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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용의 눈물…. 하하. 내가 이걸 다시 만들어 내게 될 줄은 몰랐구나.”

       

       이드밀라는 자신의 품에 안긴 아르가 들고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용의 눈물’을 보며 작게 웃었다. 

       

       “용의 눔물…? 이모가 울면 이러케 예쁜 보석이 생기는 거예여?”

       

       아르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자신의 말랑한 손바닥 위에 올려진 용의 눈물을 조물조물 만지작거렸다. 

       

       ‘어지간히 맘에 들었나 보네.’

       

       이제 나는 아르의 눈이 반짝이는 정도로 아르가 얼마나 보석을 마음에 들어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기에 알 수 있었다. 

       

       “그렇단다. 어때, 마음에 들면 더 울어 주랴?”

       

       이드밀라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아르의 귀가 쫑긋 섰다. 

       

       “그래도 대여?”

       

       보석을 더 만들어 준다는 말에 반사적으로 대답했던 아르는 곧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닫고 입을 떡 벌린 상태에서 잠시 멈췄다. 

       

       “앗, 근데 이모가 슬퍼서 우는 거는 시른데…. 이모 안 슬펐으면 조케써여….”

       

       예쁜 보석이 만들어지는 건 좋지만, 이드밀라가 슬프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모순된 마음이 아르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모양.

       

       물론 이드밀라는 농담으로 던진 말이지만, 아르는 그걸 두고 진지하게 뀨욱 소리를 내며 고민하고 있었고.

       

       “하하하! 하핫.”

       

       이드밀라는 그런 아르를 보며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하하, 아르야. 농담이란다, 농담.”

       “헉! 농담이어써여?”

       “그래. 네 덕분에 슬픈 생각이 싹 날아갔구나. 고맙다, 아르야.”

       

       조금전까지 아련한 눈으로 읊조리던 이드밀라는 원없이 웃고는 아르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 용의 눈물은 널 주마.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내 눈물은 꽤나 희소성이 있단다. 지금까지 두 번밖에 생기지 않았으니 말이야.”

       

       두 번…?

       

       한 번은 방금 카르사유 님 이야기를 하면서 흘린 것일 테고.

       

       그렇다면 한 번은….

       

       ‘설마, 카르사유 님이 돌아가셨을 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 또한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몇천 년을 살아 온 고룡이 흘린 단 두 번의 눈물이, 전부 오랜 친구 때문이었다니.

       

       이렇게 감동적인 일이….

       

       “한 번은 인간 모습으로 변했는데 바위에 새끼발가락을 찧었을 때였지. 아프기도 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나더군.”

       

       응, 아니었고.

       

       “어쨌든, 이건 아르를 줄 테니 소중히 간직하려무나. 뭐, 팔고 싶으면 팔아도 괜찮지만. 값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아마 흔치는 않을 거다.”

       “이모…! 고마어여!”

       

       아르는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보석을 손에 꼬옥 쥐었다. 

       

       “이뿌다…. 히히. 근데 이모오. 구러면 아르 궁그만 거 이써여.”

       “응? 뭐가 궁금하니?”

       

       아르는 조금 수줍은 얼굴로 이드밀라를 올려다 보며 물었다. 

       

       “용의 눈물이며는…. 아르두 용이니깐 만들 수 있는 거예여?”

       

       아르의 눈에 기대감이 차올랐다.

       

       “만들 수 이쓰면 아르는 우는 건 자신 이써여! 슬픈 생각 하면 대여! 레온이 아르한테서 떠나는 생각 가튼 거 하면…. 쀼우…. 슬퍼여, 히꾹.”

       

       말을 하는 도중에 진짜로 내가 아르 곁을 떠나는 상상이라도 했는지 금세 아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르야, 확실히 네가 울 때마다 용의 눈물이 생기면 지금쯤 상자 하나는 거뜬히 채웠겠지.”

       “구, 구건 구래여. 쀼꾹.”

       

       아르는 이드밀라의 레어에서 울음을 터뜨렸던 걸 떠올린 듯했다.

       

       “하지만 용의 눈물은 최소 천 년 이상 살아 온 용에게서만 나온단다. 정확히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나이는 용마다 다르지만 말이야.”

       

       이드밀라는 벌써 딸꾹질을 하는 아르의 눈가를 닦아 주었다. 

       

       “오랫동안 살아 오며 마력을 축적한 용일수록 더 강한 힘을 담은 용의 눈물을 만들 수 있지. 그러니 지금 아르는 잘 먹고 쑥쑥 크는 데에만 집중하면 된단다. 그럼 언젠가 아주 맑고 예쁜 보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징짜루여?”

       “응. 이모는 아르한테 거짓말 안 해.”

       “헤헤, 알게써여! 아르 열씨미 먹구 쑥쑥 클게여!”

       

       아르는 어느새 눈물을 싹 그치고 헤벌쭉 웃었다. 

       이드밀라는 그런 아르를 보며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 아르야.”

       “쀼욱?!”

       

       놀란 아르가 꼬리를 쭈욱 폈다. 

       

       “푸하하! 농담이다, 농담!”

       “쀼우! 이모 거짓말쟁이!”

       

       ***

       

       우리는 잠든 사람들을 각자 살던 변두리 마을 근처에 내려 주고 떠났다. 

       

       아마 곧 정신을 차리면 집으로 알아서들 돌아갈 것이다. 

       

       이제 남은 헤카르테교 지부는 단 하나뿐.

       

       ‘되게 구석탱이에 있네.’

       

       가까운 지부들을 먼저 처리하다 보니 마지막에 남은 건 변방 수준도 아니고 오지에 있는 지부였다. 

       

       ‘이렇게 구석진 곳에 있으니…. 이거 교단원들이 알아서 불지 않았으면 추적하는 데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렸겠는데.’

       

       나는 다시 한번 이드밀라에게 감사하며 그녀의 등에 타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이번 지부만 파괴하면 이제 헤카르테교는 힘을 완전히 잃게 된다.’

       

       헤카르테교가 힘을 잃게 되면 자연스레 헤카르테는 부활하지 못하게 될 거고, 이제 대륙 남부는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 터.

       

       이번 일만 후딱 끝내면 동부로 다시 가서 레키온을 만난 뒤 함께 하무트교까지 박살을 내는 거다. 

       

       ‘하무트교…. 진짜 너네는 내가 반드시 끝까지 찾아내 끝장내고야 만다.’

       

       아직도 빙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바냐스 마을에서 헉헉거리며 전력을 다해 도망쳤던 그때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진짜 원작대로였으면 거기서 모가지 날아가고 이 대륙의 운명은 그대로 뒤집어 엎어졌을 텐데.’

       

       그리고 우리 귀여운 아르도 깨어나지 못한 채 쓸쓸하고 외롭게 죽어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 목숨도 목숨인데, 아르 목숨까지 노리던 놈들이라 특히 용서가 안 돼.’

       

       아르의 이 치명적인 귀여움이 빛을 보지도 못하다니, 이거야말로 범대륙적인 손실이 아니겠는가.

       

       “쀼우우우!”

       

       나는 이드밀라의 등에 붙어 슈퍼맨 자세로 비늘을 붙잡고 있는 귀여운 아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번엔 꽤 오랜 비행 끝에, 헤카르테교의 마지막 지부에 도착했다. 

       

       “제가 결계를 자르겠습니다.”

       

       결계 절제술 전문가인 실비아가 나서서 검을 뽑았다. 

       

       촤아아악!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정확히 사각형 모양으로 결계를 잘랐고.

       그 안으로 들어….

       

       “위험합니다! 제 뒤로!”

       

       화아아악!

       

       별안간 눈앞에서 날아온 마법에, 실비아가 검에 마나를 후욱 불어넣으며 앞으로 뛰어들었다. 

       

       촤악.

       

       마법을 정확히 위에서 아래로, 반으로 쪼개 버린 실비아는 마법이 갈라진 그 짧은 순간에 검등으로 양쪽을 타닥, 하고 쳐서 뒤에 있는 우리가 맞지 않도록 튕겨 냈다. 

       

       퍼어어어엉!

       

       실비아의 대처로 우리를 완전히 비껴 간 마법은 뒤쪽의 나무에 적중해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함께 잠입할 준비를 하고 있던 나와 아르는 생각지 못한 기습에 눈이 휘둥그레져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벌써 소식이 지부의 귀에 들어간 건가.’

       

       지부끼리는 거리가 멀어서 통신 마법 같은 건 안 됐을 거고…. 

       

       ‘혹시 정기적으로 만나 회의를 하거나 하는 날짜가 최근에 있었는데 다른 지부가 참석을 하지 않은 걸 보고 짐작한 건가?’

       

       그렇다 해도 이건 초장부터 대비가 너무 철저하다. 

       

       마치 엄청난 실력자가 찾아올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흥. 버러지들이…. 아니지, 아르 앞에서는 말을 예쁘게…. 별것도 아닌 놈들이 기습 하나는 기똥차게 준비했구나.”

       

       이드밀라는 오히려 빨리 전면전이 된 게 덜 귀찮고 좋다고 생각한 듯, 즉시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쉬이이이익!

       

       다시 한번 우리에게 날아왔던 것과 똑같은 강력한 마법이 이드밀라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어딜.”

       

       이드밀라가 손을 뻗자, 놀랍게도 쏜살같이 날아오던 마법은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리고 이드밀라의 손짓과 함께 다시 날아왔던 방향으로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아아아악!”

       “크윽! B조! 전원 대공 마법 준비해!”

       “C조는 나머지가 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

       

       폭발과 함께 교단원 열 명 가량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지만, 간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휘에 나섰다. 

       

       미리 이곳저곳에 포진한 상태로 마력을 모으고 있던 마법사들은 신호와 함께 이드밀라를 향해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고.

       

       “소용없…. 뭐야, 마력석까지 동원했군.”

       

       방금처럼 간단히 마법들을 멈추어 되돌려 주려 했던 이드밀라는 마법에 담긴 마력이 범상치 않다는 걸 파악하고 마법을 마주 쏘거나 궤도를 비틀어 피하는 쪽을 선택했다. 

       

       이전에 9서클인 실비아를 붙잡아 두기 위해 대량의 마법석을 사용한 간부처럼, 이번엔 이드밀라를 상대하기 위해 놈들이 마력석을 준비해 온 것이었다.

       

       “쯧. 귀찮게 하는구만. 그래 봐야 그 비싼 마법석으로 시간만 조금 더 번 셈이라는 걸 곧 깨닫게 될 거다.”

       

       한편 정면의 성채에서 우르르 몰려 나온 교단원들은 나와 아르, 실비아를 향해 돌진했다.

       

       실비아는 검을 뽑아 들고 순식간에 전방으로 블링크를 해 적들을 베어 넘기기 시작했고.

       

       자리에 남은 나와 아르는,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자, 아르야. 그럼 우리도 힘 좀 써 볼까?”

       “쀼우우웃!”

       

       [파이어 브레이슬릿의 특수 효과, 「염룡의 힘」을 개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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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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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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