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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직접 치하하시는 만큼 떨어지는 재물도 보통이 아니겠지요.”

         

       혁기린 덕을 제대로 보았다고 해야 할까.

         

       본래라면 그냥 상소가 올라간 뒤 포상 정도나 받고 끝날 일이었는데 혁기린과 얽히며 황제의 알현으로 이어지고 황제의 알현으로 인해 내가 받을 보상도 크게 늘어난 셈이었다.

       

       “그렇군요…어차피 황명이 떨어진 마당이니 어쩔 수 없지요.”

         

       혁기린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시원하게 펴지지 않았다.

         

       혁기린이 내키지 않는 태도를 취한 것은 내가 말려들어서 그냥 미안해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것뿐만은 아니었던 모양.

         

       그냥 오래간만에 오빠를 볼 기회니까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복잡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와 흑묘, 사마염은 혁기린이 충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

         

       뭐 거창하게 말했지만 상념에 빠진 혁기린을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잡담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천이 꽤 변화한 것 같던데요. 뭐가 바뀌었는지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런 저런 변화가 있었지요. 혹시 산적토벌기념비가 완성된 건 들어 보였습니까?”

         

       “예, 오는 길에 주워 듣기만 했지만요.”

         

       “꽤 장엄한 석탑이 완성되었습니다. 뭐 무려 5천명의 이름을 새겼어야 했으니 그 크기가 꽤나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만큼 완공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협객분들이 석탑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 주셨지요.”

         

       “그렇군요.”

         

       석공의 모집부터 자재 운반까지 무림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엄청난 물건이 엄청난 속도로 만들어진 모양이다.

         

       “기념비를 구경하겠다고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천중로가 완전히 제 기능을 상실해서 골치일 지경이지요.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기념비를 구경하겠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천중로는 사천의 중심이다. 천중이라는 말답게 사천 교통의 핵심이 되는 도로이며 가장 넓은 도로라 할 수 있지. 가장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 기념비를 설치해 주겠다는 의도로 천중로의 교차로에 기념비를 세웠는데 기념비 때문에 길이 마비될 정도의 인파가 몰린다니.

         

       “문파의 동향들은 어떻습니까? 이제 슬슬 테두리를 바꿀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낄 법도 한데요.”

         

       “휴우, 그 건에 대해서는 정말…일단 잠봉문의 백금판을 두고 이런 저런 말이 많았지요.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다행이다 싶습니다.”

         

       사마염이 피로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사천성의 문파들에게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지을까.

         

       “황금가의 부지가 전부 나라로 환수됨에 따라서 황금가 부지의 일부를 공원으로 만들기로 계획했고 이번 사태를 해결한 협객들을 위한 시설들을 만들기로 했지요. 그 중에는 공용 비무장을 건설하는 건도 있지요.”

         

       “그렇습니까.”

         

       내가 저지른 일의 여파를 이렇게 듣고 있자니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 때문에 사천성이 변화하고 있다고 하니…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어떤 의미로는 경각심이 들기도 하고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느낌.

         

       “공용 비무장의 건설이 완료되면 그 기념으로 비무제를 개최하여 백금현판을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황금가의 공원화가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사천성의 문파들도 기다릴 수밖에 없지요. 그 이후로는 저 역시 손을 떼기로 했습니다.”

         

       “그렇군요.”

         

       뭐 이미 랭크전의 여파는 사천성 깊숙이 퍼졌다. 색이 들어간 허리띠를 메고 다니는 청년들, 광고체 전단지를 뿌리는 소년들. 무엇보다 사천성 사람들의 머리에는 티어표가 자리 잡은 것이 가장 크지. 사마염이 손을 떼더라도 문파들은 문파들끼리 합의하여 랭크전을 이어가지 않을까.

         

       “나머지는 직접 사천성을 둘러 보며 눈으로 확인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의전을 갖추려면 며칠은 소요될 테니까요. 혁기린 대협의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사마염이 외출을 권했고 혁기린의 미간에는 주름이 잡혀 있기는 했으나 혁기린 역시 사천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했던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혁기린은 점창파 도복을 벗고 평범한 무복을 입었으며 나 역시 평범한 죽립을 썼으며 흑묘도 사천낭인 대신 신비면사녀 복장을 입었다.

         

       “흐음. 기왕 변장하는김에 시원하게 궁장으로 입으시지.”

         

       “하하, 이건 다 사정이 있습니다.”

         

       복잡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혁기린을 보며 흑묘도 강권하지는 않았다.

         

       혁기린의 남장을 간파한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다. 이게 설명하자면 복잡한데…간단히 말해서 혁기린의 남장은 일부러 빈틈을 남겨놓은 상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혁기린은 사실 남장여자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주변인들이 아니 이 놈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어떻게 혁기린이 여자야? 같은 반응이 나오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고의적으로 남장여자가 아닌가 싶은 여지를 슬쩍 남겨놓는거지.

         

       그러나 혁기린의 신분을 간파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공주의 거취는 황가의 비밀. 쓸데없는 비밀을 알아 명을 재촉했구나.’ 라며 황실 소속 고수들이 와서 내 목을 수거해 갈 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혁기린의 행동은 수상하기 그지없다. 황제 페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에 거부감을 가질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렇게 살짝 애매한 분위기로 거리를 나섰지만 그 애매한 분위기는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사라졌다.

         

       “역시 흑묘 소저의 미모가 사람의 시선을 모으는군요.”

         

       “어라~ 부끄러워라~ 무사님과 공자님이 잘 지켜주셔야 하옵니다~”

         

       흑묘는 간만에 화려한 옷을 입어서 그런지 신이 난 모양이다. 뭐랄까. 평소에 검은 옷으로 몸을 완전히 꽁꽁 싸매고 다니는 흑묘는 화려한 옷을 입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었다.

         

       길 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에 쓸어담는 흑묘.

         

       흑묘가 흘쩍 다가가 혁기린의 팔짱을 끼자 순식간에 주변 분위기가 찌릿찌릿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혁기린의 당황했다.

         

       “어머, 혹시 가녀린 여인의 팔을 뿌리치지는 않으시겠지요?”

         

       “끄응.”

         

       흠. 혁기린은 흑묘의 체질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두 달이 넘게 딱 붙어 있었으니 만약 흑묘가 말하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눈치챘을지도 모르겠군.

         

       혁기린의 기분전환으로 시작된 나들이었는데 사실은 흑묘의 나들이었군.

         

       이 사천성에서 최고수라고 해 봐야 초절정이니 초절정인 혁기린의 호위를 받는 이상 흑묘가 대로변을 걸어다녀도 안전이 보장되는 셈이었다.

         

       “어허! 공자님! 절세미녀의 옆가슴을 만끽하고 있는 표정이 아니잖아요! 좀더 헬렐레 하시라고요!”

         

       “소저! 언행에 주의하셔야죠! 옆가슴이 뭡니까 옆가슴이!”

         

       혁기린이 내 눈치를 봤다. 흑묘는 묘하게 뾰족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냅둬요, 저 사람은 여자에 관심이 없는 무공밖에 모르는 바보니까.”

         

       “???”

         

       갑자기 흑묘가 모함을 시전했다. 매우 억울해져서 흑묘를 바라보았지만 흑묘는 고개를 팩 돌리며 혁기린의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저, 저런 비리비리한 녀석이…”

         

       “십 년만 젊었어도 말이라도 걸어 보는 건데.”

         

       비리비리한 초절정 고수 남장여자 혁기린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중얼거림에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흑묘는 큭큭 웃었다.

         

       무림천하의 시대상으로는 팔짱을 끼고 걷는다는 것은 꽤나 파격적인 애정행각이다. 그런 만큼 흑묘의 미모에 혹한 사람도 저 끈적끈적한 애정행각을 보고 아쉬움에 입맛만 다시고 있는 상황.

         

       고래로부터 내려온 절세미녀들의 남자 쳐내기 전략, 연인 있는 척하기는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혁기린이 은은하게 초절정의 기세를 풀어낸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렇게 혁기린은 절세미녀를 옆에 끼고 호위무사까지 대동한 인생의 승리자가 되어 거리를 거닐었고 인파를 뚫고 천중로 산적토벌기념비에 도착했다.

         

       “와…”

         

       족히 10장은 되어보이는 거대한 기념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려 오천 명의 공적을 적어야 했기에 10장 높이의 석비에는 글자가 아주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게 뭐라고 구경을 오나 싶었는데 아예 문화재를 만들어놨네. 기념비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다보니 사람들이 끊이질 않고 찾아오는 모양이다.

         

       아니 대체 두달 만에 뭘 만들어 놓는 거야.

         

       “자! 자! 산적을 토벌한 영웅들이 수여받았다는 영웅건 가품 팝니다! 가품이지만 영웅건을 납품한 서천공방에서 동일한 규격으로 제작된 진품 같은 가품! 당신도 영웅이 된 기분을 느껴보세요!”

         

       “사천의 영웅들이 토벌에 나서며 먹었다는 식단, 영웅식입니다! 사천 영웅들이 행군 중 먹었던 음식들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노점이 빠질 수 없는 법이었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부터 뭔 군대식 짬밥을 재현해 놓고는 영웅식이라고 박박 우겨 파는 노점도 있었고 그 외 일반적인 노점들도 대로변 인근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대로변을 채운 것은 노점뿐만이 아니었다.

         

       [황금현판 보유 상일문 고수 초빙 중! 지금 상담하세요!]

         

       [사천에서 새로이 시작하고 싶다면 은 현판을 보유한 도동파에서!]

         

       각 문파의 이름과 현수막을 걸고 자리를 펼쳐 놓은 문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영웅건을 두르고 있으며 노점 자리 앞에 문파 티어를 표시한 멋들어진 허리띠를 전시해 놓는 이들.

         

       각 문파에서 나온 인원들도 각자 자리를 펴고 대로변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곳에 발을 딛자 날카로운 시선이 날아들었다. 물론 그 날카로운 시선도 흑묘에게 닿고는 부드럽게 풀어졌지만 곧 다시 날카롭게 벼려져 우리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자. 고수로군.”

         

       “저 자는 일류, 저 자는…간파할 수 없다. 여인 역시 무공이 상당하군..!”

         

       드르륵. 드륵!

         

       일제히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러 문파원들. 나는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검집에 손을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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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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