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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 * *

       

       

       

       “무정부란 그런 의미가-”

       “그럼, 무정부가 그런 의미지 무엇입니까? 우리는 정당하게 우크라이나 땅의 농민들이 러시아의 통치를 바라기에 군대를 움직였을 뿐입니다.”

       

       

       무정부라고. 자유지구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그 말에 자유지구 위원회 외교대사는 러시아에게 속았다고 자유지구의 마흐노에게 전했다.

       

       

       “이런. 그 편지가 어떻게 흘러 들어갔지?”

       “최고노동위원회에 속했던 볼셰비키 몇 놈이 국경을 넘어 차리나에게 쪼르르 일러바쳤다고 합니다.”

       “배신자 놈들!”

       

       

       분노하는 부하들과 달리 마흐노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다. ‘그’ 차리나다.

       

       내전을 승리로 이끈 차리나. 차리나라면 이를 가는 볼셰비키놈들이 굳이 차리나에게 이르지는 않을 터다.

       

       설령 마흐노의 정책이 실패했다고 해도. 차리나에게 증오할 이들일 텐데.

       

       그렇다는 말인 즉 슨, 애초에 그 볼셰비키 중엔 차리나의 손발이 함께 있었다는 증거다.

       

       

       ‘그렇군. 차리나는 처음부터 이것을 노렸나.’

       

       

       그럴 것이다. 애초에 자유지구가 무엇이던가.

       

       차리나의 승인이 있어서 세워진 자유지구다. 차리나가 굳이 우크라이나 반쪽 짜리를 영국을 견제하겠다고 독립시켜 둘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자유지구는 선대 차르를 죽인 볼셰비키들과 조금 다를 뿐이지 똑같은 공산주의 취급이 아닌가.

       

       볼셰비키도 가려 받았어야 했나. 아니지. 이미 늦었다.

       

       애초에 리프크네히트 서기장의 친서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빌미를 주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건 약속과 다릅니다!”

       “이렇게 된 이상, 방위대를 동원해야 합니다!”

       “그래. 러시아가 우리를 속였으니 단 한 사람까지 싸우겠다!”

       

       

       마흐노의 흑군. 현 노동위원회 방위대는 내전에서 적군과 싸운 경험을 살려 우크라이나 내에서 안톤 데니킨의 남러시아 백군을 맞이했으나-

       

       

       “이거 싸울 필요 있나.”

       “마흐노가 위원회 망치고 있는 건 맞잖아.”

       “우리 도와줄 인간들도 없고.”

       

       

       위원회 방위대는 흑군 시절과 달리 제대로 싸울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이들이 마흐노를 따랐던 것도, 마흐노가 위원회를, 자유지구를 잘 통치할 거라 믿어서였다.

       

       하지만 마흐노는 제대로 말아 먹었다.

       

       마흐노 본인은 모르는 듯하지만 집단농장 정책을 시행하는 위원회 관료들은 뒤에서 다 해 먹고 있었다.

       

       그런 마흐노와 위원회를 위해 죽어 줄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옆 나라 차르가 잘 이끌고 있다고 하니 러시아의 통치 아래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다.

       

       러시아 내전 시절과는 상황이 바뀐 흑군은 그렇게 안톤 데니킨의 군대를 직접 맞이하여 하르키우까지 안내했다.

       

       일찍이 러시아군이 쳐들어올 것이라는 예상도 못 한 마흐노는 이어진 흑군의 배신에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았다.

       

       물론 마흐노의 편에 서서 끝까지 싸운 이들도 있긴 했다.

       

       

       “시발 잡히면 우리 다 죽는다!”

       “어차피 뒤질 거 싸우다 죽어!”

       

       

       항복해도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는 집단농장 정책의 가해자들의 경우에 그러했다.

       

       물론 그것도 도망칠 곳이 없는 일부 뿐이고 대다수는 도망치다가 농민들에게 맞아 죽기도 했다.

       

       겨우겨우 남은 잔당이 모여 안톤 데니킨의 군대와 싸우고 싶어도 안톤 데니킨의 군대는 남러시아에 있는 만큼, 마흐노의 군대에 잘 알았으며 무기의 질과 병력에도 차이가 났다.

       

       

       “드디어 이 더러운 아나키스트놈들을 쓸어 버리는 구나! 모조리 쓸어버려!”

       

       

       안톤 데니킨의 군대는 저항하는 마흐노의 방위대를 철저하게 잡았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에서 최고노동 위원회의 집무실에 있던 마흐노는 마침내 현실을 보았다.

       

       

       “자유지구는 여기에서 끝이 나는가.”

       

       

       마흐노는 불현듯 자신이 처음 흑군을 이끌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혁명정신. 마흐노는 잊지 않았다.

       

       사실 마흐노는 집단농장의 문제점을 모르지는 않았다.

       

       지주들이. 농민들이 반발할 것은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언젠가 나아질 거라는 만연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실제로 가능했을지도 모르고.

       

       다만, 시간이 없었다.

       

       아나스타샤 차리나는 우크라이나 자유지구를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하기야 마흐노 자신이 그 자리에 있어도 기회가 생기면 짓밟으려 하긴 했을 터다.

       

       실제로 이쪽은 상황을 보고 독일에 갈아 타려고 했으니까.

       

       설마 하니 최고노동위원회에 차르의 끄나풀이 있을 거로는 상상도 못 했다는 점이지만.

       

       어쨌든 이것은 완패다.

       

       차르가 이렇게 빨리 움직였다는 것은 이미 이쪽을 정당하게 두들겨 팰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해뒀다는 것이다.

       

       이대로 모스크바에 끌려가면 재판에서 철저하게 마흐노의 뜻은 부정될 것이다.

       

       애초에 패자의 의견 따위 뭐가 중요한가.

       

       마흐노 자신이 조금이라도 항변하려고 해도-

       

       

       “아니지. 나라 취급도 아니었지.”

       

       

       그렇다면 마흐노는 잘 봐줘야 도적놈 정도가 아닐까.

       

       그렇게 될 바에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나으리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고 민심이 돌아서면서 아내와 자식도 떠나버렸고,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

       

       차리나에 대한 사소한 반항이며, 이렇게 죽으면 자신은 필시 순교자로 남을 것이다.

       

       마흐노는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밀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권총의 탄환이 마흐노의 관자놀이를 시원하게 뚫으면서 집무실 벽에 그의 뇌수와 피가 튀기고, 마흐노의 자유지구는 마흐노의 최후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 * *

       

       

       시베리아 수용소

       

       

       한편, 시베리아 수용소에서는 자그마한 훈장수여식이 열렸다.

       

       

       “어이가 없군.”

       

       

       그리고 이날 스탈린은 어이가 없었다.

       

       그야 모스크바에서 볼셰비키의 훈장 수여를 위해 특별히 파견된 장관급 인물이 직접 스탈린의 가슴에 훈장을 수여했으니까.

       

       그것도 특별히 합중국에 공을 세운 전 볼셰비키에게만 내리는 새로운 쌍두독수리 훈장이었다.

       

       훈장을 수여하는 이유? 간단하다.

       

       스탈린은 볼셰비키임에도 신부가 되어 합중국 정부를 위해 시베리아 수용소를 안정시킨 공로가 있어서 훈장을 수여받게 된 것이다.

       

       말이 공로지. 스탈린은 눈치 빠르게 지금, 이 훈장수여식이 황녀가 대외적으로 볼셰비키도 포용하는 자비로운 성녀다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캐치했다.

       

       그리고 수여식에 참관한 수용소의 백군 병사와 오흐라나 요원들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강철의 신부야말로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폐하의 은혜를 받을 유일한 분이긴 하지!”

       “““스탈린! 스탈린! 스탈린!”””

       

       

       스탈린은 이를 악물면서 훈장수여식을 억지로 치렀다.

       

       받지 않는다고 하기에는 괜히 신부가 되어 거절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받기는 했는데, 처음 수용소에서 열리는 수여식이라 볼셰비키 출신들도 참여했다.

       

       이는 오흐라나가 의도한 것이었으며, 수여식에 참여한 볼셰비키들은 스탈린을 손가락질하기 바빴다.

       

       

       “저 혁명의 배신자!”

       “그렇다니까? 저놈이 신부짓 한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그 황녀와 뒤에서 뭔가 있었구만? 황녀에게 반하기라도 했나?”

       “레닌 동지의 측근은 다 죽었는데, 저놈만 산 거 보면 서로 정분났나 보지?”

       

       

       이제는 허탈감까지 몰려왔다.

       

       황녀에게 반해? 자신이 그 황녀에게?

       

       저 독일의 카를 리프크네히트 서기장 같이 러시아의 서기장이 될 꿈을 거하게 말아먹게 해준 그 황녀에게?

       

       지금 당장에라도 가슴팍에 붙은 이 증오스러운 훈장을 떼어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오흐라나에 구멍이 날지도 모른다.

       

       이왕 이 시베리아 수용소까지 온 이상, 스탈린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는 것.

       

       최대한 가늘고 길게라도 늘어지고 살면서 저 황녀를 약올려주리라.

       

       그래도 수용소에는 스탈린의 동료 볼셰비키만 있던 건 아니다.

       

       볼셰비키가 아닌 그냥 시베리아 수용소에 재수가 안 좋아 끌려온 제정시절 범죄자들이나 적군편에서 백군과 싸운 사회주의자 등이 해당되었다.

       

       

       이들은 수용소의 신부인 스탈린에 호감을 표했다.

       

       그야 이 차가운 얼음지대에서 살려면 정신적으로 기댈 곳이라도 필요한데, 스탈린이 그 공간을 신부가 되어 마련해주었으니까.

       

       오늘도 그를 찾아온 사회주의자가 말했다.

       

       

       “하하하, 스탈린 신부님 그거 아십니까?”

       “무슨 일입니까?”

       “미국에서 최근 인기가 많다는 치킨집 사장이라더군요. 흑인의 사랑을 받는다던데 말이죠.”

       

       

       미국산 신문의 일면에서 흑인의 사랑을 받는 치킨집 사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사장의 얼굴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눈에 굉장히 익다.

       

       한참 혁명을 위해 숨어지내던 중, 스탈린은 변장을 해 본 적도 몇 번 있었다.

       

       당연히 함께하던 트로츠키도 변장을 했었고 스탈린은 트로츠키의 변장 패턴을 알고 있었다.

       

       그래. 그러니까.

       

       

       “이 새끼? 누군 고자가 되었는데!”

       

       

       스탈린은 혼자 살아 미국에서 닭다리를 뜯고 호의호식하는 트로츠키를 생각하며 뒷목을 잡아야만 했다.

       

       

       

       * * *

       

       

       국가 두마의 의원들의 훈장수여식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합중국을 세운 공로, 내전에서 활약한 인물들이 전부 수여받는 것이라 신분을 따지지 않고, 예카테린부르크 출신도 있다.

       

       여기에는 최고등급 훈장이 수여되는데, 합중국에서 새롭게 꾸린 훈장제도에서 가장 급이 높은 건 이번에 만들어진 합중국 로마 십자 훈장이었다.

       

       백금색 십자에 금빛 쌍두독수리가 장식된 훈장인데, 노동자 훈장만들 때 미리 준비한 거기도 해서 금방 만들었다.

       

       일단 총리인 알렉산드르 크리보셰인과 지금의 장관진은 사실상 합중국 정부가 남러시아정부의 후신이므로, 남러시아 정부를 보존한 공로로 합중국 로마 십자 훈장이 수여되었다.

       

       다시 게오르기 리보프를 비롯해 특별히 예카테린부르크의 현 젬스트보 소속인 지방 장관과 시민대표가 나를 도와 예카테린부르크 임시정부 수립, 예카테린부르크 공방전을 치른 공로로 합중국 로마십자 훈장이 수여되었다.

       

       

       알렉산드르 콜차크는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날 구하고 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수여되었고, 내전의 와중 적은 병력으로 몽골과 북만주를 먹은 그리고리 세묘노프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역 승리로 로만 폰 운게른슈텐베르크도 훈장이 수여되었다.

       

       안톤 데니킨도 우크라이나 전역 승리, 모스크바 공방전에서 트로츠키가 이끈 남쪽의 적군과 싸워 모스크바 해방을 도운 공로가 있어 훈장이 수여되었고. 모스크바까지 서진하고 나와 함께 모스크바 공방전을 치른 표트르 브란겔, 미하일 드로즈돕스키도 훈장이 수여되었다.

       

       

       표트르 브란겔 휘하에서 2만의 군대를 이끌고 4만의 적군이 주둔한 페름을 함락 시킨 아나톨리 페필랴예프에게도 훈장이 수여되었고, 페트로그라드를 공격한 유데니치와 발트에서 적군과 피튀기며 싸운 베르몬트에게도 수여되었다.

       

       

       사실상 동군연합인 핀란드 왕국의 만네르헤임도 이 훈장이 수여 되었고 이번 내전 특성상 외국인들도 수여되었다.

       

       이들은 다른 의미로 합중국 건국훈장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달아줬는데.

       

       일단 왜 아직도 있는지 모를 패튼이 대표로 받았고, 오스트리아에 있는 가이다에게도 보내줬으며, 스탈린을 비롯한 볼세비키 주요 인물들을 잡은 히틀러에게도 따로 보내졌다.

       

       이렇게 훈장 수여식이 다 진행될 무렵.

       

       새로운 소식이 도착했다.

       

       마흐노의 자유지구가 박살 났다고 한다.

       

       나 솔직히 이번에는 좀 기대했거든.

       

       베사라비아는 애초에 그 조그마한 땅이니 순식간에 평화유지군이라는 명분 아래에 우리가 취할 수 있었지만.

       

       혹시라도 마흐노의 흑군이 열심히 우리에게 맞서 싸울 수도 있지 않을까.-이런 거 말이다.

       

       하긴, 21세기의 우크라이나와는 사정이 다르니까.

       

       이미 민심 나락 간 상황에서 마흐노가  뭘할 수 있었을까.

       

       특별한 소식으로는 마흐노가 자살했다는 것.

       

       마흐노가 집무실에서 자기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더라.

       

       부하들이 배신할 틈도 없어서 타살도 아니라 손에 총을 쥐고 있던 걸 보면 거의 자살이나 다름이 없지.

       

       그렇게 국가 두마가 긴급소집되었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꿀꺽하는 일인데, 당연했다.

       

       역시 마흐노가 죽은 것은 두마 의원들 사이에서도 꽤 말이 많았다.

       

       솔직히 나도 의심스러웠다.

       

       그야 그렇지 자기가 뭐 히틀러도 아니고 권총 자살을 하나.

       

       

       “마흐노가 자살한 것이 사실입니까?”

       

       

       원래 역사에서는 어떻게 죽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죽었다는 것은 우리에게 엿을 먹이려는 수작일 것이다.

       

       

       “예, 모스크바로 끌려오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드로즈돕스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죽음은 곧 마흐노에게 탈출이었겠지.

       

       애초에 살아 있으면 좋은 꼴을 못 봤을 거다.

       

       우리가 동우크라이나를 접수하고 마흐노의 군대가 패배하면 그간 집단농장 정책에 이를 갈던 농민들이 마흐노를 가만히 두겠나?

       

       주유소에 매달아 두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거기에 우리한테 잡히면 각종 명분으로 처형당할 거로 생각했겠지.

       

       솔직히 말해서 무정부고 농민들이 러시아의 통치를 바란 이상, 마흐노는 그냥 도적 수괴 정도로 취급하고 죽이려고는 했겠지만 말이야.

       

       설마 하니 그렇게 자살을 선택할 줄 누가 알았겠나.

       

       

       “왜 자살을 했을까요?”

       “그야 어떻게 죽느냐에 따라 역사는 재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냥 잡혀서 재판에 회부되고 죽으면 모를까. 이렇게 자살하면 장렬하게 싸우다 뜻이 안 되어 죽었다. 한참 아나키스트 자유지구란 지상낙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러시아 침략자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후대의 역사가가 그렇게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볼세비키들은 재평가될 여지도 없이 당했지만, 마흐노는 다르죠.”

       “아,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군요.”

       

       

       그런 자라도 후일 신봉할 작자들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방법을 달리해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퇴고하느라 좀 늦었네요. ㅠㅠ

    훈장수여식은 길게 쓰려고 하다 너무 비중 차지할 거 같아서 말았습니다.

    휴재는 없을 거 같기는 한데. 흠.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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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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