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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137 – 속지 마. 내가 잘 알아>

     

    멍청한 모자가 귀한 쓰레기들만 열심히 알려줬더니 강의실 반응이 개판 났다.

     

    “다들 왜 그래요?”

    “하하. 다들 꼬마숙녀의 재능이 너무 뛰어나서 놀랐나봅니다.”

    “쓸데없이 재능만 많으면 뭐해요. 본인이 하기 싫다는데.”

    “정말입니까? 듣기로는 주신의 자리를 노리는 24신격들이 사도 클래스를 약속하고, 거대한 사명에 도전하는 전설 클래스도 여럿 열린 것 같습니다만.”

    “저는 마검사가 될 거예요!”

     

    이사벨이 아까워 죽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진담이야? 탐험가들은 유적지에서 그런 불길한 이름의 클래스가 나오더라도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클래스를 바꿀 텐데.”

    “이사벨은 탐험가가 싫었어요?”

    “싫다고 할 정도는 아니고 그냥 먹고 살려고 하는 직업이지. 도굴꾼이 보물 찾아서 한탕 해먹고 싶은 것처럼 탐험가도 대부분은 비밀스러운 고대전설클래스를 찾아서 한탕 해먹고 싶은 사람들이지.”

    “그래요?”

    “고대. 전설. 둘 중 하나만 나와도 인생역전 대박의 냄새가 솔솔 나는 키워드가 동시에 나왔잖아.”

     

    하긴 뉴비들은 그런 거 좋아하지.

    막 히든클래스라던가, 유니크클래스라던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개쩌는 사기직업 같은 것들 말이다.

    거기에 숨은 함정만 없다면 나도 덥썩 받았을 텐데.

    숨어있는 리스크가 너무 커서 고인물로서는 자기 영혼 걸고 그런 위험한 클래스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안 든다.

     

    “저는 마검사가 좋아요!”

    “하… 그놈의 마검사가 대체 뭐가 좋아서? 검도 어중간하고 마법도 어중간한 클래스잖아.”

    “둘 다 잘하면 두 배로 사기잖아요!”

     

    물리내성 높은 몹은 마법으로 때리고, 마법내성 높은 몹은 물리로 때리고.

    심지어 그게 모험학부 학생이다?

    이러면 길잡이나 함정해체, 상자따개 원툴 도적들도 필요 없다.

    혼자서 최소 1인 3역, 혹은 그 이상도 노릴 수 있는 만능캐릭의 완성이다.

     

    “그보다 저만 공개고로시 당하고 다른 사람들은 마저 검사 안하는 거예요?”

     

    불만을 담아서 부우, 하고 볼에 바람을 넣고 돌아보니 브론즈 교수가 어이없어했다.

     

    “오크노디 1년생의 대범함에는 정말 감탄만 나오는군. 커서 굉장한 거물이 되겠어.”

    “당연하죠! 2m 30cm는 될 거니까요.”

    “…그런 의미의 거물이 되기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아직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학생들 중에서 동의자에 한해서만 마저 검사를 진행해주지.”

     

    동의를 원하는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이사벨과 지젤, 티토소가를 제외하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강의실.

    그나마 눈에 띈 학생은 싱 하나뿐이었다.

     

    “거물의 곁에는 배짱 있는 영웅호걸이 모여든다던가. 용기 있는 태도가 인상적이군.”

     

    다행히도 교수는 내 주변 사람들의 태도를 객기가 아닌 용기로 봐주었다.

     

    “처신 똑바로 하게.”

     

    모자 녀석은 저를 쿡쿡 찌르며 경고하는 교수의 단검에 부들부들 떨었다.

     

     

    * *

     

     

    “행정학부. 암흑상인 클래스로 대성할 자질이 있군. 냉혹하고 무자비한 것이 종군상인도 나쁘지 않겠어.”

     

    “생산학부. 타고난 요리사군. 그 실력이면 독 한 방울을 타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어둠의 요리사가 되기에도 나쁘지 않겠고.”

     

    “으하하핫. 뭐냐 이 겁쟁이는. 심성도 나약하고 재능도 어설픈데다가 남의 눈치를 잘 보는 것이 메이드가 딱이군. 교복 벗고 메이드복이나 입지 그러냐?”

     

    지 좋을 대로 지껄이던 모자는 결국 힝잉잉하고 눈물을 찔끔 흘리는 티토소가의 모습에 교수가 칼빵을 놓아 입을 다물게 했다.

    안 그래도 싸했던 분위기가 더욱 차가워졌다가 메이드 소리나 듣는 티토소가 덕분에 조금 풀렸다.

     

    “하아. 저 모자, 분명 일부러 저랬겠지? 어둠의 요리사라니, 졸지에 요리에 독을 타는 수상한 사람으로 기억되게 생겼잖아.”

    “하하. 세상살이에 만사란 모름지기 생각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앞으로는 이사벨의 요리를 먹겠다고 얼쩡거리는 사람이 줄어서 마음은 편해질 겁니다.”

    “낙천적인 마음가짐 하나는 좋네. ‘암흑상인’씨.”

     

    이미 현직 암흑상인인 지젤은 아무런 데미지도 받지 않았다.

    대신 자기 직업을 맞출 정도로 모자의 안목이 탁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한테 갖다붙인 클래스들이 꽤 현실적으로 가능성 있음을 깨달은 기색이다.

    그 뒤로 줄곧 날 보는 눈빛에서 묘한 기대와 걱정, 흥분과 열의가 교차한다.

     

    “지젤 아저씨.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갑자기 어디서 전설클래스 전직석 가져왔다고 들이대면 저 진짜로 화낼 거예요.”

    “하하. 설마요. 그런 건 부르는 게 값인데 매물은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이사벨이랑 같이 찾으러 다니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얻을 일도 없습니다.”

     

    이사벨 데리고 찾아다닐 생각은 했다는 거네.

    미리 언질을 해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힝. 오크노디이-. 쟤가 나보고 메이드나 하래. 내일부터 보는 애들마다 전부 나보고 메이드라고 부르고 메이드 취급하면 어떡해?”

    “저한테 와서 이르세요. 티토소가를 괴롭히는 학생은 제가 혼쭐을 내줄게요!”

     

    에잇 하고 젓가락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시늉을 하려는데 실수로 놓친 젓가락이 빙그르르 돌아가서 천장 조명을 깨부쉈다.

    깨진 조명이 강의실 바닥으로 추락하며 와장창 깨지고 한바탕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쓸데없이 튼튼한 강의실 내벽 탓인지 팅팅 소리를 내며 천장과 벽을 연달아 튕겨나가던 젓가락은 어느 학생의 책상을 수직으로 뚫고 들어간 뒤에야 겨우 멈췄다.

     

    “앗, 쟤가 아까 나보고 메이드라고 했는데! 오크노디. 전부 듣고 있었어? 지금 복수해준 거야?”

     

    어차피 일어난 일.

    기물파손으로 감점도 못 피한다.

     

    “…그런 거야!”

     

    생색이라도 한 번 시원하게 내봤더니 학생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며 또 알림이 떴다.

     

    [공포유발 경험치+15]

    [나쁜아이 경험치+2]

     

    “오크노디 1년생. 조만간 마법시계로 강의실 내 기물파손에 대한 포인트 청구서가 날아오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게.”

    “네에…”

     

    의도치 않은 지출이 생겼지만 그 대신에 친구인 티토소가가 울지 않고 아카데미를 다닐 수 있으면 된 거 아닐까?

    동경어린 눈으로 옆에 붙어서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티토소가가 마냥 싫지만도 않았다.

    왜냐면, 티토소가는 귀엽거든!

    무얼 숨기랴.

    나는 미녀와 귀여운 생물체에게 약하다.

    몸이 여자가 되었다고 개인의 기호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근육기억이라는 것도 있으니 이 몸의 원래 주인이 좋아하는 것이 나타나면 거기에도 반응을 할 수는 있겠네.’

     

    오크노디의 몸의 원주인은 뭘 좋아했을까?

    궁금하긴 한데 크게 알고 싶진 않았다.

    11살 꼬맹이가 좋아해봤자 뭘 좋아하겠어.

    인형?

    꽃?

    대충 그런 거겠지.

     

    “행정학부. 그것도 타고난 보급관이군. 사악한 심성과 잔인무정한 성품과도 아주 잘 어울려!”

     

    난리 통에 풀려난 모자가 마지막 학부생의 적성과 재능을 평가하는 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마지막으로 검사를 받던 학부생 싱은 이 모자가 미쳤냐는 얼굴로 모자의 챙을 붙잡았다.

     

    “똑바로 생각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다, 모자. 나는 검객이고 백이 넘는 검객들을 벤 수행자다.”

     

    솔직히 내가 봐도 싱의 적절한 학부는 기사학부에 클래스도 살인검객 따위가 아닌가 싶었는데 노빠꾸로 행정학부를 박아버리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행정학부는 대체로 다른 학부에 들어갈 재능이 없는 녀석들이 노력으로 열심히 해서 뭐라도 되라고 남아있거나 왕족이나 고위귀족들이 대거 속한 학부였다.

    막말로 재능 없는 것들에게도 어디 가서 기프트 아카데미 졸업생이나 중퇴생이라고 명함이나 내밀 때 쓰라고 만든 학부다.

    여러 국가에 체면치례하기에 딱 좋지.

    그래서 제국의 황족과 왕족의 왕족들이 행정학부에는 유독 많은 편이다.

    매스각키 황녀는 별종이라 마법에 재능이 있어서 마법학부로 들어가겠지만.

     

    “그러니 더욱 어울린다는 거다. 생각해본 적 있는가? 보급품을 노리는 습격자와 적을 도륙하는 보급관을.”

    “시시한 잡일이다. 상단의 호위 노릇과 군 보급품의 호위 노릇의 뭐가 다르냐.”

    “평범한 보급관이라면 그말이 맞겠지. 하지만 네게 어울리는 것은 ‘어둠의 보급관’이다.”

    “…‘어둠의’?”

    “군의 사기가 바닥을 치며 탈영병과 사상자가 속출할 때, 아군의 배신이나 수송동선이 밀고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출발하는 보급관이지. 적보다 많은 아군을 벨 수도 있다!”

    “호오.”

    “권력을 남용해서 식량을 탐하거나 밀고를 했다는 죄를 덮어씌워 현장에서 사병의 즉결처형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피를 보기에 아주 좋은 클래스야!”

     

    호오는 무슨.

    꼭 지 같은 걸 마음에 들어하네.

    근데 내가 보기에도 저런 애가 보급관을 맡고 수송마차와 함께 나타나면 와 이거 진짜 빡세보인다, 이 마차는 그냥 보낼까? 같은 생각부터 들겠다.

    괜히 어둠의 보급관이 아니구나 싶다.

     

    “상급직으로는 어둠의 군수사령관. 최상위 클래스로는 군부의 비선실세가 있군. 일국의 군사통치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클래스는 일개 검객 따위는 개미 목숨처럼 부려먹을 수 있지.”

    “그거 재밌군.”

     

    아니 미친.

    당사자야 재밌으면 그만이지만 왕자님 공주님 공자님 공녀님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담화를 나누는 행정학부에는 핵폭탄이 떨어지게 생겼다.

    출신국과 지지세력에 따라 서열 정리해서 학부생활 날로 먹고, 밑에 라인에 들어갈 학생들이 부하 노릇 하면서 과제도 대신하는 평화롭게 썩은 행정학부.

    거기에 수틀리면 칼질부터 날리는 고독한 미친놈이 들이닥친다고 생각해봐라.

    하루가 머다하고 피바람이 불어닥치고, 참다못해 아카데미에 암살자를 불러다가 싱과 난투를 벌일 미래가 그려진다.

     

    “속지 마. 내가 잘 알아. 그거 엄청 재미없을 걸?”

     

    어지간하면 참견하지 않고 싶었지만 이건 아카데미의 평온한 일상을 위해서라도 허파에 바람 넣는 짓을 말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 아침 등굣길에 사람 하나를 죽였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싸이코스러운 눈으로 싱이 나를 보았다.

     

    “네가 뭘 안다는 거냐. 거물 꼬맹이.”

     

    설득력이 필요했다.

    내 경험이 아니라도 믿어줄만한 변명거리가.

     

    “…파파.”

    “?”

    “파파가 알려줬어! 군부는 어느 나라든 시시하대!”

     

    싱은 납득했다.

     

    “그런가. 역시 칼잡이로 사는 게 낫겠군.”

     

    싱은 모자를 벗어 서류가방에 올려놓았다.

    납득해주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엄한 사람도 같이 납득을 했네.

    브론즈 교수님이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재단 녀석들, 어쩐지 쉽게 침입을 허용하더라니. 군부에도 손을 써서 인력이 부족했던 건가. 그것도 전세계의 모든 군부에…?”

     

    …미안, 파파.

    먼가 사고 친 기분이 드는데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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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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