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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4

     

     

     

    ***

     

     

     

    같은 마음이란 게 얼마나 묘한 느낌을 주는 걸까.

     

    “…….”

     

    아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지금. 홀로 남게 된 천류화는 지금 그걸 직접적으로 실감하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세린을 바라본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 마음을 겉으로 표현하는 게 아닌 그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 게 더 놀라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리가 나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것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큰마음을 갖고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그 마음을 억누를 수 있는 건지.

       

    ‘나라면.’

     

    절대 그럴 수 없을 텐데.

    아리는 그런 선택을 내린 거였다.

     

    “…….”

     

    미미하게 눈을 흐려가면서도 옅은 숨이 새어 나왔다.

     

    단언컨대 나와 아리는 달랐다. 나는 빠르든 느리든 간에, 세린에게 다가갈 것이고 지금 이 마음을 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가 그리 멀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길어도 이번 달 안이겠지.’

     

    나는 바로 행동할 거니까.

     

    내 감정을 참고 억누를 생각은 정말 추호도 없다.

     

    그게 내 진심이니까.

     

    그리고 나는 여태 내가 하고 싶은 것, 해야 한다고 느낀 걸 억누른 기억은 잘 없었다.

     

    ‘그렇게 해야지만 내 직성이 풀렸으니까.’

     

    본래 천마라는 건 가지고 싶은 건 모두 손에 넣어야만 하는 자리였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올랐던 자리가 바로 천마라는 지고한 위치였으니까.

     

    ‘만마의 종주로서.’

     

    그리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않았다.

     

    내가 올려다볼 건 그 무엇도 없으니.

     

    하늘을 차라리 내 색으로 물들며 끌어내렸으면 끌어내렸을 것이다.

     

    “하…….”

     

    생각하다 그만 실소가 새어 나왔다.

     

    스륵 살며시 손을 움켜쥐면서도 나도 현실 자체는 이해했다. 내가 더는 천마라는 지고한 위치에 있을 수 없다는 것도, 그리고 이 세상에선 그저 흔하디흔한 한 명의 여자에 지나지 않는 입장이란 것도.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천마였을 적과 내 마음이 그렇게까지 크게 바뀐 건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가지고 싶은 건 모두 손에 넣어야 하며, 그걸 위해 내 마음을 억누르거나 날 변화시킬 생각은 없다.

     

    가지고 싶다면 가져야 하니까.

     

    ‘그러기 위해…… 이 세상에 온 게 아닌가.’

     

    중원의 모든 걸 손에 넣었음에도 내가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그런 물질적인 풍요와 천마라는 자리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었다.

     

    “한세린.”

     

    바로 그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생각이 바로 서자, 혼란스러운 마음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단 하나의 길이 보였다.

     

    ‘행동해야 해.’

     

    가지고 싶다면, 그걸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마음을 먹었다면, 마음에서 그치는 게 아닌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그게 기본적인 원리였다.

     

    마음으로 바라며 행동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

     

    그렇기에 나는 지금 세린을 만나러 왔고, 그녀의 집에 있는 게 아닌가.

     

    툭.

     

    멍하니 몸을 일으켜 가면서도 거침은 없었다.

     

    똑똑.

     

    “들어가도 될까?”

     

    ㅡ어, 응. 들어와도 돼.

     

    방에서 잠시 준비할 게 있다던 세린의 방문을 노크하면서도 마음엔 멈칫거림이 없었다.

     

    철컥.

     

    문을 열면서도 내가 오늘 목표로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세린과 더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

    그리고 자연스레 세린에게 나라는 존재를 더 각인시켜 가는 것.

     

     

    …….

     

     

    사부작사부작.

     

    세린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크게 행동하는 건 없지만, 내 눈에는 세린이 무척 바빠 보였다.

     

    딸깍.

     

    방송 세팅을 위해 조명을 켜고, 캠 각도를 괜히 한번 조절하고, 마지막으로 송출 화면에 비친 자기 모습을 점검한다.

     

    특별하다고 말할 건 없지만, 세린의 사소한 행동이 내겐 그런데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보였다. 스트리머로서 이렇게 살아간다고.

     

    “……크흠, 큼.”

     

    그러다 세린이 작게 헛기침하며 목을 가다듬자, 나는 무심코 웃음이 났다.

     

    “세린아. 편하게 행동해도 돼. 나 어차피 네 방송에 간섭하고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어.”

     

    “그거야 나도 아는데, 아무래도 괜히 의식하게 되니까. 나도 누가 내 방송을 지켜본다는 경험이 잘 없거든.”

     

    “그래?”

     

    “응, 정말 그래. 내가 여러 사람과 어울려도 내 방송하는 모습은 잘 안 보여줘. 유화 너니까 나도 보여주는 거지.”

     

    묘하게 내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 세린을 마주하며 내심 흡족했다.

     

    그냥 이렇게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았다.

     

    세린이 내게 관심을 두고, 나도 세린과 함께하고 있으니.

     

    ‘그리고 성정도 이젠 어느 정도 알겠어.’

     

    중원에서 보았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곤 해도, 사람의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적어도 세린이 자신을 밀어내거나 거부하진 않으니까. 그리고 방송하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는 것도 나름대로 흥미가 있었다.

     

    “그, 유화야.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 나 그렇게 재밌진 않을 거야.”

     

    “방송은 재밌던데?”

     

    “방송으로 보는 거랑 실제로 지켜보는 건 또 다를 테니까 그래. 네가 기대할까 봐.”

     

    내게 더 민망해하는 세린을 보며 이상하게 난 더 기대됐다.

     

    최근 얼굴 공개하고, 여러 커뮤니티나 플랫폼에서 세린에 관한 얘기가 많은 걸 안다. 나도 인터넷이란 걸 사용하며 현대 문물에 적응하니까, 오히려 그걸 모를 수가 없었다.

     

    ‘내 생각보다 세린은.’

     

    이 세상에서 꽤 대단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순간이 내겐 더 특별했다.

     

    오직 나만이 세린의 이런 생생한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

     

    ‘이것도 묘한 독점욕일까.’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것도 기쁘다면 기쁜 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후 4시가 되었다.

     

    “이제 그럼 시작할게.”

     

    “그래.”

     

    내게 살며시 눈길을 준 세린이 이내 마이크를 켜는 게 보였다.

     

    곧이어 방송 프로그램을 사용해 시작하는 모습도.

     

    “아아, 1월 20일 목요일 방송 시작했어요.”

     

    언제나 들을 수 있던 방송 멘트가 생생하게 들리니까,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불현듯 나는 제 폰을 들어 방송의 채팅창을 확인했다.

     

    [ㄹㅎ!]

    [와 ㅋㅋㅋㅋㅋ]

    [오늘도 시작부터 캠 ㄷㄷㄷㄷㄷ]

    [너무 좋다 진짜]

    [아니 왜 날이 갈수록 더 예뻐지는 거;?]

    [캬 ㅋㅋㅋㅋㅋ]

     

    반응이 뜨거운 채팅창을 보면서도 뭔가 우스웠다.

     

    실제 대면하는 게 아닌데도, 그저 화면 너머로 지켜볼 뿐인데도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캠방이라는 게 그 정도인가?’

     

    사실 나야 세린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방송을 본 편이기에 이질감을 느끼지 못한다.

     

    어차피 실제로 봐도, 방송에서 봐도 세린은 세린이니까.

     

    그런데 최근 들어 얼굴을 공개한 세린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 느낌이 전혀 다른 듯했다.

     

    “에이, 여러분들 너무 띄워주신다. 오늘도 소통방송에서만 캠방을 켜서 진행하고 여느 때처럼 2부는 어나더 월드로 진행할 것 같아요.”

     

    가볍게 말을 잇는 세린을 불현듯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그리고 내 폰 액정에 나오는 세린을 또다시 한번 확인한다.

     

    ‘조금 다른데?’

     

    내 눈엔 현실의 세린이 화면상의 세린보다 예뻤다.

     

    방송용 조명을 켠다는 게 오히려 세린의 은발과 겹쳐서, 눈부신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미모를 가리는 듯했다.

     

     

    …….

     

     

    이어진 방송은 예상보다도 매끄러웠다.

     

    흘깃.

     

    “…….”

     

    세린이 방송 중간중간 내게 눈짓하며 반응을 살피기는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세린은 방송에 몰입하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번 이슈에 관해서 저는 조금 말을 아껴야 할 것 같아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서, 모쪼록 잘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잠시 커피 한잔 가져올게요. 여러분들도 잠시 노래 듣고 쉬고 계세요.”

     

    딸깍.

     

    이후 마이크를 끈 세린이 살며시 캠에서 벗어나자, 크게 기지개를 켜는 게 보였다.

     

    “하아으……. 그래서 유화야 어때. 별로 재미없지?”

     

    살며시 하품하며 어색하게 웃는데, 나는 고갤 가로저었다.

     

    “난 이런 네 모습도 보니까, 생각보다 재밌는걸.”

     

    “그래? 나라면 좀 심심할 것 같은데. 유화야 너도 커피 한잔할래?”

     

    “좋아.”

     

    그렇게 고갤 끄덕인 세린이 방을 나가자, 근처 침상에 몸을 기대가면서도 조금 묘했다.

     

    ‘스트리머라는 건 이런 거구나.’

     

    그냥 매일같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했는데. 세린의 방송을 보니까 대략 감이 잡혔다.

     

    대단하다면 대단하지만, 별거 아니라고 보면 또 별거 아닌 걸로 볼 수 있는 그런 느낌.

     

    그렇게 잠시 세린의 침상에 몸을 기댄 채, 정신이 멍했다.

     

    “시간이 날 수가 없는 구조인데.”

     

    이번 주야 얼굴 공개로 인해 데이트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들었지만, 대체로 평일엔 데이트 약속이 주를 이룬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외의 시간은 방송으로.

     

    주말 역시 듣기론 크게 다르지 않다.

     

    연인들과 시간을 보낸다는 것.

     

    “……틈이 잘 없는데.”

     

    틈이 많을 거라 생각한 것과 달리, 세린에게 접근할 기회 자체가 잘 없었다.

     

    세린은 이미 바쁜 삶을 보내니까.

     

    이걸 내가 만나고 싶다고 약속을 자주 잡기도 좀 묘한 부분이 있었다.

     

    “…….”

     

    옅게 숨을 내쉬어 가면서도, 눈가가 찌푸려졌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답을 내야 했다.

     

    그리고 그건 평범한 답으론 거리를 좁힐 수 없다.

     

    “행동하는 수밖에 없겠는데.”

     

    세린이 나를 강제로 의식할 수밖에 없게끔.

    내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만 한다.

     

    답은 그것밖에 없다.

     

    철컥.

     

    때마침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세린이 보였다.

     

    “역시 그냥 지켜만 보려니까, 조금 지루하지?”

     

    침상에 기댄 날 보며 작게 웃는데, 그 말을 빌미로 말을 꺼냈다.

     

    “조금은. 그래서 그런데 나도 방송이란 거 한 번 나가봐도 돼?”

     

    “그게 무슨 말이야?”

     

    순간 이해하지 못 한 세린을 보며 다시 말했다.

     

    “방송이란 거 어떤 기분일지 조금 궁금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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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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