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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황명입니까….”

         

       사공명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점창파의 중진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혁기린이 다 공주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테니 황제와 무슨 일로 엮이더라도 그러려니 하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여 낭인분의 거취는 어찌하실 생각이신지요?”

         

       “일단은 함께 떠나려고 합니다.”

         

       흑묘와 함께 황성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어떻게 된다고 쳐도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다. 어전에서 흑영기공을 두르거나 면사를 쓸 수 있을 리가 없으니 난리가 나겠지.

         

       그래도 같이 여행을 하는 정도는 가능하니까.

         

       초절정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점창파에서 수련에 매진하는 것도 나빠 보이지는 않았는데 혼자 점창에 남는다는 선택지는 별로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습니까. 혹여나 상황이 변하더라도 지객당의 문은 항상 열려 있을 것입니다. 황제 폐하를 알현하신 뒤에 다시 점창파로 돌아오셔도 상관 없고 여 낭인분께서 계속 지객당에 남아 있어도 괜찮습니다. 영약은 어찌하시겠습니까?”

         

       화속성 영약은 지금 점창에서 절찬리에 제작 중이었다. 완성까지 남은 기간은 한 달 정도. 어차피 토속성 영약을 구하지 못한 지금 굳이 급하게 화속성 영약을 섭취할 이유도 없으니 황제 폐하를 알현한 뒤에 돌아오면 되겠지.

         

       “나중에 찾으러 오겠습니다.”

         

       “좋습니다. 언제 떠나려 하십니까?”

         

       “내일 아침 떠나려 합니다.”

         

       “후후, 선사들이 꽤 아쉬워 하겠군요.”

         

       장문인전을 나와 곧바로 선사님들의 처소에 소식을 전하니 선사님들은 꽤 놀라워 하셨지만 곧 혁기린이 공주인 건과 관련이 있겠거니 하고 넘긴 모양이었다.

         

       전혀 떠날 준비가 안 되어 있었기에 챙겨야 할 일은 많았다. 우선은 채선당에 들려 여행을 위한 기초적인 식재로를 보충하고 두 달 가까이 방치된 마차를 점검하고 마굿간에서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말들을 살폈다.

         

       일단 아직 진도를 다 빼지 못한 선사님들을 위한 손재주 교습서를 작성했다. 려아에게 챙겨준 경험이 있는지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선사님들을 한 명의 도박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앞길이 구만리였지만 아이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의 손기술이 목적이라 본다면 선사님들이 배울 것들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새벽.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마중을 나온 선사님들은 내 숙제 뭉치를 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나도 선사님들이 내 준 숙제 뭉치를 보고 인상을 구겼다.

         

       열 한 사람이 작성한 만큼 내 숙제 뭉치보다 배는 두꺼웠기 때문이었다. 서로 인상을 구기고 있는 모습을 보며 흑묘와 혁기린은 웃음을 터트렸다.

         

       “뭐, 몸 성히 다녀오게나. 에잉, 한두달 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여행길이라고 수련 빼먹지 말고. 기린아 제대로 감시하거라.”

         

       “하하, 알겠습니다.”

         

       선사님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점창파를 떠났다. 마차를 몰며 멀어져가는 점창파의 풍경과 수남산을 눈에 담았다.

         

       거 선사님들 적당히하고 들어가시지 언제까지 지켜보려고 그러시나.

         

       들어가라는 의미에서 손을 흔들었더니 선사님들 역시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물론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흐음.”

         

       묘하구만.

         

       이몸 호천안. 이 무림천하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오래 머문 곳은 낭인객잔 말고는 없었다. 나는 고인물이었고 어떤 목표를 세우던 최단기로 해결했으니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랜 시간 머문 곳이 없었으니까.

         

       두 달이나 머물렀으면 오래 머물렀지.

         

       이렇게 허한 것을 보니 벌써 정이 붙은 모양이다.

         

       답지 않게 감상에 빠져 있었는데 마차 안에서 소란이 일었다.

         

       “으악! 흑묘 소저!”

         

       “볼때기! 볼때기를 만지자!”

         

       “왜 이렇게 제 볼에 집착하시는겁니까!?”

         

       “그야 쫀득쫀득하고 말랑말랑하고 중독성 있으니까? 볼때마다 매번 주무르고 싶었는데 점창파 내부에 있으니 만지지도 못하고 얼마나 쌓여 있었는데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하여간 감상에 빠지는 꼴을 못 봐요. 그래 두 달 정도 열심히 무공 수련 했으면 바깥 나들이도 하고 그래야지. 점창파 사람들이랑도 영원이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천성이랑 며칠 거리밖에 안 되는데 말이야.

         

       “이럇.”

         

       흑묘에게 볼이 잡힌 혁기린의 투덜거림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사천성을 향해 마차를 몰았다.

         

       *** ***

         

       사천낭인은 사천성에서는 늘 흑립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사천낭인이 모는 마차라니 너무 수상하잖아. 그 덕에 오늘을 일반 죽립을 눌러 쓰고 사천성에 진입했다.

         

       “사천성이…전보다 더 활기차졌군요.”

         

       “그렇네요.”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안 그래도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사천성이었는데 이젠 아주 대로가 미어 터질 지경이었다.

         

       “무사님, 무사님! 천중로에 볼일이 있으신가요?”

         

       “…아니?”

         

       아이와 소년 사이에 있는 10~15살 짜리 아이가 말을 붙였다. 사천성에서 사람이 먼저 다가온다는 경험 자체가 거의 없었는지라 살짝 답이 늦었다. 처음에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말을 거는 줄 알았으니까.

         

       “무사님! 그럼 마차를 다른 곳으로 돌리세요! 산적토벌공적비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되어서 요새 천중로는 사람이 미어 터진답니다! 마차를 모는 사람에게 천중로를 이용하는 경로는 기피 대상이에요!”

       

       “어, 그래. 고맙다.”

         

       결국 공적비가 완성이 된 모양이다. 그래, 제 이름이 잘 박제가 되었는지 확인 하고 싶은 무인들과 그 관계자들만 몰려들어도 엄청난 인파겠지.

         

       소년이 당연하다는 듯이 내미는 전단지를 받아들었다. 아무튼 정보를 받았으니 전단지 정도는 받아줄 수 있으니까.

         

       “오…”

         

       나는 잠시 전단지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소경문 일반 관원 모집♚♚6개월 등록시$$전원 은테 ☜☜허리띠 10할 증정※ ♜소경도법 ♜ 전초식 전수가능 ¥ 재능여하에 따라 §§ 정식관원 §§ 상급관원 ★즉시 승급가능★ 바로 고수가 될 수 있는 기회 @@@ 즉시이동: 영상로 포목점 앞 소경문.]

         

       아무래도 사천성의 문파들은 생존을 위해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광고체로 적힌 전단지를 받아보니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천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지만 일단 눌러 참고 곧바로 관아로 향했다.

         

       “오, 오셨습니까. 제가 예상한 시일보다는 빠르게 도착했군요.”

         

       태수 사마염은 언제나와 같이 속 모를 얼굴을 하며 우리들을 맞이해 주었다.

         

       “태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차근차근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앉으실까요.”

         

       차와 다과가 깔리고.

         

       “우선은 혁기린 대협이 어떻게 지냈는지…”

         

       “태수.”

         

       “엇흠.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혁기린 근황부터 들으려고 했던 삼촌팬 사마염은 혁기린의 사나운 눈길을 받고는 재빠르게 노선을 선회했다.

         

       “지난 두달 간, 황금가는 거의 해체되었습니다. 뭐 황금의 성을 쓰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황금가가 저지른 죄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니까요. 죄질이 심각한 자들은 형을 집행하고 자산을 몰수했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자들에게도 벌금을 때렸고, 그 외에도 부정축재한 자산들을 몰수를 집행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지 뭡니까.”

         

       아니 뭘 매우 유감이라는 듯이 말하는거야. 당신 혁기린에게 대놓고 엿을 먹인 황금가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잖아.

         

       잔뿌리 하나까지 집요하게 뽑을 생각이 가득했으면서 말이야.

         

       문득 혁기린이 찾아갔던 상단들의 면담자를 적어 두었던 살생부가 떠올랐지만 일단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지금 중요한 것은 황제니까.

         

       “황금가의 자산은 엄청나더군요. 보물, 귀금속, 보석, 그 외 곡물 등. 물질로 가치를 따질 수 있는 현물만 거의 금자 5천냥에 달하는 자산이 몰수되었고 토지, 상행권리, 유통권 등이 국가로 환수되었지요.”

         

       “일개 태수가 그 거취를 정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거금이 쏟아졌으니 그 거금을 황도로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소 역시 작성했지요.”

         

       “으음….”

         

       그리고 그 상소의 내용에는 혁기린과 내 활약성이 적혀 있었다 이건가.

         

       “호 낭인님이 이런 일에 휘말려 드는 것을 원치는 않으실 것 같다고는 생각해서 호 낭인님의 활약은 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묻어 보려고 했습니다만…아무래도 티가 날 수밖에 없었겠지요. 폐하는 제 일 처리 방식을 잘 알고 계시니까요.”

         

       “부패한 상인 가문을 뿌리뽑고 사천성의 혼란을 잠재운 일은 큰 일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긴 하나, 과연 폐하께서 직접 치하하실 일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황제 폐하의 의중을 어찌 일개 태수가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저 황명이 떨어졌으니 따를 뿐이지요.”

         

       사마염이 빙긋 웃어 보였다.

         

       “조금 갑작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황제 폐하를 알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은 정말 큰 행운입니다. 기뻐해야 할 일인데 두 분께선 왜 이리 심각하신지 모르겠군요.”

         

       사마염의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황제와 대면한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 만약 내가 이름을 드러내놓고 활동했다면 황제와 대면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중개인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명문가의 반열에 들 수 있다.

         

       거기에 공을 치하하기 위해 부르는 일이니만큼 보상 역시 빵빵하겠지.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이유막론하고 무조건 좋아하는게 맞지. 딱 무공에 집중하기 알맞은 상황이 깨진 것이 불만이긴 했지만 경사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황제 페하’를 ‘알현’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 존체를 볼 수 있는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이기도 하지요.”

         

       “….그렇군요.”

         

       사마염의 의미심장한 말에 혁기린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군.

         

       사마염의 말에 황제가 우리를 초대한 본의를 깨달았다.

         

       이번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황제를 알현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 사천성의 일이 작은 일은 아니었지만 일의 성격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마염이나 황제나 이번 일을 핑계로 혁기린을 황성에 불러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떨어져 있던 동생을 볼 수 있는 좋은 핑계가 생긴 셈이랄까. 무림인인 혁기린이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고, 그 공이 황제의 귀에까지 들릴 수 있는 일이 다시 생길까? 평생 다시 없을 일이었다.

         

       “뭐 사정은 알았습니다. 언제 출발하면 되겠습니까?”

         

       “…낭인님?”

         

       “하하, 호 낭인님과 혁기린 대협은 폐하의 손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에서 모실 준비를 마친 뒤 편안하게 가시면 됩니다.”

       “아니, 호 낭인님…괜찮겠습니까? 황제 폐하를 알현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황실에서는 호 낭인님의 정체를 밝힐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혁기린이 걱정하는 것 만큼 내 신원이 노출되거나 명성치가 크게 오를 일은 없을 것이다.

         

       “괜찮습니다. 황궁 안에서야 제 정체가 알려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무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을 테니까요.”

         

       당가의 일이 이를 증명한다.

         

       관이 무림인의 일을 잘 모르듯 무림인 역시 관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 사천당가의 이름이 그렇게 드높아도 무인들 중 당가가 무슨 위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했지.

         

       무엇보다 소문이 퍼질 가능성 자체가 거의 없었다.

         

       황궁에서 내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 정보가 황궁 바깥으로 나갈 일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이곳은 중원무림이고 언론의 자유 같은 건 있지도 않다. 황제와 권력자들에 대한 소문은 황궁에서 모두 통제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흑묘가 혁기린의 정체를 몰랐던 것을 생각해보면 쉽다. 정체를 알 수 없었다기보다는 알아보지 않았다는 것에 가깝지만 그만큼 황실은 평소에 정보통제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사람들은 황궁의 소문을 자유롭게 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황궁의 소식이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황궁에서 민간에 ‘알려주는’ 것이다.

         

       “무엇보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큰 소문이 나겠습니까.”

         

       나와 혁기린이 황제 폐하를 알현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혁기린의 정체는 공주. 나와 혁기린의 일이 바깥으로 새어나가면 피곤해지는 건 황제이니 철저하게 정보를 차단하겠지.

         

       발품 좀 파는 것으로 황실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면 남는 장사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으악! 한시간이나 지각해 버리고 말았군요!

    후우. 연재시각이나 연재주기 역시 독자님들과의 약속인데…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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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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