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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설아는 공포게임을 싫어했다.

       

       과거 놀이공원에 있는 공포의 집에서 기절한 적이 있는 프로 겁쟁이인 설아는 공포 요소가 살짝만 있어도 그 게임을 할 수 없다 고갤 젓는 사람이었다.

       

       그런 설아에게 지금 앞을 가로막은 안개는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화령님은 이걸로 무얼 시험하려고 하시는 걸까.

       

       정신력? 공포를 견디는 마음? 담대함?

       

       어느 쪽이건 간에 설아는 화령이 기대하는 걸 보여줄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울상을 지었다.

       

       그치만 돌아갈 수는 없어.

       

       본래라면 이런 상황이 펼쳐진 순간 설아는 바로 등을 돌렸을 것이다.

       

       그녀는 무서워 보이는 곳이라면 일단 피하고 보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이 자리는 화령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 지를 정하는 곳이었다.

       

       저 안개 안이 무섭다는 이유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설아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괜찮아. 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나는 대처할 수 있어.

       

       이건 공포게임이 아니라 무협게임이고 난 화룡무인 랭커잖아.

       

       여기서 나한테 위협을 줄 수 있는 건 없어.

       

       자신의 뺨을 툭툭 때린 후에 안개 안으로 발을 들인 그녀는 바깥에서 보던 것보다 안개가 짙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 신체 스펙이라면 화룡무인 최상위권에 속하는 설아지만 그녀도 이 곳에선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주변에 기감을 퍼트렸다. 설아가 기감을 그리 잘 다루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선 서투른 기술이라도 사용해야 했다.

       

       주변에 퍼트린 기감은 안개 안에 움직이는 생물이 없다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설아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보통 이런 공포게임에선 먼저 안심을 시키고 나서 뒤통수를 치는 게 클리셰였으니까.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가던 설아는 뒤에서 느껴진 싸늘한 기운에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있었다.

       

       분명히 무엇인가가 있었다.

       

       기감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분명!

       

       허나 설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안개 뿐이었다.

       

       기분 탓인가? 내가 너무 겁을 먹어서 없는 귀신도 있다고 느끼는 걸까?

       

       그런 걸지도 모른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거야. 귀신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 생각을 하며 설아가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던 순간 갑자기 기감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사람이었다. 내기를 겉에 두른 것으로 보아 꽤나 실력있는 유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를 확신한 순간 설아는 자세를 다잡았다. 귀신은 무서워도 유저는 무섭지 않았다. 유저는 그녀가 직접 쓰러트릴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발소리를 감추지 않는 걸 보면 기습을 하려는 건 아닌 것 같고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건가?

       

       그런데 뭐에 쫓기고 있는 거지? 저 유저의 뒤엔 아무것도 없는데?

       

       설아가 의아하단 생각을 하던 때에 안개 속에서 유저가 튀어 나왔다.

       

       그는 설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공격을 하는 대신 뒷걸음질을 치다 자기 다리에 걸려서 넘어져 버렸다.

       

       자길 죽여달라는 듯 커다란 빈틈이었지만 설아는 유저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이 공포에 질려 있었기 때문에.

       

       대체 이 숲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 너 유저야?”

       

       안개 속에서 튀어나온 남자는 가만 설아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요.”

       “정말 유저야? 유저 맞아?”

       “시험을 보는 자리인데 유저 말고 누가 있어요.”

       “귀신. 귀신이 있어. 귀신이 있다고! 난 입단 시험에 이딴 게 있단 소리는 듣지 못했어!”

       “네? 귀신이요? 그런 게.”

       “시끄러워. 난 매화검법이고 뭐고 더 이상 못해. 때려 칠 거야.”

       

       다급히 몸을 일으킨 유저는 설아를 지나쳐 다시 안개 속으로 뛰어 들었다.

       

       유저가 떠나가고 다시 혼자가 된 설아는 차마 앞으로 발을 움직이지 못했다.

       

       귀신이라니! 그런 게 왜 입단 시험을 입단 시험을 보는 곳에 있는 건데?!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방금 전 유저는 정말 극심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잘못 건드리면 그대로 혼절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게 연기일 리는 없었다.

       

       어떡하지?

       

       많은 생각들이 설아의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그녀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가자. 뒤로 가든 앞으로 가든 숲에서 빠져나갈 수는 있잖아.

       

       겨우 VR게임의 귀신이 무서워서 화령님의 가르침을 포기할 거야? 그럴 수는 없어.

       

       스스로를 다독이며 설아가 앞으로 발을 내딛던 순간 그녀의 직감이 위험을 고했다.

       

       설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직감이 시키는 대로 위로 뛰어 올랐고 그녀의 발 아래로 나무의 뿌리가 채찍마냥 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도술? 도술인가?

       

       분명해. 화령님은 여러 도술을 사용할 줄 아는 신령을 데리고 다니잖아.

       

       걔가 이 숲에 무언가를 펼쳐 둔 거겠지.

       

       그러고 보면 안개를 펼치는 것도 도술의 일종이잖아.

       

       아아. 이 숲 전체가 도술로 만들어 낸 미로 같은 거구나.

       

       그를 깨달은 설아는 한층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현상의 원인을 모를 때는 모든 것이 공포이지만 원인을 알게 된 후엔 내가 왜 그런 걸 무서워 했나 싶어지는 법.

       

       원래 괴담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나.

       

       이야기로 들었을 땐 이불 안에 숨어서 벌벌 떨지만 그 진상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지.

       

       이번 같은 경우에도 그랬다.

       

       귀신이나 기현상은 설아에게 공포였지만 도술은 달랐다.

       

       도술을 쓰는 이를 상대하는 건 설아도 지겹도록 해 본 일이니까.

       

       괜히 무서워 했네. 난 왜 처음에 이런 생각을 못 한 거지? 지레 겁을 먹어선 바보처럼 행동하다니.

       

       설아가 웃음을 흘리며 다시 발을 내딛은 순간 안개 속에서 불투명한 무언가가 튀어 나왔다.

       

       그건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었다.

       

       얼굴 살의 반이 벗겨져 뼈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얼굴에 하나 남아 있는 눈은 원한으로 가득 차 피눈물을 흘릴 것만 같다.

       

       찢어진 옷과 썩어가는 몸에선 악취가 나야 할 것 같은데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귀신.

       

       귀신이다.

       

       뭐지? 뭐야? 이것도 도술인가? 도술로 귀신을 불러낼 수 있는 거였나?

       

       너무도 당항한 나머지 그대로 굳어버린 설아에게 조금씩 귀신이 다가온다.

       

       이윽고 귀신이 손이 뻗어져 설아 자신의 얼굴에 닿으려던 순간 설아는 무작정 귀신이 있는 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가는 길은 어디야? 어디로 가야 하지?!

       

       몰라! 안개가 너무 짙어서 아무 것도 안 보여! 길이 어딘지도 찾을 수가 없어!

       

       그럼 이 숲에서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래. 화살표. 화살표를 따라 가자.

       

       그럼 되는 거야.

       

       뭐가 튀어나오던 안 보면 그만이잖아.

       

       그냥 땅바닥만 봐. 아래만 봐.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만 보는 거야.

       

       주변에 있는 건 기감으로 파악하고 그냥 머리를 땅에 처박아!

       

       *

       

       점차 숲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의 수가 늘어난다.

       

       남자와 여자를 가릴 것 없이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점차 숲에 기괴함이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화산의 시험에 참가한 이들이 혼령들에게 놀아나는 동안 나는 무얼 하고 있었는가 하면.

       

       – 이야. 저 분 솜씨가 장난 아닌데?

       – 혼령 할배 이런 일 한 두 번 해본 게 아닌 거 같아.

       – 경력직인가. 확실히 짬밥이 느껴진다.

       

       시청자들과 함께 공포에 떠는 이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전에 엔리가 비명을 지르는 걸 옆에서 구경할 때에도 느낀 거지만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이들을 보는 건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산이라서 그런지 비명소리가 날 때마다 메아리가 치는 게 영 듣기가 좋았다.

       

       안개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 거 아니었냐고?

       

       다 방법이 있지.

       

       바루에게는 안개를 꿰뚫어보는 도술이 있어서 말이다. 그 도술을 거는 것으로 안개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시야가 확보됨에 따라 시청자들의 시야가 확보된 것은 당연한 일이고.

       

       “푸하핳! 민가야! 저길 봐라! 다 큰 사내가 엄마를 부르짖고 있구나!”

       

       내 옷깃을 잡아당기는 바루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혼령에게서 도망치는 남자가 보였다.

       

       숲에 들어온 지원자들의 반응은 대개 저랬다.

       

       그래도 오백명이나 되는 지라 혼령이 나타나도 겁에 질리지 않는 이가 하나는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다들 혼령의 모습을 본 순간 겁에 질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어찌 이리 겁쟁이들밖에 없는 것일까.”

       

       –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오는 데 어떻게 안 놀라.

       – 난 지금도 화면에 혼령들 지나갈 때마다 움찔움찔함.

        – 솔직히 안 놀라는 게 비정상이지.

       – VR공겜이 괜히 판매량 안 나오는 게 아냐.

       

       “흐음. 그정돈가?”

       

       좀 징그럽게 생기긴 했지만 그 뿐이지 않나.

       

       한 번 보고 놀라는 것 정도는 이해해도 두 번 세 번 보면 익숙해져서 별 생각도 나지 않을 터인데.

       

       – 누가 이 사람한테 공겜 맛 좀 보여줘.

       – 공겜해도 별 반응 없을 걸?

       – 화령 파공장 할 때 비명 한 번 안 질렀음.

       – ㄹㅇ?

        – ㅇㅇ. 엔리 파공장 보고 와. 거기 여우 씨가 이 사람임.

       – 그 게임을 하면서 안 놀랐다고? 사람임?

       

       시청자들은 저들끼리 말을 하다 어느새 어떻게 하면 내가 비명 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지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라.

       

       스스로도 상상하기가 어렵군. 본인은 공포라는 감정을 즐기는 쪽인지라.

       

       오히려 내게 공포란 감정을 심어줄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찾아서 해보고 싶은데.

       

       “꺄아아아아!”

       “민가야. 민가야. 저기로 가보자꾸나. 비명이 멋들어지구나.”

       

       우리 신령께서는 유저들이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운지 비명이 울려 퍼질 때마다 그 곳으로 가자고 말을 했다.

       

       처음엔 사람들 겁 주는 게 뭐가 재밌냐고 그러더니. 제일 잘 즐기고 있구나.

       

       오냐. 네가 시키는 대로 해주마.

       

       숲이라는 무대를 만든 건 그대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바루가 이야기한 곳엔 땅에 시선을 박고 무작정 앞으로 내달리는 여자가 있었다.

       

       저러면 어디에 부딪힐 법도 하건만 그녀는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주변의 나무 같은 장애물을 손쉽게 피했다.

       

       심지어 바루가 설치해 둔 여러 도술이 그녀를 덮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깔끔한 움직임으로 그 모든 공격을 회피했다.

       

       흐음. 시선 대신 기감으로 주변을 보고 있는 것인가.

       

       능숙하진 않은지 전조를 예측하기보단 대충 감지하고 반응속도로 때우는 느낌이 강하지만 나쁘진 않구나.

       

       그런데 말이다. 왜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걸까.

       

       기감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면 눈을 감으면 그만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던 때에 여자의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혼령이 땅바닥에서 튀어나와 그녀와 시선을 맞췄다.

       

       여자는 무척이나 놀랐는지 다급하게 멈추려다가 발을 헛디뎌 뛰어오던 속도 그대로 나무 몇 개를 부수며 앞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화려했던지 여자를 놀래켜주려던 혼령조차도 여자가 날아간 자리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푸흥. 푸흐하핳.”

       

       바루는 그 광경을 보고 바닥에 엎드려서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음을 터트렸고.

       

       – ㅋㅋㅋㅋㅋ

       – 클립 각이다. 클립 각.

       – 이게 시험이냐. 아니면 VR예능이냐.

       – 저 사람 나중에 자기가 방송탄 거 알면 얼마나 쪽팔릴까.

       

       채팅창의 반응도 바루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말을 하자면 나도 근엄한 체를 하고는 있었다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나름대로 무공에 익숙한 자 같았는데 왜 저런 실수를 한 걸까.

       

       무서운 것에 약한 아이인 걸까. 겁에 질린 와중에도 하기정 쪽으로 달리던 것을 보면 나름 강단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문주님. 마지막 관문에 사람들이 도착했습니다.>

       <알았다. 그 쪽으로 가마.>

       

       시청자들과 웃고 즐기던 때에 시탐견에게서 전음이 왔다.

       

       이 숲을 빠져나간 이들이 나온 모양이다.

       

       지금은 몇 명이지만 슬슬 선두권은 다 숲에서 빠져나올 때가 되었다는 거겠지.

       

       이 쯤 하면 즐길 것은 다 즐겼으니 마지막 장소로 가보도록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은 시험인가 화령의 스트레스 풀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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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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