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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뭐?”

       

       “축하해. 너는 앞으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소년은 자신의 능력을 악마라고 소개했던가.

       

       그 이야기에 걸맞게,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며 소년은 소녀에게 말했다.

       

       

       “네 능력이 절대 통하지 않게끔 말이지.”

       

       “히이이익···?!”

       

       

       소녀는 소년의 이야기에 다급히 현재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지금 당장 저 소년을 죽여버린다? 그건 불가능했다.

       

       소년을 죽여버렸다가는 이야기가 모두 꼬여버리니까.

       

       소녀가 보고 싶었던 이야기는 독자님과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지, 소년이 죽고 난 뒤 독자님의 후회가 뒤섞인 씁쓸한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고 소년을 내버려 두자니, 지금 소년은 소녀의 입장에서 가장 끔찍한 이야기를 내뱉고 있었다.

       

       만약 소년이 정말 그런 게 가능하다면.

       

       정말 소녀가 아무런 개변을 할 수 없게끔 해버린다면.

       

       그렇다면 소년은 당장이라도 몸속의 눈동자를 꺼내버리겠지.

       

       그렇게 된다면 끝이다.

       

       이미 세계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있을 텐데.

       

       독자님의 몸속에서 잠깐 꺼내진 그 순간,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을 텐데.

       

       그 상황에서 눈동자가 소년의 신체 밖으로 노출된다면?

       

       그대로 세계에서 방출.

       

       잠깐은 버틸 수 있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쫓겨나겠지.

       

       그리고 외부의 위협을 눈치챈 세계는 방어를 더 견고하게 만들 테고.

       

       그렇다면 소녀가 이 세상에 다시 돌아올 방법 따위는 없었다.

       

       아니, 소녀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이 세상에 간섭하는 건 불가능해지겠지.

       

       외통수.

       

       소녀의 머릿속에는 그 단어가 맴돌았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그 순간.

       

       소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른 초월자들에게 멍청하다느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지만, 소녀도 초월자.

       

       소년의 주장에 생긴 틈을 파고들었다.

       

       

       “···마, 맞아!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어!”

       

       “가능할 리가 없다니?”

       

       “너는 인간이잖아! 세상의 모든 걸 알게 된다면 미쳐버릴걸!”

       

       

       그래, 그랬다.

       

       초월자들도 따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이런 변방의 세상에 침입해가며 오락거리를 만들고 있는데.

       

       고작해야 인간 따위가 세상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 좋은 꼴은 보지 못할 거다. 그래야만 했다.

       

       그런 필사적인 염원이 담긴 덕분일까?

       

       소녀의 추측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 말대로, 세상의 모든 걸 알게 된다면 좋은 꼴은 보지 못하겠지.”

       

       “조, 좋아! 그럼 우리 거래를 하자!”

       

       

       뭘 제시해야 할까.

       

       소년도 나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추방하는 것은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

       

       함부로 그 카드를 사용하지는 못하겠지.

       

       이것은 수틀리면 정말 해버릴지도 모른다는 협박에 가까운 카드다.

       

       그러나 소녀에게는 정말 효과적으로 박히는 협박.

       

       소년이 정말 세상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게 하려면 뭘 제시해야 하지?

       

       그렇게 소녀가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던 그때.

       

       소년이, 소녀의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런데 말야. 내가 전부 알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은 없는데.”

       

       “···뭐?”

       

       “알게 되는 건 내가 아니라, 너 혼자야.”

       

       “그, 그럴 리가···! 네가 경험해야 내가 겪을 수 있다고! 너도 그건 알잖···!”

       

       “내 능력은 말이야, 머릿속에 때려 박히는 느낌이야.”

       

       

       갑작스럽게 소년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소녀는 벌벌 떨며 소년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아, 어디로 피하면 되겠구나. 아, 이 사람은 앞으로 뭘 하겠구나. 그런 느낌.”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간단해.”

       

       

       소년이 이번에도 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소녀가 하는 고민이 무엇인지 빤히 알고 있다는 듯.

       

       그 미소에 소녀가 불안감을 느낄 무렵, 소년은 소녀에게 말했다.

       

       

       “나는 인간이고, 너는 초월자잖아? 네가 말한 대로 내가 모든 걸 알게 된다면 미쳐버리겠지.”

       

       “그래! 그러니까 거래를···!”

       

       “문제점도 똑같아. 내가 인간이고 네가 초월자라는 거야.”

       

       

       소년은 자기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소녀에게 말했다.

       

       

       “네 머리라면 몰라도, 내 머리는 그 정보량을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뭐?”

       

       “내가 능력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정보를 모두 받아들이는 건 네가 월등히 빠르다는 소리지.”

       

       “···이해를 못 하겠는데. 결국 너도 정보의 처리가 늦을 뿐, 전부 알게 되는 건 달라지지 않아.”

       

       “글쎄. 네가 하나 잊고 있는 사실이 있어.”

       

       “···잊고 있는 거?”

       

       

       소년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소녀는 불안함에 몸을 떨었다.

       

       소녀가 한 말에는 틀린 점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소년보다 훨씬 빠르게, 소녀는 순식간에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겠지.

       

       그러나 그것도 결국 시간 문제.

       

       한 달이 되었든, 일 년이 되었든.

       

       소년 또한 차근차근 정보를 받아들이며 미쳐버릴 게 뻔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소년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네 설정 덕에 내 능력은 이만큼 성장했어. 죽을 뻔한 위기도 한꺼번에 겪어서, 엄청나게 강해졌지.”

       

       “···.”

       

       “하지만 사실 그 정도로는 내 능력이 이렇게 성장하는 건 불가능하거든. 도움이 필요했지.”

       

       “도로시의 강화 말하는 거야? 그게 어쨌다는···.”

       

       “슬슬 눈치챌 때도 된 것 같은데. 이건 꼼수야. 내 능력을 사용한 꼼수.”

       

       “···꼼수?”

       

       “그래.”

       

       

       그다음에 이어진 소년의 말에 소녀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소녀의 전제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으니까.

       

       

       “네가 세상의 모든 걸 알게 되면, 나는 아마 세상의 탄생 정도를 보고 있겠지?”

       

       “그렇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내가 기절한 지 30분이 지났을 거야.”

       

       “···30분?”

       

       “잊었어? 내가 기절하기 전, 도로시에게 30분 뒤에 능력을 해제해 달라고 한 거.”

       

       “?!”

       

       

       소녀의 머릿속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식었다.

       

       그리고 머리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소녀가 잔뜩 당황하고 있었을 무렵.

       

       소년은 옆에 있던 히로인 후보에게 무언가 이야기했었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듣지 못했었는데?

       

       

       “30분이 지나면, 나는 세상의 탄생을 지켜본 뒤 라플라스의 악마의 영향이 끊겨. 당연히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 이상의 것은 더는 보지 못하지.”

       

       “서, 설마···.”

       

       “그래. 네가 전지한 신이 되었을 때, 나는 끝내주게 실감 나는 우주 다큐멘터리 한 편 보는 거라고. 주제는 세상의 탄생, 정도면 괜찮을까?”

       

       “아, 안 돼···!”

       

       

       소녀는 절규했다.

       

       막을 방법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내 걱정은 하지 마. 앞으로 평생 도로시의 강화를 받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너, 너어어···!”

       

       

       얄밉게 소녀를 놀려대는 소년의 모습에 소녀가 화를 냈지만,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소년이 놀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분을 삭일 뿐.

       

       그런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소년이, 얄밉게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아무리 불법으로 침입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손님은 손님. 우리 집 소개를 해줘야겠지.”

       

       “그, 그만 해! 제발! 내가 잘못했어!”

       

       “자, 여기가 우리 집이야. 세상의 탄생부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서 어떻게 세계가 멸망할지. 천천히 지켜보라고.”

       

       “안 돼!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뭘 해줄까? 응? 말만 해! 다 들어줄 수 있어!”

       

       “미안하지만 내가 조금 바빠서 말이야. 처음에는 같이 보겠지만, 중간부터는 너 혼자 봐야겠네.”

       

       

       소년이, 능력을 발동하며 웃었다.

       

       

       “그러니 외로워도 조금 참아줘. ···좋은 여행 되시길.”

       

       “아아악! 제발! 안돼애애애애!”

       

       

       소녀가 절규해도 소년은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의 뇌리에, 정보의 파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

       

       

       

       “···려! 정···려! 아르···. 내 말···려? 아르테!”

       

       

       점점 흐려지던 정신이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에 점점 깨어나기 시작했다.

       

       ···뭘 하고 있었더라.

       

       시우를 도와주기 위해 다급히 쫓아가고, 그리고···.

       

       시우와 함께 열심히 그 괴물을 처치하고.

       

       시우에게 심장을 내주었던가.

       

       

       “···허억!”

       

       “돼, 됐다! 살았어!”

       

       “세상에, 정말 될 줄이야···.”

       

       

       역시, 시우를 믿은 게 틀리지 않았어.

       

       내 믿음은, 내 신뢰는 보답받았다.

       

       설령 심장을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시우를 믿었고, 시우는 그 믿음에 보답해주었다.

       

       심장이 없으면 죽어야 할 텐데. 분명 그래야 할 텐데.

       

       시우는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몰라도 나를 살려냈다.

       

       

       “아르테, 괜찮아? 내 손가락 보여? 이거 몇 개···.”

       

       “시우는?”

       

       “어?”

       

       “시우는 어디에 있어?”

       

       

       당장이라도 시우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어떻게 나를 살려낸 건지.

       

       왜 내 심장을 노린 건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그러나 시우는 내 주변에 보이지 않았고, 그렇기에 나는 시우를 찾아 헤맸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기가 막힌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런 것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시우, 시우는 어디에 있을까.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주는 시우.

       

       그는 어디에 있을까.

       

       

       “너는 눈 뜨자마자 걔를 찾아? 네 심장을 찌른···.”

       

       “그런 건 상관없어. 시우는?”

       

       “하아···.”

       

       

       말이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아멜리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절했어. 아마 한동안은 일어나지 않을···.”

       

       “···역시, 믿고 있었어요.”

       

       

       아멜리아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지만, 금세 내 관심에서 벗어났다.

       

       그도 그럴게, 눈앞에 시우가 보였으니까.

       

       역시 그는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준다.

       

       아멜리아의 말을 흘려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르테, 괜찮아? 많이 힘들 텐데.”

       

       “괜찮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 걷는 게 조금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당신이 있으니까.”

       

       

       배시시 웃으며 나는 시우를 끌어안았다.

       

       시우만 있다면, 나는 그 어떤 고통과 고난이 있더라도 견딜 수 있었으니까.

       

       고작 이 정도의 고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가님 컷!

    ***

    백구와재구 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300화나 되는 외전은 조금 힘들겠지만···. 외전은 충분히 써드릴테니, 걱정 마세요!

    ···야스씬이라던가? 헤헤.

    잘 쓸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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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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