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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우승 소감을 발표하고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배시시 웃다가 나는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방금 내가 무슨 말을…!’

         

       나 방금…, 분명히 다시 태어나길 잘했다고 했다.

         

       그냥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한 것도 아니고 ‘다시’ 태어나길 잘했다고.

         

       이는 나 스스로 내가 환생하여 두 번째 삶을 살고 있음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도 사랑해-!!!!!”

         

       “흐어어어엉-!!! 예린아 우승 축하해-!!!!”

         

       내 팬들은 내 말실수는 따위 개의치 않는지 그저 감동했다는 표정으로 내게 함성을 질러 주었다.

         

       심지어 그중에는 내 우승 소감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있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나를 이리 사랑해주는 걸까….

         

       너무 고마웠다.

         

       ‘다행히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것 같네.’

         

       이에 내가 팬들을 향해 연거푸 고개를 숙이며 계속 손을 흔들어 주니 이를 보고 있던 한시우가 미소 지으며 진행을 이었다.

         

       “자, 그러면 하예린 참가자에 이어 2위를 차지한 JJ엔터테인먼트 유 설 참가자에게도 소감을 들어 보겠습니다.”

         

       “아….”

         

       한시우가 유 설을 언급하자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승자로써 여운을 즐기는 것도 당연한 내 권리긴 하지만 내가 너무 과도하게 즐겨서 유 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시우에게서 마이크를 전달받은 유 설은….

         

       “먼저 우승한 예린이에게 축하한다는 말해주고 싶고요. 팬 여러분들 덕분에 2위라는 과분한 자리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루키즈에서 활동도 기대해주시고 마지막으로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기분이 전혀 상하지 않았다는 듯한 뉘앙스로 깔끔하고도 실속 있는 소감을 마쳤다.

         

       그리고는….

         

       씨익.

         

       ‘축하해.’

         

       내 쪽을 바라보고 웃으며 입 모양으로 축하한다고 말해 주었다.

         

       미소 짓는 유 설에게 그 말을 들은 후에야 나는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이에 내가 유 설처럼 입모양으로 고맙다고 말을 전하던 그때였다.

         

       한시우가 제작진에게서 커다란 카드 같은 걸 전해 받더니….

         

       “나아아 우승자 하예린 참가자에게 우승상금 1억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우와아아아아-!!!”

         

       내게 [우승상금 1억]이라 적혀 있는 카드를 전해 주었다.

         

       아직 실제 돈은 아니지만 1억이라는 거금이 내게 주어지자 주변의 참가자들이 치던 박수를 멈추고 부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참가자들의 시선을 보고 웃으며 한시우가 내게 물었다.

         

       “하예린 참가자! 1억이라는 큰돈을 어떻게 사용하실 예정인지요!”

         

       “아….”

         

       그때 나는 유 설과 잠시 눈이 스치듯 마주쳤다.

         

       하지만….

         

       “…….”

         

       스륵-.

         

       유 설은 마치 도망치는 사람처럼 내 눈동자를 재빨리 피했다.

         

       나는 그런 유 설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큰 금액은 처음이라…,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 네, 그러시군요. 하예린 참가자라면 슬기롭게 상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하예린 참가자! 1위석에서 내려와 앞으로 나와주시지요!”

         

       상금을 어떻게 쓸 지에 대한 질문까지 마친 한시우는 내게 앞으로 오길 종용했다. 그리고 유 설까지 부르니 단상 앞에는 우리 루키즈 멤버 6인이 같이 서게 되었다.

         

       “언니들.”

         

       “어서 와.”

         

       미리 루키즈 멤버로 확정되었던 이들이 나와 유 설을 반겨 준다.

         

       나는 웃으면서 그들을 돌아보았다.

         

       유 설, 이혜정, 서유진, 나한나, 박유정.

         

       모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나와 1년간 같은 팀으로 활동할….

         

       루키즈의 멤버들이다.

         

       이것은 신의 장난일까, 아니면 신의 배려일까.

         

       내가 원하던 사람들이 모두…, 내 동료가 되었다.

         

       이에 나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멤버들도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여기 있는 6명의 소녀가 여러분들이 뽑은 루키즈의 멤버들입니다!”

         

       “와아아아아아-!!!”

         

       “다 예쁘다-!!!!”

         

       “사랑해-!!!!!!”

         

       다행히 관객들도 6명의 멤버 조합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불평 없이 큰 환호를 내질렀다.

         

       그들의 환호와 함성을 마치 서핑하듯 타며 한시우가 마지막 진행을 이었다.

         

       “앞으로 루키즈의 활약과 선전을 기대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나아아 구호를 외치고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한시우의 신호에 맞춰 관객들도…, 참가자들도 마치 악을 쓰듯 구호를 외쳤다.

         

       “Show me your dream-!!!!!”

         

       “지금까지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였습니다!!! 시청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악-!!!”

         

       “안 돼-!!!!!!!”

         

       “가지 마-!!!!”

         

       한시우의 마지막 멘트에 관객들은 절규하며 가지 말라 소리쳤지만….

         

       파앗.

         

       이내 무대의 불이 꺼지고 나아아는 막을 내렸다.

         

       그 순간 우리 루키즈 6명은 서로 손을 꼭 마주 잡고 있었다.

         

       “우리…, 1년 동안 잘해 보자.”

         

       “네…!”

         

       “당연하죠.”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는 이걸로 엔딩이었다.

         

       하지만….

         

       루키즈의 새로운 이야기는 이렇게 새로 시작되었다.

         

         

         

         

       **

       

         

         

         

       “예린 언니! 우승 축하해요!”

         

       “예린아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

         

       “예린아 혹시 전화번호좀 가르쳐 줄 수 있어? 나중에 연락할 거지?”

         

       모든 촬영이 끝나자 무대 위에서는 다른 참가자들이 우승을 한 하예린에게 몰려들었다.

         

       유 설은 그 모습을 보다가 먼저 무대를 내려왔다.

         

       물론 유 설에게도 말을 거는 이들은 많았으나….

         

       “설 언니! 그 동안 수고 많으셨…!”

         

       “미안해. 내가 많이 피곤해서.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 네.”

         

       유 설은 다가온 사람들을 웃으면서 모두 쳐내고 그대로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모든 인원들이 무대 위에 집중되어 있어서 백스테이지와 대기실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유 설은 발걸음을 옮기다가….

         

       털썩.

         

       …그대로 주저앉았다.

         

       ‘드디어 데뷔다. 좋은 날이야. 좋은 날이…, 분명한데….’

         

       이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렀다.

         

       그녀가 데뷔를 하고도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우승을…, 했어야 하는데….’

         

       나아아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에게는 엄마 병원비 때문애 나아아 우승 상금 1억이 필요했는데…, 눈앞에서 이를 놓쳐 버렸다.

         

       ‘정산을 받기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어…. 엄마 긴급 수술에 들어가려면 당장 돈이 필요한데…, 어떻게…, 어떻게 해야….’

         

       똑똑하다고 했지만 유 설은 이제 겨우 21살이었다.

         

       성인이 된 지 이제 1년 조금 넘은 사회 초년생인 그녀가 지금 안고 있는 짐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유 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축하드립니다! 형제기획의 하예린 참가자입니다!’

         

       하예린의 우승이 확정되는 그 순간…, 유 설의 마음속에서 하예린을 원망하는 작은 마음이 피어올랐다는 것이었다.

         

       너만 없었으면.

         

       너만 없었으면 내가 우승을 했을 텐데.

         

       너만 없었으면 엄마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었을 텐데.

         

       ‘아….’

         

       오늘 무대에서 하예린은 아름다웠다.

         

       앞으로 같이 동료를 한다는 게 영광일 정도로 수준이 뛰어났다.

         

       하예린은…, 정정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하예린을 시기하며 바라보는 자신의 추악한 심성을 알아채자마자….

         

       유 설은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아….’

         

       그렇게 그녀는 무거운 현실의 부담과 추악한 자신을 향한 혐오로 작아졌다.

         

       그러던 그때였다.

         

       “유 설?”

         

       “……!”

         

       갑작스레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눈물 흘리던 고개를 들어 보니….

         

       “그래, 맞구나.”

         

       “누구…, 시죠?”

         

       도저히 평범한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거대한 키와 험상궂은 얼굴을 가진 사내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에 유 설이 경계하자 그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품에서 명함을 하나 꺼내 건네었다.

         

       그것에는….

         

       “나는 이런 사람이다.”

         

       [형제 캐피털 사장 강형만.]

         

       “형제…, 캐피털?”

         

       …딱 봐도 범상치 않은 회사명이 적혀 있었다.

         

       형제 캐피털이라니….

         

       절대 상종해서 안 될 것 같은 회사명에 유 설이 얼굴을 굳히니 강형만이 당황하며 다른 명함을 꺼내 건넸다.

         

       “아 미안하구나. 그건 예전 명함이야 지금 것은 이거란다.”

         

       [형제기획 사장 강형만]

         

       “형제기획이라면…, 아 설마 예린이네 회사 사장님?”

         

       “그래, 맞단다.”

         

       “그러고 보니 오며 가며 얼굴 한 번씩 뵀던 기억이 있네요…. 근데 예린이네 사장님이 저한테는 무슨 일로….”

         

       유 설의 질문에 강형만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말을 이었다.

         

       “이곳은 원래 내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니 빠르게 이야기하마. 네 사정 알고 있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그걸 어떻게.”

         

       “그래서 본의 아니게 선 조치 후 보고 하는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중에 폰으로 확인해 보거라. 너희 어머니 병원비…, 오늘부로 다 처리되었다.”

         

       “……네?”

         

       그게 무슨….

         

       유 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강형만을 쳐다보았다.

         

       강형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사람이 엄마의 병원비를 지불했다고…?

         

       ‘그러면 엄마도 살 수 있…!’

         

       …….

         

       …잠깐.

         

       유 설은 순간 환희에 가득 찰 뻔했다가 이내 이성을 가라앉혔다.

         

       세상에 선의로만 움직이는 사람은 절대 없다.

         

       눈앞의 강형만도 분명 무슨 의도가 있을 터.

         

       ‘이 사람은 기획사 사장이니까…, 설마….’

         

       유 설은 순간 머릿속에 짚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엄마의 병원비를 빌려줬으니 설마 JJ 엔터와 계약기간이 끝나면 형제기획과 전속 계약을 맺자는 건가요?”

         

       “…….”

         

       강형만이 답이 없자 유 설은 확신했다.

         

       그리고…, 이내 체념했다.

         

       아이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당연히 동반자이자 뒷배인 자신의 회사를 잘 고르는 것이다.

         

       그 기회가 박탈당하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강형만의 말대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엄마의 병원비를 약점 삼아 형제기획 측에서 유 설에게 노예계약 수준이나 다름없는 전속 계약서를 건넬 수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지….’

         

       유 설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그래, 나는 사실 병원비를 빌려 준 대가로 너를 형제기획에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병원비를 댄 건 내가 아니다.”

         

       “사장님이 아니라면 누가….”

         

       “예린이다.”

         

       “……네?”

         

       “예린이가 너희 어머님의 병원비를 댔다.”

         

       “…….”

         

       유 설은 그 순간 정신이 멍해지며 자신이 무슨 말을 듣고 있는 건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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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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