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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연쇄살인마의 몸에는 날카로운 얼음 결정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틀어박혀 있었다. 아무리 그가 악마들에 준하는 회복력을 가졌다지만, 작금의 상처는 너무나도 깊었다.

         

       재생할 수 없다.

         

       연쇄살인마는 죽음을 직감했다.

         

       솔직히,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오늘이 될 줄 몰랐을 뿐.

         

       연쇄살인마의 창백한 얼굴 사이에, 이죽거리는 듯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는 이 상처를 만들어낸 여인을 향해 물었다.

         

       “올리비아 너……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구나?”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연쇄살인마는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그래도 수고했다는 한 마디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네가 뭘 했는데?”

       “죽이라고 하면 죽였고, 무너뜨리라고 하면 무너뜨렸지. 네가 뭘 시키든……한 번도 되묻지 않았고, 심지어는 의문을 가지지도 않았어. 이 정도면……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황녀는 못 죽였잖아.”

         

       올리비아는 바닥에 널브러진 두 드래곤 로드의 사체를 돌아보며 말했다.

         

       “넌 훌륭한 사냥개였어. 다만……이제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야.”

         

       올리비아가 헐떡거리는 연쇄살인마 앞으로 다가가 쭈그려 앉았다. 그녀는 슬며시 손을 뻗어, 연쇄살인마의 눈꺼풀을 내려주었다.

         

       “……수고했어.”

         

       올리비아의 얼굴에는, 어느새 슬픈 미소가 올라가 있었다.

         

       연쇄살인마는 보지 못했다.

         

         

       *****

         

         

       비가 흐르는 골목 가운데서, 연쇄살인마는 올리비아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손에는 전생에서는 보지 못했던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확신했다. 그 어떤 지보(至寶)를 가져오더라도 저 지팡이와 비견될만한 것은 없을 것임을.

         

       ‘……차갑다.’

         

       연쇄살인마는 새삼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올리비아가 전생에서 단 한 번도 전력을 드러내지 않았음을. 심지어는 산맥을 지배하는 두 드래곤 로드를 연달아 쓰러뜨렸을 때조차도.

         

       연쇄살인마는 그 당시에 올리비아가 했었던 말을 떠올렸다.

         

       – 넌 훌륭한 사냥개였어. 다만, 이제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야.

         

       ……다시 생각해도 너무하기는 하네. 그렇게 가차없이 팽당할 줄이야.

         

       아무튼, 그는 그렇게 죽었다.

         

       몰살 회차에서 연쇄살인마는 올리비아의 편에 섰었다. 올리비아가 제국과 성국, 동부 연합을 무너뜨릴 때까지, 자유도시 마키나와 서부의 군도들이 방비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

         

       그는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올리비아가 죽이라면 죽였고, 무너뜨리라면 무너뜨렸다.

         

       연쇄살인마가 올리비아의 개가 되기를 자처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쇄살인마는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 싶은가?

         

       모르겠다.

         

       그러면?

         

       연쇄살인마는 스스로에게 되묻는 대신 오러를 응집하여 시뻘건 낫을 만들어냈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손에 든 낫이 묵직했다.

         

       일단, 휘두른다.

       

       

       *****

       

         

       쐐애액!

         

       골목을 뒤덮고 있던 안개가 일순 붉은 색으로 물든다. 물리력을 가진 안개가, 사방에서 올리비아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연쇄살인마는 안개에 몸을 숨기고서 올리비아의 사각을 노리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마력을 운용했다. 세찬 폭풍이 일며 안개를 순식간에 흐트러뜨렸다. 눈 결정 모양의 보호막과 검붉은 오러를 머금은 낫이 충돌했다.

         

       ‘……이렇게 일찍 만날 줄은 몰랐는데.’

         

       연쇄살인마가 벌써부터 바포메트의 지배에서 벗어났을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바포메트를 소멸시킬 정도로 강할 것이라고는 더더욱.

       

       올리비아가 내심 혀를 찼다.

         

       ‘왜 그렇게 쉽게 죽나 했더니…….’

         

       사실, 연쇄살인마의 눈동자는 처음부터 붉지 않았다. 바포메트에게 잠식당한 이후, 조금씩 마기와 동화되며 붉게 변한 것이다.

         

       물론 바포메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 붉은 눈동자는 악마의 전유물이다. 아무리 극악무도한 흑마법사라고 한들, 눈 색이 자연적으로 붉게 바뀌지는 않는다.

         

       연쇄살인마의 눈 색이 붉게 바뀐 것은, 그의 체질 때문이었다.

         

       주변의 기운을 흡수하여 그와 동화되는 체질.

         

       바포메트는 자신도 모르게, 연쇄살인마에게 조금씩 마기를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태고의 지팡이]를 사용했다지만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쓰러지기에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이런 뒷사정이 숨겨져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회귀]가 변수로 작용한 모양이었다.

         

       바포메트를 한 번 소멸시킨 기억이 있었을테니, 두 번째는 어렵지 않았겠지.

         

       연쇄살인마는 올리비아를 보며 이죽거렸다.

         

       “놀란 얼굴이네? 하긴, 저번 생보다 훨씬 빠르게 대악마를 죽였으니.”

        “……꼬마야. 언제 봤다고 아는척이니?”

         

       올리비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태고의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상정했던 상황이 아니기는 했지만, 단서만 얻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뇌전은 너무 눈에 띄니까.’

         

       역시 냉기를 사용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올리비아의 손끝에서 냉기가 피어오른 그 순간, 연쇄살인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날 몰라?”

       “당연하지. 오늘 처음 봤는데.”

       “……처음 봤다고?”

        “그럼 우리가 언제 만났었어?”

       “…….”

         

       연쇄살인마는 꼬마라는 말이 못마땅하단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방금처럼 다짜고짜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도 나름대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몰살회차에서, 연쇄살인마는 바포메트에게 꽤나 오랫동안 육체를 지배당했었다. 그렇기에 바포메트를 소멸시키기 직전까지의 기억은 드문드문 끊겨 있었고, 남아있다고 한들 온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올리비아가 마계에 간 적이 없다는 것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게다가 최근에 꾼 그 꿈까지…….’

         

       전생과 다르게, 이번 생에서는 꽤나 많은 기억을 온존할 수 있었다.

         

       애초에 전생에서는 바포메트에게 강제로 지배당했던 것이고, 이번 생에서는 일부러 지배당하는 척 했던 것이었으니까.

         

       아무튼, 그 덕분에 대부분의 일들을 기억해낼 수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며칠 전부터 반복해서 꾸는 꿈이었다.

         

       올리비아와 이름 모를 마녀가 말다툼을 하고, 자신이 조용히 그것을 지켜보는 꿈.

         

       전생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려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마녀]라는 이명을 가진 마녀는 없었다.

         

       그렇다고 개꿈이라고 넘기기엔, 그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 ……잘 가. 올리비아.

         

       꿈에서 깰 때면, 그 때의 감각이 손끝에 아른거리기까지 했다.

         

       “……이상하네.”

        “뭐가?”

         

       올리비아가 질문했다. 연쇄살인마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네 몸 속에 흐르고 있는 기운. 예전이랑 조금 달라. 으음…….”

         

       연쇄살인마는 악마에게서는 마기를, 마법사에게서는 마력을, 기사에게서는 오러를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생의 올리비아와, 지금의 올리비아는 무언가 묘하게 달랐다.

         

       뭐라고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특정할 수가 없다고나 할까.

         

       “…….”

         

       연쇄살인마는 지그시 올리비아를 보았다. 그의 목울대가, 미친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찌를까?’

       ‘찔러보면 구분할 수 있을텐데.’

       ‘찌르고 싶다.’

       ‘찌르자.’

       ‘아아아아…….’

         

       연쇄살인마의 주변이 갈수록 붉게 물드는 것을 보고, 올리비아는 내렸던 지팡이를 다시 들었다.

         

       쿠구구구구!

         

       연쇄살인마의 주변에 다시 한 번 검붉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안개는, 어느새 거대한 늑대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그새 대악마 바포메트의 힘을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핏빛 안개로 이루어진 늑대가 살아있는 짐승처럼 포효하며 도약했다. 올리비아는 습관처럼 뇌전을 쏘아보내려다가 멈칫했다.

         

       ‘……같은 실수를 저지를 수는 없지.’

         

       굳이 주변에 눈에 띄어 위험부담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

         

       올리비아는 투덜거리면서 냉기를 끌어모았다. 냉기는 금세 창의 형태를 이뤘다.

         

       쐐액 하고 쏘아진 창이 늑대의 머리를 꿰뚫었다. 늑대는 잠시 주춤거리다, 금세 원래 형태를 수복해냈다.

         

       늑대가 다시금 달려들었지만, 올리비아의 시선은 더 이상 그쪽을 향해 있지 않았다.

         

       어차피 저 안개 늑대는, 시선 끌기에 불과했다.

         

       진짜는…….

         

       츠츠츠츠츠.

         

       목덜미에서부터, 섬뜩한 기운이 올라왔다.

         

       어느새 올리비아의 목에는 거대한 낫이 걸려 있었다.

         

       올리비아의 뒤를 점한 연쇄살인마가, 올리비아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아찔한 들숨을 내쉬었다.

       

       “올리비아.”

       

       연쇄살인마가 고개를 기울였다.

         

       “……왜 안 피했어?”

       “피할 필요가 없으니까.”

         

       연쇄살인마의 눈이 동그래졌다.

         

       “내가 널 못 죽일거라 생각한거……아아.”

         

       그대로 올리비아를 베어넘기려던 연쇄살인마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연쇄살인마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언제부터?”

         

       그의 팔목은, 이미 새하얗게 얼어붙은 뒤였다.

       오러를 끌어올려도 소용이 없었다. 냉기는 그 잠깐 사이에 어깨까지 올라와 있었다.

         

       이제 보니, 날 위에 올리비아의 손가락 하나가 얹혀 있었다.

         

       “처음부터.”

         

       올리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상체가 절반쯤 얼어붙은 연쇄살인마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튀며, 익숙한 메시지가 들려왔다.

         

       [회귀자, ‘연쇄살인마’를 죽이지 않고 제압했습니다!]

       [단서 #11을 획득합니다!]

         

       올리비아는 천천히 미소지었다.

       

       다시 눈을 뜨면, 꽤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아스모데우스랑 대사가 비슷한 건….착각입니다!

    아무튼 착각입니다!

    – 뚜알기가 조아님 40코인 후원감사드립니다!

    사실 저도 에스티 일러가 저렇게까지 잘 뽑힐 줄 몰랐습니다! 팬아트 받은 순간부터 적발 녹안 조합이 참 맘에 들었는데, 맘에 드셔서 다행입니다아아앗!

    -NjyLemon 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정말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아, 솔직히 무슨 말로 감사해야될지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앗!

    감사합! 감사합니다!

    arigato!
    siesie!
    thank you!

    캄사합니다…!

    -PIA1652284268767님 1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미네랄이 부족하시다뇨! 후원해주신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앗!!!
    충생충생!
    ^^7

    ^^7

    잘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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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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