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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파이어 브레이슬릿의 특수 효과, 염룡의 힘.

       

       일정 시간 동안 모든 종류의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화염 마법의 위력이 대폭 상승하는 효과다.

       

       ‘드디어 쓸 날이 왔구나.’

       

       이드밀라의 말에 따르면, 나는 이미 은룡인 아르와 영혼의 계약을 한 존재기 때문에 격이 올라가서 이걸 많이 쓴다고 일반 인간처럼 미쳐 버리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만, 지속 시간을 무리하게 늘려 사용할 경우 오히려 파이어 브레이슬릿 자체가 그걸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버릴 수 있다고.

       

       -네가 유물을 잘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유물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도 지속 시간을 늘릴 수 있겠지만, 처음에는 아마 좀 힘들 거다. 고작해야 10분 정도가 한계겠지. 뭐, 그 정도만 해도 웬만한 놈들은 다 쓸어 버리겠지만.

       

       ‘10분이면 엄청 긴 시간이지.’

       

       만약 이게 일반인 손에 들어갔고, 그들이 유물의 힘에 정신적으로 영향을 받아 마구잡이로 특수 효과를 발동한다면 10분은 짧은 시간이겠지만.

       

       이렇게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발동한 10분은 충분히 긴 시간이다. 

       

       ‘알차게 써 줘야지.’

       

       나는 전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금 나는 「신뢰의 계약」을 통해 아르에게서 얼음 마법 ‘아이스’를 공유 받은 상태.

       원래는 지부 놈들과 싸울 때 쓰려고 화염 마법을 공유 받았었는데, 목이 말라서 시원한 얼음물 한 잔 마시려고 잠깐 바꿔 두었었다. 

       

       즉, 난 원래라면 현재 화염 마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

       

       하지만 지금 염룡의 힘이 발동된 상태라면.

       

       “플레임 버스터!!!”

       

       나는 몰려 오는 헤카르테 교단원들을 향해 벽력 같이 외쳤다.

       

       플레임 버스터는 8서클의 광역 화염 마법.

       원래 내 실력으로는 감히 넘볼 수조차 없는 마법이다.

       

       “…!”

       “플레임 버스터라고…?”

       

       내 영창을 들은 교단원들도 맹렬하게 돌진하다가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

       

       “…….”

       

       내 손 앞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응?”

       “쀼?”

       

       그러자 교단원들의 얼굴에 조소가 깃들었다.

       

       “크하하하핫! 새파랗게 어린 놈이 8서클 마법을 영창하기에 뭐라도 있나 싶었더니, 허풍이었군!”

       “죽어라아아앗!”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뭔가 잘못됐나 싶어서 나는 자연스럽게 내 손바닥을 뒤집어 확인했다. 

       

       그리고 그 순간, 파이어 브레이슬릿이 반응하며 엄청난 양의 마나가 손바닥 앞에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어?”

       

       나는 황급히 다시 손을 앞으로 뻗었고.

       

       우우우우웅!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고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전방을 향해 엄청난 양의 화염이 쏟아져 나와 교단원들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아!

       

       “아아아악!”

       “뭐, 뭐야? 진짜로 플레임 버스터를 쐈다고…?”

       “이런 미친…!”

       

       연기가 걷힌 곳에 있던 교단원들은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내가 이걸 직접 써 보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아니, 난 아르와 계약해서 수명이 기니까 언젠가 올 줄은 알았지만, 그게 이렇게 일찍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파이어 브레이슬릿을 내려다보았다. 

       

       우웅.

       

       파이어 브레이슬릿은 이제 완벽하게 활성화가 되었다고 알려 주듯,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첫 활성화라 예열 같은 게 되느라 발동이 늦었던 건가.’

       

       방금 자칫 잘못했으면 확인한다고 손바닥 뒤집었다가 내 얼굴을 향해 플레임 버스터를 쏠 뻔했다. 

       

       군대에서 ‘총알이 안 나갑니다!’라고 하면서 총구에 눈알을 들이대는 이등병 썰을 듣고 설마 그런 놈이 실제로 있겠어? 하고 웃었는데.

       

       그게 내 얘기였네. 내 얘기였어.

       

       ‘여튼, 모든 화염 마법을 다 다룰 수 있는 건 확인했고.’

       

       비록 내 마력 수준 안에서 구현이 되는 거라, 아르나 이드밀라가 플레임 버스터를 쐈을 때와는 범위 및 화력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8서클 마법은 8서클 마법이네.’

       

       평소 같으면 절대 대처할 수 없을 범위를 한 번에 커버했으니 말이다. 

       

       ‘좋았어, 그렇다면.’

       

       나는 자신 있게 손을 뻗었다. 

       

       ‘마법사들의 로망, 꿈, 이상!’

       

       그 모든 것을 담은 마법.

       나는 그 마법의 이름을 당당하게 영창했다. 

       

       “메테오(Meteor)!!”

       

       ***

       

       결론부터 말하면, 메테오는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워낙 방대한 마력량을 필요로 하는 마법이라 그런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유성이 떨어졌고, 결과적으로는 플레임 버스터보다 적은 수의 교단원이 폭발에 휩쓸렸다. 

       

       ‘하긴, 메테오는 사실 로망이 담긴 간지 작살 마법이지 태생이 효율적인 마법은 아니니까.’

       

       그냥 화염 폭발로 뒤덮어 버리면 되는데, 굳이 저 먼 하늘에서 유성을 소환해 불태우며 내리꽂는다는 점에서부터 일단 효율은 탈락이긴 하다.

       

       ‘마법은 먼 곳에서 소환할수록 정신력과 마력이 많이 드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메테오라는 마법이 약하다는 소린 아니다. 

       

       9서클 마법사와 8서클 마법사는 가진 마나량과 소모 효율이 자체적으로 엄청나게 차이가 나기 마련.

       

       그렇기에, 9서클 마법사는 ‘효율’을 포기하고 마력을 드럼통째로 쏟아 부으면 부을수록 위력이 거의 끝없이 증가하는 마법, 즉 최대 화력에 제한이 거의 없는 마법을 찾게 된다. 

       

       ‘예를 들어, 플레임 버스터와 메테오를 둘 다 100의 마력으로 시전할 때는 효율 좋은 플레임 버스터가 화력이 더 좋겠지만. 둘 다 1,000의 마력으로 시전할 때에는 메테오가 훨씬 화력이 세다는 소리지.’

       

       그러니 내가 지금 마력으로 메테오를 소환해 봐야 플레임 버스터보다 약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뭐, 일단 로망 한 번 이뤘으니까 이제는 효율 좋은 쪽으로 다시 가 봐야지.’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교단원들을 향해 효율 좋은 마법들을 적재적소에 뿌리기 시작했다. 

       

       “파이어 로드(Fire Road)!”

       “젠장! 어떻게든 접근부터 해야 하는데…!”

       

       놈들이 측면으로 돌아서 습격하는 걸 대비해 양쪽에 파이어 로드를 쭉 깔아 놓고.

       

       “플레임 스톰!”

       

       그 위를 어떻게든 지나 오려고 도약한 적들을 화염 폭풍으로 쓸어 버렸다. 

       

       “플레임 버스터!”

       

       그리고 교단원들이 뭉쳐 있는 곳에는 다시 한번 효율 극강의 광역 마법인 플레임 버스터를 뿌려 주었다. 

       

       어떤 스킬을 어떨 때 연계해야 효율이 잘 뽑히는지는, 「레키온 사가」에서 화염계 마법사를 고서클까지 키워 본 적이 있는 나의 머릿속에 전부 들어 있었다.

       

       “삐유우웃! 레온 엄청 머시써! 마법 이것저것 같이 쓰는 거 아르두 해 볼래!”

       

       10분이라는 제한 시간 동안 뽕을 뽑기 위해 내가 화려한 연계를 연이어 발동시키자, 아르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따라 속성 마법 연계를 넣기 시작했다. 

       

       “삐유! 쀼, 쀼우웃!”

       

       블리자드로 목표 지역을 장악한 뒤 그대로 윈드 스톰을 발동해 둔화 및 빙결 가속을 넣고, 좌표가 고정된 순간 일시에 플레임 필드로 빙결을 녹이는 동시에 체인 라이트닝을 뿌려 적을 일망타진한 아르는 얼른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반짝반짝.

       

       나를 따라서 연계라는 걸 한 번 해 봤는데 어땠느냐는, 칭찬해 달라는 눈빛.

       

       ‘…아니. 이 정도면 나를 따라한 수준이 아니잖아.’

       

       같은 속성도 아니고 서로 다른 속성 마법 네 개를 순식간에 연산해서 저렇게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연계하다니….

       

       나야 스킬 시스템 덕에 속성이 달라도 그냥 영창만 하면 되지만, 본래 다른 속성의 마법은 술식이나 연산 과정이 전부 상이해서 빠르게 다른 속성 마법으로 완벽하게 전환하는 것 자체가 난이도가 꽤 있는 테크닉이다.

       

       ‘역시 아르야.’

       

       우리 귀여운 천재 용.

       

       “너무 잘했어, 우리 아르. 연계가 아주 수준급인데?”

       “쀼우! 징짜? 히히히.”

       

       아르는 칭찬을 듣자 신이 나서 꼬리로 바닥을 투다닥 두드리며 계속해서 속성 마법을 연계해 뿌렸다. 

       

       그렇게 내가 염룡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고, 아르가 속성 마법을 연계하고, 실비아가 같은 검사들을 현란한 검술로 쓸어 버리고, 이드밀라가 저 뒤쪽의 대공 마법사들을 홀로 전부 처치했을 무렵.

       

       “후우….”

       “이제 대충 정리가 된 것 같네요.”

       “아르야, 수고했어.”

       “쀼우웃!”

       “흥. 파이어 브레이슬릿을 처음 쓰는 것치고는 나쁘지 않더구나. 그놈의 메테오를 쓴 것 빼고는 말이야.”

       “하하, 감사합니다.”

       

       실비아가 이상한 점 하나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말했다. 

       

       “저, 그런데 레온 씨. 이드밀라 님.”

       “네?”

       “왜 그러느냐.”

       

       실비아는 자신이 처치한 교단원 검사 무리를 가리켰다. 

       

       스스스스—

       

       “……!”

       “저건….”

       

       쓰러져 있는 검사 무리의 몸이 천천히 검은 연기로 변해 흩어지고 있었다. 

       남아 있는 숫자로 보건대, 이미 깔끔하게 사라진 놈들도 적지 않아 보였다.

       

       “분명 검으로 베었을 뿐인데 마법에 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그러고 보니 다른 녀석들도….”

       

       화염 마법이 아닌 전격 마법이나 얼음 마법, 바람 마법에 당한 놈들도 어느새 검은 연기로 변해 흩어졌는지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이드밀라, 아르, 그리고 나는 광역 마법을 주로 썼기 때문에 놈들이 흔적도 없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검으로만 베었던 실비아는 놈들이 죽고 나서 시체조차 없이 사라지는 데에 의문을 품었던 것이다. 

       

       나는 석연치 않은 느낌에 턱을 괴고 기억을 더듬었다.

       

       ‘잠깐, 검은 연기…?’

       

       마왕의 수하들이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리는 현상.

       

       ‘본 적이 있어.’

       

       「레키온 사가」의 정규 보스전.

       

       마왕 바할라크와의 전투에서 쫄몹들을 무시하고 바할라크의 체력을 일정 비율 이상 깎으면, 바할라크는 수하들의 힘을 모두 빼앗아 흡수해 체력을 채우고 다음 페이즈로 돌입한다. 

       

       그리고 그 수하의 힘을 빼앗는 과정에서, 수하들은 검은 연기가 되어 흩어져 버린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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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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