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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평소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훈련했던 덕인지 그래도 체력은 많이 붙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붙은 체력으로는 ‘주인공’인 레오를 따라가는 것이나 ‘검을 쓰는 히로인’인 앨리스를 따라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총기 같은 것에 자기 실력을 갈아 넣으니까 그런 거다.”

        

       검성은 나를 보면서 굉장히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총을 쓰는 실력과 검을 휘두르는 실력을 두고 본다면, 당연히 검을 휘두르는 쪽이 훨씬 더 신체 능력이 좋다. 애초에 총기라는 것은 몇 주 정도 훈련받는 것으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냐?”

        

       그 말을 듣고 반박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나는 그냥 입을 다무는 것을 택했다.

        

       북쪽에 있는 윈터필드 지역은, 한여름에도 지독하게 덥지는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여름은 여름이었다. 20도 중후반의 날씨라고는 하지만 태양이 하늘 위에 높게 떠 있었고, 그늘도 거의 없는 뙤약볕에서 훈련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았다.

        

       나는 그 뙤약볕 아래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다가 쉬는 시간에 축 처져서 누워있었다.

        

       그리고 검성은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그런 말을 했다.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가도, 괜히 말을 해서 힘을 빼지 말자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내가 검성을 찾아간 거지, 검성이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니까.

        

       게다가 검성의 제자 중 하나인 제니퍼는 검술을 적당히 배우자마자 곧장 하산해버렸다. ‘이 정도면 실전에서 쓸만하다’라고 생각할 정도만 뽑아먹고 내려가서 곧장 총기를 섞어 쓰는 방법을 배웠으니, 검성 시선으로 보기에는 총기가 엄청 기분 나쁜 물건이겠지.

        

       “흠, 그래도.”

        

       검성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근성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군.”

        

       시간을 돌리는 것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훈련받았다.

        

       체력이 나머지 두 사람보다 떨어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요령을 찾는 것이다.

        

       뒤로 빠져서 부정행위를 저지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짓을 하다가는 검성 눈 밖에 나게 될 테니까.

        

       언덕을 오르면서, 발 디디기 좋은 곳을 시간을 돌려가며 찾는다. 발을 올렸을 때 덜 미끄러지는 곳, 손으로 잡기 쉬운 곳이 있는 곳, 발끝에 힘을 주더라도 돌이 빠지지 않고, 허벅지 힘을 조금이나마 덜 들일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걸음 단위로 찾아서, 최대한 체력을 아껴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을 돌리는 것에는 다른 힘이 필요 없었으니까.

        

       “아니지, 이미 이곳에 와본 적이 있기라도 한 건가?”

        

       검성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한 추측이다. 내 기준으로는 시간을 초 단위로 돌려가면서 최적의 루트를 만들어 뛰는 셈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마치 이미 와서 길을 다 봐둔 사람이 움직이는 것 같았을 테니까.

        

       혼자 살면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검성이 보기에도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기이한 녀석이란 말이지. 처음에는 그저 재능 없는 녀석이 운만 좋은 것인가 생각했다만.”

        

       검성은 바닥에 퍼져있는 내 옆쪽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쪼그려 앉아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내가 사는 곳까지 찾아온 것은 누구한테 듣고 올 수 있었던 것이냐?”

        

       “…….”

        

       “처음에는 내 제자 중 하나에게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만, 너라면 다른 방법으로 위치를 찾았을 것 같기도 하구나. 하긴, 내가 숨어있다고는 하지만 특별한 방법을 쓴 것은 아니니까.”

        

       역시 검성답게도, 이전에 내가 수련받았을 때처럼 나의 정체를 어느 정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입가가 조금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나는 검성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확실하게 성공한 모양이다.

        

       무료한 일상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존재. 검성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테니까.

        

       “너, 정체가 무엇이냐?”

        

       “…….”

        

       나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시 한번 찾아오라’고 했던 이전의 검성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하긴, 그때의 검성이나 지금의 검성이나 다른 사람은 아니다. 그냥 나라는 존재를 조금 더 나중에 만났을 뿐.

        

       그러니, 이번에 검성에게 그 이야기를 해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검성이라면 믿어줄지 모른다. 상황 판단이 어마어마하게 빠른 사람이니까. 하지만……

        

        

       정 보상을 하고 싶다면, 내가 죽기 전 한 번은 나를 찾아오너라. 그리고 그때는 내가 너의 정체를 맞춰보마. 아무것도 알려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수수께끼는 출제자가 지나치게 힌트를 주면 재미가 없어지는 법이니까.

        

        

       그때 검성은 그렇게 말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 인생이 부정당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해온 일이 아무런 의미 없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검성은 그렇게 말했었지.

        

       수수께끼를 내는 출제자가, 지나치게 힌트를 주면 문제를 맞히는 재미가 없어진다.

        

       그리고, 나는 검성의 제자이기도 했다. 검성이 직접 인정한.

        

       그렇다면, 제자 된 사람으로서 스승의 유희를 빼앗아서는 안 되는 거겠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나의 ‘스승’ 쪽을 보면서 말했다.

        

       “제가 어떻게 이 장소에 대해서 알 수 있었는지, 어떻게 이런 훈련법을 이용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십니까?”

        

       “그야 사람이라면 당연히 궁금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검성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미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내가 가르쳐주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것처럼.

        

       “비밀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갑자기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지.

        

       내 말에, 검성의 눈이 아주 잠깐 커졌다.

        

       그리고 이내,

        

       “크핫……!”

        

       그렇게, 무슨 독하지만, 무척 맛있고 귀한 술이라도 마신 사람처럼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니까, 그런 거냐?”

        

       검성은 나를 보면서 씩 웃으며 말했다.

        

       “너의 비밀을 알고 싶다면, 제도로 함께 가자는 말인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있으니까.”

        

       “딱히 틀린 추측은 아니십니다.”

        

       나는 검성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이곳에서 이렇게 움직일 수 있었던 비밀 외에도, 알았을 때 즐거울 만한 비밀이 제도에는 무척 많습니다.”

        

       “그리고 물론 너는 그 모든 비밀을 전부 직접 알려줄 생각은 없겠지.”

        

       “물론입니다.”

        

       내 말에, 검성은 나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여전히 그 다소 흉악해 보이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건방진 녀석.”

        

       하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내 이마를 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

        

       “다들, 짐을 싸라.”

        

       다음 날 아침, 검성이 그렇게 말했다.

        

       낡고 작은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토끼 비슷한 짐승의 고기를 요리한 음식을 먹고 있는데, 검성이 대놓고 그렇게 말한 것이다.

        

       “스승님?”

        

       열심히 고기를 먹던 레오가 잠깐 멍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검성은 그런 레오의 표정을 보고도 생각을 바꾸지 않은 모양이다.

        

       “다들, 오늘 식사 후 하산한다.”

        

       ……내가 너무 도발했나?

        

       지나치게 건방지게 보여서 검성의 심기를 거스른 건가?

        

       원작에서는 호탕한 성격이었기에 실리가 있는 거래보다는 흥미를 끄는 제시를 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대화 이전으로 시간을 돌려야 하나 고민하는데, 검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실비아.”

        

       “예.”

        

       무심하게 다시 자기 그릇으로 시선을 돌린 검성 프레데릭은 고기를 한 점 집어 입 안으로 넣으면서 말했다.

        

       “제도에, 내가 머무를만한 집이 있느냐?”

        

       “…….”

        

       나는 한순간 할 말을 잃었다가 퍼뜩 정신을 되찾았다. 그 시간은 아주 짧아서, 아마 앨리스나 검성이 아니었다면 정확하게 알아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나와 앉아있는 세 사람 중 두 사람이기는 했지만.

        

       “물론입니다.”

        

       혹시 몰라서 황궁에 있는 방 중에서 손님 방을 하나 빼두기는 했다. 딱히 검성만을 위한 방은 아니었고, 내가 다른 어떤 사람을 황궁으로 데리고 갔을 때를 대비해서 미리 비워둔 방이었다.

        

       집을 따로 구하는 것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하면 될 일이고, 일단은 거기 검성을 묵게 해두는 게 좋겠지.

        

       아마 황궁 내에서도 반대할만한 사람은 별로 없을 거다. 기사들은 아마 좋아 죽지 않을까?

        

       검성은 별로 안 좋아하기는 하겠지만, 나는 일단 그 말을 일부러 꺼내지는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믿겠다.”

        

       검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식사를 계속했다.

        

       앨리스와 레오가 나에게 설명을 바란다는 듯 시선을 돌렸지만, 나는 검성처럼 그저 내 식사에 집중할 뿐이었다.

        

       *

        

       “……검성, 님?”

        

       보급을 마친 보급선은 메뉴얼대로 상태를 파악한 뒤 다시 제도로 돌아간다.

        

       원래대로라면 우리가 비행선을 탈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하루만 더 늦어졌어도 보급선은 제도를 향해 비행하고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검성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마음을 잡았기에,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도 보급선을 탈 수 있었다.

        

       레오는 황가의 최측근인 가문의 장남이었고, 검성은…… 검성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검성을 보고 제이든이 깜짝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동생이 제도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전선에서 한달음에 달려온 제이든은, 대놓고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노인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대가 제이든인가? 제니퍼에게 몇 번 소식을 듣기는 했지.”

        

       검성이 턱을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제이든은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그리고 곧, 자기가 이곳에 있어야 해서 검성과 더 긴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듯 금세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내 제자의 오라비라고 하니, 언제 한 번 실력을 보고 싶군.”

        

       검성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제이든이 앨리스와 내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

        

       참고로, 나는 제이든과 말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냥 시선만 옆으로 돌렸다.

        

       제이든은 다시 한번 실망한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지만, 알게 뭐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으로 후원해주셨기에 독자닉네임 기능으로 인사드립니다!

    주인공이 예쁘다고 해서 당황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예쁘라고 만들어둔거니 상관 없지 않겠습니까? 전생이니 뭐니 하더라도 결국 여러분이 이 소설에 빙의하게 되신다면 상대는 그냥 히로인1이 될 뿐입니다. 공략할지 않으실지는 독자여러분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이런 빙의물에서 주인공의 설정이 지나치게 세세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빙의한 캐릭터가 독자가 보기에 몰입할 대상이건, 아니면 그저 ‘캐릭터 1’이라고 느껴지건, 그건 읽는 독자 여러분의 몫이니까요. 주인공에게 자기 과거를 대입할 여지를 두는 쪽을 저는 더 선호합니다. 제가 읽을때도 그편이 더 재미있고요. 그러니, 이 소설의 캐릭터가 어떻게 느껴지건, 그냥 독자 여러분께서 좋아하고 싶으시면 좋아하시면 되는겁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께서 즐겁게 읽으실만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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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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