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8

   EP.138

     

   나의 행동에 식당에 있던 몇몇 손님들의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던 사람, 떠들썩하게 자신의 영웅담을 풀어놓던 사람.

   1층과 2층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암기가 있을 법한 옆구리로 손을 뻗었고 나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졸개들은 관심 없다. 대가리 나오라 그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가게 이용에 불편한 점이 있으셨나요?”

     

   나의 눈을 마주친 점원이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쓰며 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진상 손님 때문에 당황한 직원의 분위기였지만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당당하게 코웃음을 쳤다.

     

   “연기가 썩 나쁘지 않네.”

     

   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내 눈이 아니라 스킬이었지만 말이다.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

   이름 : 셀러 로드니

   나이 : 21세

   능력치 : [근력 Lv.12], [민첩 Lv.17], [체력 Lv.13], [마력 Lv.6]

   스킬 : [급소 찌르기(D-)], [포커페이스(C-)], [긴장 완화(E)], [하급 단검술(D)]

   특성 : [기민한 도둑(D)], [노련한 사기꾼(C)], [범재 상인(E)]

     

   현재 상태 : 긴장, 당황, 불안, 배신감.

     

   종합 평가

   – 도둑 길드의 3급 정보원이다. 조직 내에서는 능력에 비해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다.

   —

     

   이곳에 오면서 구경했던 치안 경비대의 신체 능력치가 평균 12레벨 쯤.

   대충 훑어만 봐도 이런 변두리 술집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을 만한 능력치가 아니었다.

     

   “지금부터 딱 3분을 주지. 안 나오면 진짜 아주 크게 후회할 거야.”

     

   정보를 얻기 위해 왔다는 사람이 대뜸 길드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자 옆에 있던 종판이가 당황한 눈치로 주위를 둘러본다.

     

   녀석이 이곳에 오기 전에 나에게 신신당부한 것이 하나 있었다.

   도둑 길드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의뢰를 주기적으로 수행하는 집단이다 보니, 민간인에게 위치가 탄로 나면 길드 하우스를 버리고 잠적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웬만해서는 깽판을 치더라도 도둑 길드의 1급 조직원 정도를 만났을 때 행동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종판이가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다.

     

   “신경 쓰지 마. 여기 민간인 없으니까.”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다 방법이 있어.”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합니다.]

     

   [‘꿰뚫어 보는 눈(EX)’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정보를 확인합……

     

   우리가 손님이 없는 타이밍에 이곳에 온 건지, 그저 운이 좋았던 건지, 이곳에는 도둑 길드의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밖에 없었다.

     

   단검술을 익힌 사람.

   공갈과 협박 특기를 지닌 사람.

     

   겉으로는 나이 많은 노인도 있었지만 실제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모두가 하나 같이 긴장과 불안, 그리고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1분 지났다.”

     

   움찔.

     

   나의 말에 사람들의 몸이 알게 모르게 꿈틀거린다.

   당장에라도 달려들 듯한 액션. 하지만 놈들은 신중한 건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 선공을 치고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저기 자네. 여기 직원이 무서워하고 있지 않나. 뭐가 불만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만하시게.”

     

   조금 전에 정보를 확인했던 겉모습만 노인인 청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희게 센 머리카락과 정리되지 않은 수염. 어떻게 만든 건지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광대가 살짝 튀어나온 것이 누가 봐도 영락없는 노인이었다.

     

   허나.

     

   “브라이튼 카펜터”

   “……어?”

     

   나의 짧은 한마디에 그의 동공에서 대지진이 일어났다.

     

   “나이 30세, 변장술과 추적술에 능한 길드의 2급 정보원. 의뢰를 맡아서 활동할 때는 ‘조니’라는 가명을 쓰고 긴급 연락망의 바로 윗라인은…… 아, 저기 있군. 그레이스 펠튼? 보스는 네가 데려올래?”

   “……”

   “왜? 그 윗라인도 읊어 줘?”

     

   갑작스럽게 줄줄 이어지는 자신의 프로필에 그의 낯빛이 사색이 되기 시작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읽었지만 그 파급력은 굉장히 뛰어났다.

     

   핏!

     

   다짜고짜 어디선가 암기를 투척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확하게 나의 뒷목을 노리며 날아드는 살벌한 단검 한 자루.

     

   애초에 13층 무의 정원을 클리어하며 감각이 극대화된 상태였기에 마력만 펼치면 이들은 물론 지금 문 앞을 쪼르르 달려가는 쥐 한 마리의 기척까지 감지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말인 즉.

     

   덥썩.

     

   “지금부터 1분.”

     

   뒤통수로 날아드는 단검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잡을 수 있었고 여기 있는 인원 정도는 검을 뽑지 않고도 1분 안에 제압이 가능했다.

     

   “쳐라!”

     

   그레이스 펠튼이라는 이름이 띄워진 남자가 명령하자 모든 조직원들이 일제히 검을 뽑으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약 50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꽤 많은 인원.

   하지만 이쯤 되니 그들의 행동에서 약간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목적이 뭔지는 왜 안 물어보지?’

     

   이쯤 됐으면 내가 보통 손님이 아니라는 것은 눈치를 챘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그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도 혼자 쳐들어 올 만큼 강하다는 것도 말이다.

     

   스윽.

     

   내 옆에 있던 종판이가 공격을 당할 것 같으니 검을 뽑으려 하고 있었다.

   이미 검집에서 반쯤 나온 것을 보니 이 정도의 발검이라면 처음 목이 날아가는 건 눈앞의 카운터 직원이었다.

     

   “잠깐 멈춰봐.”

     

   빠악!

     

   내가 녀석을 후려치듯 손을 뻗어 뽑히던 검을 그대로 다시 검집에 때려 넣자 손이 집힌 건지 녀석이 고통에 찬 탄성을 터트린다.

     

   누가 봐도 살의가 다분한 행동.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이 범죄자라고는 해도 굳이 죽일 것까지는 없었다.

     

   ‘이런 느낌이었나?’

     

   애초에 죽이지 않아도 한꺼번에 제압이 가능했다.

   고작 눈빛 하나 때문에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을 느꼈던 기억.

   격의 차이로 느끼는 압박감이 아직도 생생했고 이제 성좌가 된 나 또한 그것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오오오……!

     

   “우욱!”

   “꺄악!”

   “이, 이게 대체……!”

     

   나에게 달려들던 사람들이 공중에서 그대로 고꾸라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나마 마력이나 체력 능력치가 높은 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버티긴 했지만 몸이 굳어 버린 채 꿈틀거리는 것은 3급 정보원이나 1급 전투원이나 매한가지였다.

     

   “이런 씨바…… 내가 이런 괴물한테 덤볐다고?”

     

   옆에 있던 종판이가 주위를 둘러보며 웅얼거린다.

   이것이 성좌와 플레이어가 가지는 격의 차이. 이제야 내가 성좌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는 한 방이었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 참, 빨리도 물어본다.”

     

   내 앞에 고개를 한참이나 조아리고 있는 정보원들과 그 뒤로 쪼르르 대가리를 박고 있는 전투원들.

   나는 이제야 대화할 마음이 생긴 도둑 길드의 정보원들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죄, 죄송합니다. 요즘 길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다들 예민한 상태입니다……”

   “오오. 예민하면 목에 칼 던지고 그래도 되는 거야?”

     

   나의 감탄에 뒤에 있던 전투원들이 몸을 움찔거린다.

   격의 차이로부터 오는 무조건 반사. 하지만 그 공포심을 이겨 낸 사람도 충분히 있었고 나는 눈앞의 1급 정보원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보스는? 3분은 한참이나 지난 것 같은데?”

     

   애초에 나는 가장 말이 잘 통하는 한 사람만 만나면 됐다.

   필요한 것은 이 세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 최대한 강하고 능력이 뛰어난 인물들을 화신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을 찾을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나의 협박 아닌 협박에도 정보원은 용감하게 대답했다.

     

   “그게 저…… 사실 이건 내부 1급 기밀 사항이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한……”

   “음,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여기 있는 건물이 폭삭 주저앉고 몽땅 경비대에 끌려가도 상관없을 정도의 엄청난 비밀이라는데.”

   “아, 아닙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조금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이었다.

     

   물론 내가 말을 좀 세게 하긴 했지만 다짜고짜 목을 따려고 하다니…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니 뭔가 이상해도 많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 보스가 이곳에 안 계십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지. 그러면 안 건드렸을 텐데.”

   “……”

   “진짜야.”

     

   정보원이 멍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가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본인들이 굴러다니느라 난장판이 된 가게 내부.

   고개를 숙인 채, 눈도 못 마주치고 있는 정보원들과 그 뒤로 줄줄이 나열된 전투원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감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언제쯤 만날 수 있는데? 빠른 시일 내로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목적은 명확했다.

   길드를 움직일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본인이 정말 쓸 만해서 화신이 될 수 있으면 더 좋고.

     

   “죄송하지만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오오? 그래?”

   “아뇨! 아뇨! 싫다는 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언제부턴가 실종되신 상태거든요…”

   “실종?”

     

   정보원은 그들의 최근에 있었던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얼마 전, 도둑 길드의 간부 중 하나가 길드를 배신하는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신의 이유는 알 길이 없었지만 길드 내부에서 꽤 신망이 두터웠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배신은 길드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그를 따르는 많은 길드원의 길드로부터 등을 돌렸다.

   길드의 정보를 들고 탈주하는 자도 나타났고 길드 자금을 빼돌려 잠적하는 자들도 나타났다고 했다.

     

   “길드 전체에 타격이 너무 컸습니다. 사실 그 배신자의 능력이 너무 뛰어났던 터라 혹시 그 사람이 새로운 길드를 창설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그의 배신 이후로 생긴 적자와 불신에 길드장이 눈이 뒤집어졌다는 것.

   그리고 길드장은 길드의 첫 배신자를 직접 잡아내기 위해 모습을 감췄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이 그 배신자가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우리의 암호를 알고 우리 개인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었거든요……”

   “……”

   “……진짜 길드를 완전히 먹으려고 온 줄 알았습니다.”

     

   배신과 불신의 이야기.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사이에 끼어 있던 하나의 이야기였다.

     

   “능력이 어떻게 뛰어났는데?”

   “……네?”

   “정보 수집 능력은 뭐 말할 것도 없는 거 같고…… 싸움은 잘해?”

     

   첫 번째 화신 후보.

     

   배신이라는 키워드가 좀 걸리기는 했지만 대기업의 인사팀으로서 직원 교육은 꽤 자신 있는 항목이었다.

   

다음화 보기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To Climb The Tower?

Who Is Threatening You to Climb the Tower? 누가 탑 오르라고 협박함?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sudden message arrived, heralding the end of humanity.

[Climb the tower. If you refuse, you will die.]

We are being threatened by a mysterious being.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