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8

       

       

       “···너희, 지금 그러고 있을 때야? 안정을 취해야지.”

       

       “아, 아멜리아. 안녕.”

       

       “그래, 안녕.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네.”

       

       

       시우를 끌어안고 있자니 별안간 뒤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듯 아멜리아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안정을 취해야 한다니.

       

       취하고 있잖아.

       

       

       “그래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건데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음,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부끄럽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뻔뻔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시우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있고, 내가 시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아버렸다.

       

       그렇다면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게 나 자신의 마음을 합리화해가며 시우를 끌어안고 있자니, 별안간 시우가 나를 옆으로 치워두고 누군가를 찾아낸 듯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야.

       

       나를 버려두고.

       

       순간 질투심이 일어났지만, 하얀 의사 가운을 입은 의사 선생님에게 시우가 달려간 이유를 깨닫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르테는 어떤가요? 부작용은 없나요?”

       

       “···네, 뭐. 보시는 대로 멀쩡해요. 당분간은 격렬한 운동은 삼가는 게 좋겠지만요.”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나를 신경 써준 거구나.

       

       분명 시우의 능력으로 내가 괜찮을 거라는 사실은 짐작하고 있었을 텐데.

       

       확신을 얻기 위해서 그런 걸까?

       

       아낌 받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나저나, 도대체 뭘 집어넣은 거예요? 상식이 부서지는 기분이었어요. 세상에, 심장을 대신하다니.”

       

       “음, 상당히 위험한 물건이에요. 나중에 다 설명해 드릴게요.”

       

       “그래요. 아직은 치유가 우선이니, 안정을 취하고···.”

       

       “···아, 시끄럽네.”

       

       “네?”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작스럽게 시우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항상 친절하던 시우가, 적도 아니고 조금 전까지 사이좋게 대화하던 상대를 눈앞에 두고 짜증을 내다니.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혹시 싸우면서 어딘가 크게 다치기라도 한 걸까.

       

       머리를 다치면 성격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던데.

       

       그런 생각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자니, 시우가 갑작스럽게 칼을 치켜들었다.

       

       

       “야, 유시우?! 너, 너 진짜 왜 그래?!”

       

       “···아, 아니죠?”

       

       

       지금 시우를 제압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있지 않고, 나는 옷을 사용하면 시우를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나는 시우에게 능력을 사용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로, 불안하다는 듯 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가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시우를 믿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 시우가 나를 바라보았다.

       

       

       “미안, 아르테.”

       

       

       푸욱.

       

       그리고 내 기대는 배신당하지 않았다.

       

       그래.

       

       시우가 이유 없이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기대를 시우는 배신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시우가, 자신의 배를 스스로 갈랐으니까.

       

       

       “너, 너 지금 뭘···!”

       

       “···어우, 아프네. 머리가 핑핑 돌아.”

       

       “비상! 비상! 간호사! 간호사!”

       

       

       눈앞의 소란이 마치 물에 잠긴 상태로 들리는 것 같았다.

       

       뭐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시우가 상처 입었다.

       

       왜?

       

       스스로 자해했으니까.

       

       

       “어, 어, 어째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시우가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믿고 있었는데.

       

       시우만 믿고 있었는데.

       

       다급히 비상벨을 울리며 응급처치를 하기 위해 시우에게 달려드는 의사 선생님.

       

       그러자 시우가 그를 제지하고, 배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야···! 너 미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아앙!]

       

       “···뭐야, 그거.”

       

       “아, 이거?”

       

       

       시우가 스스로의 배 속에서 꺼낸 물건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방금 시우가 자해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저 물건.

       

       저 커다란 물건에서 들리는 목소리.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으니까.

       

       이 목소리를 내가 모를 리가 없지.

       

       매일같이 내게 재잘대던 목소리였으니까.

       

       

       “···작가님?”

       

       [으아아아아앙! 너무해애애애애애애!]

       

       “안 그래도 빼내려고 하긴 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마침 의사도 여기 있고,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

       

       

       분명 스스로 배를 갈라 굉장히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시우는 나를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할 수는 없지만, 아마 저 작가님을 데리고 어떻게 버텼냐는 뜻으로 바라보는 걸까?

       

       ···시우가 더 대단한 것 같은데.

       

       다급하게 현장에서 치유를 시작한 의사 선생님을 비롯한 사람들이 질린 듯한 눈동자로 시우를 바라보았다.

       

       

       “야, 너···. 안 아파?”

       

       “아니? 엄청 아픈데?”

       

       “근데 왜 이렇게 멀쩡해?”

       

       “이제 다 끝이니까.”

       

       “···끝?”

       

       “그래, 끝.”

       

       

       질문을 한 것은 아멜리아였지만, 시우는 아멜리아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시우는 나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아르테. 이제 걱정하지 마. 너를 괴롭히는 작가님은 없으니까.”

       

       “···네? 그, 그게 무슨.”

       

       “네 심장에 작가님이 있었거든.”

       

       “···?”

       

       “그리고 내가 그걸 먹고 모든 걸 보여줬어. 이제 작가님은 아무것도 못 해.”

       

       

       내 심장을···먹어?

       

       어?

       

       시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시우가 들고 있는, 시우의 배에서 꺼내진 저 물건.

       

       시우가 말하기를 내 심장.

       

       ···그곳에서, 작가님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작가님은 엄청나게 오열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시우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처럼.

       

       

       [우아아아아아아아앙! 거래, 거래를 하자고 했는데에에에에···!]

       

       “너랑 거래할 리가 없잖아. 이미 거기에 들어간 순간 내가 이긴 거였어.”

       

       [진짜 너무해···!]

       

       

       홀린 듯이 시우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보자, 시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 그것을 건네주었다.

       

       시우의 피가 흥건하기는 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나는 그 물건을 받아들었다.

       

       

       “그럼, 제 심장을 도려냈던 건···?”

       

       “맞아. 작가님과 너를 분리하려고 그랬어.”

       

       “···작가님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건 사실인가요? 어떻게?”

       

       “자세히 말하기는 복잡한데···. 맞아. 이제 작가님은 평생, 죽었다 깨어나도 이 세상에 간섭할 수 없어. 아마 조금 있으면 사라질걸.”

       

       [흐아아아아아아앙···!]

       

       

       시우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작가님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엄청나게 서러운 울음소리.

       

       작가님이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것을 보면, 시우가 말하는 게 사실이라는 뜻이겠지.

       

       

       “···작가님?”

       

       [독자님! 으아아아아앙···! 저희 이제 어떡해요!]

       

       

       묘한 기분이다.

       

       언제나, 내가 이 세상에서 죽어버릴 때까지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작가님.

       

       최근에는 사이가 조금 틀어졌는지 대화하는 빈도가 많이 줄어들긴 했었지만···.

       

       그래도 계속 작가님의 재잘거림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멍하니 내 심장이었던 것을 바라보자, 작가님은 계속 목놓아 울고 있었다.

       

       

       [이런,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았어···! 감동도 재미도 없는 방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았어···!]

       

       “···무슨 말이에요?”

       

       “미래를 모두 보고 왔거든.”

       

       

       솔직히 말하자면, 대답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미래를 보고 왔다니, 의미 불명이었으니까.

       

       

       “···.”

       

       

       나는 가끔 상상하고는 했다.

       

       이 세상에 작가님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불안함에 미쳐버리지는 않을까, 그런 것들을.

       

       작가님은 솔직히 말해서 믿음직스럽지도 않고, 한심하기 그지없는 존재.

       

       나를 이 세상에 끌고 온 존재였다.

       

       이 세상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의 나였다면 당장 이 심장을 바닥에 던져버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익숙해지기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버렸으니까.

       

       이제 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고, 네 몸을 돌려준다고 말한들 나는 거부하겠지.

       

       

       “···작가님?”

       

       [훌쩍, 훌쩍···.]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내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만약 이런 상황이 정말로 일어났을 때, 내가 뭘 하려고 했더라.

       

       작가님에게 욕을 한 바가지 하려고 했던가?

       

       머리를 강하게 후려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작가님에게 내 감정을 쏟아내고, 욕을 하는 대신.

       

       작가님에게 도대체 왜 그랬냐고 치기를 부리는 대신.

       

       나는 부드럽게 작가님에게 말했다.

       

       여태껏 묻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왜, 저를 이 세상에 데려오신 건가요?”

       

       [훌쩍, 훌쩍···. 재, 재미있을 것 같았으니까···.]

       

       “저런.”

       

       

       예상은 했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라니.

       

       살짝 나쁜 말이 나올 뻔했지만 억눌렀다.

       

       

       “제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도···.”

       

       [아, 알고 있었어요···.]

       

       “하아···. 그것도 재미 때문에?”

       

       [···.]

       

       

       혼날 것을 감지한 아이처럼, 작가님은 아무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걸로 대답은 충분했다.

       

       고작해야 재미 때문에 나를 영문을 알 수 없는 곳에 데려다 놓았단 말이지.

       

       이쯤 되면 욕을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시 한번 억눌렀다.

       

       또 나 같은 피해자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을 테니까.

       

       작가님의 성향상, 이런 일이 한 번만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 봐도 뻔하지.

       

       한동안 울면서 왜 나만···! 나만···! 하다가 정신 못 차리고 또 똑같은 짓을 할 게 뻔해.

       

       그러면 또 나 말고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거야.

       

       나처럼 시우 같은 멋진 사람이 구원해줄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이번처럼 작가님이 똑같은 방심을 할 리도 없었다.

       

       ···그러니, 제안을 하기로 했다.

       

       작가님이 좋아할 법한 이야기로.

       

       

       “작가님.”

       

       [···네?]

       

       “여태까지, 즐거우셨나요?”

       

       [···네.]

       

       

       내가 잔뜩 화를 낼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작가님은 여전히 움츠러든 채 내 눈치를 보고만 있었다.

       

       그래, 그랬구나.

       

       즐거웠겠지.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떨까요? 작가님이 직접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직접···?]

       

       “친구들, 있죠?”

       

       

       가끔 내게 이야기하던 내용들을 생각해보면 작가님 같은 능력을 지닌 존재가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 작가님은 작은 목소리로 수긍했다.

       

       

       “작가님이 마음껏 개입할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 보는 거예요.”

       

       [···나만의, 세상?]

       

       “글쎄요. 나만의 세상은 아니겠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만들 테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것도 있으니, 신이 여러 명 있어도 괜찮겠지.

       

       

       “···그리고, 그들과 겨루는 거에요. 각자 싸우는 게 아니라, 대리인을 키워서.”

       

       [대리인···.]

       

       “네. 성녀, 성자, 챔피언. 명칭 같은 건 뭐든 좋아요.”

       

       

       작가님은 이 세상을 하나의 소설을 만든다는 기분으로 행동해왔다.

       

       그러니 수많은 비극이 존재했지.

       

       그렇다면 비극이 없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따로 있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 같은 방법은 말고···. 스포츠 같은 느낌으로. 초월자들의 대리인을 세워 서로 겨루는 거예요.”

       

       [···!]

       

       “비극 같은 게 없어도, 언제나 즐거울 수 있답니다.”

       

       

       초월자들이 세상을 오락으로 바라본다면.

       

       그렇다면 정말 게임 같은 세상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세상을 자기 멋대로 주물럭거리는 작가님. 그리고 그와 비견되는 능력의 초월자들.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

       

       [···네!]

       

       “비극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세상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해주겠어요?”

       

       [물론이에요!]

       

       

       시우가 말한 시간이 다 되어버린 걸까.

       

       작가님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고, 손에 들린 심장이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역시 독자님을 이곳에 데려온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고마워요, 독자님.]

       

       “···.”

       

       

       심장이 모두 바스러진 이후.

       

       작가님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정말로 가버렸다는 듯.

       

       

       “···무슨 기분이야?”

       

       “글쎄요.”

       

       

       시원섭섭하다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걸까.

       

       그렇게 시끄럽던 작가님이 정말로 가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뭔가 외로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

       

       

       나는 시우와 마주 보며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분량이… 고봉밥!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