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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시, 실수했다.’

         

       그의 요물 같은 외모에 홀려 벌어진 일이라곤 하나, 분명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렇기에 사과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나불거린 후였다.

         

       도경은 곁눈질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쪽을 지그시 쳐다보는 백우진의 얼굴에 담긴 표정은 명확했다.

         

       한심함.

         

       “지금 이 상황에서 비무를 하자고?”

         

       너 지금 제정신이 맞냐고 묻는 듯했다.

         

       ‘어떻게 하지?!’

         

       말이 헛나왔다고 사실대로 말할까.

         

       아니면.

         

       “이,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어차피 창피란 창피는 죄다 무릅쓴 상황.

         

       그녀는 오히려 뻔뻔하게 나서기로 했다.

         

       “내가 뭘 했는데.”

       “네놈이 그때 날 그렇게 이기지만 않았어도…!”

       “그때?”

         

       아.

         

       용봉비무제 때를 말하는 듯했다.

         

       뜬금없이 난입한 그녀와의 비무는 사실 백우진의 입장에서 얻을 게 없는 싸움이었다.

         

       이겨야 본전, 지면 힘들게 따낸 명예를 반납해야 할 상황 아니었던가.

         

       “너 같으면 그런 비무에 제대로 응하고 싶겠냐.”

       “읏…!”

         

       그, 그건 그렇지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도경.

         

       사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억지스럽게 밀어붙인 일이었다.

         

       객석의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여비를 탈탈 털어 곳곳에 사람까지 심어두지 않았던가.

         

       “뭐, 비무를 원한다면 못할 거야 없지.”

         

       그때의 비무가 자꾸만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면 이를 가볍게 풀어내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다.

         

       비무를 할 상황이 아니기는 하나, 그녀와의 비무에 그리 오랜 시간이 쓰이지도 않을 테니.

         

       “저, 정말 비무를 해줄 것이냐?”

         

       도경의 얼굴빛이 밝아졌다.

         

       지금껏 보지 못한 열의 서린 눈빛이 이쪽을 또렷하게 응시한다.

         

       입가에 사람 좋은 미소를 그려낸 백우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네가 내 조건을 들어준다면 얼마든지.”

       “조, 조건?”

       “응.”

         

       도경은 저도 모르게 제 몸을 움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격자라 여기게 만들었던 미소가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게 보인다.

         

       며칠 동안 봐온 그는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내거는 조건이라면 과연 어떤 것일까.

         

       “…조건이 뭐냐.”

         

       그녀가 묻자, 백우진이 손을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지면 나한테 볼기짝 몇 대만 맞자.”

       “보, 볼기?”

         

       도경의 두 손이 자연스럽게 제 엉덩이로 향했다.

         

       “지금 내 볼기를 때리겠다고…?”

         

       아버지에게도 한 번도 맞아본 적 없는 곳을 때리겠단다.

         

       묘한 열기가 가슴을 타고 올라와 얼굴을 뜨겁게 만든다.

         

       사내로 자라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음흉한 저의가 머리를 빼꼼 들이민다.

         

       “대체 왜…?”

         

       그녀는 뼛속까지 사내로 살고자 마음먹은 몸.

         

       그가 자신을 때린다고 한들, 이성이 아닌 동성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나 다름없다.

         

       “할 거야, 말 거야.”

         

       도경은 망설였다.

         

       치욕스러운 기억을 잊기 위해 다시 치욕을 걸어야만 하는가.

         

       그녀는 이내 답을 내렸다.

         

       “하, 하겠어.”

         

       용봉비무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비무도 자신이 억지를 부려 만들어낸 자리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셨지.’

         

       승리보다 패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

         

       그녀의 아비인 흑사패황 또한 그리 말했다.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고 절대자의 자리에 올랐을 것 같은 그도, 젊었을 적에 겪은 수많은 패배를 밑거름 삼아 그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나 또한 응당 그렇게 하리라.’

         

       홀가분하게 패배한 뒤, 반성의 의미로 그에게 볼기짝을 세게 맞는 것도 훗날 자신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어주리라.

         

       “좋아, 그럼 준비해.”

         

       도경은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등에 멘 기다란 도를 쥐었다.

         

       백우진에게 겨눈 흑색 도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인정하지 않으려 발악하는 치기어린 마음에 가려졌던 진짜 백우진이 비로소 느껴진다.

         

       ‘크다.’

         

       거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한 기분.

         

       그가 파리 내쫓듯 손만 휘저어도 이는 바람에 날아가 벽에 처박힐 것만 같다.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순 없으니 단순하게 가자고.”

         

       도경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백우진이 말을 이었다.

         

       “네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초식을 내게 사용해봐. 작은 생채기라도 낼 수 있다면 네 승리야.”

         

       선심 쓰듯 말하는 표정이 아니꼽다.

         

       분명 자신을 신경 써서 해주는 말인데, 이상하게 표정이 얄밉다.

         

       어떤 말을 해도 좋게 받아들여질 것만 같은 잘생긴 얼굴로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재능이 아닐까 싶을 정도.

         

       “…그러지.”

         

       그녀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가슴에 들어찬 감정과는 별개로, 그가 하는 말 중에 틀린 말은 없었기에.

         

       ‘내가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초식.’

         

       지금껏 많은 무공들을 섭렵해 왔으나, 그녀의 손에 가장 익은 것은 단연 그것뿐이다.

         

       흑광사신무(黑光死神舞).

         

       기다란 도에서 검은빛을 흩뿌리며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모양새가 꼭 죽음을 선도하는 사신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그녀의 아비를 흑사패황이라 불리게 만든 성명절기.

         

       난해하고 높은 경지를 필요로 하는 무공이다.

         

       그렇기에 천재인 그녀로서도 경지가 미흡하여 일곱 초식밖에 익히지 못했으나, 그것만으로도 그녀가 배운 모든 무공을 더한 것만큼이나 강력하다.

         

       ‘모든 걸 쏟아붓는다.’

         

       일 초식의 싸움인 만큼, 뒤는 생각지 않고 모든 기운을 끌어다 도신에 머금는다.

         

       흑색 도신 위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그녀는 자신이 익히고 있는 초식들 중 가장 최근에서야 익힌 일곱 번째 초식을 준비했다.

         

       흑사굉도(黑死轟刀).

         

       “하아아앗!”

         

       거함과 함께 내지른 도의 궤적을 따라 흑색 아지랑이가 꼬리처럼 따라붙는다.

         

       한 치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궤적이 더욱 흐릿해진다.

         

       경지의 차이를 메꾸기 위해, 그녀는 그를 진심으로 죽일 생각까지 해가며 초식을 펼쳐냈다.

         

       마침내 다다른 흑색 도기와 짙은 살기가 쏟아졌다.

         

       백우진은 검을 들어 그녀의 도를 막아섰다.

         

       꽈아아앙-!

         

       벽력탄이 코앞에서 터진 듯한 소리가 귀를 강타한다.

         

       흑색 아지랑이가 주변을 온통 헤집고, 피어오른 흙먼지가 주변을 뿌옇게 감쌌다.

         

       “파하!”

         

       참고 있던 숨을 토해내는 도경.

         

       귓가에선 삐- 하고 이명이 들려오고, 눈앞은 뿌옇게 오른 흙먼지에 가려졌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내지른 도는 백우진이 내민 검에 의해 가로막혔다.

         

       상관없다.

         

       ‘애초에 꺾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승리 조건은 그에게 생채기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

         

       흙먼지 속에서도 그는 굳건히 서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먼지들이 서서히 내려앉으며 그 속에 가려져 있던 백우진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아….”

         

       멀쩡했다.

         

       돌조각에 스쳐 작은 생채기라도 나길 바랐건만, 그의 의복엔 먼지 한 톨조차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패배.

         

       그녀의 손에서 떨어져 나온 흑도가 땅바닥을 나뒹군다.

         

       “내가 졌다.”

         

       도경은 그렇게 말하며 주저앉았다.

         

       기대를 배반당하긴 했으나,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홀가분하다.

         

       치기어린 마음을 떨쳐내고, 비로소 온전히 그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음에.

         

       자신이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 나타났음에 막막함과 기쁨이 동시에 몰려들었다.

         

       검을 집어넣은 백우진이 미소 띤 얼굴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좋은 초식이었어.”

       “하, 하하.”

         

       담백한 칭찬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손을 붙잡으며 그녀는 황홀경에 다다랐다.

         

       전력을 다해 맞부딪힌 이후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서로 손을 맞잡는 두 사내.

         

       그야말로 소설 속 주인공과 맞수가 나눌 법한 장면이 아닌가!

         

       ‘내 생각보다 이 사내는 대단…!’

         

       속으로 그에 대한 평가를 수직 상승시키고 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어, 어어…?”

         

       자신을 일으켜 세워줄 거라 생각한 그의 손이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어느덧 백우진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의 손에 이끌린 도경은 그의 다리 위에 엎어졌다.

         

       “무, 무슨….”

         

       처음 취해보는 자세에 그녀가 화등잔만 하게 커진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백우진과 눈을 마주쳤다.

         

       “헉.”

         

       도경은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마주친 그의 눈동자로부터 온갖 요사스러운 감정을 느꼈기 때문.

         

       그는 제 손바닥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제 맞아야지.”

       “아….”

         

       패배하면 볼기짝을 맞기로 했었지, 참.

         

       잊고 있던 조건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온몸이 들불처럼 끓기 시작했다.

         

       충분히 감내할 수 있으리라 여긴 조건이 생각보다 몸에 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도경은 급히 손을 들어 백우진의 움직임을 제지했다.

         

       “자, 잠깐만! 잠깐 마음의 준비를…!”

       “어허, 그런 건 없어도 돼.”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자, 그럼 간다.”

       “으, 으아…!”

         

       그녀는 눈을 꼭 감았다.

         

       볼기짝을 맞는 건 처음이기에 얼마나 아플지, 어떤 느낌일지 몹시 두려웠다.

         

       후웅

         

       귀를 간질이는 작은 소리와 함께 그의 손바닥이 그녀의 한쪽 엉덩이를 내리쳤다.

         

       짜악!

         

       찰진 소리와 함께 곧게 펴진 다섯 손가락이 그녀의 탱글탱글한 엉덩이 살 안으로 파고든다.

         

       “읏…!”

         

       동시에 엉덩이에 찌르르한 통증을 느낀 도경이 한쪽 눈을 찡그렸다.

         

       허나, 그뿐이었다.

         

       ‘별로 안 아픈데…?’

         

       잠깐 따끔할 뿐, 생각했던 것보다 아프지 않았다.

         

       다만 때린 이후에 멀어지지 않고 제 엉덩이로 파고드는 손가락의 감촉이 거슬린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의아해할 즈음, 백우진의 음성이 귓가로 파고들었다.

         

       “가만히 맞고 있지 말고 반성해.”

       “무, 뭘 말이냐.”

       “지금까지 네가 나한테 한 행동들.”

       “어떤….”

         

       짜악!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번의 타격이 엉덩이를 찌르르 울렸다.

         

       “윽! 마, 말하고 있는데…!”

       “말하는 게 아니라 반성을 하라고.”

         

       짜아악!

         

       “큿…!”

       “사실 두 번의 비무 모두 네 억지로 이뤄진 거잖아. 아니야?”

       “마, 맞다.”

         

       짜악!

         

       “더군다나 내가 용봉비무제 때 네 정체 까발렸으면 어떻게 됐겠어.”

       “그, 그건….”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정파 놈들에게 붙잡혀 온갖 고초를 겪었을 터다.

         

       사흑련주의 딸인 만큼 죽지는 않았겠지만, 잡혔다는 사실만으로 사흑련에 거대한 오물을 퍼부은 것과 다름없게 됐을 테지.

         

       “나한테 고마워, 안 고마워.”

       “고, 고맙….”

         

       짜악!

         

       “아앗!”

         

       이상하다.

         

       계속해서 맞다 보니 조금씩 더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그 뒤에 찾아오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 때문이었다.

         

       짜악-!

         

       엉덩이를 때리는 방식 자체가 이상야릇하다.

         

       통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자극하는 듯한 느낌.

         

       때린 이후에 파고드는 손가락들은 또 어떤가.

         

       엉덩이를 콱 움켜쥐는 듯이 손가락이 파고들 때마다 자신을 단단하게 둘러싼 무언가가 자꾸만 흩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위, 위험해.’

         

       위기의식이 머릿속에 경종을 울린다.

         

       이대로 가면 무언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짜악-!

         

       또 한 번의 타격이 엉덩이를, 온몸을 뒤흔든다.

         

       “으윽…!”

         

       입밖으로 내뱉는 소리가 자꾸만 연약해진다.

         

       “반성해, 안 해?”

       “하, 한다. 할 테니 이제 그만…!”

       “어쭈, 반성한다는 게 반말을 내뱉네.”

         

       안 되겠구만.

         

       짜악!

         

       짜악!

         

       짜아악!

         

       세 번의 타격음.

         

       전신을 사정없이 뒤흔드는 통증과 더불어 파고드는 또 하나의 감각.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기실 그것은 쾌락이었으니.

         

       통증과 뒤섞인 쾌락이 연달아 울려 퍼지자,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흑…!”

         

       사내로 살겠다 굳게 맹세한 여인의 다짐과는 거리가 먼.

         

       짜악!

         

       “아하앙…!”

         

       암컷의 신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 정도는 19금 안 달아도 되겠죠,,,?

    만약 이 정도로도 달아야 한다면 수정을 거쳐서 더 강렬한 씬으로 만들어버릴 테다,,,

    도경은 사내들 틈바구니에서 오롯이 서고 싶은 판타지의 여기사 같은 컨셉입니다.

    큭, 죽여라,,,! 를 외치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이미지,,,?

    그런 느낌이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여러분께 잘 전달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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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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