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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공략의 도중.

       

       수십 번의 반복 속에서, 엔버스는 루나의 여러 공략법 중 하나를 본 적이 있었다. 루나는 날아드는 오우거의 몽둥이 앞에서 가만히 서 있더니.

       

       “우어어어어어──!!”

       

       “후.”

       

       루나와 크기가 엇비슷한 커다란 몽둥이에 손을 얹고, 신체의 모든 부분을 부드럽게 회전시켰다. 손바닥, 손목, 팔꿈치, 어깨, 허리와 골반, 무릎, 그리고 다리.

       

       두웅.

       

       루나가 딛고 선 지면에 옅은 파형이 울렸다.

       

       사람 하나는 핏덩이로 만들 수 있는 오우거의 거력은, 미끄러지듯 흘려내는 움직임을 통해 순차적으로 깎여나가, 끝내는 작은 돌멩이를 부수는 정도의 위력만이 남았다.

       

       번개가 피뢰침에 맞아 접지한 지면으로 흘러 들어가듯이, 루나는 오우거의 공격에 담긴 힘을 대부분 흘려내어 지면으로 퍼뜨렸다.

       

       물리법칙을 초월한 것처럼 보이는 고절한 한 수.

       

       엔버스는 거지로부터 그러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칼끝으로 태극을 그려내는 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머리 위로 태산이 무너지더라도 흘려낼 수 있노라고.

       

       드높은 무공의 경지였다. 엔버스는 순간, 루나가 힘을 꽁꽁 숨긴 무예의 달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몸을 삐걱거리면서 뚝딱이던 것은 사실 위장이고.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걸 안다. 루나는 (전투력이 낮다는 측면에서) 평범한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허면 궁금할 수밖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요?”

       

       “반복.”

       

       “그대가 오우거 사냥을 수없이 반복했다는 사실을 아오. 그러나, 힘이 아닌 기술로 여기까지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신기하게만 보이는구려⋯⋯.”

       

       “브이.”

       

       더블피스부터 냅다 날리는 이 소녀는, 아마 마력이 없었더라도 오우거의 공격을 흘려낼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젠가는.

       

       어쩌면 좀 더 극단적인 상황⋯⋯ 극한까지 쇠약해진 상태라거나, 나이가 10살 정도 어린 시점에서도, 그녀는 대지를 부술 기세로 내리쳐오는 몽둥이를 흘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여태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은 횟수의 반복이 필요하겠으나. 분명히.

       

       무공(武功)이다.

       

       부족한 힘을 기술로써 보완하는 것을 무공이라 한다.

       

       어느 날에는 루나와 무공에 대해서 담론을 나눴던 적이 있었다. 엔버스는 무공을 그저 힘이라고 생각해 왔다. 마력기관에 장애가 생긴 자신이, 가문으로 돌아가 복수에 성공하려면⋯⋯.

       

       마력을 쓰지 않고도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으니까.

       

       하루하루 뼈를 깎는 노력을 하더라도 실력은 느릿하게 오른다. 빛나는 재능을 품은 이들은 성큼성큼 걸어, 우화라는 경지를 이토록 가볍게 따내고 지나가는데.

       

       자신은 언제까지고 홀로 남겨져 있다. 이래서는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더라도 이룰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만큼의 세월이 흘러간 이후엔, 더 이상 복수가 유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꼭 무공이 아니었어도, 그 어떤 무엇이라도 좋았을 것이다.

       

       아티팩트, 돈, 비전서, 영약, 심지어 마검이나 마약이었더라도. 그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무언가였더라면 손에 쥐였을 것이다.

       

       그는 무(武)를 갈구했으나 공(功)이 의미하는 바를 몰랐고, 또한 의(意)가 흐릿하며 협(俠)이 없었다. 

       

       이 오묘한 학문 그 자체에 매혹된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나, 레드번 가문에 묶인 마음으로는 스스로 깨닫기에 여유가 없었다.

       

       반푼이 무학도에게 루나는 이렇게 말한다.

       

       “무공은 과정.”

       

       “과정 말이오?”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깊이 궁구하고 생각한 결과였다.

       

       무공은 어떤 목적으로 향하는, 향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과정이었다.

       

       루나는 말 대신에 몸을 써서 자신의 생각을 전하려 했다. 손에 몽둥이를 쥐고 허공에 휘두른다. 아주 단순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일격이었다. 

       

       개를 잡으려고 했을 거야. 처음에는 이렇게.

       

       하지만 불편해. 개는 낮은 위치에 있으니까, 자세를 바꿔야 해.

       

       동작이 변화한다. 루나는 다리를 넓게 벌려서 지면과의 거리를 낮추고, 휘두르는 방식을 바꾸었다. 보다 바닥에 낮게 깔리는 궤적이다. 그녀는 가상의 개와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개는 날래게 피하지. 피할 수 없으려면 이렇게.

       

       개가 달려드는 상황이라면, 개는 먼저 보이는 것을 물고 늘어질 테니. 몽둥이를 내주는 척하면서 이렇게.

       

       루나는 조금씩 조건을 덧붙여가며 동작을 바꾸어나간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가장 효율적인 동작을 골라서 담는다. 쌓여나간다. 변화한다. 

       

       그렇게 깎여나가는 동작은── 거지의 타구봉법(打狗棒法)과 무척이나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

       

       개를 두들겨 패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동작들은, 초식을 쌓아가며 엮어 붙이니 어엿한 무공이 되었다.

       

       그녀는 무공이 만들어지는 역사를 몸으로 보였다.

       

       “클리어 타임, 깎는 거랑 같아.”

       

       목적을 두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뜻을 쌓아 올려, 그렇게 만들어진 노력의 언덕을 가리켜 무공(武功)이라 한다면.

       

       그들이 노력 끝에 찾아낸 ‘태양을 향해 쏘는 방법’ 또한 무공일 것이며, 아카데미 생활로 익힌 요령 또한 무공일 것이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목표.”

       

       “⋯⋯⋯⋯.”

       

       어디에 닿으려는지를 뚜렷이 하고 있어야 한다. 루나는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엔버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는 자신이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복수를 원했고, 업신여기던 모든 이들이 자신을 다시 보기를 원했으며, 어머니를 다시 모셔 오고 싶어 했다.

       

       이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엔버스는 아무도 뭐라고 지적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그렇게 변명했다.

       

       당시의 담론은 약간의 혼란과 더불어, 무의 궁극에 대해 가설 하나를 남겼다.

       

       무공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면, 무신(武神)은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내는 존재일 것이다.

       

       거의 무한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내가 있다고 하자. 그는 1초를 1억년으로 늘릴 재주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것을 원하는 만큼 거듭해 즉석에서 맞춤 무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 존재는 어린아이의 힘만 가지고도 용을 거꾸러트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확률이 0%가 아니라면, 무한히 시도한 끝에 성공한다.

       

       그렇다면.

       

       그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 어떤 기술도 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

       

       비 내리는 들판에 서늘한 검광(劍光)이 스친다.

       

       카타나를 찬 사내의 몰골은 앙상하다. 기력이 쇠하고 빼빼 말라 뼈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으며, 두 눈두덩이는 움푹 들어가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만 같다.

       

       그러나 그 안광만큼은 정제되지 않은 살기로 가득하여 매섭다.

       

       차분하다. 움직임이 없다. 그는 우두커니 서서 기다린다. 사냥의 준비를 마친 야수들은 꼭 그러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사냥감이 움직였을 때는 비로소──

       

       누구보다도 신속하게.

       

       “아니 뭐 이걸 어쩌라는── 컥!”

       

       댕강.

       

       엔버스는 자신의 안면으로 날아오는 카타나를 받아내며 5번째 트라이를 종료했다. 칼을 뽑지 못하게 하기는커녕 이기지도 못했다.

       

       슬슬 스펙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SYSTEM_INFO ———–

       [발도술의 제이]

       

       체력 : 상당함

       마력 : 사용하지 않음

       

       힘 : 4 / 10 (학생 중상위권)

       민첩 : 6 / 10 (학생 최상위권)

       지능 : 3 / 10 (학생 중위권)

       

       특성 : 굶주린 마검

       => 공격력을 높인다. 킬 카운트가 늘어날수록 공격력이 낮아진다.

       ※ —————————

       

       시련의 탑으로부터 사출된 엔버스는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아카데미의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와플을 사 온 루나와 셀비어는, 당분을 섭취하면서 엔버스의 몰골을 내려다보았다.

       

       “억까 정신 나갈 것 같소.”

       

       진전도 없고 답도 안 보이는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딱 저런 표정이 되는 법이다.

       

       셀비어는 포크를 까닥거리면서 말했다.

       

       “그러게 사람 부르자니까? 내가 니오레 통해서 베네트한테 말해 본대도.”

       

       “하지만, 그래서는 스승님께 내 능력을 증명할 수가 없소! 그대들은 고만고만하였으니 상관없지만, 베네트는⋯⋯ 자기 혼자 다 돌파해 버릴 것 아니오!”

       

       그러면 그 유능함을 본 거지가 ‘너는 이제 쓸모가 없으니 나무나 하려무나 엔버스야’하고, 베네트를 제자로 들일지도 모른다.

       

       미인 여자친구를 둘이나 끼고 다니는 놈이 기연까지 독식하고 나면, 엔버스 자신은 아카데미 중위권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하겠지. 그때 스승님 NTR을 당하면 안 됐던 거라고 되뇌며⋯⋯.

       

       루나는 입가에 크림을 묻힌 채로 간단하게 평했다.

       

       “얼간이.”

       

       얼간이였다.

       

       “애초에, 그 스승이라는 사람⋯⋯ 이 탑의 인물이잖아? 결국 교수님한테서 만들어진 환상일 거 아냐. 촉수 같은 거라고.”

       

       “그건 아니오. 스승님은 분명히⋯⋯ 다르오!”

       

       “환상 마법에 심취해서 현실과 혼동하는 사람이 가끔 나온다더니.”

       

       “직접 보면 느낄 거요! 제대로⋯⋯ 대화가 가능하고, 또, 많은 것을 알고 있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공이라는 학문! 그것은 마법사가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

       

       엔버스가 실드를 치는 사이, 셀비어는 다른 방향에서도 팼다.

       

       “5층은 넘긴다고 쳐, 6층부터는 뭘 어떻게 해도 우리끼리는 안 되는 거 알지?”

       

       “큭⋯⋯.”

       

       “어차피 사람 불러야 돼.”

       

       “그래도 5층까지는⋯⋯.”

       

       어휴.

       

       셀비어는 루나의 입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물어봤다. 시련의 탑 빌드깎기 장인인 루나의 말에는 공신력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5층, 우리끼리 될 것 같애?”

       

       “가능.”

       

       “6층은?”

       

       “쥬금.”

       

       클리어 각이 있기는 한가보구나. 셀비어는 잠깐 머리를 굴렸다. 발도술의 제이는 빠르고 강하고 맞으면 죽는 발도를 갈기고 난 뒤, 다시 납도한다. 거기에 기본적인 체술을 섞어서 쓴다.

       

       뻔하다면 뻔하고 단조롭다면 단조로운 패턴이지만, 정직하게 세서 목이 날아간다. 이런 와중에 ‘칼을 뽑지 못하게 한 상태로’ 클리어해야 한다라⋯⋯.

       

       “역시 사람 부르자니까.”

       

       “그래도 5층까지는⋯⋯!!”

       

       “흠.”

       

       칼을 못 뽑게 하는 법이라.

       

       가장 간단한 방법은, 칼집과 칼을 붙여서 애초에 뽑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와는 숙명의 라이벌인 백설(白雪 / 청색 마탑 / 우화)을 불러야 하겠지.

       

       그녀의 얼음이라면 제이의 발도를 묶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백설은 도도한 표정으로 이것 하나 못 하냐는 듯, 셀비어를 무심하게 내려다볼 것이며⋯⋯.

       

       무척이나 위가 시큰거리겠군. 셀비어는 사람 부르자는 자신의 주장을 전면 철회했다. 그 꼴을 보느니 조금 고생하더라도 셋이서 깨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베네트를 부르자니 엔버스가 염병할 것이고.

       

       생각하자. 생각. 마법 안 쓰고 칼을 못 뽑게 하려면, 칼 손잡이를 잡고 억눌러야 한다. 제이가 발도하는 속도보다도 빠르게.

       

       속도. 속도가 모자라다면, 속도를 채워주어야겠지. 그리고 셀비어가 아는 화염 마법의 범주 내에서 속도를 보충할 방법은.

       

       “아. 엔버스, 팔꿈치에 추진체를 달자.”

       

       “오.”

       

       “⋯⋯⋯⋯??”

       

       사람의 팔을 로켓처럼 쏴버리자는 아이디어였다.

       

       ◆팔꿈치 부스터 세 번째 시도

       

       주문 불안정 이슈로 팔꿈치를 한 번 터트려 먹고, 추진체 각도 이슈로 본의 아니게 자기 옆구리에 엘보를 먹이는 사고가 발생한 뒤. 세 번째 시도.

       

       셀비어는 주문의 바뀐 점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발사 타이밍을 조절하는 건 리스크가 있는 것 같아서⋯⋯ 트리거를 너한테 심었어. 네가 팔을 뻗으면 불꽃이 나가면서, 팍 속도가 올라갈 거야. 이번에는 각도 조심하고.”

       

       “⋯⋯사과는 안 하시오?”

       

       “원래 마법 연구는 약간의 희생이 필요한 법이야.”

       

       “방금 대사는 동화에 나오는 전형적인 미친 마법사 같았소.”

       

       시련의 탑이 아니었더라면 엔버스는 갈비뼈 나간 외팔이 검사가 되었으리라. 

       

       엔버스는 찜찜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제이에게 접근했다. 제이는 공격범위 내에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발도술을 써 온다. 그러니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할 것이다.

       

       제이는 으르렁대면서 시그니쳐 대사를 내뱉었다.

       

       “여길 떠나라, 먹잇감아.”

       

       “⋯⋯⋯⋯.”

       

       수도 없이 들어 본 대사였다. 사슬낫의 제니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매번 시작할 때마다 같은 대사를 입에 담았다. 그러니 사람으로는 안 보일 수밖에.

       

       “가겠소.”

       

       “추진체 시동!”

       

       푸화아아아악──!!

       

       엔버스의 팔꿈치에서 강렬한 불꽃이 내뿜어졌다. 강력한 미는 힘을 받은 그의 오른팔은 화살처럼 (비유가 아니다) 쏘아졌고──

       

       터억. 철컥.

       

       제이가 칼을 뽑아내기 전에, 손잡이를 잡아 다시 밀어 넣는 데에 성공했다. 엔버스는 성취의 기쁨에, 시큰시큰한 팔꿈치 관절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환호했다.

       

       “⋯⋯해, 해냈소!”

       

       “⋯⋯잔재주를.”

       

       빡!

       

       “엌⋯⋯!!”

       

       제이는 짧게 끊어 치는 주먹으로 엔버스의 턱에 어퍼컷을 넣고, 몸을 비스듬히 틀며 어깨로 철산고를 날린 뒤에, 그를 밀쳐내고 발도술로 마무리했다.

       

       댕강. 엔버스는 반으로 갈려 시련의 탑 바깥으로 사출되었다.

       

       ===============================================================

       

       엔버스는 흡족한 사용 후기를 남겼다.

       

       “추진체는 좋은 것 같소. 하지만 그 뒤가 문제구려.”

       

       “칼을 묶어놓은 채로 잡아야 한다는 건데⋯⋯ 제이를 한 방에 마무리할 정도의 화력은 없어. 생긴 거랑 다르게 맷집이 튼튼하니까.”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묶어 둘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 처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추진체는 단발성이니 한계가 있소⋯⋯.”

       

       “역시 그냥 베네트 부르자니까?”

       

       엔버스는 반격했다.

       

       “그럼 차라리 백설 양을 부르고 말겠소. 그녀가 목표 달성에는 더 적합한 것 아니오?”

       

       엔버스와 셀비어는 침묵으로 휴전했다. 그리고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희망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었다.

       

       그러던 와중, 제이의 패턴을 분석하러 시련의 탑에 들어갔던 루나가 밖으로 나왔다. 뭔가, 표정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으스대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엔버스는 기대감을 잔뜩 품고 물었다.

       

       “뭔가 발견했소?”

       

       “패턴, 노답. 근데 이거, 배웠어.”

       

       루나는 엔버스에게 가드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엔버스는 긴가민가하면서도 양팔로 가드를 올렸고, 루나는 주먹을 날릴 준비를 했다.

       

       그리고.

       

       퍼엉──!!

       

       평소보다 족히 두 배는 빠른 루나의 주먹이 날아와, 엔버스의 팔 위에 꽂혔다. 뽀각,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짜릿한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악!”

       

       “⋯⋯!!”

       

       서로가 예상치 못한 위력에 놀라, 때린 부위와 맞은 부위를 부여잡고 끙끙 앓고 있을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셀비어는 입을 가리면서 크게 놀랐다.

       

       “어머, 방금 그거⋯⋯ 마력으로 팔을 추진한 거야?”

       

       “브, 브이.”

       

       시련의 탑 내부에서는 죽거나 상처를 입어도 환상. 그것을 이용해서, 루나는 탑 내부에서 새로운 마력 운용법을 뚝딱 만들어내 가져온 것이었다.

       

       관절부에서 마력을 터트려 강제로 추진력을 높이는 기술. 셀비어의 팔-사출-추진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컨트롤을 까딱 잘못하면 내부에서 그냥 터져버리거나, 속도와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근육이 나가거나, 지금처럼 주먹이 박살 나거나 하지만.

       

       그건 탑 내부에서 연습을 많이 하면 될 일!

       

       이 기술을 전신에 녹여낼 수 있다면, 다소 관절은 아프겠으나, 제이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를 지속해서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일단 신전부터 갈까? 너희 되게 아파 보인다.”

       

       “그, 그럽시다. 팔이 부러진 것 같소. 혹시, 루나⋯⋯ 내가 사람 부르지 말자고 그래서 화가 났다던가 그런 거요?”

       

       “컨트롤 미스.”

       

       이 좋은 기술이 왜 역사에는 남지 않았을까. 왜 남들은 이런 발상을 못 했고, 어째서 아카데미의 천재 소녀만이 뚝딱 창시해 낼 수 있었는가.

       

       못 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다. 사람들이 안 하는 행동에는 이유가 다 있었다. 

       

       몸속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당연히 위험하다. 목숨이 한 서른 개 있고, 옆에 사제 열 명 정도가 있어도 후유증이 남을 만큼 불안정하다. 그래서 안 했다.

       

       그러나 시련의 탑의 특수성, 루나의 재능과 더불어──

       

       “이 미친새끼들은 사람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야, 야 천마야! 빨리 저거, 저거 사람이 쓸 수 있게 만들어 봐 얼른! 애 잡겠다!”

       

       마력 운용을 보고 기겁을 한 미친 마법사가 AI를 굴려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루나에게 은근히 흘려준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루나는 이를 폭쇄결(爆灑結)이라 불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안녕 얘들아. 나쁜 아침이다. 나는 결코 만우절 농담 생각하다가 늦은 게 아니다.
    나는 피폐가 정말 좋다. 모든 등장인물은 끔찍한 파멸을 맞이할 것이다.
    다음 세션은 무협이 아니다. 다음엔 정치재벌물 세션을 쓰려고 한다. 주인공은 황제 선거에 출마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일 오지 않는다⋯⋯!!

    ⋯⋯농담인 거 알죠 마이 프렌즈? 내일 또 봐요!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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