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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75

     

     

     

    ***

     

     

     

    같은 시각 TSJ 사옥.

     

    은하는 최근 스크림을 비롯해 여러 스케쥴을 소화하면서도 마음이 조금 답답했다.

     

    서서히 스프링 시즌이 다가온다.

     

    이제 코앞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여유 시간이 확 줄어든다. 프로는 프로답게 행동해야 하니까, 연습도 소홀히 할 순 없다.

     

    특히 팀의 주장이라면 더더욱.

     

    “……수고했어.”

     

    “네, 수고하셨어요. 오빠들도 수고했어요.”

     

    “어, 설아야. 그리고 은하야 오늘도 역시 좋았다.”

     

    스크림이 끝나 각자 인사를 하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면서도 인사가 오간다.

     

    그리고 은하의 곁엔 이젠 자연스럽게 설아가 붙었다.

     

    “언니, 무슨 고민 있어요?”

     

    “……왜?”

     

    “그냥, 요즘 따라 한숨을 쉬는 것 같다고 할까요. 스크림도 너무 결과가 좋은데, 언니 뭔가 마음 한편이 딴 곳에 가 있는 것 같아서요.”

     

    묻는 설아를 보면서도 아무래도 겉으로 그런 내 마음이 보이긴 한 것 같았다.

     

    “그냥 개인 시간을 좀 갖고 싶어서.”

     

    “개인 시간이요.”

     

    구체적으론 이번 주 세린 씨와 데이트를 하루도 못 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주말 일정도 모호하고…….

     

    ‘분명 세린 씨 얼굴 공개 여파가 정말 크긴 하지만.’

     

    나도 이해하지만, 그런데도 아쉬움이 있었다.

     

    만나고 싶은데, 직접 얼굴을 보고 여러 말을 나누고 싶은데 좀처럼 그런 시간이 나질 않으니까.

     

    “저희 지금이라도 같이 세린 언니 방송 볼까요?”

     

    “응.”

     

    설아의 제안에 나는 뒤늦게나마 마음이 동했다.

     

    사락.

     

    다급히 걸음을 옮겨 내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뒤 태블릿을 꺼낸 지 얼마 지나지도 않던 차였다.

     

    똑똑.

     

    ㅡ언니, 저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되게 빨리 왔다 싶으면서 나는 바로 태블릿으로 세린 씨의 방송에 들어갔다.

     

    시간은 오후 5시 41분.

     

    스크림이 늦게 끝난 건 아니었다. 일방적인 3:0이란 결과로 스크림은 압도적으로 끝냈으니까.

     

    그래도 방송이 2시간 가까이 지난 시각이었다.

     

    털썩.

     

    설아가 냉큼 내 곁에 와서 자리하는데, 나는 방송을 켜자마자 두 눈이 커졌다.

     

    “……?”

     

    “어라, 이 분은 또 누구예요?”

     

    설아의 놀라움이 내 놀라움이기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

     

    본래라면 이때쯤 2부인 어나더 월드로 넘어갔어야 할 시간인데, 세린 씨는 아직도 캠방을 진행하고 계셨다.

     

    그것도 무척 예쁜 사람이랑 함께…….

     

    ‘본 적이 있어.’

     

    세린 씨 곁에 있는 아름다운 흑발의 여성을 보며 기시감이 들었다.

     

    전에 마주친 적이 있던 사람.

     

    [여러분. 후원은 조금 자제해주세요. 저희 방에 리액션 없는 거 아시잖아요. 유화는 정말 제 친한 친구인 만큼…… 다들 선도 지켜주시고요.]

     

    조금 당황한 듯한 세린 씨의 모습과 함께 화면엔 곧 후원 메시지가 보였다.

     

    『ㅇㅇ 님이 100,000원 후원!!』

    《와, 아니 친구도 이렇게 예쁘다고?》

     

    『솔직히 님이 200,000원 후원!!』

    《진짜 일반인이라고? 아니, 무슨 연예인 아님?》

     

    [왜케 태연해 ㄷㄷ]

    [린 친구(도내 원탑 미녀)]

    [달기랑 비슷한 듯하면서도 또 전혀 다르네]

    [유화 눈나 날 가져요ㅠㅠㅠㅠ]

    [와……]

    [오늘 방송 뭐야 ㅋㅋㅋㅋㅋ]

     

    갖가지 후원 멘트와 함께 채팅창조차 뜨겁게 물결치는데, 나로선 눈을 깜박일 뿐이었다.

     

    [여러분, 저 아무것도 아니니까. 저보단 린 얘기해주세요. 전 그냥 린 보려고 왔다가 잠시 방송에 나온 것뿐이니까요.]

     

    차갑게 울린 음성조차 굉장히 오묘했다.

     

    “와. 세린 언니에게 이런 친구분도 계셨어요?”

     

    “……그러게. 나도 처음 알았어.”

     

    대답하면서도 나도 놀라웠다.

     

    저 여자가 왜 세린 씨 방송에 나오는 건지, 저렇게 가까이서 친근하게 곁에 붙어 있는 건지.

     

    그 모든 게 다 이질적이었다.

     

    [아무튼, 여러분 저도 되도록 짧게 진행하고 2부로 넘어가도록 할게요. 그럼 6시 정각. 딱 6시까지만 질문받을게요.]

     

    세린 씨의 진행에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 지켜보게 됐다.

     

    채팅과 후원엔 곧 여러 질문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대체로 세린 씨가 아닌, 친구분이란 유화라는 여자에게 질문이 쏟아지는데 그건 그녀가 화면에 비친 외모만큼이나 폭발적이었다.

     

    “진짜 예쁘다, 와 정말 연예인이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

     

    “아마 아닐 거야…….”

     

    저 정도 외모의 연예인이라면 나도 이미 한 번 안면이 있거나 그래야 했다. 그런데 방송사나 광고 스케쥴에서 단 한 번도 듣거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

     

    놀랍게도 정말 ‘일반인’이라고 봐야 했다.

     

    [유화 너 키가 몇이지?]

    [172 정도였던 것 같아.]

    [네, 유화의 키는 그 정도고 그 외 몸무게나 이런 건 굳이 더 묻진 않을게요. 여러분 너무 유화 사생활 같은 건 묻지 말아 주세요. 얘 처음 제 방송에 나오는 건데, 그런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잖아요.]

    [세린아, 나는 딱히 그런 걸로 부담스럽진 않아.]

    [아니, 내가 부담스러워서 그래.]

     

    세린 씨가 단호하게 답하는데 그게 나로선 더 묘했다.

     

    뭔가 아끼는 느낌이라고 할까.

     

    큰 내용 없이 대화가 오갈 뿐인데도 두 사람의 사이가 꽤 살갑게 말을 주고받는 게 보였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가가 좁혀졌다.

     

    ‘뭔가 되게…….’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 보였다.

     

    평소 세린 씨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눈여겨봐서 알지만, 지금 저 모습 자체가 굉장히 거리감이 없는 거였다.

     

    세린 씨는 보통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막 완전히 거리를 허용하고 그러진 않았다.

     

    간단한 예로 그녀와 내가 연인이 되기 전엔 신체 접촉도 일정 부분은 세린 씨가 조심하는 부분이 좀 있었으니까.

     

    ‘내가 그걸 반기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살며시 어깨가 맞닿거나 아니면 가볍게 손을 건드리는 등, 아무것도 아닌 장난과 같은 행동이지만 그런 것에서 너무 가까워 보였다.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듯…….

     

    “……언니. 은하 언니!?”

     

    그러다 날 부르는 소리에 멍하니 시선이 갔다.

     

    “어, 왜?”

     

    “그…… 언니 표정이 조금 무서웠어요. 저분이랑은 그냥 친구 사이겠죠. 은하 언니도 정말 너무 질투하시는 거 아니에요?”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 설아가 되도록 가볍게 말하는데,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한차례 어루만졌다.

     

    꽤 표정이 경직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도 내가 왜 그런 건지 잘 몰랐다.

     

    “내가 질투하는 걸로 보였어……?”

     

    “그야 저는 은하 언니가 세린 언니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저 유화라는 분도 세린 언니 절친이라는데, 너무 그렇게 경계할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해요”

     

    설아의 말 자체는 나도 이해는 했다.

    친한 친구라면 지금 방송에 비친 모습 정도는 사실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니까.

     

    그런데 내 기분이 너무 묘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왜 이렇게 묘한 느낌을 받는지.

    그런데 하나 확실한 건 가볍게 넘기기엔 세린 씨도 그렇고, 저 유화라는 여자의 태도도 내겐 조금 달라 보인다는 거였다.

     

    ‘어쩌면 내가 너무 과하게 의식하는 걸지도 모르겠어.’

     

    생각하며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았다.

     

    즐겁게 봐야 할 세린 씨의 방송을 다르게 생각할 필욘 없으니까.

     

    [유화야 네가 직접 질문 골라볼래? 편한 거로 골라도 돼.]

    [그럼 너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말할까.]

    [……잠깐 유화야 그걸 말하겠다고?]

    [응. 딱히 숨길 것도 아니니까, 그냥 가벼운 인연이었어요. 지금이야 어나더 월드로 린이 되게 유명해졌지만, 저랑은 그전부터 어나더 월드에서 자주 어울리곤 했으니까요.]

     

    그러다 전혀 뜻밖의 얘기에 나도 귀를 기울이게 됐다.

     

    [아하하…… 유화 말대로 저 방송 전엔 유화랑 딱 둘이서 자주 놀곤 했어요. 서로 현실이 바빠지다 보니 최근 반년은 그런 경우가 없긴 했지만 말이에요.]

     

    묘하게 어색한 세린 씨의 말 사이로 은은히 머리를 기울이는 유화라는 여자가 보였다.

     

    “…….”

     

    캠에 자신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는 듯한 모습인데, 자연스레 세린 씨의 어깨에 머릴 기대는 게 나로선 굉장히 거슬렸다.

     

    [아, 저 시청자분들이 모르는 비밀 하나 말씀드릴게요. 린이 저한테 사실 굉장히 많이 졌어요. 제가 다 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묘하게 입꼬릴 말아 올리며 말하는 유화란 여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두 눈이 커졌다.

     

    “……무슨 소리를?”

     

    “어라, 세린 언니가 많이 졌다고요?”

     

    설아마저 순간 크게 놀라는데, 나는 그 말 자체가 거의 믿기지 않았다. 최근에 세린 씨와 나는 붙었고, 그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리고 여러모로 실감했다.

     

    세린 씨가 지닌 터무니없는 재능과 기교, 그리고 대담한 상황 판단과 찰나의 대처 능력까지. 가히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그런데 지금 저 유화라는 여자는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런 세린 씨를 자기가 이겼다고.

     

    [??????]

    [말도 안 돼]

    [린이 졌다고?]

    [에이 거짓말]

    [ㅋㅋㅋㅋ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채팅창조차 단숨에 불신으로 가득 차오르는데, 나는 저도 모르게 세린 씨의 모습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게…… 뭐 유화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여러분께서 믿기 힘들지만, 유화 얘가 진심으로 정말 괴물이거든요. 제가 재능으로도 못 이길 두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아마 은하 씨와 그리고 유화 얘까지. 딱 두 사람이 떠오를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후 이어진 세린 씨의 말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은하 언니. 지금 세린 언니 말 들었어요……? 저 유화라는 분이 진짜 세린 언니 이겼나 봐요. 와…… 말도 안 돼.”

     

    현실 부정마저 보이는 설아도 알고 있었다.

     

    세린 씨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재능의 소유자인지. 실제로 나와 결투 결과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설아도 짐작도 하는 거였다.

     

    내가 그간 세린 씨를 얼마나 높게 평가하는지 자주 들었으니까.

     

    [자랑은 아니구, 그냥 린이 잘나가는 거 보고 조금 놀랐어요. 제 생각보다 프로라는 분들의 수준도 조금…….]

    [유, 유화야. 거기까지. 프로분들 잘하시지, 뭘 비교하는 말을 하려고 해.]

    [그렇지. 뭐 그렇다고 해.]

     

    세린 씨가 순간 말을 자르는데 나는 뒷말을 듣지 않아도 이해가 갔다.

     

    ‘진심이야.’

     

    세린 씨가 진심으로 저 유화라는 여자의 말에 긍정했다는 걸.

     

    그리고 저 유화라는 여자가 세린 씨를 상대로 거듭 승리를 거뒀다는 비현실적인 말도 신빙성이 있다는 걸…….

     

    [이제 6시 정각이네요. 마지막으로 시청자 질문 하나만 답하고 끝낼게요. 유화 그래도 배려해줘야죠, 여러분. 그래서 이상형에 관해 묻는데…… 유화야. 너 이상형 같은 게 있어?]

     

    불현듯 세린 씨가 장난스레 웃으며 묻자, 유화라는 여자가 돌연 세린 씨를 바라보며 은은히 눈웃음을 지었다.

     

    “……진짜 말도 안 되게 예쁘다.”

     

    설아가 순간 그 미소에 감탄하자, 나도 내심 감탄이 새어 나왔다.

     

    정말 터무니없이 예쁜 사람이라는 걸 도저히 부정할 수 없었다.

     

    [내 이상형? 굳이 말하면 너 같은데.]

     

    하지만 이어진 말에 내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는 듯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치타는 달리는 겁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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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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