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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석양이 진다 : 제임스와 퀵드로우 대결에서 승리하고 6층 클리어]

       

       황야의 건맨 제임스는 대부분의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있어서 벽이었다. 영창 없이 쏘아지는 강력한 위력의 탄환과, 시간을 지체할수록 다가오는 즉사기의 압박.

       

       더하여, 그는 기믹 섞인 보스였다.

       

       회전초가 굴러다니는 황량한 황무지, 진입 시점에서 태양은 중천에 떠 있다. 제임스는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총격이나 올가미 던지기 등, 다양한 패턴을 써 온다.

       

       갑자기 맵 저편으로부터 물소 떼가 돌진하는 등의 시간 벌이용 패턴도 첨가되어 있다. 올바른 위치에서 대기하지 않으면 휩쓸리고야 만다.

       

       시간이 흐를수록 해는 점점 기울어 지평선 아래로 잠기게 되는데, 그때 서부풍 BGM이 낮게 깔리며 전장 전역에 즉사기가 날아온다.

       

       맞으면 죽는 마탄을 쏘아대는 것이다.

       

       그러니 소위 말해서 ‘딜컷’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었다.

       

       여러 패턴을 돌파하면서, 즉사기가 날아오기 전에 제임스의 머리와 목을 분리시켜 주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제임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간절하다고 없는 딜이 생기지는 않는 법이니.

       

       적어도 파티 중에 우화의 경지에 들어선 인물이 있든가, 아니면 쪽수가 많아서 찍어 누를 수 있어야 했다.

       

       6층 황야의 건맨 제임스 // 11분 (MVP : 타라)

       

       베네트 파티는 타라의 딜찍누로 통과한 바 있었다.

       

       탑 공략조 여섯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논의를 시작했다. 엔버스와 루나가 모여 앉았고, 나머지 넷이 모여 앉았다. 넷 중에 셋은 딱 달라붙어 있었다.

       

       우선은 조건의 해석부터가 문제다. 시련의 탑은 친절하게도,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도전과제 조건을 알려주었지만⋯⋯.

       

       “퀵드로우라는 게 뭘까, 베네트?”

       

       -빨리 뽑는다는 말이라고는 적혀 있지만, 발도술로 싸우라는 뜻은 아니겠죠?

       

       “빨리 뽑는다라⋯⋯ 베네트, 가서 빨리 뽑아볼까?”

       

       -둘이서 하면 더 빨리 뽑힐 것 같아요, 베네트.

       

       “⋯⋯너희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건데. 아카데미 교칙상 그런 거 금지라니까?!”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미묘하고 야리꾸리한 분위기에 셀비어가 기겁했다. 뭐어냐 이건. 저 녀석들은 벌써 어른의 계단을 올랐다는 말인가. 니오레⋯⋯ 대체 언제?!

       

       그러나 그 핑크빛 분위기를, 베네트는 익숙하다는 듯이 받아넘기며 말했다.

       

       “물어보면 될 것 같군.”

       

       “⋯⋯누구에게 물어본다는 것이오?”

       

       “당연히, 황야의 건맨 제임스에게다.”

       

       “그 발상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소만⋯⋯.”

       

       도전과제 대상에게 도전과제에 대해서 물어본다는 발상. 그러나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도전과제가 탑의 주민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바라는 쪽은 그쪽. 

       

       “직접 들어보도록 하지.”

       

       “그대는 진짜라고 말했고, 나 또한⋯⋯ 8층은 진짜라고 믿소만. 시련의 탑이 그냥 환상 마법일 수도 있잖소.”

       

       “이게 환상이라고 하더라도다. 미친 마법사는 행동이 괴상할 뿐 합리적인 사람이야. 그가 퍼즐을 냈다고 하자.”

       

       답문승계도 촉수미궁도, 그 외에 이어진 여러 수업들도 전부, 공략 방법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이 시련의 탑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딘가에는 정답이 있다. 그리고 그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라면, 도서관의 고문서를 뒤지는 것보다는 간편한 방법으로 정보를 심어뒀으리라.

       

       “혹은 6층의 어딘가에 쪽지라도 숨겨져 있겠지.”

       

       -그러면 우선 들어가 볼까요? 해보고 생각하면 되는 거니까.

       

       “그래. 서두르지.”

       

       파티는 시련의 탑으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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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 위에 카우보이 모자를 쓴 사내가 입에 시가를 물고 짝다리로 서 있다. 무학적으로는 빈틈투성이의 자세였지만, 그의 화력은 대부분 권총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니 주의해야 할 것은 그의 손이다. 전체적으로 느슨해 보이는 자세이지만, 그의 손가락과 팔 근육만큼은 예민한 긴장으로 힘이 들어가 있다. 그는 언제나 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상대가 공격해 오는 순간, 제임스 역시 공격을 시작한다.

       

       이 묘한 공백을 다른 파티들은 선제공격으로 소모했고, 베네트 또한 그랬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베네트는 칼을 뽑지 않고 빈손으로 몇 걸음 다가갔다. 제임스의 눈에 흥미가 스친다.

       

       베네트는 권총을 쥐고 빙글빙글 돌리는 제임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퀵드로우 대결이 뭐지?”

       

       “아, 쇼다운! 관심 있나? 아니, 자네는 관심이 있어야 해. 간만에 군침이 도는군. 그건 서부의 신성한 의식이지. 배짱과 기술이 필요한 대결이야.”

       

       제임스는 크게 반색하며 서부의 결투에 대해 알려주었다. 서로를 마주 본 두 사람. 상대를 빠르고 정확하게 쏘아 맞춘다. 초탄으로 끝내지 못하면 낭만이 없다.

       

       베네트는 주의 깊게 룰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이면 그걸로 승부를 내고 싶은데.”

       

       “아, 그래! 그게 바로 진정한 승부지! 황무지에서 나고 자란 사나이는 갈 때도 멋있게 가야 해. 총은 있나?”

       

       “그 천둥소리가 울리는 아티팩트를 말하는 거라면, 없다만.”

       

       “원주민처럼 말하는군. 좋아 형씨. 총은 내가 빌려줄 테니까 놀아 보자고.”

       

       “⋯⋯⋯⋯!!”

       

       셀비어는 부드럽게 풀리는 전개에 벼락 맞은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그 꼬장꼬장한 드워프를 말로 구워삶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니, 아니야. 안 됐겠지. 얼마나 꼬장꼬장했는데⋯⋯.”

       

       셀비어는 신 포도 메타로 미련을 지웠다. 그리고 발리스타 세 발 동시 타격은 죽이게 멋지지 않았는가. 그러면 된 거다. 그러면.

       

       제임스는 베네트에게 권총 한 자루를 빌려주었다.

       

       그러더니 옷을 벗어, 사이사이에 있는 강철 판과 아티팩트를 하나하나 빼놓기 시작했다. 방호 부적, 충격 감소 역장 생성기, 자동 회복 아티팩트⋯⋯.

       

       베네트 또한 갑옷을 벗어 던지고 결투를 준비했다. 그의 로망에 어울려주자 제임스의 표정은 함박웃음으로 가득했다. 미친 마법사도 웃었다.

       

       나머지 일행은 관전석(적당히 높은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까지도 줄줄이 쏟아져나오는 제임스의 탱킹 장비에 타라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거의 작은 탑을 쌓을 정도의 물량이었다.

       

       “어쩐지 더럽게 단단하더라.”

       

       -되게 짜증 내면서 때리셨었죠?

       

       “응, 회한만극으로 빨 것도 없었어서. 그냥 열심히 때리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짜증 나잖아!”

       

       -그래도 10분 정도밖에 안 걸렸잖아요. 그때 멋있었어요, 타라.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며 담소를 나누는 타라와 니오레를 바라보며, 셀비어가 슬쩍 끼어들어서 물어봤다.

       

       “저기⋯⋯ 걱정 안 돼?”

       

       -아, 셀비어. 걱정이요?

       

       “베네트 말이야. 물론 시련의 탑에서는 다쳐도 괜찮지만, 나였으면 그래도 조마조마할 것 같아서⋯⋯.”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래. 셀비어라고 했나? 우리는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어도 괜찮아.”

       

       타라는 셀비어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편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반면에 니오레는 어떤 아티팩트를 꺼내 들었다. 통신장비? 셀비어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물음표를 띄웠지만, 일단은 앉았다.

       

       서부의 결투가 시작됐다.

       

       베네트와 제임스 사이에 회전초가 구르고, 모래 섞인 바람이 코트에 스친다. 

       

       처음 경험하는 학생이었다면, 총기를 다루는 법을 배우기 위해 두세 번은 죽어야 했겠으나. 그는 이세계에서의 경험으로 조작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물론, 능숙하지는 않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총을 쏘는 제임스와 비교하면, 양자 간에는 커다란 테크닉의 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니오레가 믿는 구석이거든.”

       

       -까먹지는 않았죠, 베네트? 23, 47, 59, 페인트, 42, 17, 격발.

       

       텔레파시를 통해 들려오는 정교한 지시. 베네트는 니오레의 명령에 따라 쏘았다. 격발음이 약간의 텀을 두고 겹쳐서 울렸다.

       

       탕, 타앙──!!

       

       매캐한 화약의 냄새와 함께 정적이 흘렀고.

       

       베네트는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주저앉았으며, 제임스는 정수리에 구멍이 난 채로 뒤로 넘어갔다. 타라는 치유를 위해서 베네트에게 달려갔다. 

       

       탑을 나가면 상처는 사라질 터였으나, 치유를 빌미로 치근덕거릴 속셈이라서 그랬다.

       

       엔버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우리도 해낼 수 있었을 거요.”

       

       “아니.”

       

       “해낼 수 있었소. 그대가, 저⋯⋯ 니오레처럼 제임스의 움직임을 읽어주고. 내가 베네트처럼 쏜다면⋯⋯!”

       

       “바보.”

       

       루나는 양손으로 크기가 다른 원을 그렸다. 스펙 차이는 어쩔 수 없다는 뜻이었다. 방금 전의 사격은 피지컬이 필요 없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공정한 전투가 아니었어요. 그렇죠?

       

       “응.”

       

       -베네트가 받은 총은 위력이 낮았고, 제임스가 모든 방어구를 뺀 것도 아니었거든요. 얼핏 보면 정정당당한 1대1 대결이었지만⋯⋯ 저울은 제임스 쪽으로 기울어 있었으니까.

       

       “거기서, 피지컬.”

       

       베네트의 우화 호원(護願)은 마음의 검이다. 역소환과 소환이 자유로웠으므로, 그는 피탄되는 순간 잠깐 검을 소환해서 방패막이- 경사 장갑으로 썼다.

       

       그리고.

       

       -하늘로 튕겨 나간 제임스의 마탄을, 제가 마법으로 한 번 더 도탄시켰어요. 되돌려 준 거죠. 그는⋯⋯ 시간이 지나면 즉사시키는 마탄을 쏘니까. 이번 승부에서도 그걸 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정수리에 맞음. 이마가 아니라.”

       

       순식간에 일어난 승부의 전말이었다.

       

       시련의 탑 6층 클리어.

       

       ===============================================================

       

       

       ▲ 베네트

       

       ▲ 엔버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래요, 압니다 마이 프렌즈. 고봉밥은 어디 갔느냐고 물으시겠지요. 하지만 쌀이 물에 다 젖어버리고야 말앗습니다⋯⋯.
    슴슴할까봐서 어제 담근 마늘쫑을 함께 담았습니다. 내일은 날씨가 맑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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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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