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9

    <139 – 변치 않는 동료애>

     

    철인삼종경기를 위한 기승연습시간.

    너도 나도 체력을 아끼고 성큼성큼 달려갈 수 있는 무생물 골렘을 탐냈지만 골렘들은 그리 간단히 탑승구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등한 골렘녀석아. 영광으로 여기며 고개를 조아려도 좋다. 제국의 삼대공신가문의 일원인 후라이드치킨 가의 호너 후라이드치킨이 네 주인이 되어주마!”

     

    당당하게 외친 호너 후라이드치킨의 머리통을 거대한 바위주먹이 쾅 내리쳤다.

    이마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호너 후라이드치킨이 지면에 파인 주먹자국에서 엉금엉금 기어나오는 모습에 다른 학생들은 전략을 바꾸어 접근했다.

     

    “위대하신 골렘이시여! 신궁의 후예이자 명사수 스콜라가 그대의 벗이 되기를 청하노니, 탑승구의 탑승을 허락해주소서!”

     

    냅다 엎드려 절하며 탑승물의 비위를 맞추는 전략에 골렘이 퍽 하고 지면을 걷어찼다.

    투두두두두!

    뿌옇게 일어난 흙먼지 더미 너머로 으엣 퉤퉤 흙을 뱉고 눈물을 흘리며 냇가로 달려가는 스콜라.

     

    협박도 굴복도 통하지 않는다.

    탑승물계의 난폭한 거물.

    갑을관계의 절대적인 갑.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골렘들의 옆에는 이미 골렘에 탑승한 오크노디와 헤스티아가 멀뚱멀뚱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구경하고 있었다.

    매스각키 황녀는 그들을 발견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허접♡ 안목 없어♡ 우수한 주인 고르는 방법도 몰라♡ 우리한테는 난폭하게 굴면서 저것들은 간단하게 탑승을 허락한 이유가 뭐야?”

     

    화를 내도 귀여운 그녀의 말투에 헤스티아가 순순히 답을 보여주었다.

     

    “난 미니골렘을 키우고 있거든. 그래서 골렘들이 친구로 생각해줬지.”

     

    친분을 과시하려고 손가락으로 주머니 속 미니골렘을 꺼내 툭툭 치는 헤스티아.

    꼬물꼬물 주머니 밖으로 기어나왔던 미니골렘이 기둥에 치인 것처럼 휘청거리다가 손바닥 위로 자빠졌다.

     

    “무우우우우”

    “무우우”

     

    안절부절 못하는 성체골렘들의 모습을 보아선 이게 친구로 인정을 받은 건지, 아동납치범이 두려워서 넙죽거리는 건지 구분이 가질 않았지만.

     

    “그럼 저쪽의 꼬맹이는~?”

    “꼬맹이 아니야. 오크노디라고 불러!”

    “꼬맹이 오크노디.”

    “흥이다. 잘 보여도 모자를 판에 그렇게 놀려놓고 대답 듣기를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입이 댓발로 튀어나온 매스각키 황녀가 밑에서 뭐라고 앵앵거렸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다.

    타고 있던 골렘이 알아서 손으로 바닥을 쓸며 매스각키 황녀를 저 멀리 휙 치워버렸다.

     

    “…저거 죽은 거 아니야?”

    “괜찮아요. 매스각키 황녀도 제법 초기능력치가 출중한 편이니까요!”

    “능력치?”

    “제국황실은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거든요!”

     

    헤스티아는 NPC라서 모르겠지만 어디 공작가 사람이나 왕실 사람, 제국 사람들은 건강함 하나만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원체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자란 탓에 음식도감 수집률이 기본적으로 높고, 건강 능력치 보정도 그만큼 크게 받기 때문이지.

    초반에는 플레이어가 기를 써도 저 사람들보다 더 건강해지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마도 헤스티아보다 매스각키 황녀가 더 건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헤스티아가 깜짝 놀라겠지?

    골렘 가지고도 난리가 난 상급반 학생들이지만 진짜 난리는 말들 앞에서 벌어졌다.

     

    “헤헹. 말 구했다.”

    “도로시! 너같은 변방의 촌것에게는 과분한 말이다. 어서 고삐를 이리 내놓도록 해!”

    “바보 아니야? 가자, 루돌프. 저런 멍청이들은 무시하고 한 바퀴 돌고 오자!”

    “아니 저년이? 안되겠다. 너 이리와라. 미련한 황소 녀석아, 채찍질을 당하기 싫거든 당장 저 녀석을 쫓아가라! 쫓지 않으면 마구 때려줄 테다!”

    “음머어어어!”

     

    도망치는 말 주인들과 추격하는 학생들.

    개판 소판 난장판이 벌어졌다.

     

    “허허. 고놈들 참. 도주와 추격 훈련은 다음 강의시간에 하려고 했더니. 알아서 진도도 앞당기고 참 부지런하군. 교장이 이번 981기는 특별하다고 한 이유가 있었어.”

     

    플라톤 교수만이 흡족하게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 *

     

     

    강의시간은 무사히 끝났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마지못해 선택한 탑승물을 온전히 다루지도 못했고, 미친 듯이 날뛰는 자기 말에 질질 끌려가거나 치타와 몸싸움을 하는 등 길들이기 과정도 끝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왓. 이사벨. 무슨 일 있었어요?”

     

    이사벨은 그중에서도 꽤 험한 꼴을 당한 학생 중 한 명이었는데, 옷이 침에 잔뜩 젖어 젤리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꼴이 말도 아니었다.

     

    “대형견을 잡았는데 애가 미친 듯이 핥아대더라고.”

    “아니 개도 탈 수 있었냐? 그거 동물들 몰고 오던 녀석 아니야?”

    “똑똑한 녀석이라서 더 쓸모가 있을 것 같았지. 이런 부작용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

    “그놈을 내가 고르지 않아서 다행이군.”

     

    견원지간이라는 말처럼 질색을 하는 손오천.

    그러는 그도 뭔가에 어깨가 씹힌 흔적이 있었다.

     

    “손오천은 뭐 골랐어요?”

    “기린.”

    “…그, 기린이 혹시 원숭이를 식량으로 보나요?”

    “몰라. 아무것도 묻지 마.”

     

    다들 탑승물을 겪어보니 벌써부터 고생길이 열렸다는 예감을 피할 수가 없었다.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처음 그들을 긴장하게 만든 것이 교장의 깃발과제였다면, 다가오는 위험은 플라톤 교수의 철인삼종경기.

    사실상 하급반이 두려워하는 <마나검증시험>에 대응되는 상급반의 시련이었다.

     

    “꼬마숙녀. 골렘은 말을 잘 듣습니까?”

    “그럭저럭요!”

    “별난 일이군요. 제가 알기로 골렘은 소유권을 지니지 않은 인간에게 극도로 공격적일 텐데.”

     

    헤스티아야 인질을 잡아서 골렘을 부렸다고 쳐도 오크노디는 무슨 재주를 부린 걸까.

    지젤의 호기심에 오크노디는 밝고 명랑한 얼굴로 대답했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제 주머니를 보여주니까 골렘들이 말을 잘 듣게 되더라구요!”

     

    돌멩이가 가득 든 주머니를 보여주는 오크노디.

    그 모습에 지젤이 곰곰이 생각했다.

    골렘이 왜 겁에 질린 걸까.

    바위를 먹고 몸을 불려서 사는 골렘들.

    주머니에 들어있는 돌멩이.

    골렘의 몸뚱이나 다름없는 돌멩이.

    자신이나 동족의 몸의 일부를 전리품처럼 가지고 다니며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어린아이.

     

    ‘…왠지 이유를 알 것 같지만 알려주지 않는 편이 우리 꼬마숙녀를 위한 길이겠군요.’

     

    오크노디의 평판은 최근 들어 점점 나빠지고 있다.

    장차 마왕이 될 아이다.

    지금이라도 용사가 토벌해야 하는 건 아니냐.

    오크노디를 감싸는 변방 놈들도 한통속이다.

    지젤 네가 오크노디를 감싸는 것도 ‘암흑’상인이 장래의 클래스라서 그런 것 아니냐.

    유유상종이다.

    똑같이 어둠에 물든 것들끼리 잘 어울려 다닌다.

    그 외 온갖 음해와 언어폭력이 떠돌고 있다.

    최근에는 지젤과 손오천, 이사벨에게도 그 여파가 미칠 지경이었다.

     

    “그만 순순히 꼬리를 내리고 그 사악한 꼬맹이의 곁에서 떨어져나가지 그래? 같이 험한 꼴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우리 꼬마숙녀를 고립시켜서 뭘 하려는 속셈입니까?”

    “그야 뻔하지. 제국의 적이자 인류의 재앙이 될 마왕의 탄생을 저지하는 거다. 아카데미에서 쫓아내고 바로 제국척살령이 내려지게 만들어야지!”

     

    자신만만하게 지껄이는 제국진영학생의 발언에 지젤은 냅다 주머니 하나를 던졌다.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러 날아든 주머니를 벤 제국학생은 잘린 주머니 너머로 확 번지는 가루를 들이마시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나한테 뭘 던진 거야. 앞이 보이질 않아. 눈이랑 코가 너무 매워…!”

    “매운 요리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향신료입니다. 매운 맛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로 사용하죠.”

    “너, 너희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당신들이야말로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오크노디를 향한 모든 공격은 저희를 향한 공격으로 간주할 테니 말입니다.”

    “쿨럭쿨럭. 두고보자…!”

     

    악당처럼 외치며 엉거주춤 도망치는 학생들.

    손오천이 물었다.

     

    “뭔 놈의 학교가 이리 위험하냐? 그냥 자퇴하고 시골에 처박혀 사는 게 더 안전하겠는데?”

    “그러는 와중에도 그 미친놈들은 이 미친 아카데미에서 성장을 계속하겠죠. 4학년이 되어 졸업한 미친놈들이 바깥세상에 풀려날 때를 상상해보셨습니까?”

    “이런 미친. 고향의 바위산이 가루도 안 남고 파괴당하는 광경이 벌써 상상되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원한이라면 싸움을 피해 도망치느니, 끝까지 아카데미에 남아서 더 많은 지식을 쌓고 더 강한 힘을 얻는 것이 정답이었다.

     

    “아까 그 학생은 검술명가 치킨마카니 백작가문의 일원인 타타야 치킨마카니였습니다. 뒤에는 호너 후라이드치킨과 제국 삼대공신가문, 그 세 가문이 따르는 매스각키 황녀가 있겠죠.”

    “제국 전체를 적으로 돌린 거나 마찬가지인가.”

    “두렵다면 빠지셔도 됩니다.”

    “한방거리인 샌님도 제국과도 싸울 용기를 내는데 이 손오천님이 물러설 리가 있나?”

    “나도 마찬가지야.”

     

    손오천과 이사벨은 강한 동료애를 증명했다.

     

    “우리도 잊지 마.”

    “필요하다면 뭐든 도와드리겠소.”

     

    도로시와 록펠.

    입학시험에서 연을 쌓은 두 사람도 어느새 곁에 다가와 조력을 약속했다.

    당장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교장의 가르침 강의에서 오크노디와 한 조에 속한 헤스티아나 지고쿠, 롯토 또한 때가 되면 도와줄 것이 틀림없다.

    오크노디는 혼자가 아니다.

    그녀를 적으로 삼으려는 이들만큼 친구가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오크노디가 마왕이 되면 마수군단장은 내가 할래!”

    “…….”

     

    도로시가 도움을 주려는 동기는 조금 불순해보였지만 어쨌든 그녀는 견습 치고는 유능한 숲지기.

     

    “오크노디의 주변을 감시하며 혹시 신변에 이상이 닥치거든 저희에게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지젤은 자신이 강의시간 때문에 오크노디의 곁에 머무를 수 없을 때, 도로시가 오크노디를 미행하며 그녀를 지켜주도록 부탁했다.

    한 차례 도로시를 배신했던 전적이 있어 그녀에게 마음의 빚이 큰 록펠이 함께 따라붙는 이상, 무력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은 없었다.

     

    “큰일이야! 빨리 여기로 와줘야겠어!”

     

    도로시는 일을 맡긴 보람이 있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로 성과를 내었으니까.

     

    “무슨 일입니까?”

    “오크노디가 학생 한 명을 학대하고 있어!”

    “…네?”

    “불타는 링을 세워서 하급반 학생이 뛰어넘게 만들고 있어!”

    “…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지젤은 마법시계의 통신을 끄고 급히 돗자리를 접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모두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 돼! 아직 도핑물약을 사지 못했다고!”

    “20% 확률로 근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살 수 있는 추첨권을 아이템이랑 교환하지 못했다고!”

     

    시험이 코앞에 닥친 하급반 학생들에게 장사를 하던 암흑상인이 도우러 간들, 그녀의 평판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