거리는 시선으로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저년의 피를 한 방울까지 전부 마신 후에 작업을 끝내면 딱 맞겠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얼마 전 마을에 있는 어여쁜 처녀와 결혼한 나무꾼 집 아들이었다. 그녀는 신혼부부 가정을 망가뜨리는 걸 즐기는 악질이었다.

특히 아내가 아름다운 신혼부부일수록 욕구가 활활 타올랐다. 저주를 이용해 남자의 정신을 망가뜨리고 끝내 자신에게 매달리게 만들면, 젋고 아름다운 남자의 아내보다 자신이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것처럼 느껴져 그 짓을 반복했다.

오늘은 특별히 무너진 자존심을 채우고자, 소꿉친구 시절부터 쌍방 짝사랑하다가 끝내 결혼까지 성공한 순애 부부를 끝장낼 생각이었다.

‘오늘 밤은 최고의 밤이 될 거야.’

불쾌한 여자의 피로 목을 축이고 자신을 ‘아주머니’라고 부르던 남자를 함락시킬 최고의 밤이 될 거라는 생각에 여자는 달뜬 숨을 뱉었다.

그렇게 최악의 밤이 시작되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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