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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

   전투에서 인원이 많은 쪽은 유리할까?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한도 끝도 없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보편적으로 생각을 해보면 이 명제는 참이다.

   

   전투인원이 많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유리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만 보더라도 그렇잖아? 상대하기 어려운 보스일수록 레이드의 인원이 늘어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지금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지금 나는 아카데미 1학년치고는 말도 안 되는 스펙을 지니고 있거든?

   

   혼자서 어지간한 파티 두 개는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실제로 현장학습에서 약탈을 할 때 파티 하나 정도는 가볍게 무너트릴 수 있었고 말야.

   

   그렇지만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싼 이들을 홀로 처리할 수는 없다.

   

   얼빠여우의 말을 믿는다면 가히 백 명에 달할 숫자.

   

   하하. 실제로 보니까 질린다 질려. 내가 확실히 업보를 많이 쌓고 다니긴 했나봐. 나 하나 잡아 죽이겠다고 이만한 사람들이 모인 걸 보니까 기가 죽네.

   

   뭐어. 그래봐야 메스가키 스킬 때문에 겉으로는 당당해 보이겠지만.

   

   마음 속 긴장을 억지로 누르며 나를 레이드 하러 온 이들을 살핀다.

   

   숨기는커녕 당당히 얼굴을 들이민 나 때문에 학생들의 얼굴에는 혼란이 서려 있었다.

   

   무언가 함정을 준비해 두었으리라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이전의 루시 알른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성격은 더러워도 유능한 썅년이니까.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을 리 없다 여기는 것이다.

   

   사실은 상대방이 저 공터를 지나쳐서 무작정 돌격한다면 장벽 마법을 펼쳐서 시간을 벌어달라고 페이비에게 부탁한 것 말고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지만!

   

   그것을 흐뭇하게 구경하던 중 드디어 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슬슬 때가 됐네.

   

   솔직히 말해 정공법으로 싸운다면 내가 저들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베네딕이 여기에 있다면 주먹 한 방에 저 애들을 다 날려버렸을 거고 그게 아니라 칼이 이 자리에 있더라도 여유롭게 대응을 하겠지만 난 아직 무리다.

   

   2학년이 될 시점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직은 1학년 1학기도 안 끝났으니까.

   

   어느 정도 버티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 후엔 숫자에 찍혀 눌려 패배할 것이다.

   

   내 파티가 함께한다 하더라도 그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좀 더 오랫동안 버틸 수야 있겠지만 그 끝에 찾아오는 건 패배겠지.

   

   그럼 왜 도망을 치지 않고 여기에 있냐고? 설마 여태까지 짊어진 업보를 갚기 위해 저 사람들에게 참교육을 당해 줄 생각이냐고?

   

   그럴 리가 있나. 난 다른 놈들에게 참교육 당할 생각은 조금도 없어.

   

   참교육 당할 때 내 머릿속을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장악하는 게 얼마나 엿 같은 지 알아?

   

   안타깝게도 난 얼빠여우랑은 다르게 마조가 아니라 자진해서 개같은 경험을 하고 싶은 생각은 요만큼도 없어.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하나야. 저 백 명에 달하는 인원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저 놈들이 지니고 있는 전리품을 얻기 위해서.

   

   “아아.”

   

   가벼운 마음으로 낸 목소리가 공터 전체를 울린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크긴 한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아.

   

   조이가 마법 실력이 좋기는 하다니까. 매번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큰 실수를 저질러서 그렇지.

   

   이번에도 아아 했는데 목소리가 안 전해졌으면 어쩔 뻔 했어. 그럼 순수하게 내 성량으로 해결 봤어야 했을 거 아냐.

   

   “안녕♡ 여자애 하나를 괴롭히려고 모인 이상성욕의 페도♡ 변태♡ 좆밥들?♡”

   

   내가 한 마디를 내뱉자마자 나를 포위하고 있던 이들의 시선이 내게 쏟아졌다.

   

   그들의 시선은 대개 황당함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방금 전에 내가 내뱉은 말은 지금 이 상황에 어울리는 단어는 아니었으니까.

   

   “부끄럽지 않아?♡ 작고 귀여운 여자애 하나한테 겁먹어서 모여든 꼴이라니♡ 엄마~ 엄마~ 하고 울면서 도망치지 그랬어?♡ 응?♡ 쫄보 변태들?♡”

   

   허나 그 황당함 속에 하나 둘 분노가 서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알른 가문의 기사인 칼조차도 쉬이 견디지 못하는 메스가키 스킬의 도발이다.

   

   아직 제대로 독립하지도 못한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그를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입술을 꾹 깨무는 소리. 무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소리. 욕지거리. 찌푸려지는 미간들. 그리고 내 몸 속에 차오르는 고양감.

   

   메스가키 스킬은 오늘도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불쌍 왕자님도 마찬가지♡ 자기 파티로 이길 자신이 없다고 사람을 끌어 모으다니♡ 명예라는 단어는 잊어버리셨나요?♡ 하긴 얼빵 영애한테도 지는 바보 왕자님이 그런 걸 알 리가 없나?♡”

   “닥쳐라! 루시 알른! 아서 왕자님께서는 그대의 죄악을 처벌하기 위해 우리를 모은 것이다!”

   

   지휘관인 아서의 냉정을 빼앗기 위해 내뱉은 말에 다른 놈이 걸려들었다.

   

   이름은 모르겠지만 눈이 저렇게 이글거리는 걸 보면 왕가를 지지하는 귀족인가 보네. 명예를 중시하는 타입인가. 저런 놈은 가지고 놀기 편하지.

   

   “죄악?♡ 내가 뭘 잘못했는데 허접 좆밥?♡”

   “그대가 이 현장학습에서 저지른 일을 모두가 알거늘 어디서 부정하려 드는가!”

   “아아~♡ 그거?♡ 그게 왜 내 잘못이야?♡ 약해빠진 너희 구더기들의 잘못 아냐?♡”

   

   내가 발언을 함에 따라 좌중들 사이로 점차 분노가 전염되는 것이 보인다.

   

   본래라면 이 상황을 지휘관인 아서나 다른 파티장들이 제어해야 할 터이지만 그들조차도 내 발언에 당황해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있다.

   

   폭탄의 도화선이 타고 있거늘 그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완벽하게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네.

   

   “그렇잖아?♡ 너희들이 자그마한 여자애한테 쪽도 못 쓰고 처발리는 허접♡ 좆밥♡ 병신♡ 찌끄레기♡가 아니었다면 아무 문제도 없잖아?♡”

   “그건!…”

   “아아~♡ 자기가 좆밥♡ 쓰레기♡인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구나?♡ 미안해?♡ 비겁하게라도 이긴 다음 자위하고 싶은데 그걸 방해해서?♡ 그러게 좆밥으로 태어나질 말지♡”

   “루시이이이이! 쳐 죽어 버리겠다!”

   

   말이 끝난 후에 보란 듯이 비웃음을 흘린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한 한 사람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 얼굴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아카데미 입학시험에서 나한테 쳐발린 후로 항상 시비를 걸던 여자애.

   

   이름이… 뭐였더라? 메스가키 스킬이 허접 영애인가 좆밥 영애인가 대충 그런 식으로 불렀던 것 같은데.

   

   어쨌든 고마워. 엑스트라씨. 당신이 시발점이 되어 준 덕분에 내 계획이 완성됐거든.

   

   사람이란 건 말야. 대부분 시작이 되기를 두려워 해. 그렇지만 누군가가 앞에 나서서 행동을 한다면 그를 뒤따라가는 건 쉽다고 생각하지.

   

   빨간불일 때 누군자 옆에서 지나간다면 자연스레 그 뒤를 따라가게 되는 것처럼.

   

   지금도 봐. 엑스트라 네가 발을 앞으로 내딛기 무섭게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돌격을 시작했잖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서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럴 거면 폭탄이 터지기 전에 수습을 했어야지. 폭발이 일어나고 나서 그걸 멈추려고 하면 의미가 있겠어?

   

   “화났어?♡ 화났어?♡ 푸하핫♡ 뛰어오는 게 꼭 바퀴벌레들 같네♡ 징그러워♡ 역겨워♡”

   

   전투에서 인원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인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대개의 경우에는 옳다.

   

   조금 바꿔서 이야기하면 아닌 경우도 있다는 소리다.

   

   지금 같은 경우가 그렇다.

   

   지휘관의 명령을 따라야 할 병사들이 통제를 잃어버리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사람이 많다는 것은 안 좋은 의미의 재앙이 되어 버린다.

   

   자신의 옆 사람이 넘어지건 말건 간에 적만을 보는 전위.

   

   전위가 휘말릴 것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공격을 준비하는 후위.

   

   중간에서 조율을 해주어야 할 이들은 전위에 섞여 내달리고 있으며.

   

   그를 제어해야 한다는 역할을 맡은 이들조차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

   

   혼란이 시작되고서 얼마 되지 않았거늘 내가 아닌 자기 동료들의 손에 전투불능이 되어버린 이들이 여럿 보인다.

   

   이쯤 되면 알겠는가?

   

   저들은 집단이 아니다.

   

   지휘도 연계도 통제도 되지 않는 무리를 어찌 집단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들은 그저 나 하나를 참교육 시키겠다는 일념을 지닌 개개인일 뿐이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다.

   

   상대가 집단을 짜서 나를 노릴 게 분명하다면 그를 역이용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해 내가 발안을 하고 할배가 조언을 함으로써 완성된 전략.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시작된 혼란이 그 누구도 걷잡을 수 없어질 때까지.

   

   그리고 그건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탱커거든.

   

   “뒈져어어어!”

   

   이 상황의 도화선을 끊은 엑스트라가 그 누구보다 빠르게 내게 달려와 검을 휘두른다.

   

   저기 엑스트라 씨. 우리가 서로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당신이 겁나게 시비를 걸어서 대련은 많이 해봤잖아요?

   

   그 때마다 이야기한 거지만 당신 너무 감정에 쉽게 사로잡힌다니까? 그러니까 움직임이 너무 뻔해지잖아.

   

   철벽 스킬이 아니더라도 당신의 검을 어떻게 받아치면 좋을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방패를 움직여 엑스트라의 검을 가뿐히 막아낸 순간 충격이 확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패링이 발동된 것이다.

   

   평소에도 받아치는데 어려움이 없는 엑스트라의 검이다.

   

   패링 스킬이 발동되어 그보다 충격이 줄어든다면 어찌 되겠는가.

   

   검이 방패에 닿기라도 했냐는 듯이 움직일 수 있겠지.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엑스트라에게 접근한 다음 멱살을 붙잡아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

   

   엑스트라는 몸을 비틀며 거기에 저항하지만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기에는 나와 엑스트라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격차가 너무 거대했으니까.

   

   자기보다 작은 여자애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리면 어떤 기분이려나?

   

   엑스트라는 얌전히 자신이 달려왔던 곳으로 내던져져야 했다.

   

   허공을 나는 엑스트라를 구경한 후 손을 쥐었다가 폈다.

   

   확실히 평소보다 몸이 가벼워.

   

   메스가키 스킬로 백 명에 가까운 사람을 열받게 만드니까 이만큼의 버프가 들어오는 건가.

   

   지금 이 상태라면 칼에게 한 방을 먹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

   

   이래서야 메이스는 꺼내들 수 없겠네.

   

   잘못 휘둘렀다가는 그대로 한 명을 골로 보내버릴 것 같으니까.

   

   어련한 부상이면 페이비나 교수들이 치료를 하겠지만 한 방에 허접 주신의 곁으로 가버리면 불가능하잖아?

   

   난 아직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오늘은 방패에 맨 손으로 가자.

   

   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자 내 근처로 몰려든 이들이 주춤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 엑스트라가 비행기마냥 허공을 나는 광경에 제정신이 든 모양이다.

   

   그래선 곤란하지. 너희들은 좀 더 혼란을 일으켜줘야 한다고.

   

   “뭐야?♡ 좆밥들?♡ 겁 먹어서 못 달려 들겠어?♡ 그런데 왜 도망을 안 치는 거야?♡ 설마 오줌이라도 지렸어?♡ 푸훗♡ 완전 쫄보♡ 빨리 돌아가서 엄마한테 쭈쭈달라 그래야겠네?♡”

   

   자. 와라.

   

   너희들보다 한참은 강한 내가 놀아주겠다잖아.

   

   영광으로 생각하도록 해.

   

   허접 쓰레기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는 도발을 사용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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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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