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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버리라고.”

         

         

       루인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사자의 그르렁거림처럼 화를 꾹꾹 참아내는 루인의 목소리에는 배려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느낀 불쾌함을 드러내기 위해 이를 악문 음성으로 말하고, 동시에 자신이 준비한 선물이 거절당한 것에 대한 감정을 분노로 나타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리카르도에게 자신이 밀린 거니까.

         

         

       루인은 예전부터 리카르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 남들보다 강한 것이 짜증이 났고, 결투에 대한 예의도 없으면서 승자의 권리를 누리는 것이 화가 났었다.

         

         

       무엇보다 유리아와 친하게 지내는 게 짜증이 났었고.

         

         

       이유는 모르겠다.

       자신이 왜 유리아에게 집착하는지.

       그저, 리카르도가 유리아와 함께 붙어 다니는 꼴을 볼 때면 음식물 쓰레기를 바로 앞에서 본 것처럼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으니까.

         

         

       유리아와 함께 밥을 먹는 리카르도를 보며 속이 뒤틀렸고, 유리아가 그 녀석을 보며 웃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리아와 친해지기 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루인은 유리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리카르도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리카르도의 선물을 넙죽 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악행을 증명할 증인이 있었고.

       그녀가 직접 경험했으니까.

       왜 그놈과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 중 하나였다.

         

         

       게다가 리카르도가 선물해 준 드레스는 자신이 선물해준 드레스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형편없을 게 분명했다.

         

         

       재질도 그렇고.

       옷의 색깔도 그렇고.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이 해준 것보다 빈약할 거라고 루인은 생각하고 있었다.

         

         

       리카르도는 거지였으니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흑마법에 대한 벌금으로 100만 골드라는 막대한 빚이 생기면서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다고 들었으니까. 싸구려 녹차를 대접하는 녀석이 유리아 드레스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루인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루인은 유리아의 거절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루인은 굳어있는 표정을 짓고 있는 유리아를 바라봤다. 자신이 제대로 들었는지, 의문이 가득한 유리아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히 담겨 있었다.

         

         

       유리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루인에게 물었다. 뭐라고 했냐고.

         

         

       “뭐라고?”

         

         

       루인은 유리아를 향해 친절히 자신의 생각을 읊어줬다. 그녀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분명 유리아는 어쩔 수 없이 리카르도의 선물을 받아준 거겠지.

         

         

       유리아는 마음이 여리니까.

         

         

       마음이 여린 유리아가 리카르도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평소 리카르도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유리아는 좋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분명 자신과 같은 마음일 거라 생각했다.

         

         

       루인은 유리아의 마음을 대변해준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카르도가 선물해준 드레스. 버려 유리아.”

         

         

       루인은 종이가방은 다시 내밀며 유리아에게 말했다.

         

         

       “그놈이 드레스에 무슨 짓을 했을 줄 알고 그걸 받는 거야.”

         

         

       루인은 친절하게 말했다.

       눈웃음을 지으며 친절하게.

       너의 마음을 알고 있으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버리라고 루인은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듣는 유리아는 루인의 말이 어이없게만 느껴졌다.

         

         

       “아니…”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하냐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었으니까.

         

         

       아무런 사이도 아니고.

       그저 친구인 사이인데, 강압적으로 말하는 루인에게 유리아는 화가 났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유리아는 다소 높은 목소리로 루인을 향해 소리쳤다.

         

         

       강압적으로 말하는 게 기분이 나빴고.

         

         

       무엇보다 리카르도의 선물을 무시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으니까.

         

         

       “루인. 친구 사이에도 해야 할 말이 있고 안 되는 말이 있어. 네가 나를 생각해줘서 선물해 준 건 고마운데, 남이 해준 선물을 버리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

       “유리아.”

       “생각해봐. 너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 리카르도도 너랑 똑같은 마음으로 선물을 할 수도 있잖아.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루인은 유리아가 한 말을 되새기며 주먹을 꽉 쥐었다.

         

         

       “똑같은 마음…?”

         

         

       ‘똑같은 마음’이라는 하나의 문장 때문에 루인의 주먹에 핏대가 살벌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똑같은 마음’이라는 말이 상당히 불쾌했으니까.

         

         

       어떤 마음으로 선물을 골랐는데.

         

         

       좋아하는 유리아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골랐는데.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그놈의 마음과 똑같다는 말이 루인은 상당히 불쾌했었다.

         

         

       루인은 끌어 오르는 화를 삭이며 유리아를 향해 말했다.

         

         

       “유리아. 리카르도를 믿어?”

       “뭐?”

       “생각해봐. 그놈한테 배신당하고 상처받은 게 몇 번인데, 그걸 또 믿냐고.”

       “…”

       “내 말이 맞잖아.”

       “아니야. 리카르도랑 화해하고 다시 처음부터….”

       “처음은 무슨 처음. 그놈이 바뀔 거라고 생각해? 기억 안 나? 아카데미에서 올리비아랑 같이 너 왕따시킨 거?”

       “…그만해.”

       “그것만 있는 줄 알아? 네 신발장에 압정 넣은 것도, 네 책상에 욕 써놓은 것도 리카르도가 한 거 알잖아.”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라고.”

         

         

       유리아는 신경을 건드는 루인의 발언에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숙였다.

         

         

       얼굴을 똑바로 보고 화를 내는 것은 유리아에게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옳은 소리만 하는 루인의 말 때문에 유리아는 쉽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루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잊고 있었지만. 리카르도는 가해자였고 자신은 피해자. 섞이려야 섞일 수 없는 기름과 물의 관계였다.

         

         

       하지만.

         

         

       “알고 있으니까. 그만 좀 하라고.”

         

         

       그건 루인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할 때, 루인은 무시를 했었고 책상에 앉아서 흥미롭다는 듯이 방관하기에 급급했으면서 이제 와서 옳은 사람인 듯 떠는 것이 유리아는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어쩌면 방관한 루인이 더 나빴으니까.

         

         

       유리아의 머릿속에 끔찍한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머리 위에서 오물이 쏟아져 내렸던 날.

         

         

       루인은 그날 책상에 앉아서 턱을 괴고 있었다. 충분히 막아줄 수 있었고 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를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루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흥미로운 장난감을 본 것처럼 방관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네가 뭔데 판단하는 건데.

         

         

       만약 루인과 과제를 함께하지 않았다면은, 치유에 재능이 없었다면은 루인은 자신의 곁에 다가와 주지 않았을 테니까.

         

         

       유리아는 휘몰아치는 과거를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너는 뭘 하고 있었는데.”

       “…뭐?”

       “너는 내가 괴롭힘을 당할 때, 뭐 하고 있었냐고.”

       “도와줬잖아.”

       “아니! 지금 말고 리카르도가 있었을 때! 너랑 나랑 친해지기 전에 너도 그 녀석들처럼 똑같이 했었잖아.”

       “아니야. 나는 한 적이 없어.”

       “거짓말 보고만 있었잖아.”

         

         

       관계에 작은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좋은 의미로 시작했던 선물이 누군가의 비난 때문에 의미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우월감 때문에 뱉은 말 한마디가 화살이 되어 깊게 숨겨두었던 상처를 헤집어내기 시작했다.

         

         

       유리아는 이런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속으로 루인에게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었지만, 지금은 사이좋은 친구였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 때, 의지하고 힘겨운 고난이 찾아왔을 때, 함께 이야기하며 이겨냈던 추억이 있기에 유리아는 마음속에서 묻어버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자신은 안 그랬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루인의 모습에서 유리아의 이성의 실이 얇게 끊어지기 시작했다.

         

         

       “너는 그때 보고만 있었으면서…. 네가 리카르도를 뭐라고 할 자격은 없는 거 아니야?”

       “유리아.”

       “아무리 리카르도가 싫다고 해도…! 네가 싫은 거지, 내가 싫은 건 아니잖아!”

       “유리아!”

       “루인. 너는…! 그럴 말 자격이 없어!”

         

         

       루인은 표정을 차갑게 굳히고 유리아에게 말했다.

         

         

       “나는 달라.”

       “…”

       “나는 너를 제대로 보고 있다고.”

       “…”

       “그놈처럼 네 외모하고 네 마법을 보고 접근하지 않았어.”

       “뭐가 다른데. 내 눈에는 다 똑같아! 네가 방관한 것도…!”

       “그건 우리가 친하지 않아서 그랬어. 아무것도 아닌 내가 갑자기 너를 도와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리고…!”

         

         

       루인은 깊은 가슴속에 차오르는 열기를 뿜으며 말했다.

         

         

       “지금은 다르잖아.”

       “…”

       “나는 너를 바라보고 있어. 그래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친해졌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설령 네가 다른 모습이 되어도…”

       “…”

       “내가 알지 못하는 모습이 되어도 나는 너와 제일 친한 친구니까 알 수 있다고. 예전에는 내가 서운하게 했을지는 몰라도 이제는 달라.”

         

         

       루인은 확신에 담은 말을 뱉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나는 그놈하고 달라.”

         

         

       루인의 말은 이뤄지지 않을 거짓말이었다.

         

         

         

       *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유리아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기숙사를 향해 나아갔다.

         

         

       “하아…”

         

         

       의미 없는 싸움을 한 자신이 한심했다.

         

         

       루인도 좋은 마음으로 선물을 해준 건데 너무 차갑게 말한 것이 아닐까 해서, 유리아는 무거운 걸음을 걸으며 고개를 숙였다.

         

         

       손에는 루인이 준 드레스가 들려있었다.

         

         

       -선택은 네가 해. 근데 나는 내가 선물해준 드레스를 입어줬으면 좋겠어.

         

         

       고개를 숙이고 종이 가방을 내밀던 루인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싸우기는 했지만 루인의 마음에 악의는 없었을 테니까. 게다가 루인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리카르도에게 대차게 깨졌고.

       솔직히 리카르도가 재수 없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었으니,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유리아는 복잡한 생각을 안고 걸었다.

         

         

       그리고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유리아~”

         

         

       자신이 싫어하는 무리가 손에 보라색 음료수 한잔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싫어하는 녀석들이었다.

         

         

       괴롭히고.

       앞에서 욕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람들.

         

         

       유리아는 그들을 보며 떨떠름하게 웃었고.

         

         

       그녀들은 유리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그동안 미안했어.”

       “어?”

       “많이 생각해봤는데, 그동안 우리가 너한테 너무했다고.”

         

         

       유리아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로 대화의 포문을 열었고.

         

         

       “우리 방에 놀러와서 이야기 좀 하지 않을레?”

         

         

       유리아는 그녀들의 위험한 초대에 응하게 되었다.

         

         

       유리아는 즐겁게 떠들었다.

         

         

       믿는 사람이 바보지만, 그런 동아줄을 잡고 싶었으니까. 간절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내려온 동아줄을 잡으면 더욱더 행복한 미래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유리아는 동아줄을 잡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었을 때.

         

         

       “어…?”

         

         

       유리아의 얼굴은 흉측하게 망가져 있었다.

         

         

       피부가 어그러지고.

       맑은 눈동자는 탁해지고.

       입술을 바짝 말라서 음지에 숨어 사는 마녀의 얼굴처럼 흉측하게 변해있었다.

         

         

       유리아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분홍색 머리카락 하나뿐.

         

         

       거울을 본 유리아는 가만히 멈춰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아…”

         

         

       “꺄아아아악!!!”

         

       *

         

         

       무도회의 규칙.

         

       -재학생들은 반드시 무도회에 참가해야 합니다.

         

         

       *

         

         

       오늘도 평화로운 데스문트가의 저택.

         

         

       거대한 막대 사탕을 물고 있는 올리비아는 정장을 입은 리카르도를 보며 물었다.

         

       

       “리카르도 어디가?”

       “왜요.”

       “멋지게 입었잖아.”

       “아… 왕자님이 되러갑니다.”

       “응?”

         

         

       리카르도는 미소를 지으며 무도회를 향해 걸어갔다.

         

         

       “휴학생도 받아주려나?”

         

         

       안 받아주면 부셔야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본래 루인과 대화를 3화 넘는 분량을 계획했지만…!
    너무나 싫어하실 것 같아서…! 압축했습니닷!
    그리고 유리아가 변하는 것도…! 압축!
    죄송합니닷!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한스가 루인 혹은 리카르도로 변하는 마법은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등장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이상한 불안은 만들어주기 싫습니닷!

    [후원 감사]

    하늘연달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찾아오신 독자님!
    항상 감사합니다!
    이 요정 설날을 끝내고 기름이 되어버렸습니다.
    라면이 당기는군요…!

    독자님에게 느글거리는 속을 잠재울 마법의 소화 요정! 사이다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시밀리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흐엑! 이 요정…!
    육성으로 당황했습니다!
    이렇게 큰 사랑을 주시다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항상 부족함이 많은 요정이지만…! 힘내서 달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뜨거운 사랑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애정의 요정! 운명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데코님 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 요정…! 오랜만에 독자님을 보는 것 같습니다.
    모든 독자님을 기억할 수 없지만 최대한 기억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중이랍니다!

    독자님에게 운명의 실이 함께하는 마법의 요정! 붉은 실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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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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