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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경기 시작합니다! 이번 년도에도 어김없이 돌아온 KSM, 그리고 이벤트 매치! 차오르는 슬라임을 피해 장애물을 돌파하여 결승선까지 올라가면 됩니다! 과연 이번 경기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살아남게 될지,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움직이는 발판.

        

        젤리가 흘러내려 미끌거리고 끈적거리는 바닥.

        

        벽에서 튀어나오는 기둥과 요상하게 생긴 대포에서부터 뿅뿅 튀어나오는 거대한 공들, 진로를 방해하기 위해 이곳저곳에 설치된 회전하는 해머와 선풍기, 그리고 대형 진자까지.

        

        그리고 시청자들이라 함은 언제나 스트리머, 또는 그에 준하는 이들을 고통받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으로 가득한 사람들이었고, 특히나 SD 형태라고는 하지만 신체 접촉조차 가능한 이벤트 매치.

        

        500명에 달하는 유저들은 같이 경기를 하게 된 스무 명의 프로게이머들을 결코 순순히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으에엑, 놔줘! 놔주세요! 나 죽어어어…!”

        

       “설레임 잡았다!”

        

       “햄버거 해, 햄버거! 깔아뭉개!”

        

       “소통해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못해 사방팔방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재작년에도 있었고 작년에도 있었으며, 올해도 어김없었다. 마치 개미가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을 가져가듯, 사람이 뭉쳐진 덩어리가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그걸 보던 사회자와 경기 진행 요원들은 어쩔 수 없이 슬라임이 차오르는 속도를 대폭 늦춰야만 했다. 가장 앞줄에서 정상을 향해 힘껏 뛰어오르는 사람들조차 난간에 앉아 구경하고 있었으니.

        

        그리고 그 중, 가장 높게 솟아오른 인파의 산이 꿈틀댄다.

        

        

        

       “우와악, 이 사람 힘 너무 세!”

        

       “꼬리 잡아, 꼬리!”

        

       “끌려간다아아, 우악!”

        

       “아이, 좀 놔요!”

        

        

        

        깡!

        

        소통해요~를 외치며 사방팔방에서 덤벼든 참여자들이 수수깡처럼 나가떨어지는 사이, 다리와 꼬리를 붙잡고 있는 이들에게 파워 꿀밤을 먹여준 유진이 고질라마냥 포효한다.

        

        유진의 움직임에 얻어맞아 나동그라진 이들이, 참으로 없어보이는 철푸덕 소리를 내며 말랑말랑한 바닥에 얼굴을 비롯한 다양한 위치로 착지했다. 당연히 아플 리가 없었고, 되려 재미있다며 다시 달려드는 이들이 태반이었다.

        

        끊임없이 사방에서 달려드는 이들의 머리가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한 번씩 찌그러진다. 순식간에 기절 및 어지러움을 의미하는 상태이상을 나타낸 별이 달린 고리가 참가자들의 머리 위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쒸익대며 인파를 벗어난 유진이 달리기 시작했다.

        

        500명에 달하는 인파가 장애물 위로 쏟아졌다.

        

        

        

       “응앜!”

        

       “으악, 떨어진다!”

        

       “떨어지는데 날 왜 잡는, 으갹!”

        

        

        

        넘어져도 안 아프다.

        

        떨어져도 안 아프다.

        

        미끄러져도, 상대방을 때려도 안 아프다!

        

        되려 그런 격한 신체적 접촉을 할 때마다 세상을 살면서 들어볼 수 있는 가장 하찮은 효과음 중 하나와 함께 저 아래로 데구르르 굴러가기 일쑤였다 – 요컨대 이곳에 모인 520명은 살아 움직이는 폭신폭신함을 겸비한 탱탱볼이란 소리였다.

        

        그것을 전원이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으며, 그리하여 좁아터진 경기장 위에서 오만가지 형태의 휴머니즘과 이기주의가 동시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비율까지 동등한 건 아니었다.

        

        

        

       “잡아줄게요! 올라와!”

        

       “우왕, 감사합니다!”

        

        

        

        플레이어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중 이런저런 일들을 뽑아보자면, 한 명이 위에서 그렇게 손을 내밀고 있으면 수십 명이 나도!를 외치며 우르르 몰려들거나,

        

        

        

       “아아니, 밀면 안 돼요! 으악!”

        

       “허으, 떨어졌어!”

        

       “운이 없었네.”

        

        

        

        벽면에서 튀어나온 기둥을 맞아 스르르 밀려나간 누군가가 막 올라오던 누군가와 충돌해 그대로 탱탱통통 하고 저 아래로 같이 굴러가거나,

        

        

        

       “으악, 붙잡으면 안 돼!”

        

       “소통해요-!”

        

        

        

       ───퍽!

        

        

        

        바닥에서 튀어나온 주먹을 얻어맞은 두 명이 허공으로 치솟는다.

        

        대략 7미터 이상 떠오른 후 그들은 바닥에 부딪히자마자 뾱 하는 소리와 함께 탱탱볼처럼 튕겨나갔고, 마치 볼링공이 핀에 부딪히듯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쇄적인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그들의 수효는 그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 어떠한 일들조차 크게 의미가 없어보일 정도로 많았다. 무수한 참가자들이 장애물을 힘겹게 뚫고 위에서 위로 올라간다. 그러면서 장애물의 숫자는 많아진다.

        

        달달하고 상큼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진다. 닿는 즉시 유저를 로비로 돌려보내는 슬라임이 점차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 유진은 힘으로 근처에서 깔짝대는 사람들을 전부 참교육시키고 있었다.

        

        

        

       “아얏!”

        

       “슬라임에 던져드려요?”

        

       “우왓,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안 깝칠게요!”

        

        

        

        비록 유진 역시 SD가 되었다고 한들, 그 힘은 어딜 가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렇게 몸만 쓰는 게임이라면 더더욱.

        

        시작은 몇몇 참여자들이 실질적으로 게임이 시작되었음에도 틈만 나면 꼬리를 찔러보거나 장애물 앞에서 몸을 잡아 아래로 미끄러뜨리는 것부터였다 – 당연히 유진은 참지 않았다.

        

        자연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포물선을 그리며 누군가가 허공을 날았다. 으아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아기자기한 BGM 위로 섞여들더니, 곧이어 풍덩 하는 음색과 함께 슬라임이 한 명을 꼴딱 삼켜버렸다.

        

        쒸익쒸익대는 유진과 그 근처에서 얼어붙은 참가자들.

        

        

        그 와중 아직까지도 꼬리를 붙잡고 늘어지던 한 명의 팔목이 유진의 우악스런 손길에 잡혔다. 하얗고 앙증맞은 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경시는커녕 뿌리칠 수조차 없었다.

        

        유진의 몸이 슈웅 회전했다. 다리로 지면을 단단히 받친 채 허리를 회전시키며 그대로 내던진다. 단번에 허공에 뜬 유저 한 명이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부유하다 슬라임 위로 부드럽게 착지했다.

        

        퐁당.

        

        

        

       “허미….”

        

       “자, 다음 오세요. 다음.”

        

        

        

        스윽.

        

        그러면서 은근슬쩍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좁은 다리 위에 선 유진.

        

        그녀가 섬뜩한 웃음과 함께 덧붙였다.

        

        

        

       “시작하자마자 달려들었던 분들은 전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사람이 너무 많았네요.”

        

       “히히,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모실게요!”

        

       “으악, 무거워어…!”

        

        

        

        물론 서너 명도 일곱 명도 아닌 스무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한 번에 몰려드는 걸 막을 수는 없었고, 유진은 결국 팔다리와 꼬리까지 몽땅 붙들린 채 골인 지점까지 올라가야만 했다.

        

        첫 판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1라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됩니다! 참여자 500명 중 400명이 살아남았군요. 이번 라운드에서 탈락한 프로게이머는 아르카디아 게임즈의 발키리, GEARUP의 연속재입대시스템, 그리고 베리타스의 홀로라이브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한 판은 말 그대로 ‘한 판만을 하고 끝난다’를 의미하지 않았다. 대략 네다섯 개의 라운드를 거쳐 단 한 명, 또는 단 한 스쿼드만을 승리자로서 배출하는 것이었다.

        

        한 판에 백 명씩. 이후 마지막 라운드에 99명이 탈락함으로서 마지막 1명의 승자가 가려지는 형태였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두 번째 경기.

        

        맵과 모드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두 번째 경기는 좁은 맵에서 벌어지는 배틀로얄입니다! 여러분들은 AP와 같이 체력과 방어력을 회복하실 수 있습니다! 근접 무기는 뿅망치, 라이트세이버, 스펀지가 달린 철퇴 등을 사용 가능하며, 권총은 충격, 소이, 혼란, 빙결탄 등이 드롭됩니다!

        

        

        

        허공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

        

        사회자들은 솔로잉 경기 네 판을 내리 설명했음에도 여전히 우렁차게 목청을 끌어올렸다. 오히려 진짜 경기가 아닌 일종의 번외 경기였기에 편하게 임할 수 있는 것이리라.

        

        축구경기장의 두 배 정도 되는 경기장 위로 무려 417명이 스폰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느닷없이 생성된 빛줄기가 빼곡해질 즈음에야 선수들의 배치가 끝났다. 한 명도 같은 표정을 짓지 않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딱히 할 말이 없었던 유진 역시 주변을 둘러보면서도 말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거 해본 적 있으세요?”

        

       “아유, 당연히 있죠. 총에서 물감 나가는 에이펙스 프레데터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러니까 약간…AP를 12세 이용가로 바꾼 버젼이라고 해야 하나.”

        

        

        

        음.

        

        대략 무슨 느낌인지는 알겠다.

        

        다행히 설명이 참으로 간결했기에 굳이 이런저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 요컨대 대충 서로 열심히 패서 100명을 아웃시키라는 소리겠지. 매 게임이 비슷한 구조로 돌아간다면 얼추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솔직히 가만히 있어도 남들이 알아서 100명을 걸러낼 확률이 높았다. 경기장은 더럽게 좁아터졌고, 그 안에 400명 넘게 몰아넣었으니 전투가 끝도 없이 벌어질 터.

        

        음….

        

        

        

       ‘항상 하던 대로 해야겠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 다르게 말하면 다가오는 이들은 전부 로비로 사출시켜주겠다는 소리였다.

        

        하늘 위로 숫자가 팝업되며, 400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듯 카운트다운을 개시한다. 하나의 소음공해가 된 음파가 경기장을 가득히 울릴 즈음이 되서야 모두가 자세를 잡는다.

        

        시원한 보이스가 허공을 타고 쩌렁쩌렁 울렸다.

        

        

        

       -지금부터 첫 번째 경기의 2라운드를 개시합니다!

        

        

        

       “우와아아악───!”

        

        

        

        시작부터 괴성을 지르며 건물 안으로 돌격하는 이들.

        

        순식간에 사방은 물감 터지는 소리와 폭음, 총성 등으로 시끌시끌해졌다. 게다가 내 아바타는 사방으로 어그로가 끌리기 좋았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나는 시작한 지 5초만에 들키고 말았다.

        

        꼴랑 수 초만에 네 명 가량이 뿅망치와 라이트세이버, 끝에 스펀지가 달린 철퇴 등을 들고 내게 다가오고 있다. 나 역시도 바닥에서 뿅망치를 주워든 채 이들과 대치한다.

        

        네 명. 많다고 생각하면 많았지만 적다고 생각하면 또 적은 숫자였기에, 어느 쪽도 달려들 생각 없이 대치 구도를 형성하던 와중,

        

        

        

       “유진이다, 유진!”

        

       “찾았다! 다들 이쪽으로 와!”

        

       “…환장하겠네.”

        

        

        

        신나게 싸우다가 건물 벽을 돌아나온 대략 다섯 명 가량의 인원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하여 내 앞에 놓인 인원들은 아홉 명으로 불어났다. 이걸 어쩌나 싶었지만, 나는 다수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 – 과거 폭도로 돌변한 시민들과 수도 없이 마주하면서 느낀 경험은 내 몸에 여전히 절절히 스며든 상태.

        

        뿅망치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어들고,

        

        

        

       “덤벼어어어-!”

        

        

        

        우와아아악!

        

        대강 그런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이들을 시야에 담는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방법론들. 정면에서 꺾을까, 사선으로 칠까, 아니면…그래. 순식간에 결정된 방법을 토대로 이어지는 행동.

        

        허리를 비튼다.

        

        회전력을 그대로 파워로 전환하기 위함이었다.

        

        왼발을 내딛는다.

        

        안정적인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충격량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왼손으로 가드를 올리고 오른손을 뒤로 휘두른다. 팔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아래에서 위로 올려친다. 타이밍 좋게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적. 타격점은 턱.

        

        

        모든 제반 사항은 안정적으로 갖춰졌다. 

        

        그리고 결과만이 남는다.

        

        

        

       ───퍽!

        

        

        

        그 순간 사람이 허공을 날았다.

        

        더 불행한 점이 있다면, 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허공으로 떠오른 유저는 뒤에서 달려들던 이들의 진로를 자연스럽게 방해했고, 그렇게 세 명이 더 넘어진다. 마치 도미노처럼 여섯 명이 그 자리에 그대로 엎어졌다.

        

        남은 세 명이 가까스로 감속하여 다시 거리를 벌릴 즈음, 그녀는 오른손에 든 뿅망치를 힐끔 보았다.

        

        

        

       “…?”

        

        

        

        손잡이 윗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져있었다.

        

        한도 이상의 물리량을 처리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턱을 후려침과 동시에 깔끔하게 증발해버린 것이었다. 어리둥절하며 슬그머니 바닥에 있는 또 다른 뿅망치 두 개를 주워든 유진이었지만, 다들 눈 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기 급급했기에 덤비지조차 못했다.

        

        그에 피식 웃은 유진이 덧붙였다.

        

        

        

       “게임이잖아요, 어서 덤비세요.”

        

        

        

        그리고 그 말은 사그라들던 모두의 마음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삑삑거리는 뿅망치 소리가 허공으로 울려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뿅망치?

    사람을 날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물건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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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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