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나는 몸을 일으켜 의자 위에 앉았다.
너무나도 떨리는 순간이기에, 나름대로 격식을 갖춰야 하는 법.
비록 그것이 나의 힘일지라도 침대 위에서 확인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여겼다.
‘어휴…왜 이리 떨리지?’
고작 <스킬> 확인하는 건데 손아귀에 땀이 흐른다.
묘한 흥분과 강함에 대한 열망이 휘몰아쳤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한 명의 ‘지도관’이구나 싶었다.
‘태생 5★, <검성> 캐릭터 유세하.’
몇 번 말한 적이 있었다.
유세하는 압도적인 고점을 대가로, 초기 능력치가 매우 낮으며, [미증유의 감] 같은 일부 스킬은 아예 배울 수 없게 막아두었다고.
‘뭐 물론 나의 경우는 예외지만…’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진 ‘지도관’조차 학을 떼며 키우기를 거부하는 캐릭터가 바로 유세하였다.
유세하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꼬추 달린 새끼…가 아니라, <각성>이 없다는 거다.
<각성>은 그냥 단순히 강해지는 거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서사.’
그 캐릭터가 가지는 이야기의 종착지이자, 끝.
그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성장을 이룩하는 결정의 완성체가 바로 <각성>이다.
하지만 유세하에게는 이런 게 없었다.
또렷한 자기만의 목적과 이야기가 없었으며, 그에 따라 나아갈 방향성도 모두 ‘지도관’의 역량에 따라 갈려졌다.
이렇게 제대로 된 길조차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세하는 후반 기준,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서 최고의 강함을 가지게 된다.
사실, 이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모든 ‘고스라’의 캐릭터는 본인의 최종루트이자 성장의 길을 마주함으로써 한 단계 위로 올라선다.
겨우 자잘한 스킬 여러 개를 베껴.
적재적소로 활용한다고 이길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이는 당장 주나용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 강한 그녀조차 ‘고스라’의 5★중, 순수 고점만 보면 중위권이다.
초반 지도관들의 성장에 좋아서, 1티어로 평가받는 거지.
PVP 같은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장소에서는 주나용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조금 부족한 면이 없잖아 있지.’
그만큼 온갖 역경의 용사들이자, 캐릭터들이 득실거리는 장소.
그것이 바로 <아레나>라고 불리는 PVP이다.
이런 마경에서 유세하는, 초창기 원로급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가챠로 나온 모든 한정 캐릭터의 머리통을 다 깨부순 녀석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
‘그 이유가 이제부터 펼쳐진다.’
*
[‘드래곤 하트’를 섭취한 상태입니다.]
[미처 흡수되지 못한 용의 힘이 당신의 몸 안에 흐릅니다.]
[용혈이 요동칩니다. 용맥이 근골을 튼튼하게 만듭니다.]
[근력이 1, 내구가 1, 마력이 1, 정신이 1, 신성이 1 상승합니다.]
[성급 ☆ 한 개가 추가됩니다.]
[현재 성급: 5☆(★☆☆☆☆)]
[영구적으로 잠재력이 개방됩니다.]
‘캬 좋고요…’
나는 우선 [드래곤 하트]부터 온전하게 흡수하였다.
딱히 뭐 가부좌를 튼다거나, 힘을 몸 안으로 순환시키는 과정 따윈 필요 없었다.
<시스템>이 전부 해결 해주었으니까.
뒤이어 한 번 본 적이 있는 문구가 떠올랐다.
[‘역천의 눈동자’가 용의 힘을 온전히 흡수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당신의 식견은 이제 더욱 높은 단계를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길 ‘합성’이 개방됩니다.]
이게 바로, <랭킹 1위>가 설명하였던 [역천의 눈동자]의 진정한 힘.
<패왕 유세하>가 가능했던 이유이다.
촤르르-!
곧 내 눈앞에, <황금빛> 정보창이 갱신되었다.
[현재 합성할 수 있는 능력이 존재합니다.]
[합성 능력은 모두 고위(High-Rank)등급으로 기록됩니다.]
[목록: ‘괴력난신’]
[하위스킬: 힘 있는 민첩성, 강인한 지구력, 괴이한 괴력, 순도 높은 골강도, 인내의 고통 내성, 흔들리지 않는 통찰력, 고양이의 직감.]
[합성하시겠습니까?]
‘…흠.’
이것 참.
많이도 들어가네.
총 몇 개야?
‘총 7개인가…’
내가 만약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걸 보았다면 주춤했을 거다.
별다른 부가 설명도 없고…
‘밑에 있는 하위 스킬은 통째로 사라지는 건가?’ 싶겠지.
결론만 말해서 아니다.
<랭킹 1위>가 자세히, 세밀하게, 후원으로 100만 원을 쐈기에 유심히 읽어본 적이 있었다.
합성이 진행되면 <◉고위>라는 카테고리가 새롭게 생성된다.
거기에 [괴력난신]이 기록될 뿐.
재료로 사용된 <하위 스킬>이 사라진다거나 레벨 초기화가 된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하위는 여전히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레벨링도, 성장 보상도, 파생 스킬도 들어온다.’
다만…
재료로 사용된 <하위 스킬>은 일종의 귀속 상태가 되었다.
쉽게 말해 한번 합성에 이용된 스킬은, 다른 <고위> 스킬의 재료가 될 수 없다는 거였다.
‘…이게 바로 유세하의 사기성인가…’
이렇게 얻는 <High-Rank> 스킬들은 대다수, 각각 캐릭터마다 각성해야 얻을 수 있는 <최종 스킬>과 거의 동급의 스킬들이었다.
즉, 유세하는 다른 캐릭터가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해서 손에 넣는 최종적인 보상을.
개수에 제한 없이…
여러 개를…
별다른 뒷배경도 필요하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사실상 완성만 되면 일대일이든, 일대 다수든 이길 방도가 존재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모으는 게 힘들고, 마땅한 정보가 없으면 결과물이 뭐가 나오는지 모르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멍청하게도 이제야 눈치챈 건데.
‘…왜 [괴력난신]이지?’
뭔 소리냐면…
내가 알기로 지금 목록에 있는 <하위 스킬>을 이용한 최종 완성본은 [전사장의 긍지]이기 때문이었다.
<랭킹 1위>가 직접 해준 말이니 틀림없었다.
유심히 살펴보던 나는, 한 가지가 더 들어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양이의 직감].’
우리 천사 같은 므냥이가 선물해 준 능력.
이 능력의 유무가 [괴력난신] or [전사장의 긍지]라는 차이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직접 체험한 경험상, [괴력난신] 쪽이 압도적으로 더 좋은 능력으로 느껴졌다.
애초에 [전사장의 긍지]는 에픽(Epic) 스킬.
반면, [괴력난신]은 한 단계 더 높은 전설(Legendary) 스킬.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고맙다, 므냥아.’
너는 언제나 나를 도와주는구나.
그러면 슬슬…
‘만들어 볼까?’
*
[합성을 진행합니다.]
[총 6개의 레어(Rare), 1개의 언커먼(Uncommon) 능력이 조합에 사용됩니다.]
[모든 능력을 종합한 ‘고위’ 스킬의 레벨 판정은 2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영혼은 더 높은 벽을 향해 나아갑니다.]
[유세하의 육신에 새로운 서사가 새겨집니다. 당신의 힘은 드높은 천상의 신들의 관심을 끌어냅니다.]
[습득 보상으로 근력이 4, 내구가 4, 마력이 4가 상승합니다.]
[‘괴력난신’을 습득합니다.]
[전설(Legendary), 고위(High-Rank) 등급 스킬입니다.]
[난세에 군림하였던 괴이들의 왕. 타고난 용력으로 세상을 자기 마음대로 짓밟았던 존재. 추후 신으로 추앙받던 요왕의 힘이 당신에게 승화됩니다.]
“와, 미친…”
나는 너무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진짜 정신 나갔네.’
정말 말도 안 되는 습득 보상이었다.
‘아니 무슨 능력치 총합이 12나 올라?’
여기에 습득한 직후.
나에게 펼쳐지는 변화는 더욱 고양감을 올려주었다.
우드득-!
뼈가 부서지며 뒤틀린다.
몸에 흐르는 기맥이 끊어진다.
고통 따위 조금도 없었다.
삽시간에 복원되었으니까.
파스락.
몸 주변에 검은색 가루 같은 게 연기를 내뿜으며 사라졌다.
나는 잘은 모르지만, 아마 몸에 있던 노폐물이 아니었나 예상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상의를 벗고 거울을 살펴보았다.
딱히 키가 커지거나, 마초스럽게 변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다르다.’
근육의 질이 다르다.
근육의 격이 다르다.
그 안에 흐르는 뼈와 육신의 감각이 달랐다.
“…뭔가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기도?”
이거, 농담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라고 말했는데…
진짜 엇비슷한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
<스킬 정보>
◉이름: 괴력난신(怪力亂神)
◉등급: 전설(Legendary) / 고위(High-Rank)
◉레벨: 2
◉하위 스킬
[힘 있는 민첩성] [강인한 지구력] [괴이한 괴력] [순도 높은 골강도] [인내의 고통 내성] [흔들리지 않는 통찰력] [고양이의 직감]
◉특수효과
: 발동 시, <하위 스킬>에 기록된 모든 효과를 20% 증폭(Lv.2) 하여 사용할 수 있다. 추가적인 마력 소모는 없다.
: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마나]를 [요기]로 변환할 수 있다. [요기]는 같은 마력 수치여도 1.5배의 위력을 낸다. (상성은 적용된다.)
◉파생스킬
[난신군림보]
◉상세 정보
: 난세에 군림하였던 괴이들의 왕을 상징하는 힘. 추후, 신좌(神座)에 도전하여 당당히 그 자리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
‘어마어마하네.’
[괴력난신]은 딱 내가 느꼈던 힘을 고스란히 간직한 스킬이었다.
<하위 스킬>의 위력을 증폭시켜 주고.
몸에 흐르는 마력을 요력으로 변환해 주는 힘.
이것만으로도 훌륭하지만 역시 진가는, <파생 스킬> [난신군림보]였다.
―――――――――――――――
<스킬 정보>
◉이름: 난신군림보.
◉파생: 괴력난신
◉대기시간: 24시간.
◉사용조건: 괴력난신 필요.
◉사용 효과
: 10초 동안 (Lv.2) 난신의 힘을 승화시켜, 한걸음에 모든 것을 담는다. 자신에게 걸린 모든 [상태이상]을 무효화하고, [상태이상 면역] 상태를 부여한다.
: [상태이상 면역]이 부여된 상태에서는 모든 능력치가 20% (Lv.2) 상승한다.
: 지속시간 동안 ‘군림’ 버프가 유지된다. 다리에 지속적인 능력치 비례 <충격파>를 일으키며, 적중한 대상에게는 [근력]에 비례한 피해를 준다.
―――――――――――――――
‘캬…’
좋다.
<상태이상 해제>에, 무려 <면역>을 부여해준다.
여기에 능력치도 올라가고, 동시에 <군림> 버프로 인한 발돋움 피해까지…
‘하나하나 버릴 게 없네.’
대신 그만큼 마력 소모도 크고…
쿨타임도 24시간이나 되기에, 신중하게 쓸 필요가 있었다.
“좋아!”
개사기 능력, <합성>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그걸 알아야 한다.
[보은]을 제외하고, [역천의 눈동자]가 새로운 힘을 얻을 때는 언제나…
‘보상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는 것을 말이야.’
*
[선택이 새롭게 열립니다.]
[이제부터 <포식>이 가능해집니다.]
[‘역천의 눈동자’가 하늘의 이치를 거스릅니다.]
[대상: ‘몰락한 용의 잔재’ <해룡>]
[<포식>은 한번 발동 이후, 30일의 쿨타임을 가집니다.]
[<해룡>이 보유한 모든 능력을 등급 제한 없이 1개 복사하여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일부 스킬은 얻을 수 없습니다.]
[목록이 갱신됩니다.]
[1.바다 지배자의 비늘(X) 2.살아 숨 쉬는 아가미(X) 3,드래곤 피어 * * * 9. 용오름 치는 해일.]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세이렌>의 미색증가 룬은 머지않은 화에 나옵니다. ‘-^*
까먹은거 아니니 걱정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