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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내 시선이 닿자 남궁의 검을 쓴 자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다급히 검을 물렸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규칙을 어긴 자를 처리하는 건 나의 역할이 아니니까.

       

       유저들은 볼 수 없는 곳에서 비수가 쏘아져 남궁의 검을 쓴 이의 목에 꽂힌다.

       

       과거 당가 측에서 시탐견 놈이 훔쳐 온 독은 순식간에 유저의 몸에 퍼져나가 그를 바닥에 눕게 만들었다.

       

       저리 빨리 쓰러진 것을 보면 독에 대한 대비는 없었나보군.

       

       다른 지원자들은 바닥에 움찔거리고 있는 유저를 보다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산 이외의 무공을 쓰면 저리 될 테니 주의하길 바라네.”

       

       시탐견 놈이 키우던 자들 중 일부를 데리고 왔지.

       

       아무래도 본인 혼자서 오백 명 모두를 감시하기는 귀찮으니까.

       

       시탐견이 괜히 믿고서 맡겨 달라고 한 게 아니었구나. 이 정도면 믿고 일을 맡겨도 괜찮겠지.

       

       “죽…여…줘.”

       

       바들바들 떠는 남궁의 무인을 바라보던 이들은 굳은 얼굴을 한 채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처참한 꼴이 모두에게 경고가 된 것 같았다.

       

       독에 당해 깊고도 긴 잠에 빠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다들 화산 이외의 무공을 사용하는 걸 망설이겠지.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 와중 몇몇 이들이 소란에서 빠져 나와 산 속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렇지. 이 시험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선착순이다.

       

       어떤 일이 생기던 간에 일단 하기정까지 먼저 도착하기만 하면 승리할 수 있지.

       

       경쟁자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만 역시 제일 좋은 건 애초에 따라잡을 엄두를 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가는 것이다.

       

       “흐음. 일단 저들을 구경하러 가볼까.”

       

       첫 시험에서 내가 할 일은 이것으로 끝났으니 이제는 다른 이들을 구경하도록 하자꾸나.

       

       방송을 킨 이상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있고 하니 말이다.

       

       *

       

       번개잘랐다고가 쓰러지는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 들었다.

       

       실력 있는 검사인 그도 예기치 못한 기습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수? 어디서 날린 거지?”

       

       시유 검이 비수가 날아온 방향을 살피는 동안 설아는 생각 했다.

       

       도망치려면 지금이 기회지 않나?

       

       번개잘랐다고가 어그로를 거하게 끌어준 덕에 설아를 둘러 싼 화산의 이들도 정신이 반쯤 빠져 있다.

       

       이 상황에서 시유검을 미끼삼아서 도망친다면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생각을 거듭하던 설아는 이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판단을 내린 순간부터 설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자신을 포위한 화산의 이들을 살피고 그 중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이를 고른다.

       

       그리고 그 자에게 달려든다.

       

       화산 유저들이 설아에 비해 하수긴 하지만 이들도 나름 상위권에 속한 이들.

       

       다른 곳에 신경을 쓰다가도 설아가 움직임을 보이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해보였다.

       

       허나 늦다.

       

       그들이 검을 움직이기도 전에 설아의 손이 유저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설아가 펼치는 것은 화산의 무공 중 하나인 혼원장이다.

       

       으뜸이 되는 것을 뒤섞는 이 무공을 얼핏 들으면 뜬구름을 잡는 것처럼 들린다.

       

       허나 그렇지 않다.

       

       무인에게 으뜸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내기다.

       

       이 무공은 장을 통해 상대의 몸 안에 있는 내기를 뒤흔드는 무공인 것이다.

       

       혼원장에 당한 유저가 무릎을 꿇으며 피를 토한다.

       

       옅었다.

       

       아예 전투 불능으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평소에 쓰지 않던 무공이라 숙련도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설아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화산의 유저들 사이에 동요가 인 것이다.

       

       화산의 유저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서도 바로 유기적인 연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하다.

       

       그러니 그 중에 한 사람이 다치게 되면 다들 거기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과거 화령이 집단을 어찌하면 무너트릴 수 있는 지를 설명할 때 알려준 방식이었다.

       

       역시 화령님이야. 알려주신 대로 하니까 바로 틈이 생겼잖아!

       

       설아는 즉시 그 틈을 파고들었다.

       

       동료를 도와야 할까. 아니면 공격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유저에게 설아가 달려든다.

       

       그는 설아가 자신을 노린다 생각한 듯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아니었다.

       

       설아는 유저의 어깨를 밟고는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곤 재차 허공을 밟았다.

       

       설아도 나름 무협게임을 오래 해 온 유저 중 하나였다.

       

       무공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의 지표 중 하나였던 허공답보를 사용할 수 없을 리가.

       

       물론 설아가 화령처럼 자유자재로 허공답보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이 난장판을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은 쓸 수 있었다.

       

       허공을 밟는 설아의 모습을 보고 화산의 유저들이 소리를 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화산의 유저들을 얼마든 따돌릴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었으니까.

       

       “나설님?! 야! 나설!”

       

       졸지에 혼자서 화산의 유저들을 상대하게 된 시유검이 다급히 소리쳤지만 설아는 무시했다.

       

       원래 승부의 세상은 비정한 법.

       

       “너 내가 나중에 복수할 거야! 두고 봐!”

       

       설아는 원한에 찬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마음 속으로 X를 눌러 조의를 표했다.

       

       분명 화령님이 하기정이라고 했지?

       

       설아가 앞으로 내달리며 지도를 조작하자 곧 화살표가 그녀의 앞에 튀어나왔다.

       

       *

       

       지금 선두를 달리는 이들은 한민준을 비롯해 내가 가르쳤던 화산의 이들이었다.

       

       저들은 화산의 재건에 가장 열성적이었던 이들.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다른 유저들의 견제를 받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리라.

       

       – 화산 카르텔이네.

       – 부정 시험이다!

       – 밀어주기 해도 되는 거야?

       

       “부정은 아니다. 말했잖으냐. 무슨 수를 써도 된다고.”

       

       인맥도 나름의 능력이다. 그러니 본인은 저게 잘못됐다 생각하지 않는다.

       

       – ㄴㅈ.

       – 그럼 저 사람들이 무조건 통과하잖아.

       

       “그렇진 않을 거다.”

       

       – ?

        – 뭐 더 있어?

        – 혼자만 알지 말고 설명해줘.

       

       “조금 기다려라. 조금 있으면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

       

       한민준을 비롯한 이들이 산의 숲에 발을 들인 순간 저 높은 곳에서 시작된 안개가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숲이 이내 안개로 가득 찬다.

       

       안개는 숲은커녕 동료의 얼굴조차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진했다.

       

       – 와.

       – 거의 스모그인데?

       – 앞이 안 보여.

       – 조난 당하기 딱 좋겠네.

       

       “화산이라는 산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한치 앞도 살피기 어려운 상황에서 화산의 특정 장소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화산이라는 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힘들겠지.

       

       – 단짠단짠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앞을 가리는 거 의미 있어? 어차피 화살표 따라가면 되잖아.]

       

       “좋은 지적이다.”

       

       후원을 한 이가 언급한 건 유저에게 존재하는 기능 중 하나였다.

       

       유저는 지도에 있는 한 위치를 지정하면 그 곳까지 안내해주면 화살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방위를 몰라도 무작정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든 도착을 할 수 있지.

       

       “그래서 몇 가지 방해물을 더 준비했다.”

       

       저들의 방향 감각을 빼앗기 위해서.

       

       혼을 빼내기 위해서.

       

       자신의 앞에 있는 화살표를 믿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화산의 이들은 안개에 멈칫거리다 이내 결심을 한 듯 안개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꺄아아악!”

       

       저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사내가 낸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간드러진 목소리가.

       

       – 뭐야?!

       – 안에 뭐가 있길래 저런 비명이.

       – 나 방금 소름 돋았어.

       

       “놀람주의다. 마음을 굳게 먹도록.”

       

       조금 거리를 두고서 화산 유저들의 뒤를 따라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나에게도 안개는 시야를 가리는 방해물이다.

       

       기감을 주변에 흩뿌려 놓아 헤맬 일은 없다만 앞이 보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지.

       

       이는 내 방송을 보는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들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저들의 앞에 죽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혼령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면 너머의 이들은 놀랄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안개 너머에서 혼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의 반이 파 여 해골이 그대로 드러난 그는 꽤나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엔리가 이 곳에 있었다면 기겁을 했겠군.

       

       슬며시 채팅창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놀란 이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씨발.

       – 저게 뭐야.

       – 존나 징그러운데?

       – 깜짝 놀라서 스마트 폰 내 코에 떨굼.

       – 모니터 깰 뻔 했네.

       – 이거 뭐야?!

       

       “바루가 불러낸 혼령이다. 지난 번에도 보지 않았느냐.”

       

       구체적으로. 화산의 신령을 상대할 적에 바루가 혼령을 불러내 나를 도와주지 않았나.

       

       그 때 나왔던 녀석들이다. 기억이 날 터인데?

       

       – 걔네랑 똑같은 애들이라고?

       – 걔넨 멀쩡한 모습이었는데?

       – ㅇㅇ. 그 땐 듬직한 병사 같았음.

       – 적어도 저런 시체 같은 몰골은 아니었어.

       

       “그건 바루가 생전 전성기의 모습으로 불러내서 그런 것이고, 지금은 죽었을 때의 모습 그대로 불러낸 것이다.”

       

       보통 무림에서 죽은 이들은 몰골이 온전하기가 어려운 지라 그 자체로도 공포스러운 모습이 되어 버리지.

       

       – 고인 모독 아냐?

        – 흑마법사 같은 짓을.

       – 신령이 할 일이 아니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저들도 즐기고 있다.”

       

       – ?

       – 네?

       – 뭐요?

       

       “바루의 도술은 어디까지나 저들의 협력을 청하는 것. 혼령이 마음에 안 들면 따르지 않는다.”

       

       저런 걸 내가 왜 해야 하느냐 생각하는 자존심 높은 이들은 다 돌아갔다.

       

       지금 안개 속에 있는 이들은 남들을 골리는 게 즐거워 열성적으로 움직이는 이들밖에 없다.

       

       – 귀신이 따로 없네.

       – 따지고 보면 귀신 맞잖아.

       – 그렇네?

       – 그럼 걍 할 일 하는 건가?

       

       안개 속에 있는 방해는 이 뿐 만이 아니다.

       

       이 산 전체에 바루가 시간을 들여 여러 도술을 설치해두었지.

       

       아무리 화살표가 있다 한들 혼령의 습격과 도술의 방해 속에서 제대로 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근데 화령님 시험이고 뭐고 그냥 님이 지원자 괴롭히고 싶었던 거 아님?]

       

       이상한 후원이 날아들었지만 무시했다.

       

       왜 본인이 그런 일을 하겠는가.

       

       저들이 쓸데없이 많이 지원을 하는 바람에 몇 날 밤을 새긴 했지만 본인은 아무런 원한도 가지지 않았다.

       

       배움을 청하는 이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암. 이는 단순히 정신력을 시험하기 위한 요소를 추가했을 뿐이다. 원한 같은 건 없다.

       

       – 팩트충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치졸한 년]

       

       정곡을 찌르는 말에 목이 메어 기침이 터져 나왔다.

       

       

       *

       

       포위에서 빠져나와 선두에 든 설아지만 완전히 선두는 아니었다.

       

       혼란이 생기기도 전에 난장판을 빠져나온 이들이 몇 있었던 것이다.

       

       앞에 있는 게 몇 명이나 될까. 오십 명까지는 안 되겠지?경공을 써서 최대한 빠르게 가면 충분히 가능성 있을 거야.

       

       필사적으로 앞으로 내달리던 설아는.

       

       “꺄아아악!”

       

       공포에 질린 어느 남자의 비명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기이한 일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산 전체에 안개가 퍼져 있었다.

       

       생기를 뺏겨 말라 비틀어진 나무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한 안개.

       

       그리고 저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들.

       

       …어라? 이상하다?

       

       난 분명 화산 입단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왜 장르가 무협에서 공포로 바뀐 거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정신력 테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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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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