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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연회장에 모인 귀족들은 와인 잔을 부딪치며 건배하고 웃었다.

       정확히는 입만 웃었다.

         

       “하하. 한 잔 받으시지요.”

       “오랜만입니다. 백작님.”

       “후작님은 아직 안 오셨는지….”

       “후작님께서 도착한다면 사람이 올 겁니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귀족들이 서로 인사를 나눴다.

       끝에서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려도 일주일은 족히 걸리는 대륙이기에.

       한 자리에 귀족들이 모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런 만큼 이 자리는 하나의 기회였다.

       서로 눈도장을 찍기 위한 기회.

         

       “그럼 일단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아잇. 이 사람아. 나도 손이 있는데….”

       “허허.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서로 호감작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서로의 전투력을 측정했다.

       전투력. 그건 부와 권력이었다.

       그들의 옷차림과 장신구를 보면서 눈대중 했다.

         

       ‘흐음… 요새 베아 자작의 재정 상태가 별로인가?’

       ‘마너스렌 백작은 여전히 잘 나가는 군….’

       ‘역시 서부끼리 뭉치는 건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서로의 체급과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면서 서로 웃었다.

       일단은.

         

       “이건 벨리오스 자작령의 와인이군요.”

       “그걸 알아차리다니… 역시 가르시아 남작의 혀는 못 속이겠구만.”

         

       그들은 화기애애한 척 목소리를 내었다.

       아직은 속내를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정석이었으니까.

         

       이 자리의 최강자.

       오론트 후작이 와인을 마시면서 넌지시 운을 띄웠다.

         

       “요새 오센 왕국이 잘 나가더군요.”

       “크흠. 그렇지요.”

       “오센 왕국이 죽어나간다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인지 뭔지 하는 그 물건이….”

       “그렇다고 안 살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들은 쓰게 웃었다.

       귀족이란 유행에 민감하다.

       이미 이들도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행이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는 지 이해했다.

         

       유행 하나로 대륙의 흐름이 바뀐다.

       흐름 하나로 붙잡아야 하는 동앗줄이 바뀐다.

       그들은 이 연회에 담긴 속뜻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번 연회는.

       ‘제국이 건재함을 증명하기 위한’ 자리이다.

       그와 동시에 서로 친분을 쌓으며, 제국 내부에서 뭉치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한 모든 속내를 간파한 귀족들은.

       도수가 낮은 와인으로 목을 축일 뿐이었다.

         

       ─제국은 건재한 게 맞나?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해줄 황제는 등장하지 않았으니까.

         

       구석에선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영애들이 보이고.

       오센 왕국이 잘 나간다는 이야기도 이미 들었으나.

       그들은 꿋꿋하게 제국을 향한 충성심을 내보였다.

         

       “허허. 그래도 제국의 발끝에 미치려면 멀지 않았습니까?”

       “맞지요. 맞지요.”

       “오센 왕국은 여전히 송사리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제국은 건재한 게 맞나?

         

       맞다. 맞긴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제일’ 건재하냐는 거였다.

         

       제국은 길드를 통해 다른 나라와 독점적인 거래를 하고.

       일부러 오센 왕국의 특산품인 과일들과 경쟁했고.

       돈을 빌려주면서 채권 만기시마다 족쇄를 채우고.

       기근이 들면 그때마다 도움을 주는 척 족쇄를 채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센 왕국은 살아났다.

       살아남은 수준이 아니라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오센 왕국이 별 거 아닌 게 맞는 건가?

       오센 왕국은 사실 제국보다 대단한 나라인 게 아닐까?

         

       ‘오센… 쉽게 볼 나라는 아니긴 하지.’

         

       동부와 더욱 가까운 영지일수록 분위기가 달랐다.

       오센 왕국의 일자리가 더욱 좋다며 떠나는 모험가나 방랑자들도 많았으니.

       그러한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한 건 르하임 공작의 등장이었다.

         

       “공작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나… 걱정하던 찰나에….”

       “그런가. 그런 것 치고는 모두 재밌게 즐기고 있던 것 같은데. 나를 빼고.”

       “허허. 공작님이 없는데 어찌 즐거웠겠습니까.”

         

       입에 발린 말을 하며, 오론트 후작이 너스레를 떨었다.

         

       “공작님이 있어야 이 자리가 빛이 나지요.”

       “큭큭. 그만하게나. 그보다 이 자리에 조용한 곳은 없나?”

       “있긴 합니다만 왜… 아. 영애님도 함께 오셨군요.”

       “평소에 이런 자리를 싫어하는데… 이번엔 어째선지 따라오려고 하더군.”

         

       르하임 공작가의 영애. 마리아에게로 오론트 후작의 시선이 움직였다.

         

       금발 벽안. 아름다우나, 아무와도 이야기를 섞지 않고 주변과 동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힐끔 힐끔 다른 이들의 눈치만 살필 뿐, 직접적으로 교류를 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귀족이라면 친목도모가 중요하니, 연회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공작의 영애다. 권력자의 딸이다.

       오론트 후작은 공작을 위해, 시종을 향해 손짓했다.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리기 전에.

       오론트 후작은 사람을 시켜 영애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소심한 마리아 영애를 그나마 조용한, vip룸으로 보냈다.

       이만큼 공작에게 잘 보이고 싶음을 어필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공작님이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스마트폰 유행에 관해서….”

       “너무나도 잘 나가고 있지.”

       “오센 왕국의 발전이 두렵지 않습니까?”

       “그것도 폐하께서는 생각이 있으시겠지.”

         

       제국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한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자, 공작을 따라서 다른 이들도 꼬리를 내렸다.

       의심은 여전했으나, 공작의 말이 그렇다면 그럴 수밖에.

         

       공작을 따라서 와인을 마시던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시중 한 명의 큰 목소리였다.

         

       “황제 폐하 납시오!”

         

       드디어 황제가 온다.

       문이 열리고 등장한 사내는 당당했다.

       주눅이 들거나, 당황한 표정 하나 없이.

       연회장에 있는 귀족들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이 자리는 교류하기 위한 자리이니, 다들 즐기도록.”

         

       그의 목소리가 이 공간을 압도하였다.

       다들 황제의 눈치만 살필 때, 공작이 자연스럽게 와인 잔을 건넸다.

         

       “폐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항상 그렇듯 여전하지.”

         

       황제는 가벼운 목 넘김으로 와인 잔을 비웠다.

         

       “맛이 좋군.”

       “제국의 와인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항상 제국은 최고이니까.”

         

       그리 말한 황제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공작을 바라보았다.

       차갑다고 느껴질 정도의 눈빛이었다.

         

       “공작.”

       “예.”

       “귀족들 사이에서 제국에 대한 의심이나 불만이 많나?”

         

       황제의 발언에 연회장이 순간 조용해졌다.

       자기들만의 주제로 떠들던 귀족들도 황제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이러한 질문에 단련된 공작은 허허 웃었다.

         

       “설마 그러겠습니까.”

       “그렇다면 아니라는 말인가?”

       “완전히 아니라고 말할 수 없긴 합니다. 폐하.”

         

       그 누가 공작처럼 당돌한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모두가 숨을 죽였다.

         

       “어떠한 점이지?”

       “오센 왕국이 치고 올라온다는 점이 그러합니다.”

       “….”

         

       황제는 느긋하게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웃었다.

         

       “경들이 은근한 불만을 품고 있으리라 이미 생각을 하고 있다.”

       “…폐하.”

       “오센 왕국은 치고 올라오고 제국의 성장력은 더디지. 의심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야.”

         

       황제가 손가락을 튕기자, 밖에서 준비하고 있던 시종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돌아다니면서 귀족들에게 무언가 적힌 종이를 한 장 씩 나눠주었다.

         

       “폐하… 이건?

       “채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배당이지.”

       “…배당?”

         

       금시초문.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정보에 연회장이 술렁였다.

         

       “경들은 의심한 적 없나? 오센 왕국이 어떻게 그런 사업을 준비했는지.”

       “…!”

         

       오센 왕국이 대규모 공장을 짓고, 과감하게 투자를 거행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투자를 어디서 받았을까.

         

       “그 돈을 어디서 마련했을까.”

         

       황제의 발언으로 정답은 정해져있었다.

       아르델은 투자할 정도의 나라가 아니며, 테르인이나 마제로스는 제국과 척지기 두려워하니.

       남은 나라는 제국뿐이었다.

         

       제국의 공금을 오센 왕국에 투자했고 투자는 성공적이다.

       오센 왕국이 성장한다면 제국도 같이 성장한다.

         

       “먹을 게 많으니 파리가 꼬이겠지.”

         

       그게 세상의 이치다.

         

       “하지만 제국은 파리가 배불러서 날지 못할 때까지 먹이를 주겠음을 약속하겠다..”

       “…!”

       “경들이 불만을 가진 것?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해결해줄 것을 약조한다.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제국은 여전히 건재하니. 헛된 생각은 하지 마라.

       그러한 발언에도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는 없었다.

         

       황제의 능력이 모든 것을 증명해냈다.

       황제의 혜안과 판단력.

       이게 있기에 제국을 다스리는 것 아니던가.

         

       연회장은 조용했다.

       황제를 보좌하는 오른팔. 르하임 공작이 무릎을 꿇었다.

         

       “폐하. 제가 이 자리의 모두를 대표해, 한 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허락하지.”

         

       꿀꺽.

       황제는 단숨에 잔을 비워버리고서 내려놓았다.

         

       “연회를 즐기도록.”

         

       황제가 이 자리에 있어봐야 연회를 편하지 않을 테니.

         

       조용해진 연회장을 떠나면서.

       인적이 드문 복도에 도착할 때까지.

       황제. 크리스는 숨을 죽였다.

       복도엔 호위 에르샤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후우… 에르샤. 어땠느냐.”

       “항상 그렇듯 멋있었습니다. 폐하. 최고입니다.”

       “후후. 그렇지.”

         

       혹시나 잘못되는 줄 알고 황제는 조마조마했다.

       연회란 거대한 쇼.

       귀족들의 불만을 맞춰주는 건 황제의 역할이다.

         

       최대한 화려하게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제국의 충성심을 부여하며.

       제국을 완벽하게 유지시킨다.

         

       황제의 발언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면 안 된다!

       그러한 모든 쇼를 끝낸 황제가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었다.

         

       “한숨 돌렸군….”

         

       이로서 제국 내부의 문제도 해결하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남아있는 일은 주딱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갤러리 분탕을 치냐인데….

       이쪽 일의 방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어렵다.

       어렵지만 해내야겠지.

       마음을 다잡는 황제는 복도 끝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또각. 또각.

       한 없이 여유롭고 가벼운 구두소리이다. 체중이 가벼운 걸까.

         

       복도 끝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황제도 기억하는 얼굴이었다.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미색으로 유명한 소녀.

       르하임 공작의 딸. 마리아 영애.

       아직 앳된 티를 벗어나지 못한, 가녀린 여자였다.

         

       그녀는 황제의 앞에 당도한 뒤 발걸음을 멈췄다.

       벽안이 황제를 응시했다.

       무언가 대화를 하려는 속셈이다.

       그는 에르샤에게 물러서라는 눈치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폐하.”

       “볼 일이 있나?”

       “그저 폐하의 존안을 뵙고 싶었을 뿐입니다만… 안 되는 것입니까…?’

       “연회를 즐기진 않는 건가?”

       “그쪽엔 흥미가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어떠신가요…?”

       “싫어하진 않는다.”

       “그런가요.”

         

       저랑 같네요.

       마리아는 히죽 웃으면서 옷소매로 입을 가렸다.

         

       “할 말은 끝났나?”

       “아쉽게도…. 네에…. 바쁘신 건가요…? 폐하께서는?”

       “늘 그렇지.”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오늘 해결한 일이 워낙 많았으니까.

       황제는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연회를 재밌게 즐기다 가도록.”

         

       형식적인 인사를 건넴으로서 대화를 끝맺었다.

       이 이상 할 말은 없을 테니.

       그 자리를 그대로 떠나려던 황제였으나.

       마리아의 중얼거림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핫. 갤러리를 폭파시킬 계획 때문에 바쁘신 걸까요?”

         

       황제의 고개가 돌아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4.06.18 07:35
    내용이 약간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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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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