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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이튿날, 데카르트 공작령.

         

       프란체와 카자르는 얻은 정보를 정리하기 위해 집무실에 모였다.

         

       “초월 마법사에 대한 비밀이나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필요한 정보들은 얻었으니 진 씨를 찾는 일만 남았네요.”

         

       카자르는 초월 마법사에게서 마법적 호기심이 치솟았다. 하지만 지금은 진이 먼저니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그 할멈이 말했지. 찾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프란체는 초월 마법사가 한 말들을 되새기며 종이에 적어나갔다.

         

       ─────────────────

       첫 번째 – 진의 병은 원래대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지, 죽어가는 게 아니다.

         

       두 번째 – 원념으로 대륙을 멸망시킨 진은 시간을 되돌렸지만 원하는 걸 얻지 못해 모종의 마법을 사용했다.

         

       세 번째 –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했으니 그 모종의 마법은 차원 이동으로 추측된다.

         

       네 번째 – 초월 마법사는 진에게 무언가 특별한 목적이 있다. ‘라드리엔 폰 그라시아’ 또한 우리가 진을 찾는 걸 원한다.

         

       다섯 번째 – 라드리엔 폰 그라시아, 초월 마법사는 이 일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여섯 번째 – 라드리엔 폰 그라시아와 진 바렌베르크는 여신에게 맹세까지 할 정도로 큰 거래를 했다.

         

       일곱 번째 – 라드리엔 폰 그라시아는 성녀에게 협력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다.

       ─────────────────

         

       “우선은 이 정도네.”

         

       프란체는 정리한 정보가 적힌 문서를 카자르에게 건넸다.

         

       “읽어보고 이상한 점이 있으면 말해주렴.”

         

       카자르는 “네, 알겠어요.”하곤 문서를 읽어나갔다.

         

       “흠…….”

         

       눈썹을 좁힌 채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는 카자르. 고개를 천천히 주억였다.

         

       “이상한 점은 없어요. 근데 다른 것도 정리해야하지 않을까요?”

         

       프란체가 “다른 거라 하면?”하고 되물었다.

         

       “초월 마법사가 들려준 이야기 있잖아요. 그때의 진 씨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돌렸는지, 무슨 계약을 한 건지 알아내야 해요. 그게 큰 단서가 될 수 있어요.”

         

       여신에게 맹세해 어기면 천벌을 받을 만큼 숭고한 계약이다. 분명 모든 걸 이어줄 답이 있을 터.

         

       “그리고 그 사람이 말한 것 중에 중요한 게 숨겨져 있을 수도 있어요. 저는 지식의 저주를 받은 마녀, 공작님은 절대 악의 운명을 지닌 마녀라고 했잖아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아. 목적을 잃지 말자. 우리는 진을 찾아서 죽지 않게 만드는 거지, 비밀을 파헤치는 게 아니야.”

         

       프란체의 목적은 그저 진과 함께 있고 싶다는 바람 하나다. 무슨 비밀이 있건 알 바 아니라는 소리.

         

       “하지만 초월 마법사가 거짓을 고한 걸 수도 있잖아요? 만약 진 씨를 찾아서 데려왔는데 그대로 죽어버리면 어떡해요?”

         

       정론이었다. 초월 마법사가 너무 쉽게 협조해줘서 잊고 있었다만, 라드리엔 폰 그라시아는 의문만이 가득한 인물. 의심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잖아. 이 일의 당사자는 진과 초월 마법사뿐이야.”

         

       마녀의 운명, 계약의 내용, 다른 차원에서 온 이유 등등.

         

       풀어낼 문제는 가득하지만 풀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건 맞아요. 제가 좀 생각이 짧았어요.”

       “아니야. 너의 말도 일리가 있었으니까.”

         

       한 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들어서 그런 것일까?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리는 내용이다.

         

       “어지럽구나.”

         

       프란체는 미간을 주무르며 고개를 휘저었다.

         

       “아무튼,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 할머니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잘하고 있으니까.”

         

       카자르는 “네, 맞아요.”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마탑으로 가실까요? 아직 실험할 수 있는 사형수들이 남았어요.”

       “그래, 그러자꾸나. 진은 엑시드에서 열심히 찾고 있으니.”

         

       프란체와 카자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탑으로 향했다. 그다지 멀지 않아 마차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

         

       마탑으로 들어오자 수많은 마법사들이 서류더미를 들고 바삐 움직인다.

         

       “마탑주님, 부마탑주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 라크리에라고 합니다!”

       “저는 판드레입니다!”

         

       어떻게든 얼굴 도장 한 번 찍으려고 격렬한 인사와 함께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아무리 잘 보여도 떨어지는 건 없을 텐데.

         

       “그래, 열심히 하렴.”

       “다들 고생하시네요.”

         

       카자르와 프란체가 적당히 인사해주자 다들 신나서 연신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 라크리에입니다!”

       “판드레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인사를 뒤로 하고, 프란체와 카자르는 적당히 손만 흔들어준 채 지하로 가는 승강기에 탑승했다.

         

       “왜 저러는 거니?”

         

       순수한 질문. 정말 몰라서 물어본 거였다.

         

       “마법서 때문일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모아오고 만들어온 마법서들이 전부 상층에 보관되어 있거든요.”

         

       마탑이 완성되기 직전, 카자르는 밤샘 근무를 통해 마법서들을 전부 복제했다. 마법을 이용해 만든지라 그다지 어렵진 않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진 그 사람 때문이네.’

         

       프란체를 울린 것도 모자라 깊은 상처까지 주고. 자신을 업무 지옥에 빠트리기까지.

         

       물론, 그만큼 보답받은 것도, 일방적으로 받은 것도 있지만…….

         

       ‘다시 보면 진짜 정강이를 쌍으로 차버릴 거야.’

         

       이는 별개다. 그 사람은 정강이 세 번 부러져도 할 말이 없다.

         

       띵- 승강기가 지하로 내려왔다.

         

       “가요.”

         

       프란체와 카자르는 조용히 마탑의 지하를 거닐었다. 그곳에는 검은 사슬로 칭칭 묶인 죄수 네 명이 있었다.

         

       어찌나 겁에 질렸는지 온몸이 구속당해 있어도 덜덜 떨려오는 게 보이고 얼굴이 가려졌음에도 그의 표정을 알 수 있을 거 같다.

         

       “실험을 시작하자.”

       “네.”

         

       카자르는 늘 하던 것처럼 염동을 사용해 죄수 둘을 실험대에 올렸다.

         

       “읍! 으으읍!”

       “우우웁! 웁!”

         

       프란체가 미간을 찌푸렸다.

         

       “더럽긴. 가만히 있으렴. 침 튀기잖니.”

         

       꽈악. 프란체의 사슬이 죄수들을 더욱 옥죄었다.

         

       “웁! 웁웁!”

       “우우우웁!”

         

       열심히 발버둥을 쳐보지만 의미 없는 행동. 대마법사에 도달한 프란체의 사슬은 오러를 사용해도 풀어내기 쉽지 않다.

         

       “시작할게.”

         

       프란체의 손끝에 불길한 기운이 모여든다. 심연이라는 우물에서 퍼 올린 듯 새까만 마력이 죄수의 귓가로 스며든다.

         

       “간절한 영원의 노래.”

         

       키잉!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마력이 요동친다. 죄수는 눈을 뒤집어 깐 채 몸에서 경련을 일으켰다.

         

       ‘무조건 성공시켜야 해.’

         

       지금까지 들은 정보와 유추한 것만 따지면 영혼 결속 실험은 이제 의미가 없지만…….

         

       만일 초월 마법사의 말이 거짓이었고, 카자르마저 진의 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영혼 결속밖에 답이 없다.

         

       프란체는 항상 최악의 사태를 대비한다. 진에게 그리 배웠기 때문이다.

         

       “공작님, 이제 제대로 시작할 거예요.”

       “그래, 알고 있단다.”

         

       죄수의 눈, 코, 입, 귀에서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새까만 마력이 새어 나온다. 간절한 영원의 노래를 부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제어에 들어갈게.”

         

       프란체는 눈을 질끈 감도 온 신경을 마력 제어에 쏟아냈다.

         

       영혼을 제어하는 것도 일이지만, 영혼에 도달하는 과정도 일이다.

         

       모든 사람에겐 생명력이라 하는 오러와 마력이 존재하는데, 이를 해치지 않고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니 말이다.

         

       “으음…….”

         

       프란체의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감각에서 느껴지는 굳센 힘. 이 죄수의 성질은 오러다.

         

       “얘는 오러야. 그쪽은?”

       “보기 드문 마력이네요.”

       “좋아, 계속하자.”

         

       몸속에 흐르는 오러를 지나,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영혼으로 다가간다. 옅게 타오르는 불길처럼 일렁이는 미지의 힘. 영혼이다.

         

       “…….”

         

       프란체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집중했다. 이대로 간절한 영원의 노래를 저 영혼에 새긴다면 결속의 준비가 완료된 거다.

         

       원래는 여기까지 오는 것도 불가능했지만, 그간의 실험을 통해 단련되어 여기까지는 문제없이 올 수 있게 되었다.

         

       “됐어. 영혼에 마법을 새겼단다. 그쪽은?”

       “여기도 성공했어요. 이제 연결만이 남았네요.”

         

       가장 큰 문제, 영혼의 연결.

         

       간절한 영원의 노래가 새겨진 영혼을 엮어야 성공하는데…….

         

       카자르와 프란체는 여기서 막혀있다.

         

       “좋아, 이번에는 성공시키자.”

       “네.”

         

       신호에 맞춰 동시에 죄수 둘의 영혼을 뽑아낸다. 후우웅! 손끝에 걸린 마력이 죄수의 영혼을 뽑아냈다.

         

       인간의 형태지만, 새하얀 연기처럼 뿌옇다. 이제 이걸 카자르가 뽑아낸 영혼과 이어서 결속시키면 된다.

         

       “가자.”

       “네.”

         

       꿀꺽. 카자르와 프란체가 동시에 침을 삼켰다. 이번에는 전과는 달리 느낌이 좋았기 때문이다.

         

       카자르와 프란체의 마력이 맞닿으며 영혼이 엮이기 시작했다. 서로가 나선을 그리며 회전하고, 승천하는 것처럼 엮이고 있다.

         

       “어…?”

       “잠깐, 전과는 다른데?”

         

       나선을 도는 것까진 이전과 같다. 그러나 지금처럼 승천하는 건 처음. 거기에 엮이기까지.

         

       “설마 성공인가?”

       “진짜로?”

         

       프란체와 카자르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전과 똑같이 했을 뿐인데 쉽게 성공했다. 어째서? 라는 말이 눈빛에 가득했다.

         

       “그래도 기다려봐요. 아직 몰라요.”

       “그래. 설레발은 자제해야지.”

         

       얌전히 죄수들의 영혼을 지켜봤다. 잠시 기다리자 승천하며 엮이던 영혼이 다시 죄수들에게 돌아갔다. 프란체는 서둘러 죄수 하나를 깨웠다.

         

       “일어나보렴!”

         

       짜악! 급한 마음에 뺨까지 휘갈겼다.

         

       “읍, 으읍!”

         

       일단 의식은 되찾았다.

         

       “카자르! 그쪽도 확인해봐!”

       “네!”

         

       카자르도 프란체처럼 죄수의 뺨을 휘갈겼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지만, 그냥 휘갈기고 싶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죄수잖나.

         

       “웁! 우웁!”

         

       정신을 차렸다. 발버둥치는 걸 보니 의식에도 문제없다.

         

       “이쪽도 성공이에요!”

       “좋아, 이대로 확인하자. 카자르, 부탁해.”

       “네!”

         

       카자르는 양손에 마력을 휘감은 채 두 죄수의 정수리에 갖다댔다. 이대로 영혼의 상태만 확인하면…….

         

       “어?”

         

       영혼이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하다. 카자르는 눈을 감은 채 좀 더 마력 감응을 높였다. 만약 이 둘이 연결되어 있다면 질 자체가 같을 터.

         

       “…….”

         

       왼쪽 죄수의 영혼은 정갈하면서 고운 푸른색. 오른쪽 죄수의 영혼은 날카롭고 거친 푸른색. 속성은 다르지만 질 자체는 같다. 이는…….

         

       “…성공이에요.”

         

       영혼 결속, 간절한 영원의 노래를 성공했다.

         

       “정말이니?”

       “네. 영혼의 속성은 달라도 질 자체가 같아요. 명백하게 엮인 거예요.”

       “드디어… 드디어…!”

         

       프란체가 주저앉았다. 앞머리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진다.

         

       “드디어…….”

         

       이것으로 진을 찾아도 문제없다. 모든 게 실패해도 상관없다. 같이 죽으면 다시 만나니까.

         

       “진…….”

         

       프란체는 그간의 설움이 한 번에 몰려와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진을 보고 싶다는 마음.

         

       진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다는 욕심.

         

       사랑하는 이와 평생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

         

       이 세 가지만으로 버텨왔다.

         

       그리고 마침내 첫 번째 과제를 완료했다.

         

       “이제 진을 찾는 일만 남았구나.”

         

       카자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하고, 상세한 이유를 더 파헤쳐야 하지만… 지금은 성공한 거에 의미를 두죠.”

         

       그간 실패만 했던 마법을 성공했다는 거에서 카자르도 쾌감을 느꼈다.

         

       다만…….

         

       ‘미안해요, 진 씨.’

         

       영혼 결속은 피할 수 없을 거 같아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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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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