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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89

     

     

     

    ***

     

     

     

    부스럭부스럭.

     

    천류화와 헤어져 돌아온 세린은 침대를 뒹굴거리며 여유를 만끽했다.

     

    마치 그녀에겐 처음으로 쉬는 것 같았다.

     

    이제야 마음 편히, 제대로 휴식을 이루고 있다고.

     

    “……마음가짐이란 게 이렇게 중요하구나.”

     

    어제 세 사람을 만날 때도, 그리고 오늘 유화를 만나는 순간조차 나는 항상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터질 것처럼 끝없이 생각했다.

     

    그나마 오늘 유화와의 대화가 조금 편했다지만, 어제는 진짜 세 사람과 헤어지기 전까지 마치 폭탄을 끌어 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대체 언제 터질지 또 얼마나 크게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끌어 안고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내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내가 그들과 맺은 모든게 사라질 것 같은 위기감이 컸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들과의 관계가 다 잘 풀린 지금, 내 마음은 거짓말처럼 행복해하고 있었다.

     

    “정말 행복이란 게, 별것 아니구나.”

     

    주말의 끝자락인 지금,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문득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행복이란 건 느끼기에 따라 다르다고.

     

    사르륵.

     

    흐트러진 은발을 조심스레 쓸어가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정말이지…….”

     

    픽 실소가 새어 나오며 이상한 데서 삶의 진리를 깨우친 기분이었다.

     

    현재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나는 사실상 한국 내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는 체급의 스트리머로 성공했다.

     

    내 위에 다른 스트리머가 없다고 말할 압도적인 위치까지 올랐고, 이번 주 월요일 캠방 당시엔 실시간 시청자 수 130만 명이란 전무후무한 기록마저 세웠다.

     

    그건 현재 탑클래스 연예인이 트윗티에서 방송한 경우를 합치더라도 기록이 없었다. 그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소리였다.

     

    그 후에도 소통 시간에 캠방을 이어가는 지금, 내 평균 시청자 수는 50만을 가볍게 웃돈다.

     

    커뮤니티도, 인터넷 뉴스도, 아니면 여러 플랫폼에서도 나와 관련한 인터넷 기사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내가 성공했다는 거겠지.

     

    난 가볍게 생각했다.

     

    내가 성공했으니까, 이 정도의 관심을 받는 거라고. 그리고 그게 틀렸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린튜브 구독자 수도 최근 들어 더 폭발적인 성장세를 벌써 250만을 넘겼다고 들었다. 최근 연락하는 린튜브 편집자 두 분은 매일같이 행복에 겨운 소릴 내게 전하는 거였다.

     

    캠방의 여파가 너무 긍정적이라고.

     

    “……하긴 서윤이마저 좋아할 정도니까.”

     

    뒤늦게 린튜브 편집자로 들어온 서윤이는 성장하는 린튜브를 보며 굉장히 좋아했다.

     

    아리 편집자로 일을 시작했으면서 정작 내 채널의 성장세에 더 기뻐하는 게 우습긴 하지만, 다 좋게 보기로 했다.

     

    애초에 언젠가 해야 했을 캠방으로, 내 성장세를 다시금 완전히 궤도로 끌어 올렸다고.

     

    그리고 오늘로써, 내 개인적인 가장 큰 고민거리가 해결됐다.

     

    유화를 상대로 나도 강경하게 몰아붙이고, 여러 말까지 준비했었지만, 신기할 정도로 유화는 내게 반발하지 않았다.

     

    “유화는 정말…… 많이 변했으니까.”

     

    그녀가 이 현대 세상에 적응하며 변한 것 이상으로, 날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날 취하겠다는 듯 강제하려는 듯한 느낌조차 들었는데, 오늘은 내가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며 세 사람과의 관계까지 말했음에도 유화는 오히려 부드럽게 날 대했다.

     

    ‘자신만을 내세우지 않았어.’

     

    천마였던 그녀가 이제 자신만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마치 내 입장을 이해하고 더 많은 양보를 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다른 세 사람에 대해 얘기해도 가볍게 웃으며 순응한다.

     

    그게 무엇보다 놀라웠다.

     

    “독점욕을 부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조금 더 유화의 사랑스러운 면모가 보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순응하고,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게 고스란히 언행에서 보이니까 나도 더 마음을 열게 됐다.

     

    스륵.

     

    살며시 제 입술을 매만졌다.

     

    “키스 너무 잘하던데.”

     

    며칠 전 서투르다고 생각했던 게 거짓말처럼 내가 한번 리드해서 키스해주니까, 바로 습득하듯 내게 돌려주었다.

     

    내 윗입술을 살며시 애무하듯 빨아당기거나, 애태우듯 내 혀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혀는 너무나도 야릇했다.

     

    “…….”

     

    헤어지기 전 키스가 유난히 떠오르자, 괜스레 얼굴에 열이 올랐다.

     

    숨이 조금 가빠오면서도 뭔가 비현실적이었다.

     

    천마였던 그녀가.

    이제…… 완전히 내 여자가 됐다는 사실이.

     

    그녀가 내게 고백한 이후, 여러 번민을 지녔던 이유 중엔 강압적인 그녀의 태도도 존재했다.

     

    ‘천마로서 자신만을 우선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데 현실은 내 예상과 달랐다.

     

    내가 받아들이겠다고 유화에게 진심을 표현한 순간 그녀는 거짓말처럼 내가 더 사랑할 수 있게끔, 조심스러운 애정을 비춰왔다.

     

    날 소중하게 대해주겠다고.

     

    ……그래서 나도 확신이 생겼다.

     

    불안하게 이어질 네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조금 더 행복해질 네 사람과의 미래가 차후 펼쳐질 거라고.

     

    툭, 툭.

     

    제 뺨을 간지럽히듯 만지면서도 내가 웃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마음이 너무 편해지고,

    짐도 사라져 그저 휴식만을 취하는 지금.

     

    혼자 있음에도 마음엔 행복이 날 가득 채웠다.

     

    “앞으로 더 행복해지자.”

     

    나도, 그리고 나와 관련된 모두와도 더 행복해지고 싶었다.

     

    행복하기에,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불안하고 힘들 땐 그저 모든 걸 포기하고, 차라리 내려놓고 싶다는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행복해지니까, 그게 정반대였다.

     

    긍정적인 기운이, 더 큰 긍정을 부르는 것처럼.

     

    마음도 전염되는 듯했다.

     

    부스럭부스럭.

     

    침대를 멍하니 뒹굴뒹굴거리며 이리저리 어지럽혀진 은발이 날 간지럽히는 걸 느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멋대로 행동함에도, 그저 순수한 행복이 아무렴 어떠냐고 날 간지럽히는 듯했다.

     

    “하아.”

     

    그러다 크게 숨을 토해내면서도 부드러운 이불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내일부턴 다시 일상이구나.”

     

    근심 걱정이 사라진 채, 다시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서윤이와 아리와 함께 아침 식사를 이어갈 것이며…… 그러다 오후 4시가 되면 자연스레 방송을 진행하게 될 것이다.

     

    시청자들과 그날의 화젯거리로 소통을 진행하며, 조금은 쑥스러운 캠방을 꿋꿋하게 이어가며 2부 방송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어나더 월드를 하겠지…….”

     

    어나더 월드엔 또 다른 내가 사랑하는 달기와 함께 할 것이다.

     

    랑델 제국과의 문제는 끝났고, 레프리아 제국과는 내가 노력한 대로 우호가 잘 맺어져 외교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래서 최근엔 정말 마음 편히 달기와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애초에 방송에서 달기랑 키스까지 했으니까.”

     

    멍하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진짜 신기한 관계였다.

     

    공개할 생각도, 그럴 생각도 없는데 현실은 마치 내 예상과 다르다는 듯 이어진다.

     

    그래서 방송에선 내 연인은 오늘 만난 유화도, 어제 만난 세 사람도 아닌 달기로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도 그런 나와 달기를 생각 이상으로 좋아하기도 한다.

     

    스르륵.

     

    흐트러진 은발을 정리해가면서도, 눈가가 흐려졌다.

     

    “……캠 공개하고 더 그런 여론이 늘었으니까.”

     

    내가 현실 연애는 하지 않고, 달기와 사귄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시너지를 일으킨 것처럼 내 인기를 더 크게 끌어 올렸다.

     

    우스갯소리로 달기라면 인정한다는 말이라든지.

    솔직히 달기와 사귀는데 현실 그 누구와 사귀겠냐고 말하는 사람도 꽤 존재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어나더 월드 속의 린이라면.’

     

    나는 달기를 최우선시할 테니까.

     

    그래서 더 오묘했다.

     

    캠방으로 내 외모가 세상에 밝혀진 후 나와 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 사실 이슈몰이의 한 이유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예쁜 여자가…… 더 예쁜 여자와 사귄다는 게 그렇게 어필이 되는 걸까.”

     

    툭 중얼거리며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남성 시청자들은 더 좋아하는 게 보일 정도인데, 여 시청자 비율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니까.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뭔가 어긋난 관계 같은데.

    그게 세간에는 더 인기를 끈다.

     

    실제로 인터넷 기사 중에서 내 실제 외모를 말하며, 달기와의 관계성을 말하는 기사도 존재했다.

     

    “결과적으로 잘 됐지.”

     

    진짜라면 진짜지만, 대외적으로 달기로 인해 내가 실제로 연애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숨겨지니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방송 이후가 떠올랐다.

     

    “……그다음이야 뭐.”

     

    서윤이와 아리와 단란한 저녁을 먹으며 그날 방송에 관한 얘기나 아니면 서로에 대한 얘길 이어갈 것이다.

     

    최근 식사 주제는 항상 나로 고정되어 있었다.

     

    ……내가 너무 비정상적인 연애 관계를 구축하다 보니, 두 사람은 매일같이 내 연애에 관해 묻곤 했다.

     

    픽.

     

    웃음이 새어 나오면서, 그런 나날이 또 변화할 거라 생각했다.

     

    “유화가 추가되면 진짜 더 복잡해질 텐데.”

     

    두 사람은 더 큰 흥미를 표현하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이상하게 그런 미래가 기대됐다.

     

    더 재밌고,

    더 행복하고…….

     

    더 내일이 기다려지는 하루.

     

    내가 선택하고 또 선택한 지금의 삶이.

     

    그저 너무 만족스럽고 즐거우니까.

    무엇보다 나와 관한 사람들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면, 난 그게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르륵.

     

    서서히 머리칼을 쓸어내리던 손이 툭 멈췄다.

     

    그리고 이따금 세실리아를 보기 위해 따로 그랑델리아를 방문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난 정말 터무니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

     

    실소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런데, 그런 삶이 싫지 않다.

    오히려 나는 꽤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

     

    멍하니 고개를 돌리자, 창밖으로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는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도심 내에 수많은 고층 건물이 존재한다.

     

    그걸 바라보다 갑작스레 하나의 꿈이 생긴 것 같았다.

     

    “나도 건물이나 살까.”

     

    툭 중얼거리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더 많은 돈을 벌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ㅡ하고.’

     

    실제로 나는 더 큰 돈을 벌 자신도 있었다.

     

    최근 방송 체급도 체급이지만, 비즈니스 메일로 들어오는 광고의 제시 금액은 이제 억 단위를 바라볼 만큼, 인플루언서로서의 내 가치가 올랐다.

     

    ‘마음만 먹으면…….’

     

    실제로 광고를 진행하거나 그냥 성실히 방송한다고 해도 돈을 쓸어 담는 건 일이 아닐 테니까.

     

    그래서 건물을 하나 사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내 소유의 건물에서 마음 편히 사는 미래.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미래에 대한 불안보단 더 큰 기대감으로 만남을 이어간다.

     

    그러다…… 같이 사는 것도 꽤 괜찮을 것 같았다.

     

    “뭐, 그러기엔 다들 너무 바쁘게 살지만.”

     

    편하게 날 찾아와서 때로 같이 자거나 마음을 교류하는 관계로.

     

    조금은 우스운 생각인데, 나는 그게 또 마냥 비현실적으로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도 방송 열심히 해야겠지.”

     

    어느새 자정을 넘은 시간에, 픽 실소가 새어 나왔다.

     

    지난 몇 달간의 시간.

    이 현실에 떨어진 이후 나는 많이 변한 것만 같은데, 결국에 나는 ‘스트리머’였다.

     

    그리고 앞으로 만약 내가 건물을 산다고 해도 방송하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었다.

     

    이상하게도 방송을 그만둔다는 생각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방송을 시작하고 꾸준히 이어가는 지금조차.

     

    “방송이 재밌으니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기나긴 여정의 끝이 찾아왔네요…
    다만, 이번 편을 끝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완결’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외전을 몇 편 더 쓰고서 작품을 마무리할 생각이에요!

    물론 외전은 19금이라든가… 또 19금이라든가…!

    다만 제가 본편에서 19금을 쓰고서 마무리 짓지 않는 건…

    제 개인적으로 세린이 꿈꾸는 행복한 삶이 마무리 짓는 단계였기에 여기서 완결을 짓고자 해요.

    완전한 의미의 완결이 아니기에 소감은 짧게만 말씀드릴게요.

    무려 2년도 넘는 정말 긴 연재 시간.
    그동안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를 사랑해주신 소중한 독자님들 너무너무 고마워요!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마음 같아선 훨씬 더 많은 에피소드를 쓰고 싶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작가로서 정말 큰 의미를 준 작품이기도 하고, 2년도 넘는 기간 단 하루의 휴재조차 없이 매일 연재를 이어간 제게 자신감을 주기도 했어요.

    그동안 봐셔서 너무너무 고마웠어요!

    다음편부터는 연인들과의 알콩달콩한 에피소드가 이어질 테니 외전 편들도 꼭! 기대해주세요!

    앞으로 독자분들께서 하시는 모든 일에 행운이 깃들길 작가는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살육스 본편은 여기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다음화 보기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Streamer Crazy About Slaughter

살육에 미친 스트리머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being trapped in the game world for several years, I was transported back to real world. However, my appearance was exactly like that of the character in the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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