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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철썩!

       

        파도가 모래 해변을 쓸며 다가왔다 다시 돌아간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모래 해변에 박혀 있던 쓰레기가 들썩거렸다.

       

        턱!

       

        그런 해변 위로 물에 젖은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을 띄는 금발이 물에 젖어 얼굴에 딱 달라붙은 모습에, 옷 역시 이곳저곳이 해진 넝마에 가까운 모습이다.

       

        마치 물귀신과 같은 모습으로 털레털레 걸어온 남자가 얼굴을 덮은 자기 머리카락을 치워냈다.

        그러고는 세로로 갈라진 동공을 빛내며 소리쳤다.

       

        “드디어 나왔다아아아아아아!!”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인간형 아바타를 만들어 온 벨제투스가, 마침내 인간의 모습으로 대지를 밟게 된 순간이었다.

       

       

        *            *            *

       

       

        = 그럼 가 볼게요 어머니.

       

        “그래. 가보거라.”

       

        나는 정기적인 산란을 끝마친 후 내 게이트를 나가는 큰딸을 배웅했다.

        게이트를 나가는 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딸이 낳은 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 이건 어쩐다?”

       

        헤니시아가 정기적으로 산란하는 이 무정란들은 부화가 불가능한 알들이다.

        아무리 품어 봤자 부화가 되기는커녕 그대로 곪고 썩어갈 것이 분명한 것들이다.

        결국에는 대지의 거름이 되거나, 먹이가 되는 것이 보통이겠지.

        문제는 내가 이 알들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이다.

       

        ‘내 게이트는 내 용금의 영양으로 운용되니 거름으로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내 딸의 알을 내가 먹기도 좀…….’

       

        이걸 어디다 써야 하지?

        헤니시아가 내 게이트에서 알을 낳은 적이 거의 없다 보니, 헤니시아의 알을 내가 어딘가에 써먹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헤니시아의 알을 어디에 쓸지 고민해 보다, 이쪽에 대해 잘 알 것 같은 이에게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에코. 전화 연결을 하거라.”

       

        – 통신 위성에 접속. 연결 코드 확인. 연결되었습니다.

       

        따르르르릉~!

       

        아바타의 뇌 안에 들어 있는 두뇌칩을 통해 전화가 연결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 “여보세요? 누구요?”

       

        “나란다.”

       

        = 쿠당탕탕!

       

        = “미친? 라그나님?!”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어서 상대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쯧쯧쯧……. 정신이 없는 아이로고.

       

        어쨌든 정신이 없어 보였기에, 정신을 차릴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 “큼큼! 실례했습니다.”

       

        “괜찮단다.”

       

        = “그, 이번에는 무슨 일로 전화를 하셨는지……?”

       

        목소리에서 두려움과 걱정, 귀찮음, 기대 등의 감정이 묻어나온다.

        그중 가장 크게 느껴지는 감정은 두려움.

       

        ‘내가 이 아이에게 두려움을 줄 일이 있었던가?’

       

        음…… 확신이 안 선다.

        왜냐하면,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인간들은 드래곤인 나의 행동하나하나에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호랑이와 같은 맹수가 그럴 의도가 없더라도, 인간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조금 심통이 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가 험한 짓 할 의도가 없다고 했고, 방송도 열심히 했는데 말이다.

        볼이 저절로 부푸는 느낌이다.

       

        = “……저, 라그나님?”

       

        “음.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지금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아이야. 나에게 괜찮은 물건이 생겼는데, 방송에서 사용해도 되는지 검사를 해주지 않겠느냐?”

       

        = “네?”

       

        전화 너머에서 헌터 협회장의 어이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            *            *

       

       

        “반갑구나 아이들아.”

       

        – 라하!

        – 라하라하!

        – 용하!

        – 방가방가!

        – 용하

        – 라하하

       

        오늘도 방송을 켰다.

        시청자들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어제 슬픈 이야기한 것치고는 좀 과하게 밝은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은 또 오늘의 이야기가 있는 법.

        나는 한동안 시청자들의 인사를 받아주다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할 콘텐츠는…….”

       

        – 저번에 하다 만 우주선 썰!

        – 정답! 꼬부기!

        – 오크랑 눈 맞았다는 그 썰좀.

        – 아무튼 썰 좀.

        – 외신들이랑 맞짱 떴다는 썰요!

       

        내가 말도 제대로 안 꺼냈는데, 반응들이 심상치 않다.

        아니, 그보다 어제도 내 옛날이야기를 들어놓고, 오늘도 나의 옛날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일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오늘의 콘텐츠는 이것이란다.”

       

        [MUSIC]

       

        – 노래?

        – 우타와꾸?

        – 오? 노래?!

        – 그러고 보니 라나님 노래는 못 들어봤네?

        – 올!

        – 노래 신청 받으시나요?

        – ㄹㅇㅋㅋ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지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화면에 나오지 않게 조심하면서 살짝 목을 풀어보았다.

       

        “큼큼!”

       

        이쪽 인간들의 노래를 몇 가지 공부하기는 했는데, 과연 인간들에게도 괜찮게 들릴지는 모르겠다.

        이럴 줄 알았다면 미리 매니저들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감상이라도 물어볼 것을…….

       

        “자. 눈치가 빠른 이들은 이미 알아차렸겠지만, 오늘은 노래를 불러볼 거란다.”

       

        – 와아아ㅏㅏㅏㅏ

        – 좋소! 아주 좋소!

        – 굿!

        – 이예에에ㅔㅔㅔㅔ!!

        – ㄹㅇㅋㅋ

        – 좋아용!

       

        그래도 반응은 괜찮다.

        그것에 용기를 얻어, 말을 이었다.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이곳의 노래는 몇 가지 되지 않는단다. 그렇기에 너희에게서 노래 신청을 받는 것은 좀 힘든데…….”

       

        – ㅠㅠㅠ

        – 앙대!

        – 흙흙흙.

        – ㅜㅜㅜㅜㅜㅜ

        – 통촉하여주시옵소서!!

        – 즈언하!

        – 나

        – ㅠㅠ

        – 그건 너무  슬픈데.

        – 락

        – ㄹㅇㅋㅋ

       

        생각보다 반응이 격하다.

        본래 내 계획대로라면, 내가 미리 공부한 노래들만 부른 후 ‘햄버거’라는 것을 먹는 먹방을 해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내가 공부한 노래는 약 30곡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 노래들을 전부 불러봤자 3시간 정도밖에 안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저렇게 원하는데…….’

       

        잠시 고민에 들어간다.

        그리고 본체의 도움을 받아 몇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다.

       

        “……조건이 붙지만, 그렇게 원한다면 노래 신청을 받아도 될 것 같구나.”

       

        – 오?

        – 와아아아!!

        – 만세!

        – 감사. 압도적 감사!

        – 예이이이이!!!

        – 와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

       

        채팅창이 환호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내가 부를 노래를 직접 선택해 주는 것이 저 정도로 기쁜 일인 것일까?

       

        “어쨌든 내가 걸 조건은 3가지란다.”

       

        1. 모르는 노래를 신청할 경우, 먼저 노래를 한 번은 듣고 기억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당연히 그만큼 시간을 써야 하지. 그 부분은 너희들이 이해해 주길 바라마.”

       

        – 네!

        – ㅇㅇ

        – 알겠습니다.

        – ㅇㅇㅇ

        – 넹

        – 넹넹넹

       

        2. 신청할 수 있는 노래의 수는 30곡뿐이다.

       

        “한 곡당 5분씩 사용되고, 모르는 노래의 경우에는 그 두 배인 10분을 사용해야 한단다. 당연히 30곡일 경우엔 적어도 5시간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지.”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한계를 정해둘 수밖에 없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시청자들이 불러달라는 노래는 다 불러 주고 싶지만, 시간의 한계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노래 신청은 선착순으로 받을 예정이다.”

       

        – 그건 좀.

        – 아.

        – 컴터 느린데.

        – 큰일이네.

        – ㅎㄷㄷ

       

        어쩔 수 없다.

        뽑기를 준비하고, 그것을 돌리는 것만 하더라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니 말이다.

        게다가 노래를 중복으로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차라리 깔끔하게 선착순으로 하는 것이 낫다.

       

        3. 한국어로 되어 있는 노래만 신청할 수 있다.

       

        “내가 아직 한국어 이외의 다른 언어를 습득하지는 않았다 보니, 다른 언어로 되어 있는 노래는 조금 부담스럽구나.”

       

        사실 언어는 진작 습득했지만,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노래라는 것은 언어만 달라져도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게다가 다른 나라의 노래는 습득하지 않았기에, 괜히 시간을 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 넹.

        – 알겠습니다.

        – 까비

        – 로리콘신 신청하려고 했는데.

        – ㅋㅋㅋㅋㅋ

        – 여기 왜 이렇게 씹덕들이 많아?

        –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시청자들의 동의를 받아 빠르게 노래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올라온 노래들을 확인하고, 그중에서 중복된 것들을 쳐 낸 후 30곡을 선정했다.

       

        “음…….”

       

        전부 모르는 곡들인데?

        살짝 당황했지만, 이렇게 될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다.

       

        아무렴.

        이 세계의 인간들은 수많은 노래들을 만들었고, 당연히 그중에서 겨우 30곡만 공부한 나로서는 아는 곡보다 모르는 곡이 더 많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한 노래를 단 한 곡도 뽐내지 못한다는 생각에 조금 아쉬움이 생겼다.

       

        툭!

       

        척!

       

        철컥!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나타난 도화가 순식간에 노래를 부르는 데 필요한 장비들을 설치해 준 후 물러섰다.

        동시에 매니저들 역시 노래를 부르는데 사용되는 프로그램을 골라주고, 에코가 그것을 빠르게 컴퓨터에 설치해 준다.

       

        “자. 그럼 일단 첫 곡을 들어 보자꾸나.”

       

        – 와아아아아ㅏㅏ!

        – 오!

        – ‘꽃님’의 ‘난 예뻐’다!

        – 최고다 꽃님아!!

       

        일단 어떤 노래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하자, 어떤 인간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보자…… 싱어 송 라이터?

       

        “아. 그 연예인인가 하는 직업의 인간 아이냐?”

       

        – ㅇㅇㅇㅇ

        – 넹

        – 유명해요.

        – 노래도 좋음.

        – 노래 잘불러요.

       

        “호오.”

       

        시청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노래를 재생해 보았다.

        동시에 노래의 멜로디, 박자, 가사, 목소리 등의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내 귀에는 어지간한 것들은 다 잘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청자들이 잘 부른다고 했으니 뭐……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노래를 전부 기억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이후에는 내가 이 노래를 부를 차례!

       

        “그럼 시작하마.”

       

        – 와아아아ㅏㅏㅏ!!

        – 라나님!

        – 홧팅!

        – (대충 야광봉 흔드는 이모티콘)

       

        시청자들의 응원을 바라보며 노래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리고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음악에 맞추어, 기억했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그리고 노래가 끝난 후.

       

        “휴우. 어땠느냐?”

       

        잘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비슷하게 불렀다고 자부한다.

        이 정도라면 인간들 기준으로 노래를 그럭저럭 부른다고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 어…….

        – 잘 부르시기는 한데.

        – 그냥 동영상이랑 똑같은데요?

        – 와씨.

        – 이거 라이브였음?

        – 눈 감고 들으면 그냥 음악 틀어놓은 줄 알듯?

        – ㄹㅇㅋㅋ

       

        “음?!”

       

        그런데 너무 똑같이 불러버린 모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너무 기억하다 못해 ‘ctrl + c & ctrl + v’를 해버린 라그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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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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