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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나는 우선 이야기를 돌리는 것을 시도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오셨습니까?”

        

       “어젯밤에, 차 타고.”

        

       “……여기까지 차를 운전해준 사람이 있습니까?”

        

       “황궁 안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렇다고 운행하지도 않는 시간에 기차를 움직여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증기 자동차를 여기까지 타고 오는 것도 한두 푼 안 드는 건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아니, 그보다, 제도에서 여기까지 ‘자동차’로 오는 것 자체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도로야 그럭저럭 세워져 있었지만, 그 도로라는 곳이 흙길인 경우가 엄청나게 많았으니까. 나름대로 관리는 되고 있겠지만.

        

       “걱정하지 마. 혼자 타고 온 건 아니고, 날 호위해줄 기사들도 있었으니까.”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팔짱을 끼고 그런 말을 하는 앨리스를 보고, 나는 다시 한번 이마를 탁 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아마 앨리스와 나 단 둘뿐이었다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제가 ‘오라버니’라고 했던 일 하나 때문입니까?”

        

       “그거 ‘하나 때문’? 너, 설마 그 일을 ‘고작 그런 일로’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앨리스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

        

       그게 ‘고작’이 아니라면 뭘까.

        

       하지만 그 말을 진짜로 입 밖으로 내놓을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이유야 어쨌건 앨리스는 지금 엄청나게 진지했으니까.

        

       “너는 다른 사람한테 그런…… 친밀한 호칭을 쓰지 않잖아.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여기까지 와야 했을 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는 거 아니야?”

        

       그건…… 예리하긴 하네.

        

       그 이야기가 ‘앨리스와 클레어 사이의 관계가 친자매일지 모른다’라는 거대한 폭탄이었고, 그래서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황제의 말을 꺼내 봐야 앨리스는 클레어가 아닌 내 이야기라고 생각할 테니까.

        

       시간을 돌리는 거야 뭐, 판타지 세계고, 여신도 실제로 있을지 모른다는 세계관이니 들키더라도 상대가 기겁하거나 놀라는 수준에서 끝나는 일이다. 물론 그게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은 또 아니긴 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고 그 세상에서 이 세상의 이야기는 그저 게임 속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상대방에게 사실 너의 의지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이미 전부 정해진 대로 움직이던 존재일지 모른다고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

        

       대답을 망설이는 나를 보고, 앨리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뭐, 좋아.”

        

       앨리스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면서 말했다.

        

       “어차피 너도 여기서 지내려고 온 거잖아? 그러니까 나도 네가 여기서 지내는 동안 함께 지낼 거야.”

        

       짝, 하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검성 프레데릭이 자기 이마를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눈을 꽉 감고 있어서, 얼굴에 주름이 평소보다 두 배로 많아 보였다.

        

       “지금,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꼬마 둘이 내 오두막에 더 묵겠다는 거냐?”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스승님.”

        

       그 말에 앨리스는 얼굴에 살포시 미소를 얹으며 자기 스승 쪽을 보며 말했다.

        

       “실비아가 돌아가겠다고 하면 저는 오늘이라도 돌아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내 쪽으로 다시 얼굴을 돌려 내 표정을 보면서,

        

       “별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

        

       나는 한동안 앨리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닫았다.

        

       음.

        

       제이든한테 ‘오라버니’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는, 물론 그때도 쪽팔렸고 이제 와서는 후회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엄청나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애초에 진실을 알아내고 나서는 시간을 거하게 돌릴 생각이었으니까.

        

       물론 방학 끝나기 전 2주일 사이에 루카스를 무조건 찾아낸다는 보장은 없었다. 루카스가 어디 다른 나라에 가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나를 더 한 번에 베어버릴 수 있게 산속에 들어가 수련 중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못 찾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괜찮았다. 역시 시간을 돌려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거나, 아니면 남은 방학을 느긋하게 보낸 뒤 다음에 생각하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앨리스한테 언니라는 말을 하는 일은……

        

       설령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어째서인지 엄청나게 꺼려졌다.

        

       이건 그저 내 생각일 뿐이기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내 인생에서 엄청나게 큰…… 오점이 될 것 같은, 그런 느낌.

        

       “…….”

        

       앨리스는 여전히 ‘할 말 있으면 해봐라’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

        

       “어?”

        

       “어언…….”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말했다.

        

       “니.”

        

       “응?”

        

       하지만 앨리스는 못 들었다는 듯, 한쪽 귀를 내 쪽으로 향하며 물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그렇게 한 글자씩 나눠서 말하니까 뭐라는지 전혀 못 알아듣겠는데?”

        

       “…….”

        

       나는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언니,여기서이러지마시고그냥집으로돌아가서기다리시면안될까요?”

        

       하고 속사포를 내뱉듯 말했다.

        

       “너무 빨라서 못 들었어.”

        

       “…….”

        

       나는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었다.

        

       “……언니.”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앨리스는 내 쪽으로 온전히 고개를 돌렸다.

        

       얼굴에는 승리의 미소가 가득했다. 눈이 반짝거려서, 아직 다 사라지지 않은 하늘의 별보다 더 밝을 것 같았다.

        

       “응, 왜, 실비아?”

        

       일부러 꾸민 듯한 상냥함을 목소리에 둘둘 두르고 말하는 앨리스를 보고, 그냥 시간을 되돌려서 제이든과의 일도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릴까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그래도 결국 내 내면의 쪽팔림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언니한테 다 말해봐.’ 상태가 된 앨리스에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부탁, 이에요?”

        

       “…….”

        

       나의 말을 들은 앨리스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언니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는 격한 불안함에 휩싸였다.

        

       “그렇다고 동생을 이런 곳에 두고 돌아갈 수는 없잖아?”

        

       “이런 곳…….”

        

       검성이 다소 상처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조금 전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하던 사람이 그러냐.

        

       “언니는 실비아 옆에서 같이 지낼게.”

        

       “…….”

        

       이마를 짚고 ‘이런 이런’을 시전하던 제이든과는 또 다른 열받음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앨리스한테 ‘언니’라는 말을 하기 전 내가 느꼈던 불안함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나는 제이든한테 먹혔던 방법이 앨리스한테도 먹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마음 깊은 곳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죠, 스승님?”

        

       “…….”

        

       검성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가,

        

       “내가 거절하면 어떻게 할 거냐?”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전국의 모든 검사한테 스승님의 위치를 알릴 거예요. 황가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라도.”

        

       그러면 온갖 인간군상이 죄다 몰려들겠지.

        

       검술을 배우겠다는 사람, 대련을 청하는 사람. 검성이 조금 더 젊었던 시절에 검성의 검에 베여서 복수심을 불태우던 사람.

        

       아마 어마어마하게 골치 아파질 거다.

        

       도망가버리면 되는 일이지만, 그랬다가는 말년에 생긴 인연이 또 끊어질 거고.

        

       세상이 싫다면서 산에 숨어든 괴팍한 노인네였지만, 그렇다고 인정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검성이라는 사람은.

        

       “…….”

        

       검성은 앨리스를 물끄러미 보더니,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뭐, 그러면 좋다.”

        

       그리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별다른 감정이 담긴 것 같지는 않았지만, 검성의 시선은 그것만으로도 무척 예리하게 느껴졌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시선.

        

       어제까지만 해도 여기서 나를 재울 생각은 없다던 사람이었지만, 조금 전 앨리스가 오기 전까지 내가 명상하던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뀐 것일까.

        

       “다만, 민폐는 끼치지 마라. 나는 이미 제자 한 명을 여기서 가르치고 있던 참이니까.”

        

       검성의 눈이 레오에게 향했다.

        

       레오는 우리 세 사람 앞에서 완전히 딱딱하게 굳어버린 차렷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카데미에서 우리를 대하던 태도가 조금은 누그러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카데미 밖에서는 또 다른 모양이었다.

        

       하긴, 평민 반 애들이 그래서 귀족 반 애들을 엄청나게 껄끄러워하고 말 섞기도 싫어하는 거다. 괜히 친해져서 말 놓고 지내더라도, 4년이 지나 졸업한 뒤에는 다시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상대가 되어버리니까.

        

       괜히 ‘동등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지내다가 기분 나빠질 바에는, 그냥 처음부터 그런 관계였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낫다는 소리였다.

        

       “대신, 여기서 너희 세 사람은 서로 동등한 존재다. 누가 더 높고, 낮고도 없다.”

        

       그런 레오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검성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검성은 말을 덧붙였다.

        

       “여기서는 여자, 남자도 없다. 같은 훈련 내용이라고 해서 성별에 따라 다르게 해주지는 않는다.”

        

       “그건 이미 경험해봤으니까요.”

        

       검성의 말에 앨리스는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

        

       나는, 그제야 큰일 났다는 것을 느꼈다.

        

       쫓겨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긴 했지만…….

        

       나를 바라보는 검성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내가 여기서 명상 수련을 하던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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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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