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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

       

       

       

       

       “네가 남주인공으로 출연하면 되잖아.”

       “하?”

         

         

       차무식의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의문이라는 것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각본가인 나보고 내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라고?

         

         

       “에휴. 괜히 고민 상담했네. 난 수업 준비나 하러 간다.”

       “야, 야! 잠깐만! 왜 그렇게 부정적이야?”

       “무식아, 내가 연기를 전문적으로 배워봤냐? 아니면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이 있겠냐?”

       “당연히 둘 다 아니겠지.”

         

         

       즉답이었다.

         

       녀석이 말 한대로 지금까지 나는 연기랑은 전혀 연관 없는 사람을 살아왔다.

         

       그들의 활약을 지켜봐 오는 그림자 같은 역할을 맡아왔지.

         

         

       “그렇게 잘 알면서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아니, 따지고 보면 그때 나도 너랑 똑같은 상황이었잖아. 대한청소년연극제 때.”

         

         

       확실히 그때의 차무식은 나랑 마찬가지로 연기랑은 전혀 거리가 먼 상태였고, 내 강요로 연극에 참여했다.

         

       물론 어색하게 연기해도 전혀 상관없는, 흔히 웃음벨 캐릭터를 맡겼기에 연기를 잘하든 말든 딱히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역시나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고, 차무식도 만족했으니.

         

       하지만 청소년 대회의 연극과 실제 영화랑 비교해보면 당연히 얘기는 달라지고, 이 사실은 차무식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녀석은 어째서인지 나를 향해 검지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어허. 한국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내 말은 그냥 도전이라도 한번 해보라고.”

       “도전?”

       “그래. 제대로 연습하고, 관계자들 앞에서 평가받아. 그리고 결과가 좋지 않다면 그때 가서 차선책을 찾으면 되지. 사실 너도 알잖아? 네가 남주인공 역을 맡는다면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된다는 거.”

       “…….”

         

         

       녀석의 말대로 나 역시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만약에 내가 남주인공 역을 맡는다면, 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

         

       물론 전적으로 내가 연기를 어느 정도 한다는 선에서다.

         

         

       “일단은… 시도해볼 가치는 있겠네.”

       “그지? 어차피 이제 누가 너한테 작품 내라고 막 압박하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많은데 한번 해봐. 키야~ 근데 만약 이것까지 성공하면 연기에 영화까지 동시 진출 아니야? 이러다가 혼자 다 해 드시겠어요.”

       “시작도 안 했는데 너무 설레발이야. 애초에 내가 재능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러니 일단 초심자인 나를 가르쳐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선생부터 구해야지.”

       “음…?”

         

         

       그때 차무식은 내 말이 전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젠데?”

       “아니, 너를 가르쳐 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 실력을 가진 선생이라면 네 주위에 차고 넘치잖아.”

       “그… 설마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니지?”

         

         

       차무식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라는 느낌.

         

       사실 나도 녀석과 마찬가지로 그 말을 내뱉으며 머릿속에 번뜩이는 인물들이 있었다.

         

       나이도 나랑 동갑 또는 비슷하거나, 대중들에게 연기력도 검증받은 사실상 일류 배우들.

         

       심지어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나랑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고, 동아리까지 같다고?

         

       ……절대 우연일 리가 없겠지.

         

       어쨌든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헛짓거리를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거기에다가 서로 잘 알고 있으니 지도를 받을 때도 서로 편할 것이다.

         

         

       “문제는 전적으로 내가 창피하다는 거지.”

         

         

       항상 무언가를 잘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게 남자의 마음 아니겠는가?

         

       솔직히 내 연기 실력은 나도 제대로 모르니까 이런 걱정이 들었다.

         

       

       “설마 나 불렀어?”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나랑 차무식의 뒤에서 누군가가 어깨동무를 해왔다.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겠지만, 이렇게 서슴없이 친한 척을 해오는 선배는 아마 한 명밖에 없을 것이다.

         

       박하준.

         

       그가 방금 매우 재밌는 얘기라도 들은 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신 같은 사람을 부른 적은 없는데요.

         

       문뜩 기막힌 타이밍에 등장한 박하준을 보니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왜 하필 박하준은 항상 차무식과 이런 중요한 대화할 때마다 내 근처에 있는 걸까? 라고.

         

         

       “그야 나는 감이─”

       “아오, 감 좋다고 그만 어필하시죠. 선배가 무슨 동물이에요?”

       “하하. 그럼 그냥 운이 좋았다고 하지 뭐.”

         

         

       또 이걸 능구렁이처럼 자연스레 빠져나가려고 하는 박하준.

         

         

       “그래서? 방금 927 작가가 연기에 도전한다는, 상당히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는데 진짜야?”

       “예… 뭐. 제대로 들으셨네요. 일단 배워보고 답 없으면 빠르게 포기하려고요.”

       “아니지, 아니야.”

       “……?”

       “내가 아는 927 작가라면 될 때까지 해야지.”

       “아니… 선배가 아는 927 작가는 도대체 누군데요?”

         

         

       어쨌든 박하준은 나를 가르쳐줄 생각으로 가득 차 보였다.

         

       솔직히 박하준 정도면 좋은 스승이 되어 주지 않을까?

         

       같은 남자이기도 하고, 연기력 쪽은 내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물론 자신이 연기를 잘하는 거랑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전혀 다른 분야긴 하다.

         

       그래도 뭐…….

         

       뭐든 잘하는 사람이니까 딱히 문제는 없지 않을까?

         

       물론 그날 점심시간에 시험 삼아 그에게 연기 지도를 받아보면서 그 생각은 단번에 사라졌다.

         

         

       “아니, 이걸 왜 못 하지?”

         

         

       박하준은 마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내가 이쪽 세상에서 ‘어서오세요 카페 바이올렛’이라는 드라마의 대본을 처음 쓰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뭐였을까?

         

       이 쉬운 걸 왜 이쪽 세상 작가들은 못 하지? 였다.

         

       그렇다.

         

       아무래도 박하준 역시 내 엉성한 연기를 보며 그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박하준은 천재였으니까.

         

       설정상 뭐든 잘하니까 아마 연기도 마찬가지겠지.

         

       하지만 나는 박하준과 같이 뭐든지 잘하는, 마치 어떠한 작품의 주인공 같은 천재는 아니다.

         

       그러나 박하준은 아무래도 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아마 그의 안에서 927 작가는 존경받아 마땅할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런 결론에 이르렀겠지.

         

       그렇다면 앞으로 나를 가르칠 사람 중에서 과연 그런 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박하준은 내 스승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 그냥 포기할까.”

         

         

       대충 박하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부실을 나섰는데 뭔가 한숨이 나온다.

         

       차무식의 말대로 새로운 도전이라는 걸 해보려고 하는데 너무 욕심이었던가?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다시 검토를…….

         

       음?

         

       하염없이 복도를 걷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나를 가로막았다.

         

       정확하게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설소영, 이다혜.

         

       어째서인지 그녀들이 나를 보며 영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쓰으읍…….

         

       나 뭐 잘못 했냐?

         

         

       “얘기 들었어요.”

         

         

       그때 먼저 입을 연 것은 설소영이었다.

         

         

       “무슨 얘기?”

       “연기 연습하신다면서요? 그걸 위해 지도를 해줄 선생님을 찾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걸 어디서……”

         

         

       질문을 하면서도 불현듯 누군가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설소영과 이다혜에게 내 고민을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

         

       또 너냐? 차무식?

         

       근데 그거랑 그녀들이 삐진 이유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가 문제다.

         

       그리고 그런 내 의문에 답해주듯이 이다혜가 입을 열었다.

         

         

       “왜 우리를 가장 먼저 찾지 않은 거야?”

         

         

       그야 박하준이 먼저 스승을 자처했으니까.

         

       물론 이쪽은 그리 좋은 대답은 아니다.

         

       애초에 점심시간이 오기 전까지 그녀들에게 이번 건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할 시간은 차고 넘쳤다.

         

       정황상 누가 봐도 일부러 안 한 쪽이 맞다.

         

       그런 의미에서 왜 그녀들이 나를 찾아와 굳이 삐진 티를 내게 내는지 조금씩 이해가 됐다.

         

       나는 어떤 일이든 그녀들을 지금까지 도와왔다.

         

       딱히 무언가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었고, 순수하게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입장은 과연 어떨까.

         

       당연히 그녀들도 내 고민을 들어주고 어떻게든 나를 돕고 싶지 않을까?

         

       ……나 같아도 아마 그럴 것 같은데.

         

       그렇기에 연인 관계가 되고도 자신들에게 전혀 의지해주지 않은 내 모습에 실망이라는 감정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즉,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부끄러워서.”

         

         

       말 그대로 정면 돌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다.

         

         

       “어…? 뭐가 부끄러웠는데?”

         

         

       그리고 내 입에서 전혀 예상 밖의 대답이 튀어나왔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

         

       나는 점점 볼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지금부터 내뱉을 말에 관해 대충 시뮬레이션을 그려보니 자연스레 몸에서 반응이 온 모양.

         

         

       “너희한테는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나도 잘 모르니, 그런 애매한 상태의 모습은 되도록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

         

         

       아마 내 말이 무슨 뜻인지는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다.

         

       다만, 그녀들은 내 말을 듣고 어째서인지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곤……

         

         

       “작가님답지 않게 엄청 귀여운 생각이시네요. 말하면서 얼굴까지 다 붉히시고.”

       “그러게. 의외인 부분도 있었구나? 이거 머리라도 쓰다듬어줘야 하나…….”

         

         

       놀릴 의미는 전혀 없겠지만, 뭔가 놀림 받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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