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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영혼 결속 실험이 성공한 직후 수차례 검증을 마쳤다. 그로부터 알게 된 엄청난 사실이 하나 있다.

         

       “오러를 가진 사람과 마력을 가진 사람의 성공 확률이 높아요. 대부분 성공할 정도로요.”

         

       카자르는 보고서를 넘기며 말을 이었다.

         

       “같은 힘을 가진 사람끼리 결속해도 실패하는 건 아니지만 확률이 희박해요. 아마 둘의 힘이 충돌해서 발생하는 일이라 생각해요.”

         

       지금까지 실패한 이유는 영혼이 엮이며 결속하는 과정에서 같은 힘이 충돌해 실패했던 거였다.

         

       “같은 힘을 가졌어도 성공했던 경우는 둘의 성질이 같기 때문이겠죠. 오러에도 성질이 나뉘잖아요? 케일 씨만 해도 전류를 띠고 있고.”

         

       카자르의 보고를 듣던 프란체가 고개를 주억이며 찻잔을 내려뒀다.

         

       “그럼 나와 진의 영혼 결속은 성공 확률이 굉장히 높겠구나.”

         

       맞아요, 하면서 카자르는 말을 이었다.

         

       “공작님과 진 씨의 힘이 강한 만큼 분별하기도 쉬워서 결속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자세한 건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추측상으로는 그렇네요.”

         

       일이 너무 잘 풀린다.

         

       간절한 영원의 노래를 성공한 것도 모자라 상성도 좋다. 초월 마법사, 라드리엔 폰 그라시아 또한 손쉽게 협력해줬고 말이다.

         

       “이젠 정말 진만 찾으면 되겠구나.”

         

       후우, 프란체는 크게 숨을 내리 쉬었다.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과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엑시드 쪽에선 아직 연락이 없었나요?”

       “아쉽게도.”

         

       이전에 보냈던 전서 이후로 단 한 번도 진행 상황이 보고되지 않았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엑시드도 못찾을 정도면 진짜 꽁꽁 숨었나 보네요.”

       “아무리 엑시드라도 진이 마음먹고 숨으면 찾기엔 쉽지 않겠지.”

         

       역사상 최강의 소드마스터. 대륙제일검. 국가를 견제할 수 있는 괴물. 초월자. 그가 마음먹고 기척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간다면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은 엑시드밖에 믿을 길이 없네.”

         

       준비를 끝마쳤는데 가장 중요한 진을 찾고 있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니 마력으로 추적은 불가능한 거니?”

         

       카자르는 “아쉽게도요.”하고 대답했다.

         

       “미리 위치를 알려주는 마법진을 새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요.”

         

       탄식을 내뱉는 프란체. 아쉬움에 고개를 휘저었다.

         

       “하긴, 그게 가능했더라면 네가 진작에 찾아냈겠지.”

         

       지금은 엑시드와 탐색에 들어간 마법사들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마탑에서 의뢰한 마법사들은 어쩌고 있니?”

       “제국 각지를 떠돌고 있긴 한데,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곧 돌아올 거예요.”

         

       카자르는 근거를 붙이기 위해 설명을 이었다.

         

       “진 씨의 생명력과 오러는 강력해요. 탐색 마법으로 보면 찾아달라고 날뛰는 수준이죠. 그런데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예 제국을 빠져나갔다고 보는 게 맞겠네요.”

         

       이 대륙에 있는 국가만 7개다. 자유 도시 판테온까지 합치면 8개. 엑시드의 어쌔신 숫자가 1,263명이라 해도 이 넓은 대륙을 탐색하기엔 쉽지 않을 터.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겠구나.”

       “…그렇네요.”

         

       단숨에 축 늘어진 프란체. 한숨만 푹푹 나왔다.

         

       “지금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진 씨가 올 때를 대비해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요.”

         

       카자르의 말에 프란체는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영혼 결속이 성공했다 해도 숙련도를 높여야 하니까.”

         

       드르륵. 집무실의 책상에서 일어난 프란체는 종을 울렸다.

         

       딸랑-

         

       덜컥, 문이 열리며 곧장 헬레나가 들어왔다.

         

       “부르셨나요, 공작님?”

       “응. 케일을 불러주렴.”

       “네.”

         

       헬레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케일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왔다.

         

       모습을 보니 방금까지 자고 있던 모양.

         

       “이제 일어났니?”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공작가 생활이 지루한 모양이구나.”

       “기사들이 대련 상대도 안 되니까.”

         

       털썩. 다리까지 꼬며 집무실의 소파를 차지하는 케일. 카자르는 조용히 옆으로 비켰다.

         

       “그래서, 뭐 때문에 불렀지?”

       “다시 판옵티콘에 다녀와야겠어.”

       “…거길 또 가야 하는 건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케일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는데 원정이나 떠나야겠군.”

         

       태도는 저래도 말은 잘 듣는다. 날 것 그 자체에 가깝지만, 그게 케일의 특성이니 프란체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럼 일정이 잡히면 알려줄게.”

       “알겠다.”

         

       케일이 집무실을 나가고, 프란체는 겉옷을 입었다.

         

       “마탑으로 가자.”

         

         

       * * *

         

         

       일주일이 지났다.

         

       케일이 판옵티콘에 다녀와 사형수들을 데려왔고, 영혼 결속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

         

       다만 엑시드의 보고가 아직 오지 않았다.

         

       “후우…….”

         

       프란체, 카자르, 라데아만 있는 집무실.

         

       “아직도 보고가 없구나.”

         

       프란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휘저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잖아요? 대륙은 넓으니까요.”

       “그래요. 진 오빠는 은근 태평한 성격이라 엉뚱한 곳에서 찾을 수도 있어요.”

         

       각자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프란체의 기분을 풀어주기엔 소용없었다.

         

       ‘빨리 보고 싶어.’

         

       여전히 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귓가에서는 그가 프란체,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수확제에서 안겼던 진의 따뜻한 품. 두근거리는 심장의 소리. 포개어졌던 입술의 감촉.

         

       프란체는 그 무엇 하나 잊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

         

       콕콕. 콕콕.

         

       언제 날아왔는지도 모를 전서구 한 마리가 공작저의 집무실 창문을 두드렸다.

         

       “엑시드!”

         

       프란체는 서둘러 창문을 열고 전서구의 목에 걸려있는 줄을 뜯어냈다.

         

       -구륵, 구륵. 구르륵!

         

       자신의 본부를 끝마친 전서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깃털만 남긴 채 날아갔다.

         

       프란체는 자리로 돌아와 전서를 펼쳤다.

         

       ──────────────────

       진행 보고서.

       동원된 인력 – 1,263명.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를 탐색 중이나, 자유 도시 판테온에서 진 바렌베르크로 보이는 자를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함.

         

       새까만 흑발에 살짝 어두운 피부.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는 금안. 근육이 압축된 듯한 다부진 몸. 바렌베르크인 특유의 동안으로 보이는 용모까지.

         

       현재 모든 어쌔신을 자유 도시 판테온으로 집결시키는 중.

       ──────────────────

         

       프란체의 얼굴에 화색이 밝았다. 예상한 거만 보면 1년은 족히 걸릴 줄 알았는데 이리 금방 찾을 줄이야.

         

       “뭐라고 쓰여 있어요? 뭐래요?”

       “어떻게 됐어요? 찾았대요?”

         

       단번에 밝아진 프란체의 얼굴을 본 카자르와 라데아가 물었다.

         

       “아직 찾지는 못했는데, 흔적은 발견했나 봐. 목격자가 있었다고 하네.”

         

       좋은 소식에 라데아와 카자르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니, 진짜요?”

       “벌써 흔적을 발견했다고요?”

         

       아무리 엑시드의 어쌔신들이 유능하고 숫자가 많아도 이 넓은 대륙을 탐색하는 건 쉽지 않다.

         

       만일 국가가 아니라 비개발 지대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었더라면 절대 찾지 못했을 거다.

         

       “역시 진 오빠는 좀 태평한 성격이라니까요. 다른 나라에서 관광을 즐기고 있던 거 아니에요?”

         

       카자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 사람은 그럴 수 있어요. 엑시드가 추적하고 있을 거란 생각도 안 할 걸요? 마스터가 일생일대의 부탁을 들어준다고 했으니까요.”

         

       라데아와 카자르가 신나서 떠들고 있긴 한데, 프란체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려오지 않았다.

         

       곧 진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극도로 흥분한 것이다.

         

       “진을 잡으면 감금시킬 거야. 지금부터 공작저에 감옥을 만들어야겠어.”

         

       프란체의 말에 삐걱거리며 움직임이 지연되는 카자르. 라데아는 바짝 경직되어 입술만 달싹였다.

         

       “감금을 시킨다고요…?”

       “그래. 다시 도망칠 수도 있잖니?”

       “그 사람을 어떻게 감금시켜요?”

       “내 목숨을 인질로 삼을 거야.”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당혹과 의문으로 가득 찬 카자르와 라데아.

         

       “…그게 대체 무슨 계획이에요?”

       “말 그대로 감금이야.”

         

       프란체는 뭐가 문제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곤 말을 이었다.

         

       “진의 성격상 내가 자살한다고 협박하면 순종적으로 나오게 되어있어. 그걸 이용해서 감옥에 집어 넣을 거야.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일순 소름이 돋아 어깨가 부르르 떨린 카자르.

         

       “감옥에 수감시키고 거기서 카자르 네가 치료를 진행할 거야. 그 마법사 할머니 말대로면 좋겠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는 해봐야지.”

         

       카자르는 조용히 프란체의 눈을 바라봤다. 생기가 사라져 그늘이 졌다. 오소소 떨려오는 목덜미. 오한이 깃든 등골. 저 공작님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공작님은 진 씨를 사랑하시잖아요…?”

       “그렇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더.”

       “그러면 감금시키기 전에 의견은 물어야 하지 않을까요?”

         

       프란체는 “그걸 왜 물어봐?”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도 내게 말하지 않고 혼자 떠났잖아? 그것도 너희들에게만 알렸지. 가장 중요한 이유도 말하지 않았어.”

         

       이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명백히 진이 잘못한 거니까.

         

       ‘근데 그 사람 나름대로 공작님을 배려한 거긴 한데…….’

         

       진은 프란체가 자신 때문에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자책감에 빠질 것을 예상해 혼자 나쁜놈이 되려고 했던 거다. 요령이 없어서 독이 되었지만.

         

       “아무튼, 이 결정은 아무도 반대 못 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진은 감금시킬 거야. 이의는 없겠지?”

         

       프란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카자르와 라데아를 훑어봤자.

         

       “저, 저는 없어요! 진 오빠는 감금당해도 싸죠!”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라데아와.

         

       “공작님의 선택이시니 저는 존중할게요….”

         

       받아들이기로 한 카자르. 이미 한 번 속이고 배신한 이상 의견에 반대할 수는 없었다.

         

       “잘 선택했단다.”

         

       방긋 미소를 짓는 프란체.

         

       “그럼 지금 당장 도게자 백작가의 인력소와 연결해서 공작저 지하에 감옥을 만들어야겠어.”

         

       아까까진 축 늘어져 있었건만, 지금은 의욕으로 가득하다.

         

       “아, 카자르. 혹시 감시에 도움이 될만한 마도구가 있니?”

       “네. 공작령의 치안을 유지한다는 안건이 올라와서 개발했어요.”

       “그걸 써야겠구나. 마도구 성능은 어느 정도 되니?”

       “어… 아직 시험용이긴 하지만 공작저 감옥을 감시하는 건 충분할 거예요.”

         

       프란체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진을 감금시키고 그 모습을 내가 계속 지켜볼 수 있겠구나.”

         

       카자르와 라데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점점 이 공작님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좋아. 바로 움직이자.”

         

       짝! 손뼉을 마주하곤 자리에서 일어나는 프란체. 그러던 그때.

         

       똑똑! 똑똑!

         

       누군가 집무실의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응? 무슨 일이니?”

         

       흑색의 마력이 문을 열어주었다.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집사장, 플뤼겔이었다.

         

       “공작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

         

       플뤼겔은 예의도 차리지 않고 헐레벌떡 달려와 황실 공인 전서를 보여주었다. 그곳에 쓰여 있는 내용은.

         

       “갑자기 뭐야, 이게?”

         

       제국의 황제와 황후가 돌연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동시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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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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