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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어머니의 방.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매일 오는 친숙한 방.

         

       어렸을 때는 오빠들이랑 놀다가 짓궂은 둘째 오빠 장난에 울며 자주 찾아왔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나를 달래주고 안토니 오빠를 혼냈었지.

         

       뭐… 지금도 누군가를 혼내주려고 이 방에 온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머니. 그이를 실각시키고 싶어요.”

         

       내 말에 어머니가 찻잔을 든 채로 살짝 굳는다.

         

       “그 일 때문이니?”

         

       “네. 더 이상 그에게 정국을 맡길 수 없어요.”

         

       내 짧은 말에 어머니가 인상을 찡그리신다.

         

       “테라. 너의 마음은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야. 지금 데비앙을 실각시키면 그 아이를 대신해 전쟁을 수행할 사람이 없단다.”

         

       어머니의 말도 일리가 있다.

         

       여자로 태어나 한 번도 전쟁을 지휘한 적도…, 아니 전쟁에 대해 잘 모른다.

         

       그 흔한 군사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그이를 실각시켜야 해요.”

         

       나와 그이는 공생관계나 다름없다.

         

       만약 지금 그이가 전쟁에서 지면 나도 폐위를 당할 것이고, 그이도 살아남지 못한다.

         

       지금 전쟁은… 나와 그이의 목숨이 달린 전쟁.

         

       즉 전쟁 중에 그이 실각 시키려는 게 아니라, 전쟁이 끝나고 난 후에 실각시킬 것이다.

         

       나는 그에게 권력을 준 대가로 황실의 안전을 보장받고, 그는 황실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제국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그가 많은 성과를 얻으며 정권을 유지하게 되면 그만큼 내 입지가 줄어들 테니.

         

       그런 식으로 공생관계가 깨지면 결국 손해를 보는 건 내가 될 것이다.

         

       즉 그 전에 데비앙을 실각시켜야 한다.

         

       “네가 황제로서 직접 통치하겠다고 생각하다니. 대견하네. 하지만 지금 로만에서 그를 몰아낼 힘은 존재 하지 않아.”

         

       로만 시를 장악한 데비앙.

         

       아마 전쟁이 끝나면 모두 그에게 아부하느라 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을게 뻔하다.

         

       데비앙도 점점 전횡이 심해지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 제국의 황제요 진정한 제국의 주인이다.

         

       “맞아요. 그를 몰아내는 건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몰아내야 해요.”

         

       내 굳은 표정을 보며 어머니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만약… 데비앙을 몰아내면… 그 아이를 죽일 거니?”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그를 실각시킬 생각만 있지 딱히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이건 사실이다.

         

       권력이든 뭐든 그가 나를 대신해 죽을뻔한 고비를 겪은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를 미워하는 만큼.

         

       그를 사랑하기도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하나뿐인 남편인 건 변함이 없으니, 그의 목숨을 취하고 싶지 않다.

         

       다음 황제는 나와 그이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될 테니, 그와 잠자리도 가져야 할 터.

         

       실각 이후에 잠자리를 거부한다면 제압해서라도 잠자리를 가질 생각이다.

         

       그래야 나와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는 대공국의 후계자이기도 할 테니.

         

       미래에 막강한 황제가 되겠지.

         

       나와는 다르게.

         

       그건 아주 한참 뒤에 일이다. 그를 실각시키는 걸 성공할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는 상상일 뿐.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안도하시는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는다.

         

       “만약 데비앙을 실각시키려면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떠니?”

         

       “할아버님이요?”

         

       나의 할아버지께서는 몽디크 산맥에 있는 롬바디의 공작이신 얀스 트리비안이시다.

         

       오빠들에게는 근엄하였지만 나와 조이에게는 한없이 자상하신 분이다.

         

       “너의 할아버지는 귀족들에게 명망이 있고 부유하시니 현재 그 누구한테도 지지를 못 받는 너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줄 거란다.”

         

       거기다가 자주 황궁에 방문하여 어머니를 뵈러 오시기도 하지.

         

       예전에는 어머니가 직접 할아버지를 뵈러 갔지만 데비앙의 외출 통제가 생긴 이후 황궁에 드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이시다.

         

       “그분을 통해 의회와 귀족들의 지지를 모으렴. 그러면 황제라는 작위를 갖고 있는 너에게 치근덕대는 귀족들이 너에게 힘을 실어줄 거란다.”

         

       은은한 미소를 짓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마치 무도회에 춤을 춤추자고 치근덕대는 귀족처럼요?”

         

       이곳에서 무도회에서 춤을 거부하는 건 명예를 상하게 하는 행동.

         

       그렇기에 나와 춤을 추고 싶어 하는 귀족들이 많아 온종일 춤을 췄던 기억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때는 그게 정말 질리도록 싫었는데. 지금은 그때가 제일 편했던 것 같다.

         

       “그래, 내 딸. 그들을 이용하려면 그들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어 너만의 세력을 일구고 그 힘으로 데비앙을 몰아내면 된단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명심할게요.”

         

       내 말에 어머니가 조금 진중한 얼굴로 말씀하신다.

         

       “하지만 조심하렴. 그들이 너에게 다가와 힘이 돼주는 건 무언가 얻기 위함이야. 만약 데비앙을 실각시키면 그가 갖고 있던 권한을 나누어줘야 한단다.”

         

       그것 또한 알고 있다.

         

       데비앙이 자신에게 필요한 법안을 넘기기 위해 알렉산더와 협상하는 걸 몇 번이나 봤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이가 어떻게 제국의 의원들을 구워삶는지 잘 봤으니까요.”

         

       “그래. 너는 잘할 거야. 누가 뭐라고 해도… 성군인 그이와 내 딸이니까. 조상님들이 너를 지켜줄 거란다.”

         

       환한 미소를 짓는 어머니를 보며 나도 환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

         

         

         

       -똑똑.

         

       “누군가?”

         

       “아그리파 장군께서 오셨습니다.”

         

       아? 벌써 도착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된 것을 깨달았다.

         

       “어서 들라고 해라.”

         

       내가 말하자 이내 문이 열리며 친숙한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내 매제이며 내 제일 친한 친구인 아그리파를 보며 환하게 반겨준다.

         

       “이야! 아그리파 그동안 잘 지냈어?”

         

       금발의 미남자.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남자가 봐도 질투 날 정도로 잘생긴 외모를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막 도착한 거지? 저녁은 먹었어?”

         

       내 말에 고개를 젓는 아그리파.

         

       “아, 그러면 우리 둘이 간만에 밖에 나가서 먹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그리파.

         

       그와 황궁 밖으로 나간다.

         

       “대공, 현재 전황을 보니 생각보다 전선의 상황이 만족스럽습니다.”

         

       예상보다 방비가 잘되어 에렌과 보헤미가 잘 버텨주고 있는 모습에 아그리파가 만족스럽다는 미소로 말하지만…

         

       나는 정반대의 생각하고 있다.

         

       “글쎄. 너무 잘 버텨줘서 오히려 걱정되는걸.”

         

       아그리파는 군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전쟁에서 승리가 제일 중요한 부분이지만, 나는 정치인이나 다름없다.

         

       전쟁이 끝나고 난 후 황제파가 너무 건재하면 사사건건 나를 실각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테지.

         

       그들로서는 이 내전을 일으킨 요아네스가 1순위, 그다음으로 황제파 몰래 요아네스에 에피루스와 에집을 준 내가 2순위 원수일 테니까.

         

       그러니 그들을 압도적인 힘 차이를 벌려둬야 한다.

         

       “잘 버텨주면 좋은 거 아닙니까?”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들이 다시는 나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어야 해.”

         

       최소 보헤미랑 에렌이 쑥대밭이 되어서 향후 몇십 년은 조용하길 바란다.

         

       “대공 전하… 안 본 사이에 권력자가 다 되었군요.”

         

       아그리파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깨달아 쓴웃음을 짓는다.

         

       권력자라…

         

       “그래… 권력자가 맞지.”

         

       사람들이 흘린 피 위에 내 권력을 공고히 하는 건 평범한 권력자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그런 권력자를 폭군이라 부른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내 눈이 터질 듯…

         

       “으윽…”

         

       내가 한 손으로 왼쪽 눈을 지그시 누른다.

         

       “대공?”

         

       마차 의자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잡는 아그리파.

         

       “하아… 하아…”

         

       왼쪽 눈에서만 눈물이 흐른다.

         

       “괜찮아… 요즘 스트레스 때문인가?”

         

       “괜찮으십니까? 얼굴빛이 좋아 보이질 않습니다.”

         

       “하하… 요즘 무리해서 그런가?”

         

       신혼 방에 안 가게 된 김에 최근 업무량을 늘렸다.

         

       아마 피로해서 그런 거로 생각하며 왼쪽 눈을 비빈다.

         

       “조금 쉬면서 하시지요.”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젓는다.

         

       “아니… 쉴 틈이 없어. 우선 상륙작전 말인데. 조금 연기 해야 할 거 같아.”

         

       조금 뒤 황금기사단과 윌리엄을 배에 승선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아드리아 해 상륙은 조금 뒤로 미룰 계획이다.

         

       “그건…”

         

       내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말한다.

         

       “응. 요아네스가 바빌론에서 용병을 추가로 고용했어. 바빌론이 인구가 남아도는 게 사실인가 봐. 무려 8만 정도 된다더라고.”

         

       8만이나 되는 대군이 야를 평원을 지나 보헤미를 쑥대밭을 만들면 확실하게 승기를 굳힐 수 있다.

         

       내 말에 아그리파가 풀죽은 목소리로 말한다.

         

       “많은 사람이 죽을 겁니다.”

         

       “그러겠지… 모두 내 잘못이야.”

         

       내가 좀 더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의 능력이 부족해 전쟁 후 황제파가 나를 축출할 생각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미리 그들의 힘을 꺾어야 한다.

         

       그렇다고 요아네스처럼 제국군으로 그들을 밀어버리는 건 불가능하니.

         

       -끼익.

         

       어느새 마차가 선다.

         

       “나머지는 안에서 얘기하자고.”

         

       그렇게 로만의 밤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간다.

         

       우리를 본 웨이터가 예를 차리며 인사를 한다.

         

       “대공 전하. 이리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예전에 루키우스를 처음 만난 레스토랑을 이번에 아그리파와 함께 방문했다.

         

       “오랜만입니다.”

         

       “하하, 안에 귀빈실로 모시겠습니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귀빈실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던 때.

         

       “아! 이거 줘야지.”

         

       내가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낸다.

         

       “자, 이거 결혼 선물이야.”

         

       내가 주머니를 건네주자, 아그리파가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다.

         

       “이건 뭡니까?”

         

       순진한 아그리파의 얼굴을 보며 내가 헛기침하며 말한다.

         

       “흐흠… 그 메리가 아무래도 아직 젊다 보니까 힘이 과해. 이건 유니콘의 뿔이라고 어디에 쓰는지 알거라 생각해.”

         

       내 말에 항상 침착하고 냉철한 모습이 사라지며 눈이 크게 떠지며…

         

       “와!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그 유명한… 유… 유니콘의 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를 열어보는 아그리파.

         

       “그거 갈아서 술이랑 먹으면 효과가 좋다더라.”

         

       나야 밤일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걸 먹고 온종일 밤을 새워본 적이 있으니…

         

       분명 효과는 좋을 거로 생각한다.

         

       “잘 쓰겠습니다. 대공…”

         

       거의 울 듯이 감격하는 아그리파를 보며 말을 잇는다.

         

       “잘 쓰기는 뭘…”

         

       오늘 밤 메리한테 쥐어짜일 테니. 미리 건네준 건데…

         

       순진한 아그리파는 그 사실을 모르는 거 같아 내가 입을 연다.

         

       “오늘 메리도 승선하는 거 알지?”

         

       “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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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디트리민님 후원 감사합니다!

    새그림님 후원 너무 감사해요!

    헤헤! 다들 사랑해요!

    연참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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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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