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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세상이 참 많이도 발전했군.”

        

       출발을 위해 기다리는 와중에, 비행선을 바라보며 검성이 내놓은 감상은 그런 것이었다.

        

       “내가 젊었던 시절만 하더라도 인간이 하늘을 날아다닐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검성이 젊었을 때는 총보다 검을 더 많이 부딪치지 않았던가?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검기를 날리는 검사들이 훨씬 더 잘 날뛸 수 있었다. 그때도 총과 포가 있었고, 총기도 탄피 식이었지만, 대량생산이라는 개념이 막 잡혀가고 있었기에 총알의 가격도 훨씬 높았고, 그래서 대부분의 군대는 단발식 총기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탄창 차단 장치’ 같은 번거로운 구조를 굳이 총기 안에 넣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전투기가 하늘을 날고, 증기기관 전차와 기관총이 사용되는 현대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래도 북부의 군벌들이 그런 최신 병기들을 운영하지 못하는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검성 님의 위대한 검술이 빛을 잃는 것은 아닙니다.”

        

       “…….”

        

       옆에서 들려오는 아부에 검성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제이든이었다.

        

       제이든은 아까부터 나나 앨리스한테 검성을 소개받고 싶은 듯 이쪽을 계속 쳐다보았지만, 나는 나대로 제이든과 말을 하지 않고 있었고, 앨리스는 앨리스대로 화가 난 상태였다.

        

       내가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는 것보다 먼저 제이든을 오라버니라고 불렀다는 사실에 골이 난 거겠지.

        

       고작 그런 거로, 같은 말을 하고 싶기는 했지만, 그랬다가는 앨리스가 또 어떤 식으로 폭발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그냥 잠자코 있기로 했다.

        

       대신 화풀이 대상을 제이든으로 잡았을 뿐이고.

        

       “그리폰 기사단의 단장 제이든 팬그리폰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쪽도 황자로군.”

        

       검성은 내 쪽을 흘긋 바라보고는 말했다.

        

       “본의 아니게 그쪽 여동생 두 명을 전부 내 제자로 들이게 되었네만.”

        

       그 말에 제이든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제이든이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서, 나는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 그렇습니까?”

        

       그렇게 말하는 제이든의 얼굴에 기대감이 스쳤다. 황제의 아이 중 두 명이나 제자로 받아준 검성이었으니, 제이든도 제자로 받아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장성한 오라비를 보니 그 실력은 집안 내력인 모양이구먼.”

        

       그리고 다시 앨리스 쪽을 보고, 나를 보았다. 앨리스를 볼 때와 나를 볼 때의 시선은 달랐다.

        

       아까 훈련하던 때의 내 모습을 보고 뭔가 느낀 바가 있을 것이다. 아직 제이든의 실력을 직접 본 것은 아니겠지만…… 내 쪽의 그 움직임이 ‘속임수’라는 것을 꿰뚫어 봤다면 제이든의 실력도 궁금하겠지.

        

       검성의 기준으로는 그것이 수수께끼에 대한 힌트가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는 것이…… 여러모로 검성다웠으니까.

        

       “흠.”

        

       검성은 잠깐 생각에 잠긴 듯 그런 소리를 내더니,

        

       “기사단의 기사단장이라.”

        

       입가에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국 기사단의 검술 실력이 얼마나 유지되고 있을지, 언젠가 확인해보고 싶군.”

        

       그 말을 들은 제이든의 머리 위에 커다란 느낌표가 떠올랐다. 분명 게임에서라면 그랬을 것이다.

        

       “언제든 영광스럽게 맞이하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리고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정보 다 빼내고 나면, 시간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야겠다고.

        

       저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게 되면 제이든을 오라버니라고 불렀던 것보다 훨씬 더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

        

       보급품을 다 내리고 난 수송선의 속도는 보급품을 싣고 다니던 때보다 더 빨랐다. 그래도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간에 멈추는 일 없이, 그리고 길의 상태나 모양에 영향을 받지 않는 비행선답게도 증기 자동차를 탈 때나 기차를 탔을 때보다 더 빠르게 제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긴, 일반적으로 달리는 증기기관차의 속도가 시속 100km 정도였으니, 안을 비운 수송선은 절대적인 속도만 보더라도 그보다 훨씬 더 빨랐다.

        

       내가 출발하고 도착했을 때도 대단한 환영식이 있지는 않았다. 내가 황녀이기는 했지만 애초에 그런 환영식을 매번 준비하기에는 내가 이곳저곳 돌아다닐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건 세간에 ‘유일하게 피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진 진짜 황녀 앨리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저 번잡스러운 것들은 다 뭐냐?”

        

       천천히 착륙하는 수송선의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검성이 그렇게 물었다.

        

       그곳에는 하얀 제복을 입은 기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숫자는 한 스무 명 쯤 될까? 비교적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고, 나이가 든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검성보다는 다들 어려 보였지만.

        

       그리고 그 기사들 뒤쪽으로는 일반 사병의 군복을 입고 있는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서 대기하고 있었다.

        

       “황녀가 둘씩이나 있어서 그런 것이냐?”

        

       “아닙니다.”

        

       앨리스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앨리스의 표정을 보니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겠지.

        

       “……아마, 제이든이 뭔가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북부와 제도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전화선이 연결되어있었으니까.

        

       검성께서 가고 있다고 한마디만 날려도, 이런 환영식을 준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다.

        

       “허.”

        

       검성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은 뒤 내 쪽을 보며 말했다.

        

       “이것 봐라. 내가 이래서 산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아마 이 환영식은 공식적이라기보다는 이 공군기지에 있는 사람들과 제도에 있던 기사들이 멋대로 벌인 것이리라. 자기 임무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모여든 거겠지.

        

       오고 싶었는데 오지 못한 이들도 많을 거라고 나는 추측했다.

        

       “…….”

        

       비행선이 땅에 가까워질수록 모여있는 기사들과 군인들의 얼굴이 더 잘 보였다. 자세히 보니 모여있는 군인 중에는 사병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병의 옷과는 대비되는 어두운색의 장교복을 입은 이들도 꽤 많았다.

        

       그리고 그 장교복을 입은 사람 중에서, 눈에 익은 사람도 하나 보였다.

        

       제니퍼였다.

        

       내가 입고 있는 교복과 상당히 흡사한 디자인의 군복을 입은 제니퍼는 당당하게 선 채 우리 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 떠 있는 표정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고 있는’ 표정이었다.

        

       자기 스승을 놀릴 생각에 잔뜩 신난 제자를 보고, 검성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파였다.

        

       *

        

       “제도는 언제 와도 번잡하군.”

        

       “마지막으로 오신 지 10년은 되지 않으셨습니까?”

        

       “네 녀석 때문에 더 번잡한 것 같구나, 제니퍼.”

        

       아카데미 관련 일로 제도에 와 있던 제니퍼는 자기 스승이 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곧장 달려와서 그 환영식에 합류했다.

        

       그리고 검성이 지낼 방까지 데리고 가는 와중에도 옆에 따라붙어서는 자기 스승을 놀리고 있었다.

        

       “그런 번잡한 곳에 직접 오신 것은 스승님이 아니십니까.”

        

       “…….”

        

       제니퍼의 그 말에는 할 말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더 말해봐야 말리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검성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지낼 곳이 어디냐?”

        

       대신 나한테 그렇게 물어왔다.

        

       “……황궁입니다.”

        

       내 대답에 검성의 표정이 더 볼만해져서, 나는 그 뒤에 얼른 덧붙였다.

        

       “일단은 임시로 그곳에서 지내시고, 조만간 황궁 바깥에 거처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

        

       “어휴, 스승님께서 지내시기에는 황궁보다 나은 곳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전 전쟁에서 그렇게 큰 공을 세우시고는—”

        

       검성의 수도가 바로 날아들었지만 제니퍼는 옆으로 슬쩍 피했다.

        

       “조용히 와서 지내겠다는 계획은 완전히 틀려먹었군.”

        

       허공을 가른 자기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검성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음,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할까?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제이든이었다.

        

       원인이 나한테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렇게까지 상황이 흘러오게 된 건 다 제이든 탓이다. 신나서 제도에 상황을 알리지만 않았다면 적어도 검성이 이렇게 화가 날 일은 없었겠지!

        

       “좋다, 그럼.”

        

       검성은 갑자기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제자들 근처에서 지내게 된 것,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너희를 가르치도록 하마.”

        

       “…….”

        

       목소리도, 표정도, 아까 찡그리고 있을 때보다 훨씬 평화로웠는데—

        

       —지금까지 보았던 검성의 그 어떤 표정보다도 화나 보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본능적으로 뭔가 느끼고 있는 내 옆에서, 제니퍼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너희들, 큰일 났네.”

        

       “…….”

        

       “저 상태의 스승님은 ‘진심’이니까. 실비아, 감사하게 생각해라. 어쩌면 너의 검술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기회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내 몸은 폭발에 휘말린 것처럼 너덜너덜해지겠지.

        

       “아, 그러면 저는 저희 영지에 볼일이 있어서—”

        

       “그게 무슨 소리냐?”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나조차도 무언가를 느꼈을 정도니, 원래부터 검기를 연마하던 레오는 그보다 훨씬 더 확실하게 목숨의 위협을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검성은 레오를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다른 제자들이 교육받고 있을 때 네놈 하나만 빠지는 게 말이 되겠느냐? 남은 방학 동안 나와 같은 오두막에 지내면서 실력을 갈고닦으려고 하던 너의 계획은 어디로 갔느냐?”

        

       그리고 검성은 나와 앨리스 쪽을 보면서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황궁에 남는 방 하나 정도는 더 있겠지? 황궁이 아니더냐?”

        

       “…….”

        

       음.

        

       아무래도 이 사람, 진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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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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