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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빠밤! 빠밤!

     

    국왕이 수도에 들어서자, 수많은 소리가 공간을 뒤흔들었다.

     

    뿔나팔 소리.

     

    사람들의 진중한 환호소리.

     

    박수소리.

     

     

    영웅의 등장 같은 격렬한 반응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으나, 충분한 환영을 받고 있었다.

     

    국왕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 새삼 느끼고 있었다.

     

     

    네르와 아르윈은 내 뒤에서 말을 몰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올려다보는 수 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과거와는 달리 당당해진 둘의 모습.

     

    특히나 네르가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녀들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내 내게로 옮겨옴을 느낀다.

     

    두 아내들 덕에 나조차도 관심을 받는다.

     

     

    ‘…저게 베르그군.’

     

    ‘소문대로 잘생겼네?’

     

    ‘…성녀님의 남자라던데.’

     

     

    나는 들려오는 수군거림에 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소식은 언제나 사람보다 빨리 이동하는 듯 했다.

     

    애초에 헤아 교단의 대주교가 쫓겨나며, 그와 비슷한 소식들도 전역에 전달되었을 것이다.

     

     

    네르와 아르윈을 바라보니, 당장은 둘도 괜찮아보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도착했으니 그런걸지도 모른다.

     

     

    우리의 분위기는 이전처럼 돌아왔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쌓이는 생각들이 달라졌을지는 몰라도 말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말을 몰았다.

     

    일단은 휴식을 취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쉼 없이 활동해온 날들이 너무 길었다.

     

     

    우리는 이어지는 행렬을 계속해서 따랐다.

     

    .

    .

    .

     

     

    병사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흩어지고.

     

    우두머리 조도 전부 휴식을 취할 숙소를 찾아가도록 조치를 취한 뒤.

     

     

    나와 아르윈, 네르와 게일은 국왕의 뒤를 따랐다.

     

    왕의 호위대가 우리를 이끌었다.

     

     

    도착하고자 하는 곳의 목적지가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국왕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나 같이 예의를 차리고 있었다.

     

     

    “베르그. 자네는 바로 나를 따라와.”

     

    국왕이 말을 몰며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들도 돌아본다.

     

    그들도 나를 따라오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국왕이 말에서 내리자, 수많은 신하들이 그의 곁에 달라붙는다.

     

    우리도 이어서 말에서 내린다.

     

     

    나를 바라보던 의아한 눈빛들이 네르와 아르윈을 보고는 깨달음으로 바뀌어나간다.

     

    그녀들의 특징을 통해 나까지 특정한 듯 했다.

     

     

    “우리의 손님이다. 정성으로 대해.”

     

    국왕은 신하들에게 나를 설명하며 말했다.

     

    모두가 국왕의 명령에 따라 평민인 내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어쩌면 아내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잊기 쉽지만, 네르와 아르윈의 가문은 강대했으니.

     

     

    그렇게 환영인파를 마주하고 있자니, 또 다른 몇몇 시선들이 내게 붙었다.

     

    몇몇 여성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종도 있었고…귀족 같은 이도 있었다.

     

    익숙한 시선.

     

    호감을 갖는게 보인다.

     

     

    나는 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은 불편하기만 한 관심이었다.

     

     

    나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마찬가지로 그 시선을 느낀건지, 표정이 살짝씩 어두워진 내 이종족 아내들.

     

     

    안심하라는 의미에서 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둘은 그 미소에 잠시 굳어있다…천천히 화답을 해주었다.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국왕도 이런 나를 보았다.

     

    “…”

     

    “…”

     

    일부다처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그와 눈을 마주한다.

     

     

    잠시 눈을 마주하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멈춰 있던 국왕은 이내 안으로 향했다.

     

     

    ****

     

     

    알현실에 들어서며 국왕이 말했다.

     

    “쉬고 싶겠지, 베르그. 하지만 그 전에 상황만 정리하고 가자고.”

     

    “알겠습니다.”

     

    나도 그의 제안에 동의하는 바였다.

     

    굳이 지속적으로 그에게 불려나오고 싶지는 않았다.

     

     

    국왕은 천천히 제 의자에 착석했다.

     

    나는 알현실 중앙에 덩그러니 서 있었고, 그런 내 뒤에는 네르와 아르윈이 함께했다.

     

     

    국왕이 말한다.

     

    “소문이 한 차례 잠잠해질 때까지는 이곳에 있어야 할거야. 앞으로도 성녀와 자네에 관한 소문은 크기를 키울테니까.”

     

    “…”

     

    “우리도 변명이 필요해. 너와 성녀님의 관계는 과거의 일이라는 걸 알릴 수 있어야만해. 애초에 사실이기도 하고. 두 아내를 데리고 있잖아?”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의 궁금증과 불안함을 해소할때까지는 자네도 이곳에 있어야해. 솔직한 말로 그게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고.”

     

    “…”

     

     

    뿔을 긁적이던 그가 물어왔다.

     

     

    “그나저나, 게일에게 가르침을 받기로 했다면서?”

     

    “…네. 그러기로 했습니다.”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 최대한 도와줄테니. 게일의 말대로 자네가 전쟁의 마지막 열쇠가 될수도 있으니까.”

     

    아르윈은 그 말에 숨을 삼켰고, 네르는 혼란스러운 듯 나를 흘겼다.

     

     

    그녀들에게 이후에 설명해줄 생각으로 나는 국왕의 얼굴만을 보았다.

     

     

    “…어쩌면 헤아 교단에서 자네를 찾아올지도 몰라.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알아서 해야할테고.”

     

    “…”

     

    “그리고 곧 사람들을 모아 만찬을 열테니 그것도 참여하라고. 블랙우드 영애와 셀레브리엔 영애가 있는데 대접하지 않을 순 없지.”

     

     

    물론 네르와 아르윈은 귀족이라지만, 의아한 부분은 생긴다.

     

    “…제가 참여해도 괜찮은겁니까?”

     

    그 질문에 국왕은 스스로도 애매한 듯 대답을 얼버무렸다.

     

    “정 부담스러우면 얼굴만 비추고 가. 그래도 자네쯤이면 유명인사니까 말이야.”

     

    “…”

     

    “할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야. 돌아가서 쉬라고. 겐드리가 방을 보여줄테니 따라가고.”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가려는 순간, 아르윈이 묻는다.

     

    “국왕폐하.”

     

    자리에서 일어나던 국왕이 그 말에 자리에 착석했다.

     

    “…말씀하시죠.”

     

    그는 아르윈에게 나름의 존중을 보이며 답했다.

     

    장생종에게 보이는 존중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후대에 도움이 될 인연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르윈이 잠시 나를 살피다 물었다.

     

    “…혹시 서재가 있다면 잠시 들려도 괜찮을까요?”

     

    “서재?”

     

    나도 갑작스러운 아르윈의 부탁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내 국왕은 그쯤이야 문제 없다는 듯 답한다.

     

    “상관없습니다. 그것도 겐드리에게 물어서 찾아가보시죠.”

     

    아르윈은 그걸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우리 사이에서 말이 오가지 않았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러니 나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숙였다.

     

    국왕은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몸을 돌렸다.

     

     

    ****

     

     

    겐드리라는 국왕의 보좌관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니 아르윈이 물어온다.

     

    “…베르그. 게일에게 가르침을 꼭 받아야하나요?”

     

    “…”

     

    게일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며 말해왔던 아르윈이었지만, 어떠한 변화가 생겼는지 그녀가 조심스레 말한다.

     

    곧장 나는 그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실프리엔에게 이야기를 들은게 아니었을까?

     

     

    “…괜찮아.”

     

    내가 말하니 아르윈이 캐묻는다.

     

    “…그러다 고독의 투사가 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아니나 다를까 그 점을 지적해준다.

     

    네르가 그 말에 놀라 물었다.

     

     

    “…네? 고…독의 투사요?”

     

    나는 그런 그녀들에게 손사래를 쳤다.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걱정할만한 이야기는 접어둔채로 걸음을 옮긴다.

     

    나도 믿지 않는 이야기를 그녀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괜히 신경만 쓰게 될 뿐이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시간을 나름대로 축여야만 했다.

     

    게일과 훈련을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몰랐다.

     

     

     

    -척.

     

    그때, 앞서가던 국왕의 보좌관, 겐드리가 멈춰선다.

     

     

    “…왕녀님.”

     

    그러며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앞에서 시종들을 거닐고 있는 한 여성이 걸어온다.

     

     

    날카로운 눈매. 올곧은 뿔. 붉은 눈.

     

     

    “…”

     

    “…”

     

    잠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뒤따르던 네르와 아르윈은 나보다 반응이 빨라, 귀족답게 고개를 숙였다.

     

    -톡톡.

     

    내 손을 가볍게 매만지는 아르윈의 행동에, 나도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베르그…였던가요?”

     

    왕녀는 다른 말 없이 곧장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들며 그녀에게 답했다.

     

    “…네.”

     

     

    흥미를 담은 그 눈이 내게로 다가온다.

     

    호감…은 아니었고.

     

    말 그대로 흥미였다.

     

     

    재미난 장난감을 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저는 리아 드레이고에요.”

     

    제 이름만 소개하고 다가오는 그녀.

     

    드레이고라는 성에 담긴 자신감이 엿보인다.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후후. 용사님 다음으로 전장에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던데…”

     

    “…다 능력많은 저희 단장님 덕입니다.”

     

    “게다가 겸손하시기까지. 흥미로운 분이군요. 여기에 더해 성녀님의 남자라는 소문까지 돌더라고요…?”

     

     

    그 말에 나는 슬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문제로 아내들과 다투었는데…곧장 그 불편한 주제를 던져올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과거 일입니다. 이제 제 마음은 다른곳에 있고요.”

     

     

    리아 드레이고의 붉은 눈이 내 뒤에 있는 아내들을 훑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내게 걸어왔다.

     

    “그런가요.”

     

     

    겐드리가 슬쩍 길을 트니, 곧장 내게 다가온 그녀가 천천히 내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나저나…이렇게 잘생긴 평민도…있었-”

     

    -스윽.

     

    나는 그 손길을 슬며시 피했다.

     

    “…”

     

    리아 드레이고의 표정이 한순간 굳는다.

     

     

    “…손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나름의 예의를 담아 말한다.

     

    시엔의 상처를 넘긴 지금…내가 이럴 이유란 어디에도 없었지만.

     

     

    불안해하는 아내들을 위해 이쯤이야 할 수 있었다.

     

     

    “…하..!”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

     

    동시에 그녀의 눈에서 흥미가 사라지고…대신 다른 감정들이 피어났다.

     

    그게 무엇인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분노나 모욕감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짙은 관심 같아 보이기도 했다.

     

     

    이내 다시금 그녀는 내 아내들을 바라보았다.

     

    어렵게 표정을 관리한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네르와 아르윈에게 사과한다.

     

    내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함부로 대했죠? 평민에 용병이라 생각을 하다보니 그만…”

    “…”

     

    “…”

     

     

    네르와 아르윈은 답하지 않았다.

     

    그들의 반응에 리아 드레이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럼 이만 다음에 뵙죠. 만나서 반가웠어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다가왔던 리아 드레이고는 또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탁.

     

    그때 네르가 내게 팔짱을 끼운다.

     

    “…?”

     

    -스윽. 스윽.

     

    그녀를 바라보니, 네르는 고개를 이리저리 부벼가며 내 팔에 얼굴을 비볐다.

     

    이내 다시 내게서 팔을 떼어내고, 걸음을 옮겼다.

     

    …의미는 잘 알지 못했지만, 내게 감사를 전한 것 같기도 했다.

     

     

    “…가요, 베르그.”

     

    아르윈도 나를 가볍게 만지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겐드리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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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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