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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이란다.”

       

        나는 이야기를 끝마쳤다.

        이 이후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해 줄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내가 초월자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뿐이니까.

       

        – ㅠㅠㅠㅠㅠㅠ

        – ㅜㅜㅜㅜㅜ

        – ㅠㅠ

        – 너무 슬픈 이야기여써

        – ㅠㅠㅠㅠ

        – 흑흑

        – 너모 슬푸다

        – ㄹㅇㅋㅋ

       

        채팅창에서 슬픔의 감정이 느껴진다.

        슬퍼야 할 것은 나인데, 왜 저들이 더 슬퍼하는 것일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후 시간을 확인했다.

        때마침 방송 종료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방송을 끝내야 할 시간이로구나.”

       

        – 안 돼에에에!!

        – 가지 마여!

        – ㅠㅠ

        – 가지 마…… 아닌가? 가셔야하나?

        – ㄹㅇㅋㅋ

        – 가지 마세요!!

        – 슬프게 하고 도망치시면 어떻게 해요 ㅠㅠ

       

        언제나처럼 시청자들이 나를 막으려 한다.

        참으로 귀여운 아이들을 바라보며 음료수를 쭉 들이켰다.

        음! 맛있다!

       

        “끝내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았으니, 질문 몇 가지만 받고 끝내도록 하마.”

       

        내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나는 잠시 채팅창을 바라보며 질문들을 몇 가지 골라냈다.

        그리고 그렇게 골라낸 질문들을 하나하나 글로 적으며 대답하기 시작했다.

       

        [고대신들 결국 다 안 죽이신 건가요?]

       

        “그렇지.”

       

        그때 나는 고대신들을 전부 죽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인간들까지 전부 멸종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남편은 그런 나를 말렸다.

        비록 말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내 몸을 감쌌던 남편의 황금에선 그런 의도가 느껴졌었다.

       

        “물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단다.”

       

        [신들 전부 죽이지 않은 거, 후회되시지는 않나요?]

       

        “후회라…… 그다지 후회하지는 않는단다.”

       

        왜냐하면 그때 살아남은 신들은 ‘대지의 여신’과 아직 어린 신들, 그리고 하늘의 고대신이었던 존재뿐이었다.

        심지어 ‘대지의 여신’과 ‘하늘의 고대신’이었던 존재. 즉, ‘고대신’이었던 이들은 내 멸천의 독에 의해 격과 힘이 한참 떨어진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그곳에 있던 ‘고대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사실상 멸종했다.

       

        – 뭐임?

        – 결국 다 죽였다는 소리 아님?

        – 헐퀴.

        – 복수는 복수대로 끝내셨네?

        – 남편님! 너무 늦게 말리셨습니다!!

       

        “뭐, 그런거란다.”

       

        나도 만족했고 남편도 만족했으면 좋은 일이지 뭐.

        다음 질문을 확인했다.

       

        [자녀분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음, 내 아이들이라면 둘째 제외하고 한 번씩 소개를 했으니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만…….”

       

        아마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그 당시의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겠지?

        곰곰이 그 당시의 기억을 불러왔다.

        그러니까 분명히…….

       

        “슈르네는 내가 잘 키우다가 분가시켰지.”

       

        비록 아버지 없이 키우게 되었지만, 사실 포식자들 중에서는 암수가 짝을 이루어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나마 ‘조류’ 정도가 전부랄까?

        그렇기에 ‘원래’는 슈르네의 성장 과정이 정상이다.

        아버지가 존재했던 앞의 세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우리 쪽에서는 비정상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돌아왔을 때 세 아이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때 세 아이들이 죽인 인간들의 숫자가…… 모르겠군. 그냥 그 당시 인류의 80%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려무나.”

       

        – 허미.

        – ㅎㄷㄷ

        – 뭐임?

        – 미쳤네.

        – ㄷㄷㄷㄷㄷ

        – ㄷㄷㄷ

        – 헐

       

        그래도 생존본능이라는 것이 강하기는 한지, 인간들이 멸종하는 경우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내가 신계도 거의 박살을 내놓은 상태였기에, 신들이 인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인간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암흑기’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그 이후에도 세 아이들은 보이는 족족 인간들을 죽였다.

        보다 못한 내가 말리기 직전까지…… 그러니까 대략 1000년 동안 인간들은 적당한 문명조차 발전시키지 못한 채 살아가야만 했다.

       

        – 너무 늦게 말리신거 아니에요?

        – 부부는 닮는다더닠ㅋㅋㅋ

        – ㄹㅇㅋㅋ

        – 잉꼬부부네요!

       

        “그때 나는 넷째 육아하고, 남편에 대한 슬픔을 곱씹기 위해 둥지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아무리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였다고 하더라도, 그 슬픔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초월자가 되며 얻어낸 ‘드래곤 코어’ 덕분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생존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결국, 나는 슈르네를 독립시킨 후 거의 900년 가량을 둥지에서만 지냈다.

       

        즉, 그때 나는 둥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내 아이들이 밖에서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면 말렸을 것이다.”

       

        – 변명 아닌가요?

        – 흠.

        – 에반데.

        – ㅎㄷㄷ

        –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 대답은 끝이란다. 다음 질문으로 가 보자꾸나.”

       

        야유를 보내는 채팅창을 무시한 채 다음 질문을 확인했다.

       

        [그 신들은 이후에 어떻게 되었나요?]

       

        “글쎄?”

       

        그 이후로는 딱히 신들과 부딪친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이라면…….

       

        “우선 그 어린 신들이 성장해 새로운 신들이 되었다는 것은 기억한단다.”

       

        태양의 신, 정의의 신과 같은 이들이 고대신의 자리를 대신해 신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에 의해 죽어 버린 고대신들과는 달리, 신으로서의 의무를 잘 수행했다.

        인간들에게서 신앙을 받아 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만큼 인간들이 교리를 잘 수행하는지 확인하고, 그만큼 신성력을 내려주었다.

        사실상 인간들을 비롯한 중간계의 모든 것들을 장난감 내지 가축으로 여기던 고대신에 비하면 엄청나게 나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의 고대신이었던 놈은…… 어쨌더라?”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다른 곳으로 유배를 보냈다고 들었던 것 같다.

        어차피 내 멸천의 독염에 당했겠다, 힘도 떨어졌겠다, 약해진 대지의 여신과 어린 신들의 힘으로 제압해서 어디로 보냈다고 들었는데…….

       

        “거기가 어디였더라?”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

        – 이젠 나이가 있으시닠ㅋㅋㅋ

        – 틀니틀니얔ㅋㅋㅋ

        – ㅋㅋㅋㅋㅋ

       

        “기억이 안 나는구나. 뭐, 정령계든 명계든 어딘가에 보냈겠지.”

       

        그리고 문제의 ‘대지의 여신’.

        감히 나에게 멈춰달라고 발언하고, 아직 어린아이들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고대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여신은 ‘고대신’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필멸자들을 깔보지 않는 고대신이었다.

        그래서 다른 고대신들이 어린 신들에 의해 처벌을 받을 때 그녀만큼은 처벌을 피해 갈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대지의 여신’은 성장한 다른 신들과 함께 ‘신의 자리’에 남았다고 들었다.

        그 이후의 일은 잘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았고.

       

        이쯤에서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남아 있는 질문과 시간을 계산한 후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앞으로 질문 2개만 더 보자꾸나.”

       

        어디 보자.

        다음 질문이…… 이건 이번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는 질문이다. 넘기자.

        그렇게 이번 이야기와 상관이 없는 질문을 넘기고, 내가 답했던 답과 중복되는 질문도 넘긴다.

       

        [남편분을 다시 뵌 적은 없나요?]

       

        “다시 본 적은 없단다.”

       

        내 남편이 만약 초월자가 아니었다면 다시 볼 가능성은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 말했던 대로, 내가 태어났던 차원과 비슷한 다른 평행차원으로 건너가면 되니까.

        비록 내가 알던 남편과는 사뭇 다를지언정…… 평행세계의 남편이라도 볼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남편은 초월자가 되었다.

        그리고 초월자가 되는 순간, 수많은 차원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는 존재는 초월자가 된 개체에 흡수되어 ‘유일’한 개체가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한 번 죽어 버린 남편을 다시 볼 방법은 없단다.”

       

        내 남편은 완전한 죽음을 맞이했고, 그 영혼 역시 세상의 흐름 저편으로 넘어갔다.

        초월자의 그 너머로 나아간다면 모를까, 그 이전에는 다시 볼 방법은 없겠지.

       

        – 슬프네.

        – 저쪽이나 이쪽이나 죽으면 다 똑같구나.

        – ㄹㅇㅋㅋ

        – 아. 아빠보고 싶다.

        – 할아버지 생각나네.

        – 내일 성묘가야겠음.

       

        “그럼 오늘의 마지막 질문을 볼까?”

       

        어디 보자…… 음?

       

        [전에 ‘멸천룡’이라는 ‘용명’이 드래곤의 신이 지어 준 이름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그때 드래곤의 신도 라나님이 죽이신 건가요?]

       

        – 오

        – 그러고 보니 그러네?

        – ㄹㅇㅋㅋ

        – ㅇㅇ

       

        “흠. 그러고 보니 너희가 의아해할 수도 있겠구나.”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그렇지.

       

        “내가 이전에 수많은 신들이 존재한다고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우주는 무한한 시공간으로 분열되는 무한한 세상이다. 그리고 그 무한한 세상에는 수많은 초월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초월자들 사이에는 힘과 상성, 능력에 따라 서열이 나누어져 있다.

       

        “너희 인간들이 헌터들을 A급, B급과 같은 방식으로 나누지 않더냐? 우리도 마찬가지란다.”

       

        그런데 그런 초월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이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우주의 탄생과 함께 나타난 ‘최초의 초월자’라는 자들이다.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근원이자 최초인 존재.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우두머리 개체조차 초월하는, ‘진정한 우두머리 초월자’.

        그리고 내가 말했던 ‘드래곤의 신’은 바로 ‘최초의 드래곤 초월자’를 말한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드래곤’에 속하는 존재들을 대표하는 최초의 존재. 내가 ‘드래곤’이라는 카테고리에 속한 이상 거역할 수 없는 절대자. 바로 그런 존재란다.”

       

        – 헐.

        – ㅎㄷㄷ

        – 어마어마했네.

        – 그러니까 초월자의 신님 같은 느낌이라는 거죠?

        – ㄹㅇㅋㅋ

       

        “초월자의 신이라…… 그나마 비슷한 비유로구나.”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딱 방송을 종료할 시간이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끝이란다. 내일 보자꾸나.”

       

        – 안 돼!!

        – 라바

        – 용바

        – 용바 라바 빠빠이

        – 빠빠

        – 빠이용

        – 앙냥

        – 그거 습관성 방종이에여!!

       

        끝없이 내려가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낮밤이 뒤바뀌어서 죽을 것 같아요. ㅠㅠ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드디어 표지 1차 컨펌이 나왔습니다!!!!

    미리 공개했다가는 나중의 즐거움이 줄어들 것 같아서 공개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도 작가님이 정말 예쁘게 그려주셔서 너무 즐겁네요.

    그럼 전 다음화 쓰러 가보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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