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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피투성이가 된 여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난다.

         

       비가 내리는 골목.

         

       비명이 흩어져가는 골목에서,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껏해야 중학생이나 되었을 법한 몸집. 빗물에 젖어 찰랑거리는 머리카락과, 마주한 여인들로 하여금 넋을 놓게 만들 미색.

       

       겉으로만 봐서는, 보호 욕구를 자극하는 그런 존재였다.

         

       흠흠.

         

       소년은 흥얼거리며 골목길을 거닐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소년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속에서 섬뜩한 빛을 흘렸다.

         

       소년의 손톱은 마치 들짐승의 것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그 끝에는 살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놀랍게도 모두 다른 사람의 살점이었다.

       

       – 아, 악마……!

       

       소년에게 살해당한 인간들은, 유언으로 하나같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악마라고.

       

       놀랍게도 그건 사실이었다.

         

       소년의 몸에는, 악마가 깃들어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악마가 아닌, 대악마 바포메트가.

         

       “꺄아아아악!”

       

       구석으로 몰린 여기사가 비명을 지른다.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는 속도가 너무 느린 탓이다. 피부는 얼마나 연약한지, 손톱에 스친 것만으로도 피를 철철 흘렸다.

         

       아니면 역시, 집어삼킨 이 육체가 특출나게 뛰어나기라도 한 걸까.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저는 아무것도 못봤으니까 제발……!”

         

       시끄럽다. 약한 주제에 시끄럽기까지 하다니. 도대체 인간계는 어떻게 생겨먹은 차원이란 말인가?

         

       입을 다물고 몸을 숨겨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끄, 끄으읍…….”

         

       바포메트는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손을 뻗어 여기사의 목을 졸랐다. 원한다면 단숨에 목뼈를 부러뜨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바포메트는 여기사의 목을 잡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여기사는 어떻게든 살기 위해 온 몸을 버둥거렸다. 그럴수록 손톱은 살갗을 깊숙히 파고들었다. 피가 새어나와 기도를 틀어막았다.

         

       “……꺼, 꺼어억.”

         

       단말마와 함께 여기사가 축 늘어졌을 때, 바포메트는 멈칫했다. 벼락 같은 감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역시, 이 육체는 뭔가 이상했다.

       안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다.

         

       숨통을 끝을 때마다 느껴지는 짜릿한 쾌락. 처음부터 이런 감각이 느껴졌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다시 수십, 수백이 넘는 인간들을 살해했을 때…….

         

       어느 순간부터, 이 육체로 다른 인간을 죽일 때면 활화산 같은 쾌락이 밀려들어왔다.

         

       동시에 이해했다. 어찌하여 다른 대악마들이 그리도 인간계에 집착했는지를.

         

       비록 지금은 이렇게 영혼체에 기생하는 형태로 밖에 강림할 수 없었지만, 곧 마신께서 강림하신다면 이런 제약도 사라질 터였다.

         

       ‘…….’

         

       한껏 환희하던 바포메트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꺼림직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인기척이 느껴질 리가 없었다. 방금 죽인 여기사가 이 마을에 남은 마지막 생존자였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 뿐.

         

       ‘…….’

         

       남쪽 마계, 자신의 본체가 있는 그곳에 침입자가 나타난 것이 분명했다.

         

       바포메트는 눈을 감았다.

         

       그의 주변에서 붉은 마기가 피어올랐다. 다음 순간, 바포메트의 눈 앞에 마계의 정경이 비쳤다.

         

       마계에서 가장 거대한 활화산. 하등종들은 감히 접근하지도 못할 고열지대 한가운데에, 바포메트 자신의 육체가 눈을 감은 채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바로 뒤편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인간?’

         

       일단 마계에 인간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놀라웠지만, 바포메트가 경악한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인간을 죽여 왔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단순히 쾌락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더 아름다운 육체를 얻기 위해서. 개중에는 대도시의 영주도 있었고, 내로라하는 기사단장도 있었다. 많이 죽였고, 죽여왔다.

         

       셀 수도 없이. 하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육체는, 난생 처음 보았다.

         

       솟구치는 마그마 가운데서, 악마들을 불태우는 뇌전이 일었다. 가신 수십이 절명했음에도, 바포메트는 그저 감탄했다. 마계라는 흉한 차원에 있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아름다운 실루엣이 일렁거렸다.

         

       삼키고 싶다.

         

         

       *****

       

         

       올리비아는 바포메트의 육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의 뒤편에서, 번갯불에 의해 반쯤 녹아내린 악마들이 고통어린 비명을 질렀다.

         

       바포메트의 수하였던 고위 악마들. 기백에 가까운 숫자의 악마들이 전부 고깃덩이로 전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

         

       그저 소음에 불과할 뿐인 소리. 불쾌하기 그지 없었음에도, 올리비아는 악마들을 당장 죽일 생각이 없었다.

         

       눈 앞에 보이는 바포메트를 깨우기 위함이었다. 맘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놈을 쳐죽이고 싶었지만, 저 앞에 있는 건 영혼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에 불과했다.

         

       바포메트는 육체에 구애받지 않는 악마인 만큼, 영혼이 마계로 다시 돌아왔을 때 죽여야 효과가 있었다.

         

       ‘슬슬 눈치챌 때가 됐는데.’

         

       아무리 빈 껍데기라고 한들, 일단은 자신의 육체인 만큼 감시 수단 하나쯤은 마련해두었을 것이다.

         

       곧 이변을 알아차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바포메트의 육체가 움찔거렸다.

       양의 가죽을 뒤집어 쓴, 등이 굽은 거대한 늑대.

         

       시체처럼 감겨 있던 눈동자가 번뜩 뜨였다. 붉은 눈동자는 뒤룩뒤룩 굴러다니다가, 올리비아가 서 있는 곳에서 정확히 멈춰섰다.

         

       씨익.

         

       동시에, 늑대의 입꼬리가 미친듯이 치솟았다. 탐스러운 먹잇감을 바라보는 듯한 노골적인 눈빛.

         

       모든 악마들은 인간의 영혼을 탐하지만, 바포메트는 조금 달랐다.

         

       <시체를 추수하는 늑대. 바포메트>

         

       그는 인간들의 육신을 탐했다. 더 아름답고, 더 강한 육신을.

         

       올리비아는 바포메트를 바라보았다.

         

       키는 천장에 닿을 듯 거대해서, 마치 비쩍 마른 고목 같았다. 등은 구부정하게 굽어 있었고, 이빨과 손톱 또한 마찬가지였다.

         

       언뜻 보면 우스워보이는 외형.

         

       하지만 그건 바포메트가 의도한 것이었다.

         

       저 육체조차, 그에게 있어서는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껍데기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정말 인간이로구나. 북공작이 만든 [통로]를 넘어오기라도 했느냐?]

         

       바포메트가 입을 염과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서 붉은 빛살이 회오리쳤다.

         

       [대악마, ‘바포메트’가 ‘정신 균열’을 사용합니다.]

       [칭호, ‘진리에 닿은 자’가 ‘정신 균열’에 저항합니다!]

         

       츠츠츠츳!

       

       바포메트가 다급히 눈을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바포메트의 눈빛이 세차게 흔들렸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 경계하는 듯한 감정이 차올랐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저건,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 먹이였다.

         

       바포메트는 일단, 올리비아를 구슬리기로 했다.

         

       [인간이여, 나와 계약을 하지 않겠는가? 나 바포메트와 계약한다면, 네 소원 한 가지를 이뤄주마.]

       “……내가 무슨 소원을 빌 줄 알고?”

         

        올리비아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그녀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짙은 겨울의 향을 풍기는 스태프가 들려 있었다.

         

       [초월 마법, ‘태고의 지팡이’를 사용합니다.]

         

       쿠구구구구!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가공할 격이 일어났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활화산의 온도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끌어오르던 마그마는 그 자리에서 굳는 걸로 모자라, 증기를 뿜어내며 얼어붙었다. 분화구가 마지막으로 뱉어낸 숨은, 잿더미조차 얼려버릴 정도로 차가운 냉기였다.

         

       겨울.

         

       마계의 남부가 완연한 겨울로 물들었다.

         

       바포메트가 경악한 눈으로 올리비아를 바라보았다. 울렁거리는 목울대만 봐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시 묻지.”

       […….]

       “내 소원, 들어줄 능력은 되냐?”

         

       올리비아의 말에 얼굴이 붉어진 바포메트가 흉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수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마계의 한 방위를 지배해온 대악마의 발톱이, 매섭게 쏘아졌다.

         

       올리비아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바포메트를 향해 스태프를 겨누었다.

         

       냉기가 움직였다.

         

       발톱은 올리비아에게 닿지 않았다. 육체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바포메트가 눈동자를 내렸다.

         

       없다.

         

       [……?]

         

       바포메트는 한참 동안 눈동자를 굴려댔다. 그리고, 보았다.

         

       상반신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는 하반신을.

       

       올리비아는 지팡이를 움직여 바포메트의 머리를 겨누었다.

         

       일부러, 여유를 가장하며 천천히.

         

       사실, 바포메트에게 [태고의 지팡이]를 사용하는 건 과했다.

       악마들은 본래 명예 따위 모르는 종족인 탓에, 힘의 격차를 느끼면 그 즉시 도망가 버리기 떄문이다.

         

       [대악마, ‘바포메트’가 ‘마계 이탈’을 준비합니다.]

         

       바로 지금처럼.

         

       츠츠츠츳!

       

       찢어지는 듯한 소음과 함께, 바포메트의 그림자에서 시커먼 문이 나타났다. 시커먼 마기로 뒤덮인 문은, 일대의 차원을 뭉그러뜨리며 크기를 키워나갔다.

         

       바포메트는 망설임 없이 문 너머로 뛰어들었다.

         

       “크허헉……”

         

       잠시 후, 바포메트는 신음과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머리통만 남기는 했지만, 다행히 영혼체는 멀쩡했다.

         

       그 괴물 같은 인간이, 머리만 남았다고 방심하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자, 넋을 잃고 있는 소년의 몸뚱아리가 보였다. 방금까지 사용했었던 소년이었다.

         

       영혼체를 마계로 전송한 탓에, 소년은 실이 끊긴 인형처럼 멀뚱히 서 있었다.

         

       ‘빨리 저 안으로…….’

         

       다시금 소년의 영혼을 집어삼키려는 순간, 바포메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쐐애액, 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새하얀 손이 바포메트의 머리통을 붙들었다. 잠시 후, 소년의 손이 붉은 빛의 오러로 물들었다.

         

       [커헉……?]

       “이야, 몸통은 어디에 두고 머리만 왔대?”

        [어, 어떻게……? 분명 영혼을 집어삼켰을텐…….]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바포메트의 머리가 부숴졌다. 그의 영혼체 또한, 어느새 나타난 거대한 낫에 그대로 잘려나갔다.

         

       바포메트는 발악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소멸했다.

       

       소년이 만족스러운 듯한 얼굴을 했다.

         

       “네가 날 먹은 게 아니고, 내가 먹혀준거야. 악마는 얼마나 신박한 방식으로 사람을 죽일까 궁금했거든.”

         

       소년은 입맛을 다시며 낫에 묻은 찌꺼기를 털어냈다.

         

       “근데, 별거 없더라고.”

         

       소년, 아니. 연쇄살인마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안 그래? 올리비아?”

         

       바포메트가 연 [문]을 이용해 차원을 건너온 올리비아를 향해, 연쇄살인마가 낫을 겨누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연쇄살인마는 단서 #11이 맞습니다!!

    -대악마 강한 순은

    아스모데우스-아가레스-바포메트-벨페고르입니다

    – 뚜알기가 조아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재미있게 챙겨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작가의 야식을 책임져주시다니…감동입니다앗!

    감사의 의미로 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연참]

    착한 독자는 다음화가 보입니다.

    분명 보이실거라 믿습니다!

    안보이신다고요? 그럼……죄송합니다. [착한]독자가 아니신가보군요. 참고로 노벨[피아] 평화상이 최소 조건입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PIA16522842688767님 8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5,6,7,8코인을 연달아 해주시다니!

    이제 9코인만 나오면 스트레이트입니다!

    끼요오옷

    감사합니다앗!

    @키엘과 에스티의 신규 일러가 나왔으니 확인 바랍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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