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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한편 나아아 관객석.

         

       우승을 차지하고 기뻐하는 딸의 모습을 맨 앞줄에서 직접 보고 있던 예린의 부모 두 사람은 경사임에도 착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어두운 표정의 예린 엄마였다.

         

       “여보….”

         

       “…….”

         

       “아무래도 예린이한테 말해줘야 되지 않을까요? 예린이 우승하고 저렇게 좋아하는데….”

         

       “…….”

         

       “나중에 알면 분명 실망이 클 텐데요….”

         

       예린 엄마의 말에 예린 아빠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한데…, 일단은 비밀로 하기로 했으니 비밀로 해야죠.”

         

       “아….”

         

       여태껏 두 사람은 자신의 딸을 뜯어먹으면서도 아무런 죄의식도 없었다.

         

       그런 두 사람조차 지금은 자신들의 선택이 선을 넘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자신의 딸에게 미안한 마음을 잠시 품고 있던 그때였다.

         

       뚜르르.

         

       예린 엄마는 벨소리가 울린 자신의 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누나!]

         

       바로 그녀의 동생 즉 예린이의 외삼촌이었다.

         

       [나 지금 합의 잘 끝내고 나왔어. 고마워!]

         

       “…그래.”

         

       [내가 누나랑 매형한테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해야 되는데 지금 어디야?]

         

       “아…, 예린이 무대 보러 왔어.”

         

       [아, 맞다. 예린이 오늘 프로그램 마지막이라 그랬지? 오랜만에 예린이 얼굴이나 한 번 보러 갈까?]

         

       “됐어. 예린이가 너 싫어하는 거 잘 알잖아.”

         

       [크크, 그렇지.]

         

       그렇다.

         

       예린이는 자신의 외삼촌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것은 예린의 외삼촌이 쓰레기 중에 쓰레기였기 때문이었다.

         

       예린의 외삼촌은 할 줄 아는 건 쥐뿔도 없으면서 누나를 따라 뛰어난 외모를 갖고 태어났다.

         

       이에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들을 후리고 돈을 뜯었다.

         

       조금만 아양을 떨어도 돈 많은 여자들이 앙앙대며 그를 싸고도니 그는 젊은 시절부터 방탕하고 오만한 삶을 살았다.

         

       옷은 오로지 명품밖에 안 입었고 누구와 시비가 걸리면 참지 않고 폭력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삶은 결국 한계가 있는 법.

         

       예린의 외삼촌은 이번에 여자를 껴안으며 위험하게 운전을 하다가 차 사고를 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운한 사실이 있다면 상대 차가 무척이나 비싼 외제차였다는 것.

         

       상대 측에서는 어마어마한 합의금과 차 수리비를 요구했고…, 이는 허영심만 가득한 예린의 외삼촌이 배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에 그는 자신의 누나에게 손을 벌렸다.

         

       그리고….

         

       예린의 부모는 어디선가 돈을 구해 합의금을 대신 내줬다.

         

       [혹시 예린이 아이돌 망하면 우리 가게로 보내! 예린이 정도면 진짜 한 달에 몇억은 껌이야! 아니지, 한 달이 뭐야? 며칠만 구르면….]

         

       “야 이 자식아! 그게 하나뿐인 조카한테…, 심지어 성인도 안 된 애한테 할 말이야?”

         

       [아…, 크큭, 당연히 농담이지, 농담. 뭐 어쨌든…, 이번에는 진짜 고마워 누나! 덕분에 깜방 안 가게 됐네. 매형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주고!]

         

       “그래…, 알았어.”

         

       [엉, 그러면 다음에 보자. 바이~]

         

       뚝.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예린 아빠가 예린 엄마에게 물었다.

         

       “처남이죠? 합의 잘 마쳤대요?”

         

       “네, 잘 끝났다네요. 하아…, 괜히 이놈 때문에 예린이한테 미안하게 됐어요.”

         

       예린 엄마가 얼굴을 찌푸리자 예린 아빠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예린이는 착하니까 이해해 줄 거예요. 무엇보다 이건 ‘가족’의 일이잖아요?”

         

       “하아…, 네. 예린이는 착하니까 용서해주겠죠?”

         

       “그럼요. 요즘은 화도 많이 풀렸으니…, 저희가 조금만 빌면 분명 용서해 줄 거예요.”

         

       두 사람은 지난 19년간 무슨 짓을 저질러도 자신의 딸에게 용서받지 못했던 적이 없었다.

         

       이에 이번에도 그들은 예린이가 두 사람을 용서해 줄 거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그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든 말이다.

         

         

         

         

       **

         

         

         

         

         

       촬영이 끝나고 나는 무대 위에서 참가자들의 축하를 연이어 받다가….

         

       “유진아, 데뷔 축하해!”

         

       “혜정 언니도요! 너무 축하해요!”

         

       “유정아, 나는 네가 데뷔할 줄 알았어!”

         

       관심이 잠시 다른 루키즈 멤버들에게 향한 틈을 타 백스테이지로 내려왔다.

         

       다른 사람들의 축하 인사는 너무 기분 좋고 고마웠지만…, 격한 무대의 여파로 몸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얼른 환복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대기실로 향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음? 설 언니?”

         

       “…….”

         

       나보다 먼저 무대를 빠져나온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유 설이었다.

         

       유 설은 무대에서 대기실로 가는 백스테이지 중간에서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가가니….

         

       “…예린아.”

         

       “……?”

         

       유 설이 혼이 빼앗긴 사람처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는 곧 그녀의 말을 통해 유 설이 왜 이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우리 엄마 수술비 내준 거…, 정말 예린이 너야?”

         

       “…….”

         

       나는 그때 어젯밤 강형만이 메시지로 보내준 내용을 떠올렸다.

         

       [내일 유 설 그 아이 어머님의 수술비를 처리하고 내가 직접 그 아이에게 말을 전하마.]

         

       유 설한테 말을 해준다더니 벌써 해준 건가.

         

       이미 경연도 다 끝났고 숨길 것도 없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예요.”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너희 집 부자야?”

         

       “그건 아니고….”

         

       내가 유 설 어머님의 병원비로 낸 돈은 다름 아닌….

         

       “제 회사 계약금이에요. 나아아 출연 전에 사장님이 주셨던 건데…, 잘 가지고 있다가 이번에 썼어요.”

         

       형제기획에 들어올 때 강형만에게 받은 계약금이었다.

         

       처음 강형만이 내게 줬던 돈은 5000만원.

         

       하지만 나는 올해 비트코인이 또다시 고점을 찍는다는 걸 알았고…, 이를 이용하여 5000만원을 7000만원까지 불렸다.

         

       ‘좀 더 놔뒀다면 1억까지도 능히 갔겠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이를 유 설 어머님의 병원비로 냈다.

         

       이것저것 밀린 병원비에다 긴급 수술비 그리고 앞으로 내야 할 돈까지 미리 다 수납하니 7000만원은 금방 동떨어졌다.

         

       “…….”

         

       내 회사 계약금을 병원비로 냈다는 말에 유 설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그녀는 마치 보름달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어깨를 떨면서 내게 물었다.

         

       “나, 나한테 왜 그렇게까지 아니 그보다….”

         

       “네, 말하세요.”

         

       “탓하려는 건 아닌데…, 어째서 이 모든 걸 경연이 다 끝나고 말한 거야? 어째서 경연 전에 내게 미리 알리지 않은 거야…?”

         

       “…….”

         

       왜 경연 전에 내가 병원비를 냈다는 말을 하지 않았냐….

         

       이것은 그리 할 수 밖에 없었던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혹시 언니가 그것 때문에 마음이 약해지실까봐요.”

         

       “…….”

         

       “마지막까지 언니랑 치열하게 경쟁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병원비를 대신 냈다는 걸 알렸다면 언니는 제게 우승을 내주려고 했겠죠.”

         

       하지만 내가 병원비에 대해 일절 말을 하지 않았기에 유 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무대에 나섰다.

         

       “실력을 모두 끌어낸 언니의 무대를 보고 싶었어요.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미리 말 못 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 꺅!”

         

       타닥, 폭.

         

       내가 말을 마치기 전에 유 설이 달려와 내 품을 강하게 껴안았다.

         

       꽈악.

         

       어찌나 가깝게 밀착했는지 유 설의 심장소리가 내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보다 키가 많이 작은 유 설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몸을 떨었다.

         

       내 가슴팍이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네가…, 네가 너무 미웠어…. 나랑은 다르게…, 너무 빛이 나는 네가 미웠어….”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는 듯 유 설이 흐느끼며 말을 이었다.

         

       “나랑은 다르게 온 세상의 사랑을 다 받는 것 같은 네가 미웠어…. 할 수만 있다면 끝까지 너를 미워할 생각이었어….”

         

       그 어른스럽던 유 설이 떼를 쓰듯 울면서 소리친다.

         

       이에 내가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아직도 제가 미우세요?”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러면 지금은 제가 어때요? 직접 입으로 말해주세요.”

         

       유 설은 눈물범벅이 된 채로 내 가슴을 아프지 않게 콩콩치며 외쳤다.

         

       “이 나쁜…!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꼭 대답을 직접 들어야 성이 차겠니? 네가 좋아…! 네가 좋다고…!!”

         

       겹겹이 쌓여 있던 유 설의 가면 너머 얼굴은 참으로 바보 같고 순진했다.

         

       유 설은 그 바보 같은 얼굴로 나를 마저 껴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고마워…, 고마워어….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영원히…, 무슨 일이 있어도….”

         

       그때였다.

         

       띠링.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내 품에 얼굴을 부비는 유 설의 머리 위에 팝업이 떠올랐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유 설(주인공)을 권속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Y/n)]

         

       전에 4차 경연을 끝내고도 이런 알림이 왔었지.

         

       그때는 실패했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나는 씨익 웃으면서 흔쾌히….

         

       ‘Yes.’

         

       Yes를 속으로 외쳤다.

         

       [Yes를 선택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유 설을 권속으로 삼겠습니다!]

         

       [포획 중….]

         

       내가 예스를 외치자 전에 그러했던 것처럼 상태창에 모래시계가 나타나 돌아가기 시작했다.

         

       띠링!

         

       이내 경쾌한 소리를 내더니 빛으로 유 설의 몸을 덮는 상태창.

         

       그리고 곧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다.

         

       [유 설의 특성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특성 : 대호법(大護法) – 당신은 그분의 은혜를 받고 그분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분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의 능력, 당신의 몸, 당신의 감정…, 모두 다요. 마(魔)의 하늘이 이룩하는 날 당신은 그분의 발밑에서 모든 영광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특성 효과 : 나의 삶, 나의 ……. : 당신은 천마 특성 보유자와 함께 있을 때 모든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당신은 천마가 스킬을 사용할 때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천마를 향한 당신의 집착과 충성심이 대폭 상승합니다!]

         

       ‘역시 대호법(大護法)인가?’

         

       좌호법과 우호법이 나왔으니 대호법도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다.

         

       물론 대호법이 유 설이 될 거라 생각치는 못했지만 말이다.

         

       나는 서유진과 이혜정의 좌호법, 우호법 특성과 유 설의 대호법 특성 사이에 무슨 차이점이 있나 비교해 보았다.

         

       우선 특성 효과의 이름에서 다른 것이 보였다.

         

       서유진의 좌호법 특성 효과 이름은 ‘나의 하늘, 나의 주인’이었다.

         

       이혜정의 우호법 특성 효과 이름은 ‘나의 태양, 나의 주군’이었고….

         

       근데 유 설의 대호법 특성 효과 이름은 ‘나의 삶, 나의 ……’이다.

         

       ‘……의 의미가 뭐지?’

         

       궁금했지만 지금 당장 그것을 알 방도는 없어서 나는 다음으로 넘어갔다.

         

       좌호법 특성에서는 분명 집착이 상승했고 우호법 특성에서는 충성심이 상승했었다.

         

       하지만 대호법 특성은….

         

       ‘집착과 충성심 둘 다…?’

         

       꽈아아악-!

         

       나는 그제서야 나를 안고 있던 유 설의 팔이 전보다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에 순간 숨이 막힐 정도였지만….

         

       ‘뭐…, 괜찮겠지….’

         

       나는 서유진의 경우를 생각하며 괜찮겠지 생각하고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고마워…, 절대 잊지 않을게…. 절대로.”

         

       유 설은 그 사이에도 내 품에 끝까지 파고들며 얼굴을 부볐다.

         

       그렇게 유 설과 하나라도 된 것처럼 완벽하게 밀착해 있으니 내 가슴은 축축해지고 내 배는 따뜻… 아니, 뜨거워졌다.

         

       그리고….

         

       ‘…이상해.’

         

       …왠지 모르게 온몸이 간질거렸다.

         

       그렇다고 이게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어서 나는 그대로 유 설을 놔뒀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이나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나아아를 시작할 때 유 설과 이런 사이가 될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꼬옥.

         

       뭐 어쨌든…, 동료와 유대감이 깊어지는 건 좋은 일이니까.

         

       우승도 했고…, 마음에 맞고 유대가 깊은 동료들도 얻고….

         

       여러 고난이 있긴 했지만….

         

       내게 있어서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는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빚갚돌 1부 완결이 임박했습니다!

    **

    마루나루님 2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마루나루님을 위해서 12시간 연재를 하고 싶지만…. ㅠㅠ

    요즘 하는 일이 너무 바빠서 도저히 하루에 2편 쓸 틈이 없네요 ㅠㅠ

    나중에 시간이 널널해지면 1일 2연재 1일 3연재로 보답하겠습니다!!

    낙낙서서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낙낙서서님이 꾸준하게 코인을 후원해주시니 제가 얼마나 든든하고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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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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