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39

       * * *

       

       

       

       마흐노가 자살한 것은 우리 측 군대만이 아는 거 같은데. 그렇다면 이건 조작할 수도 있다.

       

       

       “그런 자라도 후에 신봉할 작자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흐노의 자살은 비밀로 부치고 죽어도 되는 범죄자 중 마흐노를 닮은 자들을 골라 마흐노로 변장시킨 다음 재판에 보내고 다른 마흐노의 측근들과 함께 처형합시다. 괜히 의심 받을 수 있으니, 차르인 제가 빨갱이들이 얼굴을 보기 싫다는 이유도 붙이고요.”

       “오, 그거 좋은 방법이군요.”

       “그리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마흐노 이놈이 진짜 괘씸하거든.

       

       이거 잘 생각해 보라.

       

       자기 집무실에서 자살한 이유가 무엇인가?

       

       자기는 러시아 침략자로 인해 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이렇게 포장하려 한 거 아니냐고.

       

       다시 말하지만 이건 변수가 있다.

       

       실제로 위원회 체제도 제대로 갖췄고, 여기에 이어 집단농장정책도 농민의 반발로 좀 힘들 뿐 이뤄지기만 했다면 성과는 있었다. 이런 식으로 대충 평가될 수도 있잖아.

       

       원래 위인마다 재평가하기도 하니까.

       

       마흐노를 위인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빨 놈들을 빨 거다.

       

       후대가 아닌 지금 말이지.

       

       공산주의를 선전할 공산독일도 있고 전 세계 아나키스트들도 있다.

       

       당장 베니토 무솔리니도 마지막은 주유소행이었으나, 후대에 이르러서는 이탈리아 우익들에 의해 빨리고 있잖아.

       

       미래에 만에 하나라도 우크라이나 사정에 따라 마흐노가 다시 빨릴 수도 있고.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런 걸 사전에 방지해야지.

       

       그렇다면 이건 좀 생각을 달리할 필요 있다.

       

       마흐노에게 그러면 여자 속옷도 입히는 것은 어떨까?

       

       발견된 마흐노는 여자 옷과 속옷을 입었다. 이런 식으로 하지.

       

       대충 그 체카요원들에게도 증언하라고 하면 되고.

       

       나는 손을 들고 말했다.

       

       

       “혹시 모르니 가짜 마흐노에게 여자 속옷도 입히죠. 발견될 때, 집무실에서 여자들을 안고 머리에 속옷을 쓰고 있었다고 합시다.”

       “““예?”””

       

       

       두마의 의원들이 다들 동요하고 있다.

       

       그렇지. 갑자기 여성의 속옷이야기가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하지만 내 말을 끝까지 들으면 재밌을 것이다.

       

       

       “후대는 모르지만, 지금 시대에는 마흐노 말고 아나키스트들이 있고, 공산독일도 있습니다. 그들이 헛소리하지 못하게 변태로 낙인 찍읍시다.”

       

       

       그렇게 하면 굳이 공산독일이나 아나키스트들이 마흐노를 가지고 뭐라 하지는 못할 거다.

       

       여자 속옷을 입고, 사진까지 찍는다.

       

       그것이 사진에 걸리면 감히 카를 리프크네히트나 무솔리니가 뭐라 하겠나?

       

       아나키스트들도 덤으로 죽은 마흐노를 손가락질할 거다. 

       

       

       “그렇게 해야 마흐노는 후대에 조금의 재평가 없이 그냥 변태가 될 것이 아닙니까.”

       

       

       여자 속옷을 입는 변태가 일을 제대로 할 리 없으니.

       

       조금의 재평가 없이 그저 변태로 낙인찍히면 그걸로 되겠지.

       

       

       “그거 재미있을 거 같군요.”

       “그렇게 되면 저 공산독일이나 이탈리아도 마흐노를 두둔하거나 순교자라고 편을 들어 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무리 부모도 위아래도 없는 공산주의자놈들도 여자에 미친 변태를 편들어 주진 않겠죠.”

       

       

       결국 이 현실에서 조차 편을 들어 줄 사람도 없을 터다.

       

       원래 역사와 비교하면 어떤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죽어서도 엄청 욕먹을 거 같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괜찮죠? 뭐 우리 보고 침략자라고 하거나 그런 사람은 없습니까?”

       “마흐노의 측근들을 제외하면 없습니다.”

       

       

       마흐노의 측근이라고 해도 붙잡히면 죽을 수밖에 없는 놈들만 그랬겠지.

       

       어차피 죽게 된다면 저항하다 죽겠다 그걸 테니까.

       

       

       “당분간은 우크라이나 동부를 재건한다는 명목으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세금감면이나 혜택 좀 주세요. 마흐노와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줘야 하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주변국 반응은 어떻습니까?”

       

       

       나는 외교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런 건 주변 반응이 중요하다.

       

       러시아를 보라. 우크라이나 공격했다가 온갖 욕을 들어 먹었잖아.

       

       러시아편을 든 나라는 레드팀의 딱 야비한 동네 깡패국가들만 있고.

       

       이쪽 세계에서 우리가 먹은 우크라이나는 무정부주의 아나키즘 놈들이니까 괜찮지 않나?

       

       

       “영국은 오스틴 체임벌린을 보내 아주 약간 우려를 표하긴 했습니다만, 곧 공산독일을 이유로 대답할 예정입니다.”

       “그렇긴 하죠.”

       

       

       영국 처지에서는 서우크라이나가 걸린 일이니 우리에게 불만을 뱉을 수 있지만, 그뿐이다.

       

       애초에 이미 마흐노의 자유지구 성립부터가 영국이 러시아의 땅으로 묵인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영국이 바보도 아니고 굳이 ‘무정부’를 봐준 이유가 무엇인지 알만하지 않은가.

       

       이미 저번에도 서우크라이나 관련해서 따진 적도 있으니 불만 있어도 아무 말 못 할 것이다.

       

       

       “공산독일은 격렬하게 항의하며 제국주의자 차르가 기어이 우크라이나 공산주의의 씨를 짓밟았다며 반러 성명을 했습니다.”

       “흐으음.”

       

       

       뭐 그쪽은 예상했으니 됐고.

       

       빨갱이들은 빨갱이들끼리 놀게 하면 된다. 

       

       이제 반쪽짜리라도 우크라이나의 반을 합병하는 것이다.

       

       그쪽 인구수와 조금이라도 산업력을 얻는다면 나쁘지 않겠지.

       

       딱 생각해 보니 지금 러시아가 하는 일이 집단농장으로 화가 난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좋을 것이다.

       

       기존의 혜택은 일단 뒤로하고.

       

       마흐노의 최고노동위원회가 다 뜯어간 지주의 권리를 돌려주면 어떻겠나?

       

       다음은 토지관리부 장관.

       

       

       “지주들에게 땅은 다 돌려 줬습니까?”

       “예. 최고노동위원회가 뜯어간 것을 다 돌려주니 자영농들이 꽤 늘었습니다.”

       “그럼, 러시아령 우크라이나 자치공화국을 설립하고 그 지역에도 젬스트보를 설치해서 지주들의 권리를 인정해 줍시다.”

       

       

       젬스트보(지방의회)가 지주, 농민공동체, 도시민 계층이 3년 임기의 의원을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한마디로 지금껏 농민들을 탄압하던 마흐노와 정반대의 정책이나 다름없다.

       

       말이 집단농장이지 마흐노란 폭군이 멋대로 농민의 권리를 뜯어갔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민심은 나락을 갔고, 내가 그것을 해방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거든.

       

       러시아합중국의 통치를 받아들이겠지.

       

       더군다나 지금 합중국의 젬스토보는 기존의 젬스트보와 다르게 거의 필요성이 있는 합중국 지역에 다 설치되어 있고. 국가적인 사안에도 관여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 귀족들의 반발이나 제정시절의 한계로 인해 젬스트복 가진 족쇄가 풀린 것이다.

       

       

       “예. 폐하. 이미 그쪽에 파견될 주지사와 지역 장관도 준비했습니다.”

       “귀족 출신은 아니겠죠?”

       

       

       우크라이나 자유지구는 이제 막 우리에게 편입되었다.

       

       젬스트보가 좀 더 폭넓게 개혁되면서 합중국 내 공화국에서 도시두마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귀족들이 들어가면 지들이 죄다 지방 출신들은 제한 먹일 게 뻔하다. 

       

       

       “예. 폐하.”

       “아마 반대급부로 러시아의 통치를 환영할 테니, 이참에 서우크라이나는 노리지 않더라도. 홍보는 제대로 해야죠.”

       

       

       서우크라이나는 노리지 않아도, 러시아가 이렇게 통치를 잘한다.

       

       이걸 보여 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친영 괴뢰국인 서우크라이나에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이 이쪽에 동조할 수도 있고. 나중에 서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를 지지하게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폐하. 발트 국가 쪽에서 좀 잡음이 있습니다.”

       

       

       총리 크리보셰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발트국가라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아닌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가 뭐 문제 있습니까?”

       “벨라루스는 볼셰비키가 꿀꺽한 것을 우리가 거저 먹은 거라 해도 우크라이나는 브레스트 리토프스크 조약으로 뜯긴 곳을 우리가 되찾은 것인 만큼 발트 국가들이 러시아의 침공이 있을까 두려워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요?”

       

       

       생각해 보니 그렇지.

       

       우리가 자유지구를 두들겨 패는 동안, 한때 러시아에 속했던 발트국가들이 어떻게 보겠는가.

       

       기껏 동네 일진이 병에 걸려서 편하게 학교생활 하는데, 다시 그 일진이 다른 꼬봉을 다시 두들겨 패고 커지고 있다면 좀 그렇지. 

       

       

       “영국의 외무장관도 그 점에 대한 우려도 표했습니다.”

       

       

       뭐 그쪽을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불안 해한다고 한들 우린 그럴 생각도 없지 않나.

       

       발트국가들 체급을 생각하면 불안 해하는 것이 이해가 가긴 하지만. 러시아는 진짜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발트국가 해안이 좀 아쉽긴 하지만 러시아 합중국을 이루는데 발트국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판도적으로 있으면 좋기는 한데, 아쉽네. 이런 수준이지.

       

       솔직히 베르몬트가 잘했으면 발트를 온전히 쥐였을지도 모르지만. 발트 가지고 협상할 만한 상황이면 모를까 지금은 좀 힘들지.

       

       튀르키예에서 뜯어넨 폰토스그리스나 콘스탄티노플이 훨씬 더 이익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려 폰토스 그리스인들도 전부 러시아에 합류한 것이니까.

       

       

       “흠, 우리는 이미 동로마 강역도 회복했고, 굳이 발트로 진출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예, 굳이 영국과 충돌할 일이 아니라면 발트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다면야 신경 쓸 필요도 없지.

       

       괜히 우리는 절대 발트로 가지 않아요! 확답을 주는 것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잖아.

       

       우리는 발트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적당히 아니라고만 대답해줍시다.”

       “적당히 말입니까?”

       “우리가 뭐 안심시키려고 해도 어쩌겠습니까. 행동으로 보여 줘야죠. 애초에 동우크라이나는 영국라인이 아닌 무정부 지대라 우리가 먹은 거라고, 딱 이 정도만 해도 되죠. 어차피 발트 쪽에 분쟁 일으키던 베르몬드의 서러시아 백군도 동프로이센에 있지 않습니까?”

       

       

       발트 쪽 국경에 군대가 많이 주둔한 것도 아니다.

       

       어쨌든 친영라인 국가들이기도하고. 발트를 건드리면 영국과 싸우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발트도 생각이 있으면 지금 영국이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알 것이다.

       

       신문에서 대문짝만하게 패전한지 얼마 안 된 독일에 굴복했다.

       

       이렇게 나왔으니 발트 국가들은 두려울 것이다.

       

       러시아가 영국을 무시하고 자기들을 노리지 않을까 하는 뭐 그런 거.

       

       

       “그렇습니다. 폐하. 저들이 그래도 불안 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크라이나를 먹은 이상, 당사자인 영국도 좀 그렇겠지.

       

       아닌 말로 지금 아, 공산독일 확장 막으려면 발트도 먹어야 함! 하고 당당하게 발트로 군대 보내면 영국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무리하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방공협정은 분열되는 격이고 우리의 빨갱이 독일만 기뻐서 춤을 출 것이다.

       

       영혼의 파트너 공산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공산주의 가면을 쓴 이상, 한동안은 독일과 한 배를 탈 것이고.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한다면 행동으로 보이면 되니, 그냥 무시하거나 돌려 말하는 것이 최고죠. 그래. 우리는 동로마의 회복이 우선이지 발트는 아니라고만 합시다.”

       

       

       적백내전에서 백계 러시아의 승리, 콘스탄티노플 회복, 이후 내전의 상흔에서 일어난 러시아인들은 로마의 후손이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하여 러시아합중국은 로마 3제국이라고도 불린다.

       

       즉, 고려가 고구려의 고토를 회복하겠다는 이유로 국시에 북진을 단 것처럼, 로마의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이유로 3제국이라고 불린다.

       

       이것으로 이유로 들먹이면 되는 거지.

       

       

       “확실히 콘스탄티노플도 회복하였으니, 그리하면 영국도 안심하겠습니다만.”

       

       

       이게 그렇다니까?

       

       우리야 군대를 직접 끌고 발트로 갈 것도 아니다.

       

       발트를 잃은 건 아쉬운 일이지만, 굳이 영국과 척을 지거나, 다시 러시아가 팽창주의를 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 이건 좀 그래.

       

       안 그래도 콘스탄티노플과 동로마의 강역인 아나톨리아 땅도 좀 회복했다.

       

       동로마제국의 후신인 몸으로서 지중해 국가들에 관심을 보이지 발트는 아니다.

       

       

       “폐하. 그럼 나중에 튀르키예나 그리스를 노릴 생각이십니까? 더군다나 영국의 지중해 함대도 우리를 견제할 수 있지만.”

       

       

       아, 이게 또 그렇게 이어지겠구나.

       

       그건 아니지.

       

       

       “그리스는 우리가 노리기보다 튀르키예, 불가리아 등에게 얻어맞을 처지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튀르키예를 취하기는 힘들죠. 애초에 무력으로 동로마 강역을 회복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스만이 아나톨리아를 통치하고 수백 년이 지났다.

       

       다시 러시아가 그 아나톨리아를 싹 점령하고 전부 동화 작업을 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그럴 바에는 평화롭게 같은 세력권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독일과의 전쟁은 유럽의 판도를 뒤바꿀 겁니다. 우리가 주도해서 독일을 무너뜨리면 방공협정 국가 중, 동로마 강역에 포함된 나라들이 우리를 따르지 않겠습니까? 그때 새로운 세력을 만들면 되죠. 로마 조약기구. 좋지 않습니까? 그렇게 해서 경제를 통합해 버리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로마라고 할 수 있겠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로마 질서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퇴고하느라 몇 분 늦었습니다. ㅠㅠ

    내일은 작가가 좀 멀리 떠나서 휴재는 아니지만, 퇴고가 좀 더 늦어질지도 모릅니다.

    휴재는 절대 없도록 할게요!

    60만 조회수 넘었습니다! 100만까지 화이팅!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