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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허공에서 헤엄도 치고, 발바닥에서 기를 분출하고.

         

       온갖 난리를 쳐가며 먼저 떨어져 내린 그녀를 붙잡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제 어떻게 살지.”

         

       살기만 하면 되는데 방법이 영 마땅치가 않다.

         

       “으음.”

         

       품에 안고 있는 도경을 바라보았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

         

       ‘얘만 없으면 살 방법이야 많을 텐데.’

         

       사람 하나의 존재가 무척이나 무겁다.

         

       슬슬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확실하게 방법을 정해야만 하는 순간.

         

       여전히 현실분간 못하는 그녀의 뺨을 두어 번 때려 정신을 되찾게 도와준다.

         

       “아, 아?”

         

       벌어진 입에서 미약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지금부터 팔 써야 하니까 뒤에서 내 목 꽉 잡고 있어.”

       “어, 어…?”

       “내 뒤로 가서 꽉 붙잡고 있으라고.”

         

       맹렬한 바람 소리 너머로 들려오는 또렷한 음성.

         

       “그, 그래.”

         

       그녀는 엉금엉금 몸 위를 기어 돌아가 그의 목을 붙잡았다.

         

       “바, 방법은 있나?”

       “없어도 만들어야지.”

         

       검을 뽑아 드는 백우진.

         

       목표는 단 하나다.

         

       바닥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에 강력한 공격으로 떨어지는 속도를 상쇄할 만한 역풍을 만들어내는 것.

         

       검기가 덧씌워진다.

         

       백우진은 중단전 한쪽에 따로 뭉쳐둔 영기를 건드려 보았다.

         

       일반적인 기운과는 달리, 아주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성질이 있는 기운.

         

       ‘이걸 이용하면….’

         

       검기 위로 미약한 영기를 덧칠한다.

         

       그리고 그 위로 다시 기운을 응집시킨다.

         

       한층 선명해지는 색이 검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연상케 한다.

         

       도경의 당황 섞인 음성이 귓가에 들려온다.

         

       “거, 검강(劍罡)?”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지 않고 검 위에 명확한 형태를 이룬 기운을 검강이라 부른다.

         

       이는 인간의 한계라 불리는 초절정을 뛰어넘은 초인,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예.

         

       “그냥 비스무리한 거.”

         

       허공에서 기수식을 취하며 쓴웃음을 짓는 백우진.

         

       지박령이 떠난 자리에 찌꺼기처럼 남은 영기가 왠지 아까워 모아둔 게 신의 한수가 될 줄이야.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몸 안을 바삐 돌아다니는 기운을 단숨에 폭파시킨다.

         

       그 폭발력을 이용하여 허공을 내리그었다.

         

       콰앙-!

         

       벼락과도 같은 검격에 의해 쏟아진 폭풍이 바닥을 강하게 치고 올라온다.

         

       아주 잠깐이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늦춰졌다.

         

       다시 한번 폭발력 실린 검을 휘두른다.

         

       한 번, 또 한 번.

         

       끊임없이 쏟아지는 검격에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바람의 세기 또한 거세진다.

         

       “이, 이게….”

         

       제 머리를 세차게 흔드는 바람이 잦아드는 것을 느낀 도경이 눈을 부릅떴다.

         

       무식하고, 단순한 수법이다.

         

       떠올릴 수는 있으나, 누구나 사용할 수는 없는 방법.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밀착해 있는 몸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반동이 전해진다.

         

       ‘이걸 어떻게 버티는 거지…?!’

         

       간접적인 충격만으로도 갈비뼈가 부러질 듯 들썩이고 있다.

         

       ‘대체….’

         

       저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끄응.”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그의 입가에서 미약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휘두른 일격마다 몸 안에 해소되지 못한 충격이 켜켜이 쌓였다.

         

       아파 죽겠다 싶을 즈음, 백우진은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떨어지는 속도가 현격히 줄어 머리를 간질이는 바람의 세기가 살랑이는 봄바람 수준으로 격하됐다.

         

       코앞까지 다가온 밑바닥에 두 발을 딛고 내려선다.

         

       쿠웅!

         

       발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찌릿찌릿한 감각이 정강이, 무릎, 허벅지, 골반까지 타고 흐른다.

         

       “어우야….”

         

       평소였으면 아무렇지 않을 충격이 지금은 제법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마치 지구에 있을 때 자다가 쥐가 난 것만 같은 느낌.

         

       그의 신형이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윽!”

         

       뒤에 매달려 있던 도경이 푹신한 완충재가 되어주었다.

         

       “아, 네가 있었지.”

         

       미안함은 없다.

         

       살려줬으면 이 정도 완충재는 되어줘야지.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어낸 그녀가 백우진의 등을 밀어내며 소리친다.

         

       “나, 나와.”

         

       그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엉덩이를 살짝 들어주는 백우진.

         

       저릿한 다리를 가볍게 주무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까지 떨어져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 확신한 걸까.

         

       “뭐 없네.”

         

       그냥 평범한 동굴처럼 보였다.

         

       기감을 넓게 확장시켜 주변을 훑었지만, 박쥐나 벌레가 전부였다.

         

       연이은 습격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했다.

         

       ‘이 몸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호리병 세 병 분량에 달하는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음주선공이 빠르게 운용되기 시작한다.

         

       ‘부족해.’

         

       내공이 모자란 건 둘째치고, 체내에 가득 쌓인 충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신체를 야금야금 좀먹기 시작해서 미약하게 입은 내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었다.

         

       백우진은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도경을 향해 말을 걸었다.

         

       “이봐.”

       “…왜.”

       “나 운기조식 할 거니까 좀 지켜줘.”

         

       그의 당당한 요청에 도경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운기조식을 하는 도중에는 외부로부터 무방비한 상태가 된다.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칼을 들고 찔러와도 막을 수 없는 수준.

         

       “너…, 날 믿어?”

         

       잠깐 힘을 합쳤다고는 하나, 그와 자신은 어디까지나 정파와 사파.

         

       그런 자신에게 운기조식의 호위를 부탁하다니.

         

       백우진이 답했다.

         

       “아직 믿을 수준은 아니지.”

         

       그녀가 소설에 나타났다곤 하나, 어디까지나 이곳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 아닌가.

         

       소설 속의 ‘백우진’과 자신은 행동 방식부터가 아예 다르다.

         

       소설 속의 그녀가 ‘백우진’과 연이 맺어진다 한들, 자신과도 이어질 거라 확실할 순 없다.

         

       그러니 거짓말로나마 그녀를 믿고 있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다만.

         

       “합심해도 빠져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행동을 할 바보는 아닐 거라 믿는 정도.”

         

       백우진이 흐리게 웃는다.

         

       “네가 사파에 대한 열렬한 충성심으로 날 죽이고 너도 이곳에서 죽겠다면 말이 다르겠지만.”

         

       며칠간 봐온 그녀는 그럴 수 있을 만한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

         

       ‘확 찌르고 싶다.’

         

       자신을 다 안다는 듯이 나불거리는 저 얄미운 입을 다물게 하고 싶다.

         

       하지만 할 수 없다.

         

       그의 말이 맞으니까.

         

       “그럼 시작한다.”

         

       그렇게 말한 백우진은 그녀의 대답도 듣지 않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를 시작했다.

         

         

       * * *

         

         

       그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주변의 기운들이 빨려 들어간다.

         

       완전히 운기조식 상태로 접어들었음을 확인한 도경이 몸을 일으켰다.

         

       “괴물 같은 자식.”

         

       입으론 욕을 내뱉으며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숙이자 뽀송뽀송한 솜털까지 보일 정도로 좁혀진다.

         

       지금은 마지못해 협력하고 있지만, 훗날 적이 될 사이다.

         

       그를 이토록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터.

         

       “흐음.”

         

       쭈그려앉아 턱을 괸 채로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허.”

         

       잘생겼다.

         

       절로 감탄이 튀어나올 만큼.

         

       과연 신룡의 앞에 옥면이 불을 만한 얼굴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쳐다보게 된다.

         

       “으음…, 이거….”

         

       어느덧 그의 콧김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음을 눈치채고 마중나간 얼굴을 황급히 되돌린다.

         

       “이, 이 요물 같은 게…!”

         

       과연 이 얼굴로 제갈가의 여식을 꼬신 게로구나!

         

       심장이 두근거린다.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철이 들 무렵부터 사내로 살겠다 다짐했던 자신 아닌가.

         

       그런데 같은 사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니!

         

       “…내 탓이 아니야.”

         

       이건 다 저 요물 같은 얼굴이 빚어낸 거라고, 그녀는 자기합리화를 시도했다.

         

       “최근 중원에 모우자(母友子)라는 말이 유행이라던데.”

         

       모우자(母友子).

         

       풀어 말하면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뜻이다.

         

       모든 엄마들이 제 자식을 혼낼 때마다 ‘엄마 친구 아들은~’ 이라는 말로 시작한다고 하여, 남들과 비견될 정도로 잘나고 뛰어난 사람을 일컫어 모우자라고 한다던가.

         

       “이 모우자 같은 놈.”

         

       잘생겨, 무공 고강해, 가문도 좋아.

         

       이 녀석이야말로 환상 속의 동물이나 다름없다는 모우자가 아닌가.

         

       “그런 자식이 나를….”

         

       그때의 치욕이 상기된다.

         

       정공법으로도 자신을 충분히 패퇴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사하게 말로 뒤흔들고 기습을 가해 패배하게 만든 치욕스러운 비무가.

         

       “젠장.”

         

       그것 때문이다.

         

       초절정에 오른 그가 자신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때의 굴욕이 자꾸만 떠올라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아니,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되면 영원히 치욕스러운 패배를 안고 살 것만 같았기에.

         

       “쳇….”

         

       가볍게라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은데 참는다.

         

       그 작은 충격에도 잘못될 수 있는 게 운기조식이란 녀석이다.

         

       물론 초절정에 오른 그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혹시라는 게 있으니까.

         

       “아.”

         

       또 거리가 가까워졌다.

         

       ‘눈을 돌려야 하는데….’

         

       눈을…, 돌려야….

         

       떼어야 한다 생각만 하고 차마 떼어내지 못하고 있을 때.

         

       단단한 석상처럼 굳어 있던 백우진의 눈꺼풀이 단숨에 치솟았다.

         

       “어…, 으.”

         

       얼떨결에 코앞에서 눈을 마주치게 된 상황.

         

       도경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어버버거리고 있을 때, 백우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뭐 해?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 그게.”

         

       아뿔싸.

         

       금기를 어겼다.

         

       운기조식을 하는 상대의 근처에 가는 것은 공격을 가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동으로 간주한다.

         

       “미, 미….”

         

       사과를 해야 한다.

         

       머릿속으론 분명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진대.

         

       “미, 미친놈! 네게 비무를 신청한다!”

       “……?”

         

       갑자기 분위기 비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말이 끝났네요,,, 하,,,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당.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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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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