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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
    시간을 조금 뒤로 돌려 중년 여성이 귀곡성 같은 비명을 내지르기 5분 전.
    ​
    ​
    ‘어디로 가야 하지?’
    ​
    ​
    아이리스는 다시 한번 더 길을 잃었다. 이는 그녀의 방향감각이 유달리 좋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
    ​
    리안이 노인의 심장을 순수하게 실수로 부숴버렸던 것처럼, 개그 세계의 악인들 특히 가짜 광기를 품은 악인들은 대체로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행동으로 망하게 된다.
    ​
    ​
    아이리스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것도 개그 필터의 영향이었다.
    ​
    ​
    아무 생각도 없이 길을 헤매다 보면 악인들이 꼭꼭 숨겨놓은 장소에 도착하게 되는 건 클리셰나 다를 바 없었다.
    ​
    ​
    ‘아, 문이다. 저기라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
    ​
    길을 한참 헤맨 만큼 그녀의 발걸음이 빨랐다. 단번에 문을 열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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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지직.
    ​
    ​
    “…!”
    ​
    ​
    문에 전류라도 흐르는 것처럼 따끔한 통증이 밀려왔다. 개그 필터가 있음에도 마법진이 파괴되지 않고 남았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게 모셔져 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그딴 사정 따위 아이리스는 알 필요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
    ​
    그녀는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고 문 옆 벽을 내리쳤다.
    ​
    ​
    콰아아앙!
    ​
    ​
    문이 없으면 벽을 뚫고 갈 것. 상식적인 행동이었다.
    ​
    ​
    ‘….? 여기도 아니었네.’
    ​
    ​
    그녀는 벽에 기분 나쁜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방안을 훑어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방 천장에서 붉은 줄이 치렁치렁 내려와 기분 나쁜 가면을 허공에 걸어놓고 있었다. 
    ​
    ​
    뚝뚝.
    ​
    ​
    가면에선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냥 봐도 기분 나쁜 모습인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보니 더 짜증이 났다.
    ​
    ​
    콱, 드드득!
    ​
    ​
    분노를 표출하고자 줄을 잡아 확 잡아당겼다. 자이언트의 거미줄 혹은 쇠사슬보다 단단한 줄이 가볍게 뜯겨나갔다.
    ​
    ​
    줄에 엮여있던 가면이 바닥에 철퍽하고 떨어졌다. 가면은 사람 얼굴 가죽을 뜯어 만든 것처럼 섬뜩했다.
    ​
    ​
    ‘하아.. 대체 문은 어디에 있는 거야?’
    ​
    ​
    아이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면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가면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아? ]
    [ 최고의 미녀가 되어 세상을 지배하고 싶지 않니? ]
    [ 이 세상 모든 인간이 너를 칭송하고 사랑할 거야! ]
    [ 자, 어서 날 써!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거야! ]
    ​
    ​
    머릿속을 파고드는 비 오는 날 흙길 같은 질척한 목소리에 아이리스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
    ​
    “이렇게 더러운 가면을 쓰라고…?”
    [ … ]
    ​
    ​
    외모가 나아지고 싶다는 손톱만큼의 욕구라도 있으면 상대를 집어삼키는 악마의 가면이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
    ​
    “너, 여기 나가는 길 알아?”
    [ 아니, 난 -.. ]
    “모르면 필요 없어.”
    ​
    ​
    우드득.
    ​
    ​
    [ 끼아아악! ]
    ​
    ​
    아이리스는 아무런 고민 없이 손에 힘을 줘 가면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용사의 힘을 품은 이가 악마의 물건을 부숴버리니 가면은 너무나 쉽게 쪼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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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그락.
    ​
    ​
    그녀는 대충 가면을 던져두고 기분 나쁜 방을 지나쳐 다시 문을 찾기 시작했다. 
    ​
    ​
    ‘아, 찾았다.’
    ​
    ​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통하는 문을 찾았다. 출구는 마을 외곽에 위치한 작은 집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이리스가 빠르게 던전을 빠져나왔을 땐 이미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던전 안에서 헤매고 부숴댄 탓이다.
    ​
    ​
    아이리스는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제 오빠를 찾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
    ​
    ***
    ​
    ​
    그 시각, 노아와 제스는 던전을 부수다가 우연히 마주쳐 합류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력이 좋은 노아와 짐승의 감각을 가진 제스가 함께하자 던전을 공략하는 건 식은 수프 먹기보다 쉬웠다.
    ​
    ​
    “저쪽!”
    ​
    ​
    당장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으니 낯선 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자는 노아의 조언대로, 제스는 제 코를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
    ​
    두 사람은 아이리스가 들어갔던 곳과는 다른 통로를 발견했다. 미로 벽 뒤에 숨겨져 있던 작은 공간에서 발견된 통로는 중년의 여성이 던전을 관리하기 위해 제 방과 연결된 통로를 뚫어놓은 곳 중 하나였다. 벽을 파괴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통로였다.
    ​
    ​
    두 사람은 고민할 것도 없이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개미굴처럼 여러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곳으로 향했다.
    ​
    ​
    “제스, 낯선 사람의 냄새는 어떻게 구분하고 알 수 있는 거야?”
    “으음, 토끼랑 사슴 냄새가 다른 것처럼 인간도 인간 특유의 냄새가 나. 근데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낯선 인간 사람 냄새가 나면 얼추 알 수 있어. 물론 지금처럼 사람이 얼마 없거나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일 때만 가능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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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말에 노아는 조금 소름이 끼쳐 몸을 떨었다. 마치 제스가 인간을 토끼나 사슴 같은 사냥감 중 하나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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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쮠님! 쭈인님!”
    ​
    ​
    물론 저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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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러고 보니 제스는 리안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니면 귀와 꼬리를 잘 안 꺼내는군.’
    ​
    ​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그랬다. 성격도 꽤 차이가 있었다. 리안과 있을 땐 통통 튀는 개구쟁이 같은 느낌이라면 리안이 없을 땐 차분하고 능글맞은 느낌이 강했다. 전투할 땐 무서울 정도로 차분해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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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시… 리안을 좋… 아 하는 거겠지?’
    ​
    ​
    네스트라는 거대한 조직까지 운영해보았던 노아였기에 이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녀는 착잡한 얼굴로 복잡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이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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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피아와 아이들을 찾는 게 먼저야.’
    ​
    ​
    노아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제스가 지하 감옥 복도처럼 습하게 이어진 복도에 멈추어 섰다. 그리곤 문 앞쪽에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
    ​
    “여기에 있어!”
    “좋아.”
    ​
    ​
    노아가 발도 자세를 취한 후 순식간에 검을 뽑았다.
    ​
    ​
    철컥.
    ​
    ​
    검이 검집으로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정확히 16조각으로 나뉘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놀라운 솜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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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누구지?”
    “저 사람은…”
    ​
    ​
    두 사람은 끝내주는 순애 결혼에 성공했지만, 마녀 같은 여자에게 잡혀 NTR이 예정된 남자를 발견했다. 
    ​
    ​
    “우선 깨워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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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사람이 막 남자를 깨우기 시작했을 때 중년의 여자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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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억, 헉… 이럴 리… 이럴 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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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가 하얗게 변하다 못해 후드득 떨어져 내렸고 얼굴에 검버섯 같은 게 자라났다. 눈가는 총기를 잃고 하얗게 물들어갔다. 치렁치렁 온몸에 채워진 장신구가 죄수의 족쇄처럼 무겁게 그녀를 아니, 노파를 바닥으로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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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아… 내가… 이렇게… 끝날 리 없… 어.”
    ​
    ​
    노파는 그리 중얼거리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아이리스가 부숴버린 가면, 그것을 찾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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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안으로 시야가 흐려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도 계속 나아갔다. 하지만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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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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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나 걸었을까? 손끝에 문으로 추정되는 게 닿았다. 그녀는 곧바로 환하게 웃으며 문을 밀었다.
    ​
    ​
    ‘이 문 너머에 ‘그게’있을거야!’
    ​
    ​
    그녀에게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가면. 그 가면만 있다면 자신은 다시 젊음을 되찾을 것이다. 물론 대가로 처녀 100명분의 피를 삼킬 때까지 정신을 놓겠지만 젊음을 찾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
    ​
    “허억,헉… 젊음만 찾는다면 그년을 죽이고… 호,렌 그 실한 놈도 내가… 맛보고 말겠어..”
    ​
    ​
    그녀는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욕정에 잠긴 눈동자가 더럽게 번뜩이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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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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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끄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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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식 요리를 할 때나 쓸법한 웍이 노파의 머리를 가차 없이 내려쳤다. 내구도가 1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몸은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뒷머리가 움푹 파여있는 걸로 봐선 머리가 깨져 즉사한 것으로 보였다.
    ​
    ​
    차가운 공기가 노파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노파가 열고 나온 문은 밖으로 통하는 문 중 하나였다. 문 앞에 서 있던 이가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
    ​
    “흐으..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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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웍을 든 여자가 노파를 노려보았다. 잔뜩 울기라도 했는지 눈가가 짓물러있었다. 
    ​
    ​
    그녀는 묵직한 무게의 웍을 한 손에 들더니 빈손으로 노파의 멱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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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남편 어디 있어! 당장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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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렇다. 그녀는 노파에게 납치된 남자의 아내였다. 개그 세계 클리셰에 따라 소꿉친구와 첫사랑, 연애, 결혼까지 성공한 그녀는 현재 가장 행복해야 하는 존재였다. 
    ​
    ​
    노파를 처리함과 동시에 순애 클리셰를 지키기 위해 개그 필터는 맹렬하게 작동하였고.
    ​
    ​
    “당장 말해!”
    “저…아,래…”
    ​
    ​
    노파의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을 억지로 붙잡아 대답하게 했다. 
    ​
    ​
    쾅!
    ​
    ​
    노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자는 노파의 몸을 뒤로 휙 던져버렸다. 노파의 몸이 태풍 부는 날 밖으로 던져진 신문지처럼 힘없이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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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는 현재 무적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
    ​
    콰앙! 쾅!
    ​
    ​
    그녀는 제 남편이 제 품에 돌아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
    ***
    ​
    ​
    하룻밤 만에 대신관이 아이들을 납치해 인육을 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신관이 처녀를 납치해 피를 탐한 마녀라는 게 밝혀졌다. 
    ​
    ​
    두 사안이 워낙 커서 경비대장의 이야기는 묻혀갔다. 그렇다고 경비대장의 끝이 행복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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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 지금 뭐라 그랬나?!”
    “안타깝지만…”
    “내,내가….”
    “양쪽이 다 터져버리는 바람에… 조치하기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어,끄어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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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나중에 순애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아주아주아주 찐한 (광기에 가까운)집착으로…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시간을 조금 뒤로 돌려 중년 여성이 귀곡성 같은 비명을 내지르기 5분 전.

‘어디로 가야 하지?’

아이리스는 다시 한번 더 길을 잃었다. 이는 그녀의 방향감각이 유달리 좋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리안이 노인의 심장을 순수하게 실수로 부숴버렸던 것처럼, 개그 세계의 악인들 특히 가짜 광기를 품은 악인들은 대체로 평범한 이들의 평범한 행동으로 망하게 된다.

아이리스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것도 개그 필터의 영향이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길을 헤매다 보면 악인들이 꼭꼭 숨겨놓은 장소에 도착하게 되는 건 클리셰나 다를 바 없었다.

‘아, 문이다. 저기라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야.’

길을 한참 헤맨 만큼 그녀의 발걸음이 빨랐다. 단번에 문을 열려는 순간.

파지직.

“…!”

문에 전류라도 흐르는 것처럼 따끔한 통증이 밀려왔다. 개그 필터가 있음에도 마법진이 파괴되지 않고 남았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게 모셔져 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그딴 사정 따위 아이리스는 알 필요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고 문 옆 벽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문이 없으면 벽을 뚫고 갈 것. 상식적인 행동이었다.

‘….? 여기도 아니었네.’

그녀는 벽에 기분 나쁜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방안을 훑어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방 천장에서 붉은 줄이 치렁치렁 내려와 기분 나쁜 가면을 허공에 걸어놓고 있었다.

뚝뚝.

가면에선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냥 봐도 기분 나쁜 모습인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보니 더 짜증이 났다.

콱, 드드득!

분노를 표출하고자 줄을 잡아 확 잡아당겼다. 자이언트의 거미줄 혹은 쇠사슬보다 단단한 줄이 가볍게 뜯겨나갔다.

줄에 엮여있던 가면이 바닥에 철퍽하고 떨어졌다. 가면은 사람 얼굴 가죽을 뜯어 만든 것처럼 섬뜩했다.

‘하아.. 대체 문은 어디에 있는 거야?’

아이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면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가면이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아? ]

[ 최고의 미녀가 되어 세상을 지배하고 싶지 않니? ]

[ 이 세상 모든 인간이 너를 칭송하고 사랑할 거야! ]

[ 자, 어서 날 써!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거야! ]

머릿속을 파고드는 비 오는 날 흙길 같은 질척한 목소리에 아이리스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이렇게 더러운 가면을 쓰라고…?”

[ … ]

외모가 나아지고 싶다는 손톱만큼의 욕구라도 있으면 상대를 집어삼키는 악마의 가면이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너, 여기 나가는 길 알아?”

[ 아니, 난 -.. ]

“모르면 필요 없어.”

우드득.

[ 끼아아악! ]

아이리스는 아무런 고민 없이 손에 힘을 줘 가면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용사의 힘을 품은 이가 악마의 물건을 부숴버리니 가면은 너무나 쉽게 쪼개졌다.

달그락.

그녀는 대충 가면을 던져두고 기분 나쁜 방을 지나쳐 다시 문을 찾기 시작했다.

‘아, 찾았다.’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통하는 문을 찾았다. 출구는 마을 외곽에 위치한 작은 집과 연결되어 있었다. 아이리스가 빠르게 던전을 빠져나왔을 땐 이미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만큼 오랜 시간 던전 안에서 헤매고 부숴댄 탓이다.

아이리스는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제 오빠를 찾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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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노아와 제스는 던전을 부수다가 우연히 마주쳐 합류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대처력이 좋은 노아와 짐승의 감각을 가진 제스가 함께하자 던전을 공략하는 건 식은 수프 먹기보다 쉬웠다.

“저쪽!”

당장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없으니 낯선 냄새가 나는 곳으로 가자는 노아의 조언대로, 제스는 제 코를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은 아이리스가 들어갔던 곳과는 다른 통로를 발견했다. 미로 벽 뒤에 숨겨져 있던 작은 공간에서 발견된 통로는 중년의 여성이 던전을 관리하기 위해 제 방과 연결된 통로를 뚫어놓은 곳 중 하나였다. 벽을 파괴해야만 발견할 수 있는 통로였다.

두 사람은 고민할 것도 없이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개미굴처럼 여러 공간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사람의 냄새가 난다는 곳으로 향했다.

“제스, 낯선 사람의 냄새는 어떻게 구분하고 알 수 있는 거야?”

“으음, 토끼랑 사슴 냄새가 다른 것처럼 인간도 인간 특유의 냄새가 나. 근데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낯선 인간 사람 냄새가 나면 얼추 알 수 있어. 물론 지금처럼 사람이 얼마 없거나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일 때만 가능한 일이지만.”

그 말에 노아는 조금 소름이 끼쳐 몸을 떨었다. 마치 제스가 인간을 토끼나 사슴 같은 사냥감 중 하나로 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쮠님! 쭈인님!”

물론 저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제스는 리안과 함께 있을 때가 아니면 귀와 꼬리를 잘 안 꺼내는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그랬다. 성격도 꽤 차이가 있었다. 리안과 있을 땐 통통 튀는 개구쟁이 같은 느낌이라면 리안이 없을 땐 차분하고 능글맞은 느낌이 강했다. 전투할 땐 무서울 정도로 차분해지기까지.

‘역시… 리안을 좋… 아 하는 거겠지?’

네스트라는 거대한 조직까지 운영해보았던 노아였기에 이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녀는 착잡한 얼굴로 복잡한 생각을 이어가다가 이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피아와 아이들을 찾는 게 먼저야.’

노아의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제스가 지하 감옥 복도처럼 습하게 이어진 복도에 멈추어 섰다. 그리곤 문 앞쪽에 다가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여기에 있어!”

“좋아.”

노아가 발도 자세를 취한 후 순식간에 검을 뽑았다.

철컥.

검이 검집으로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정확히 16조각으로 나뉘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놀라운 솜씨였다.

“…? 누구지?”

“저 사람은…”

두 사람은 끝내주는 순애 결혼에 성공했지만, 마녀 같은 여자에게 잡혀 NTR이 예정된 남자를 발견했다.

“우선 깨워보도록 하자.”

두 사람이 막 남자를 깨우기 시작했을 때 중년의 여자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허억, 헉… 이럴 리… 이럴 리 없어.”

머리가 하얗게 변하다 못해 후드득 떨어져 내렸고 얼굴에 검버섯 같은 게 자라났다. 눈가는 총기를 잃고 하얗게 물들어갔다. 치렁치렁 온몸에 채워진 장신구가 죄수의 족쇄처럼 무겁게 그녀를 아니, 노파를 바닥으로 잡아당겼다.

“내가아… 내가… 이렇게… 끝날 리 없… 어.”

노파는 그리 중얼거리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아이리스가 부숴버린 가면, 그것을 찾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

노안으로 시야가 흐려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도 계속 나아갔다. 하지만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턱.

얼마나 걸었을까? 손끝에 문으로 추정되는 게 닿았다. 그녀는 곧바로 환하게 웃으며 문을 밀었다.

‘이 문 너머에 ‘그게’있을거야!’

그녀에게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던 가면. 그 가면만 있다면 자신은 다시 젊음을 되찾을 것이다. 물론 대가로 처녀 100명분의 피를 삼킬 때까지 정신을 놓겠지만 젊음을 찾을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허억,헉… 젊음만 찾는다면 그년을 죽이고… 호,렌 그 실한 놈도 내가… 맛보고 말겠어..”

그녀는 조금이라도 더 버티기 위해 삶의 의지를 불태웠다. 욕정에 잠긴 눈동자가 더럽게 번뜩이는 순간.

깡!

“끄억..!”

중식 요리를 할 때나 쓸법한 웍이 노파의 머리를 가차 없이 내려쳤다. 내구도가 1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몸은 순식간에 앞으로 고꾸라졌다. 뒷머리가 움푹 파여있는 걸로 봐선 머리가 깨져 즉사한 것으로 보였다.

차가운 공기가 노파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노파가 열고 나온 문은 밖으로 통하는 문 중 하나였다. 문 앞에 서 있던 이가 거칠게 숨을 내뱉었다.

“흐으..흐…”

거대한 웍을 든 여자가 노파를 노려보았다. 잔뜩 울기라도 했는지 눈가가 짓물러있었다.

그녀는 묵직한 무게의 웍을 한 손에 들더니 빈손으로 노파의 멱살을 잡았다.

“내 남편 어디 있어! 당장 말해!”

그렇다. 그녀는 노파에게 납치된 남자의 아내였다. 개그 세계 클리셰에 따라 소꿉친구와 첫사랑, 연애, 결혼까지 성공한 그녀는 현재 가장 행복해야 하는 존재였다.

노파를 처리함과 동시에 순애 클리셰를 지키기 위해 개그 필터는 맹렬하게 작동하였고.

“당장 말해!”

“저…아,래…”

노파의 몸에서 빠져나간 영혼을 억지로 붙잡아 대답하게 했다.

쾅!

노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자는 노파의 몸을 뒤로 휙 던져버렸다. 노파의 몸이 태풍 부는 날 밖으로 던져진 신문지처럼 힘없이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녀는 현재 무적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콰앙! 쾅!

그녀는 제 남편이 제 품에 돌아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하룻밤 만에 대신관이 아이들을 납치해 인육을 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신관이 처녀를 납치해 피를 탐한 마녀라는 게 밝혀졌다.

두 사안이 워낙 커서 경비대장의 이야기는 묻혀갔다. 그렇다고 경비대장의 끝이 행복한 건 아니었다.

“지, 지금 뭐라 그랬나?!”

“안타깝지만…”

“내,내가….”

“양쪽이 다 터져버리는 바람에… 조치하기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어,끄어억..!”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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